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4
제43화
블레인은 제자들에게 정신 마법을 사용할 만큼 이 일을 중요한 문제라고 여기는지 시종일관 진중한 얼굴로 강설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설도 그가 일부러 헛소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의 말을 귀담아들으려 했다.
“이분들은 왜….”
“제자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내용이라 그렇습니다. 마침 주변에 듣는 이도 없군요.”
“무슨 의도입니까?”
“스노우맨 님, 이 물건은 아홉 정령의 힘을 속박하여 그를 조화롭게 이용하는 원리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즈의 설계도에도 그렇게 적혀있었던 것 같았다.
일단 작동 원리는 그러했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설계되었는지는 강설도 몰랐지만.
블레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주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매우 천재적인 발상이지만, 안타깝게도 문제가 좀 있습니다.”
“문제?”
“이들은 조화되지 못합니다. 평화롭기만 한 다른 정령들과는 달리 벤타와 쉐이즈까지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지요. 더군다나 멀쩡히 정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겁니까?”
“저도 정확히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균형이 깨지면 정령들의 개별적인 힘이 서서히 하나로 합쳐질 수도 있습니다.”
“…그땐 우주의 통제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거군요.”
“역시… 바로 눈치채시는군요. 이 기상천외한 물건의 주인다우십니다.”
– 잘한다, 블레인!
– 당연히 저렇게 좋은 장비면 괄호가 붙어야지ㅋㅋ
– 우주(흉물)
– 편-안!
강설이 턱에 손을 올리고 잠시 이에 대해 생각하자, 블레인이 몇 마디를 더 던졌다.
“혼자서 균형을 조율하실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런 정령 계통의 신통력은 없으신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 말입니다만 이런 제안은 어떠십니까?”
“제안?”
블레인이 고개를 끄덕이고 강설에게 말했다.
“저희 물병자리와 그 물건을 거래하시는 것은요?”
“흠….”
그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아직 정확히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곧, 선택지가 떠올랐다.
[고위 마법사 블레인이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응하시겠습니까?]
1. 응한다.
2. 거절한다.
3. [필요 : 협상 1] 다른 조건은 없는지 묻는다.
4. [필요 : 상인] 흥정한다.
……
강설은 선택지들을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싫습니다.”
“…하긴, 이런 진귀한 물건이 눈앞에 있는데 저라도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겁니다.”
– 이 양반이, 거래를 하겠다는 거야 뭐야 ㅋㅋ
– 블레인(청렴결백)
– 가격이 얼마나 할까?
– 바로 은퇴 각인데 ㄷㄷ
– 승낙하기엔 너무 적은 돈이었다
블레인은 잠시 아쉬워하다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제 얘기까지 가벼이 듣지는 말아주십시오. 그 물건은 필시 문제를 일으킬 겁니다. 부디, 주의하시기를. 아, 그리고.”
블레인이 마법을 사용해 손에 뭔가를 만들어냈다.
스르르르…
얼음으로 된 작은 물병 조각이었다.
다만, 차갑지도 녹을 것 같지도 않았다.
강설은 그 조각을 손에 쥐었다.
[물병자리 마탑의 초대장을 획득합니다.]
“언젠가 물병자리에 방문하실 일이 생기시면 이 초대장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외부인에겐 불친절한 게 마탑의 불쾌한 전통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마탑에 방문할 일이 있을까요?”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스노우맨 님에게 도움이 될 일이 있을지, 아니면 스노우맨 님이 물병자리에 도움이 될 일이 있을지는.”
“…조디악은 은혜와 원수 모두 배로 갚는다고 듣기는 했습니다.”
블레인이 웃었다.
“정확하십니다. 실제로는 원수를 더 굉장하게 갚아주지만, 은혜도 외면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방문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우리가 함께할 일이 꽤 있을 것 같군요.
따악!
그가 손가락을 다시 한번 튕겼다.
[블레인이 정신 동결을 해제합니다.]
마법사들이 비몽사몽 깨어났다.
“어어?”
“피곤해서 그런가… 죄송해요, 방금까지 무슨 얘기를 하고 계셨죠?”
“프린, 손님께서는 모든 종류의 정령을 생포하셨다. 이를 정확히 기록하도록.”
“정말인가요? 알겠습니다, 스승님.”
후우웅.
프린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자, 근처에 있는 깃털 펜이 스스로 종이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사사삭.
– 스노우맨 완료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빛, 보라, 하양, 검정)
“어… 어디… 대단하시네요. 지원 기간 내에 모든 정령을 생포한 사례는 처음이에요. 잠깐… 쉐이즈? 스승님!”
“그래, 숲에서 우리를 도우러 와주신 모험가들이 실종된 건 아무래도 이 악랄한 검은 정령 때문인 것 같구나.”
“이럴 수가… 혹시 스노우맨 님께서도 쉐이즈에게 위협을 받으셨나요?”
강설이 어깨를 으쓱했다. 긍정의 뜻이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은 태도였다.
그 모습을 본 프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쉐, 쉐이즈는 우리도 접근하기 쉽지 않은 정령인데… 어떻게 생포를….”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블레인이 프린에게 눈치를 주었다.
“프린, 스노우맨 님은 딱히 그것에 대해 말씀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집요하구나.”
“죄, 죄송해요. 그럼! 지원해주신 보상으로 물건과 약간의 금화, 그리고 소모품 일체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지금 정산해드릴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그 말과 동시에 커다란 보물상자가 강설의 눈앞에 생성되었다.
철컥-!
[경계석 복구 지원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아홉 종류의 정령을 생포 혹은 제거하셨습니다.]
[이는 기록으로 남겨질 것입니다.]
[업적 ‘닥치는 대로’를 달성합니다.]
[칭호 「정령 사냥꾼」을 얻습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능력 점수를 획득합니다.]
[쉐이즈의 은총을 획득합니다.]
[벤타의 장막을 획득합니다.]
[정령 수호의 장갑을 획득합니다.]
[금화 788개를 획득합니다.]
[은화 122개를 획득합니다.]
[중형 붉은 물약 12개를 획득합니다.]
[중형 푸른 물약 10개를 획득합니다.]
……
각기 무기, 망토, 장갑이었다.
강설은 이 물건들을 살짝 살펴보고는 크게 감탄했다.
“이건….”
보상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아니, 좋은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었지만.
보상으로 제안한 장비는 마치 강설이 사용할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소환사가 사용할 법한 물건들이었다.
블레인은 그런 강설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말했다.
“세상 모든 귀한 것들은 마탑을 거치게 되어있습니다. 이건 스노우맨 님과의 첫 만남을 기념하기 위한 선물로 여겨주셨으면 바랍니다.”
“이런 물건을… 감사합니다.”
뜻밖의 큰 선물에 강설은 감사를 표하고, 빛무리에 휩싸여 사라졌다.
지이이잉-
그가 사라지자, 프린이 블레인에게 말했다.
“뾰족 바위산에서 일어났던 일이 거짓이 아닌가 봐요, 스승님.”
“너도 그에게서 뭔가를 느꼈구나.”
“경계석 지원 때문에 만난 모험가가 얼마나 많은데요. 그중에 특이한 사람은 있었지만, 특별한 사람은 없었어요.”
스르륵….
프린의 눈빛이 몽롱해졌다.
물병자리 마탑에서도 특별 취급을 받는 그녀의 체질 덕분이었다.
“그가 특별하다고 말하는 거니?”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요.”
“그 느낌이 정확할 거다.”
“스승님도 그에게서 뭔가를 느끼셨나요?”
“그냥, 너와 같은 느낌이다.”
“그는 특별해요.”
“다음에 그가 마탑에 방문하면 알게 되겠지.”
“엥? 스노우맨 님에게는 초대장도 주지 않았는데 방문이라뇨? 그게 무슨….”
“…….”
“스승님! 정신 동결 저한테 쓰지 말라고 했죠!”
* * *
지이이잉-
노비라 인근의 숲길에 나타난 강설.
이제 전이자들은 모두 각기 다른 모험을 떠나 귀환 시기가 겹치는 상황은 좀처럼 없었다.
지금 강설의 곁에 아무도 없는 이유였다.
[다음은 현재 모험 6까지의 점수 획득 순위입니다.]
삐리릭-
[정보가 비공개 상태입니다.]
[당신의 점수는 920,600점입니다.]
최상위 모험가 순위
1. 비공개(920,600)
2. 대림동햄주먹(450,080)
3. 진격의소인(391,810)
4. 개똥벌레(380,270)
5. 신입생환영회(377,400)
노비라 지역의 모험가 순위였기에 순위는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별히 눈여겨볼 점은 2위부터 5위까지 점수 차이가 그렇게 크게 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강설과 2위와의 점수 차이가 2배 이상 압도적으로 난다는 점이었다.
전자는 이제 유저들의 수준이 평준화가 이루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었고 후자는 그런 상황에도 강설이 독보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 점수 차이 뭔데 ㅋㅋㅋ
– 쿠쿡… 이 프리더가 결국 노비라도 정복해버리고 말았군요.
– 자만 ㄴ 남쪽만 이럴 수도 있음.
– ㄹㅇ 점수 70만 점 넘는 플레이어도 꽤 있다고 들었음
– 지금 70만 점 넘는 것도 굇수인데 ㅋㅋ
[휴식을 시작합니다.]
[거점 휴식이 시작됩니다.]
[휴식 3. 유적 도시 노비라]
휴식 3. ‘유적 도시 노비라’
영원의 세계, 판데아의 남쪽 유적 도시 노비라.
대삼림에 인접하여 유적에서 파헤쳐진 많은 보물과 물자가 오고 가는 도시. 남부에서 꽤 큰 편에 속하는 암시장과 규모 있는 경매장이 형성되어 있다.
모험가들은 이곳 혹은 다른 휴식 지역에서 휴식과 수련을 충분히 마치고 다음 모험을 준비해야 한다.
목표 : 휴식과 정비.
목표 달성 실패 시 피곤합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약 30일」
근 20여 일이란 시간이 흘러 강설이 노비라에 도착했다.
강설은 노비라에 진입하기 전, 보상 확인부터 시작했다.
‘우선 칭호부터.’
[칭호 : 정령 사냥꾼]
관련 업적 : 닥치는 대로 (모험 : 미완성 : 색칠 공부)
특수 능력 : 정령형 몬스터와 전투시 낮은 확률로 상태 이상 공포를 유발하며 능력치가 5% 상승.
무난하고 평범한 칭호.
강설은 고개를 끄덕이고 진짜 보상인 장비들을 확인했다.
[벤타의 장막]
등급 : 희귀
적정 레벨 : 12 – 20
방어력 : 20
내구력 : 70/70
무게 : 0.1kg
섬광의 정령 벤타가 가진 능력을 모방해 만든 망토. 아무리 어두운 동굴이라도 이 망토만 있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
기본 능력 : 지혜 + 10 체력 + 8
특수 능력 : 어두운 곳에서 빛을 낸다.
그야말로 모험가 전용 아이템.
‘상당히 귀한 옵션인데….’
– 이거 옵션 개꿀이네 ㅋㅋ
– 대신 다른 사람들 눈뽕땜에 앞에 설 듯
– 애초에 거의 솔로 모험만 하자나…
성가시게 횃불을 들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전투 중에 횃불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영 거슬렸는데, 이 망토가 빛을 낸다면 그런 상황은 이제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정령 수호의 장갑]
등급 : 희귀
적정 레벨 : 14 – 20
방어력 : 35
내구력 : 80/80
무게 : 0.1kg
아주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불편함을 최소화한 장갑.
방어적인 용도로는 적당하지 않지만, 특수 능력이 강력한 편이다.
기본 능력 : 지능 + 3 지혜 + 8 체력 + 5
특수 능력 : 물리 충격이 ‘경상’을 유발할 정도로 가해지면 하루에 1번 그 충격을 무효화 한다.
“희귀 맞아?”
– 저는 지금 스노우맨과 같은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 미쳤다;; 옵션도 좋은 편인데 특수 능력 어마어마하네;
– 님들 이거는 다르게 생각해야 함
– 엥? 이견이 있다고?
– 모험에서 경상을 입히는 공격이 얼마나 있겠음? 죄다 중상이지 ㅋㅋ
– 쟈마드한테 펀치 한 방 맞으면 중상인데 ㅋㅋㅋ 경상은 발 헛디뎌서 넘어진 거나 적용되는 거 아님? ㅋㅋㅋ
– ㄹㅇ 바로 이거였네
강설은 시청자들이 떠들어대는 특수 능력의 맹점에 대해 이미 알아챘으나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장갑에 달린 능력이라는 게 중요하다.’
갑옷, 혹은 바지나 각반.
그 외에 무기나 중요 부위에 달린 능력이 아니었기에 덤이나 마찬가지였다.
‘암기를 팔다리에 얻어맞을 수도 있으니까.’
쟈마드와 카루나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처는 입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장갑은 상당히 쓸모 있었다.
강설은 망토와 장갑을 곧바로 착용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검은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힘이 느껴지는 무기.
이번 보상 중 가장 등급이 높은 쉐이즈의 은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