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36
제435화
강설은 그 후로 지안과의 조력에 관한 얘기를 구체적으로 나눈 후에, 마리쥬에게 이를 전했다.
– 이, 이건 저 혼자 판단할 수 없는 내용이에요. 은사자회의 일부만이라도 함께 얘기를 나눠보죠.
이리하여 이틀 뒤인 현재, 은사자회의 주축이 된 귀족 십수 명이 자리를 만들었다.
시작 전, 마리쥬는 강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 대부분이 특대위에 온건적인 편이지만, 아닌 이들도 분명 있어요. 힘으로 그들을 겁박하면 결과가 좋지 않을 거예요.
이는, 최대한 알아먹게 설명하라는 것이다. 강설은 어처구니없게도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체감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회의에 들어가자, 파라가 가장 먼저 물었다.
“이 자리에 모두를 불러 모은 이유는?”
“한 가지, 일의 진행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말해보게.”
“수고하고 있군. 듣고 있네.”
귀족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특히 좋아했다. 특대위가 그런 면에서 그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지 않았나 싶었다.
“지안의 기억 일부분에, 맹약이 걸려 있습니다.”
“맹약이라면….”
“사실을 모르는 이에게 발설하면 머리가 터져 죽습니다.”
“그런 끔찍한 짓을….”
“사실인가? 확실한 거야? 저주나 주술도 맹약과 흡사한 부분이 존재하는 걸로 아는데?”
“특대위에 주술에 정통한 자가 있습니다. 확인을 마쳤습니다.”
“교차로 검증해야 하네. 맹약도 종류마다 다른 것을.”
“특대위에 마법에 정통한 자가 있습니다. 분류를 끝마쳤습니다.”
“…크흠. 정말인가?”
– 특대위에 정말에 정통한 자가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 특대위에 정통에 정통한 자가 있습니다. 아무튼 그런 줄로 아세요.
“고문은?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한 거 맞는 거야?”
강설이 누군가 수준 낮은 질문을 하자 그쪽을 쳐다봤다.
“이보게, 고문을 한들 발설하면 머리가 터진다니까….”
“아…. 그렇군.”
“킥킥….”
“수준 떨어지게 뭐 하는 거람… 진짜….”
은사자회의 내부 관계가 그리 아름답지 않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잡담.
“제길, 수뇌부를 생포했는데도 얻어낼 게 없다니!”
“말은 바로 하자고. 그래도 녀석 덕분에 홈은 찾아냈잖아.”
“그것도 쉬를렌뿐이잖아! 녀석 말고 생포한 수뇌부도 없고 말이지!”
“그래도 타격은 꽤 줬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나?”
강설이 질문에 답했다.
“의회에는 발톱만큼 타격을 줬다 하는군요.”
“하아… 이걸 어쩐다?”
파라는 지난번 입은 부상이 아직 낫지 않았는지 복대를 차고 있었다.
드르륵…
그가 의자를 끌며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 고작 그 정도로 우리가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야! 일이 한참 잘못되었다는 걸 말하고 싶군.”
“그건… 그렇지.”
“옳은 말이야.”
“파라의 말이 맞지.”
강설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파라가 진중하게 얘기했다.
“은사자회는 범죄자 놈들에게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해 결집했으니, 응당 그 목적을 이뤄야만 한다고 생각하네만.”
“틀린 말이 아니야.”
“애초의 목적을 이뤄야만 누구도 우리를 깔보지 않을 걸세. 파라의 말이 맞아.”
의외로, 강설에게 파라가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가 꽤 멋진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물었다.
“놈을 처형하는 것보다, 훨씬 고려해 볼 만한 방법이 있어서 우리를 모은 거겠지?”
“…맞습니다.”
그러면서 어정쩡하게 다리를 꼬며 앉는 파라. 그는 자신만만한 귀족을 연기하는 듯했다.
“말해보게, 뭐든. 난 꽤 열려 있는 귀족이니까.”
“지안을 풀어줄 생각입니다.”
“…뭐? 뭐, 뭐? 다시 말해보게? 내가 잘못….”
“지안을 풀어줘야 합니다.”
강설의 말에 은사자회의 귀족 대다수가 벌떡 일어나 삿대질했다.
“그, 그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기껏 잡은 범죄자를 다시 놓아줄 생각이라니! 그게 지금 제정신으로 할 소린가!”
“말도 안 돼!”
대충 눈치를 보니 과반이 반대하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강하게 나가야 하나?’
강설이 턱을 매만지고 있을 때, 고민에 휩싸인 한 사내가 보였다.
‘…아하.’
강설은 툭 하고 그를 향해 내뱉었다.
“파라 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 뭣?”
“저는 지안에게 사실을 전해 들을 수 없는 대신, 그들에게로 안내를 부탁할 생각입니다.”
“……정말인가?”
“예, 그렇게 하면 맹약의 인식 경계를 허물 수 있고 나중엔 경계가 약해진 맹약을 아예 거둘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파라는 또다시, 뭔가 거물 연기를 시작했다.
“놈과 함께 움직일 자세한 위치는? 연방 내인가?”
“통치 구역 밖이라고 하는군요.”
“설마, 비통치 구역을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맙소사.”
비통치 구역.
쉽게 말해, 연방에 소속된 왕국 밖의 야지를 뜻한다.
북부의 땅이지만 마물과 범죄자, 그리고 원주민들이 득실대는 곳.
‘북부의 왕국들은 애초에 원주민들을 강제로 그곳까지 밀어낸 다음에 생겨난 것이니까.’
그 위험천만한 혹한의 땅에, 의회의 수뇌부인 지안을 이끌고 들어선다.
“거길 범죄자 놈의 말만 믿고 특대위 전부가 간다고?”
“정확히는 특대위의 절반만 갈 겁니다.”
“…뭐?”
“반으로 나뉘는 건 2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 나는 남는다. 약물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해약을 만들 생각이야.
우르가 강설에게 지난 밤 했던 이야기. 그는 홈이 단순히 그들의 자금책이 되어주는 것 이상의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트로밀이라는 성분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번번이 말했었고.
강설은 여기 모인 귀족들에게 아트로밀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또 그것에 중독된 이들이 급사하고 있는 사례를 언급하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홈… 아니, 이제는 아트로밀이라 명명됐지. 그건 우리도 알고 있다. 지금도 연방의 연금술사들이 매달려….”
“시간 싸움이 될 우려가 있으니, 저희가 직접 나서려 합니다.”
“…자신 있다는 건가? 연방의 연금술사들 보다?”
“…물론입니다.”
파라가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그래, 다른 이유는?”
“안과 밖의 정보 교환을 통해, 아직 연방 내에 숨어 있는 자들을 찾아낼 생각입니다.”
“지금의 수사국 전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
강설은 빙긋 웃었다.
대답을 웃음으로 대신하는 건, 꽤 멋들어진 행위다.
파라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그에 호응했다. 그가 무척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역시나, 부족하다는 거군.”
“확실히… 특대위의 업적을 생각해보면 그중 일부라도 남아주는 게 든든하겠지. 그리고… 아닐세.”
방금 삼킨 말은 아마도, 강설의 전력을 온전히 연방 밖으로 내보내 주면 안 된다는 주장이었는지도.
파라가 능력 있는 귀족을 연기하며 질문을 던졌다.
“그밖에, 할 말은?”
“정확히 한 달이 되면 은사자회와 특대위 간의 계약이 종료됩니다. 그때부턴 모든 일이 제 판단에 의해서만 진행될 것이며 의회의 전원 소탕으로 은사자회의 위엄을 알리는 건 제 목표가 아니게 됩니다. 홈과 관련된 문제든, 연방의 문제이든 간에요.”
내게 간섭하지 말라는 신호.
귀족 중 누군가 말을 꺼냈다.
“하지만 넌 우리에게 고용된….”
“저는 지시를 받는 입장이 아닙니다.”
“…받을 것만 받고 손을 떼겠다는 건가? 그딴 식으로….”
“단언하자면 여태까지의 이런 주먹구구식의 움직임으론 절대로 놈들을 잡아내지도, 목적을 알아내지도 못합니다.”
“…….”
“며칠 내에 지안을 데리고, 비통치 구역으로 나갈 계획입니다. 현명한 대답을 기대합니다.”
철컥…
문을 닫고 나오자, 안에서 귀족들의 설전이 시작되었다.
강설은 그들의 의견이 정리되기 전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생각보다, 파라라는 자가 도움이 됐군.’
은사자회에서 중요한 위치가 되고 싶어 하는 듯한데, 그걸 드러내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순간적으로 그 모습을 캐치해 좋은 설득 수단으로 삼은 강설은 운이 좋았다고 웃었다.
‘뭔가 어설프긴 한데 나쁘진 않은 느낌이군.’
다시 생각해도 그가 찾아왔을 때 머리통을 후려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이렇게 얘기가 통할 줄이야.
물론, 통하는 척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꽤 흐르고 하수인이 강설을 찾았다.
“강설 위원장님, 은사자회의 어른들께서 찾으십니다.”
“곧장 가겠다고 알리세요.”
“예….”
강설이 회의 장소에 돌아오자, 은사자회는 묘한 구도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라의 주도적인 행동과 강설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조금 심통이 나 보이는 귀족들.
그리고 그들보다 많은 머릿수가 마리쥬와 파라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
파라가 말을 꺼냈다.
“조건이 있네.”
“들어보죠.”
조건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멍청이라도 범죄자를 아무런 제약 없이 풀어준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한 달 후에, 특대위와의 계약을 갱신할 수 있나?”
“…조건만 맞는다면야.”
강설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고, 아마 더 높은 조건을 요구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원정대를 구성할 생각이다.”
“…불편하기만 하고 실효성은 없습니다.”
“자네가 이끄는 게 아니네. 그저, 연락책의 역할을 하는 거지.”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면… 절 감시할 사람들이군요.”
“아닐세, 진짜 감시할 사람은 따로 붙일 거니까. 이보게, 신디오.”
스윽…
안경을 쓴 마법사 한 명이 다가왔다.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풍겼다. 그리고 동시에 강력한 마력의 기운도.
‘…제법인데.’
강설은 그를 처음 보자마자 놀란 눈으로 파라를 쳐다봤다.
“은사자회가 내세우는 강자야. 숨길 것 없지. 신디오가 여행 중 자네들을 도우며 동시에 감시할 걸세.”
“원정대는 신디오의 신변을 확인하는 용도군요.”
“비슷하지.”
이중 감시 체계.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강설은 냉담하게 말했다.
“저는 신디오의 생명에도, 그리고 원정대의 안전에도 개입하지 않을 겁니다.”
신디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제 몸은 제가 지킬 겁니다.”
파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됐네.”
강설이 씨익 웃고 파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파라 님만큼 대화가 통하는 분이 없었는데, 오늘 귀한 경험을 합니다.”
강설이 파라를 추켜세워주자 그가 입이 귀에 걸려 찢어질 듯한 표정으로 악수했다.
“난 늘 열려 있지. 이제 막 웅지를 켰을 뿐이야. 앞으로도 좋은 협력 관계를 바라네!”
마리쥬가 비겁하다는 눈초리로 강설을 쳐다보았다.
* * *
(New)[‘고모도왕도마뱀’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미친, 원정대 모집 글 본 사람?]
대기업이냐? 진짜로 별거 안 하는데 보상을 저렇게 준다고?
– 글 내려! 경쟁률 올라가!
– 그냥 졸졸 따라만 다니는데 보물을 얹어준다네 ㅋㅋㅋ
– 정확히는 시간을 소모하는 거지. 그동안 발전할 수가 없으니까.
– 저는 태생이 발전적이지 못한 놈이라 구미가 당기는군요.
(New)[‘고모부도왕도마뱀’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전혀; 구미 하나도 안 당김]
비통치 구역은 야만인들 천지에 마물도 전국구임; 거기서 제 한 몸 지켜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한테만 보상 지급할 텐데 뭐…
– 입에 침을 닦고 말하세요.
– 츄릅… 들켰냐?
– 간만에 대형 모험이잖아 ㅋㅋ 완전 축제임 지금.
(New)[‘토템을왜들고다녀야돼’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은사자회인지 뭔지]
귀족들이 통이 크네;
근데 난 좀 반대인 게 전이자
목숨을 우습게 여기는 것 같음.
사람 나고 보물 났지 보물 나고 사람 났냐?
– 판데아는 보물 나고 사람 났습니다.
– 아! ㅇㅋ 야무지게 지원해야지~
– 아 나는 템렙 컷 걸려서 지원 못 하는데…
– 무슨 원주민 새끼들이 전이자 템렙 컷까지 알고 있어?
– 이 또한 우리가 하나 되는 과정이겠지요.
(New)[‘엄마나면접보러가’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티오 왤케 적냐….]
또 거대 길드에서 다 가져가겠네. 특대위원장님! 혹시 보고 계신 건가요? 전이자라는 거 건너 건너 들었습니다. 티오 조금만 늘려주세요.
– 티오 조금 늘려주면 절함.
– 저는 전이되기 전에도 취준생이었습니다. 기회를 주세요!
– 여기서도 능력 있는 놈들 뒤꽁무니만 쫓아다녀야 하네…
– 그래서 불만이신가요?
– 전혀! 너무 달아! 오우, 너무 황홀하고~ 쏘 딜리셔스~
* * *
강설은 하루아침에 멀쩡한 몰골로 풀려난 지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친구를 잘 둬야 해. 꼬마야, 알았지?”
지안이 탄시아에게 친한 척 말을 걸자, 탄시아가 강설의 손을 꼭 잡았다.
지안이 허리춤에 뼛가루가 담긴 주머니를 매만지며 하늘을 바라봤다.
“맹약이 내 목숨을 구했군. 큭큭… 그런데 괜찮겠어? 날 풀어줘도.”
“허튼소리 말고, 제대로 안내할 생각이나 해.”
“아, 물론이지.”
한소미가 우울한 표정으로 강설에게 말했다.
“같이 가고 싶었는데….”
“그래도 수도로 발령 났으니, 괜찮지 않아?”
“그건 좋지만… 덕분에 고속 승진이네요.”
한소미는 연방에 남기로 했다. 추후에 합류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직 모르는 일.
“그런데 여기엔 누가 남나요?”
쿵…
쿵…
“…아니죠?”
“나다, 여자.”
쟈마드가 한소미의 앞에 섰다.
올려다보기도 벅찬 높이.
“……정말 이 방법밖엔 없었나요? 혹시 내일 판데아가 멸망하나요?”
“쟈마드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널 지켜줄 거야.”
도시에 숨은 의회의 정보를 입수하는 즉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자가 남아야 했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쟈마드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 누가 오더라도, 쟈마드에게 짓이겨질 게 뻔했고 한소미도 어렵지 않게 지켜낼 수 있을 테니까.
우르도 그편이 편하다고 했다.
“하… 하하… 듬직하네요. 그러니까 저와 쟈마드의 임무는….”
“연방 내에 남아 있는 녀석들을 찾아서 궤멸시켜야 해.”
“안팎의 공조로군요. 합동 수사! 아닌가? 재밌겠네요!”
우르가 강설을 보며 얘기했다.
“아트로밀과 해약에 대한 정리가 끝나는 대로 쟈마드와 함께 합류하지.”
“그래.”
강설의 호위이자 감시자로 파견된 신디오가 그를 재촉했다.
“원정대는 구성되는 대로 귀하를 뒤따른다고 하는군요. 적당히 구성이 끝난 눈치입니다.”
“빠르군요.”
“일 처리가 정확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럼… 가시죠.”
강설 일행이 카스트랭을 이용해 이동을 시작했다. 목적지는 연방의 중앙 수도가 아닌, 연방의 남부를 가로질러 빠져나오는 통치 구역의 말단.
엄청난 속도로 연방을 가로지른 그들은, 마침내 피가 흐르지 않는 땅 비통치 구역에 다다랐다.
“여기서부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출입할 수 있습니다.”
스윽…
경비병에게 수사국의 인장이 찍힌 두루마리가 전해졌다.
“…확인했습니다. 무탈하시길.”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잘 진행되고 있는 듯했다.
– 막지 않으면 3년 안에, 북부는 초토화될 거야. 그리고 그다음은 판데아겠지.
그날 새벽 들었던 지안의 경고.
강설은 그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하아… 공기 좋네.”
“여유 부릴 시간 없습니다. 서두르시죠.”
“간섭하지 않기로 한 것 아니었어?”
“제가 간섭하지 않는 건 강설 님뿐입니다.”
“엄마가 생겼네.”
“누, 누가 엄마입니까!”
“재촉한다고 내 발은 안 빨라진다고. 그보다 강설.”
지안의 눈동자가 강설에게 머물렀다.
“후회할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내 말을 믿다니. 맹약 때문에 내 말을 따라야만 하잖아?”
“후회하지 않는다, 아직은.”
“…생각해 보니, 넌 은사자회가 아니잖아. 북부 사람도 아니고. 뭘 원하는 거였더라?”
“…이 일의 진상.”
“아아… 그랬지.”
지안은 퇴폐적인 시선으로 한기가 엄습해오는 땅을 바라보며 말했다.
“반드시, 널… 그들과 만나게 해주지.”
그 순간, 강설의 메시지 창에 뭔가가 떠올랐다.
[다음 모험을 시작합니다.]
[서른여섯 번째 모험이 시작됩니다.]
[모험 36. 코코로가 울었다]
……
지극히 평범한, 새로운 모험의 시작. 하지만, 뒤따라오는 메시지는 그의 얼굴을 어둡게 만들었다.
[최초로 대장정을 완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선발대의 특전이 발동합니다.]
[현재 모험은 높은 확률로 대장정으로 이어집니다.]
강설이 그 메시지를 읽자마자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내뱉었다.
“…하네.”
탄시아가 놀란 눈으로 강설에게 멀어지며 카렌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강설을 가리켰다.
“나쁜 말 했어!”
“쉬… 저런 건 배우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