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40
제439화
단결의 유적.
발굴 당시에는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지만, 문에 남겨진 글귀를 해석한 후에는 이와 같이 불렀다.
“단언의 조각이 이곳에 있는 건 확실하겠지?”
“물론입니다. 위대한 자께서는 앞날을 내다보십니다. 유적의 끝에 도달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흥… 스승님의 명만 아니었으면 이런 곳에 발길이 닿는 일도 없었을 텐데… 스승님은 어째서….”
“슈라진 님, 의회는 언제나 좋은 협력 관계가 될 거라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마음을 여시는 게….”
“흥, 저질도 이런 저질이 따로 없다. 고결한 내 힘을 이따위로 사용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슈라진이라 불린 여성은 혀를 차며 팔짱을 꼈다.
“애초에 너희가 쓸모가 없는 것을 어쩌겠느냐?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다. 길을 뚫는 것도 이리 느리니….”
“그 때문에 말씀드리는 건데, 슈라진 님께서 조금만 나서주시면 분명 속도가 날….”
“…날 기만하는 것이냐? 애초에 너희의 전력이 별 볼 일 없어 생긴 문제를 내가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거지?”
“그, 그건 아닙니다. 다만 조금만 참아달라….”
슈라진은 이들이 싫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싫었다.
의회가 악의 소굴이기에? 그건 뭘 모르고 하는 말일 것이다.
슈라진과 그녀의 스승이 여태 저질렀던 악행을 떠올려보자면 의회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아… 어쩌다 너희와 붙어먹게 되어서는….”
“서로가 주고받을 것이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동맹이 성사된 것이겠죠. 위대한 자께서 슈라진 님의 스승님에게 후작 위를 수여한 것 또한 이와 같은 이치일 겁니다.”
“헛소리. 왕국을 가진 것도 아닌 자들이 작위로 등급을 나누는 것 자체가 비웃음을 살 만한 일이다. 아마 스승님께서도 비웃음을 삼키고 받아들였겠지.”
슈라진은 스승의 의사를 물어보진 않았으나 아마 그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서둘러라, 이곳에서 해를 보낼 셈이냐?”
“……알겠습니다.”
슈라진이 이곳에 와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을 줄은 몰랐기에, 그녀에게 딸려온 수하들도 애가 타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직접 나섰다면 이런 유적쯤은 금방 돌파했을 텐데,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니 속도가 나지 않았다.
벌써 유적 진입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슈라진이었다면 한 시간도 안 되어 돌파했을 거리를 일주일 동안 돌파하고 있었다.
‘미친 여자로군….’
일의 효율보다도 자존심이 우선인 듯했다.
‘잘못하면 여기서 한 달을 썩겠어, 돌아가면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해주마.’
의회의 인물들은 슈라진에 대한 앙금을 되새긴 후, 거북이가 기어가는 듯한 속도로 다시 유적 돌파를 진행하려 했다.
쿠구구구구궁…
변화가 찾아온 것은 이때쯤이었다.
“…어?”
“무슨 진동일까요?”
“쉿, 입 닥쳐 봐.”
“…….”
슈라진이 팔짱을 풀었다.
[두 번째 문에 진입합니다.]
[단결된 힘은 깨졌습니다.]
[봉인된 힘이 깨어납니다.]
[거대한 시련이 찾아옵니다.]
[마물이 증식합니다.]
“…뭐?”
그들의 눈앞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끼긱… 끼이이이익…
방금까지 길을 틀어막고 있던 마물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불쑥, 두 마리로 나뉜 것이다.
“하… 이건 또 뭐야?”
“유, 유적의 마물들이 불어나고 있습니다!”
“아아아악-!”
“측방이 밀린다! 지원해줘!”
슈라진은 그녀와 의회의 일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금 막 생각하게 되었다.
그야, 다음 변화가 시작되었으니까.
[세 번째 문에 진입합니다.]
[마물이 강화됩니다.]
우드드득…
키에에에에에-!
마물들의 외피에 갑옷과 흡사한 갑각이 생겨났다.
크르르…
그들의 뭉툭한 이빨은 흉측하게 부풀어 금방이라도 인간의 신체를 썩둑 잘라낼 것 같았다.
“…과연, 이게 유적의 원래 모습이라 이건가? 재밌군.”
“막아! 전선을 유지해라!”
“불! 불을 뿜는다, 이 녀석들!”
“망할! 보급품에 불이 붙었다! 얼른 꺼!”
그때까지도 슈라진은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네 번째 문에 진입합니다.]
[우두머리 격의 마물이 탄생합니다.]
으지직… 으지지지직…
키아아아아-!
“저, 저건….”
다른 마물보다 족히 2배는 거대한 놈이 곳곳에서 생겨났다.
“후, 안 되겠네. 너희들, 다 죽겠어.”
“슈라진 님! 도움을 주십시오!”
“그래.”
짜아아아악-!
부우우우웅…
그녀의 손에서 그림자로 만들어진 마수가 튀어나와 전방의 마물을 후려갈겼다.
콰아아아앙-!
“큭! 이 틈에 어서 빠져나와!”
“그림자에게 자리를 비켜줘라! 어서!”
슈라진은 그림자 소환수들을 앞으로 전진시켰다. 그러자, 금세 상황이 호전되었다.
“이거 왜 이래, 문은 다섯 개였잖아.”
아직, 문 하나가 더 남았다.
[다섯 번째 문에 진입합니다.]
[단결은 완전히 깨어졌습니다.]
[유적의 지형이 시시때때로 변화합니다.]
[유적에 정신 오염을 유발하는 연기가 밀려옵니다.]
[통로마다 다른 능력을 지닌 특수한 수문장이 탄생합니다.]
[수문장은 주변 마물을 강화합니다.]
[수문장을 제거하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
쿠우웅…
쿠우우우웅…
“하하, 재밌네. 너희들 짓은 아니지?”
“그, 그럴 리가요. 아니,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때, 저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다.
“무,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우거들이 인간을 보내왔습니다!”
“추격자들입니다! 배신자 지안이 함께 있습니다!”
짜아아악-!
슈라진이 손뼉을 치며 그림자를 부렸다.
“그래, 이제야 의욕이 좀 생기는군.”
“슈라진 님….”
“단언의 조각을 노리는 녀석들이 우리 말고 또 있단 말이지?”
부우우웅…
그녀가 손을 뻗자, 다소 널찍한 소매 폭에서 무언가 튀어나와 마물들 위로 쏟아졌다.
* * *
“그러니까, 왜 우리가 이렇게 나뉜 거죠?”
“하하… 나도 지금 생각 중이니까 너무 불평하지 말라고. 서로 아쉬운 상황이니까 말이야.”
“싸우지 마, 싸우지 말자.”
강설 일행이 의회의 돌파를 막기 위해 진입해야 하는 문은 총 4개.
인원은 여섯.
무력의 순서대로 나누면, 강설과 그의 소환수가 4문으로 각기 나뉘어 진입하고 지안과 신디오가 그 문 중 어디로든 따라갈 수 있었다.
일행의 길잡이는 지안이었지만, 중요한 결정은 강설이 하는 상황. 문에 진입할 인원 또한 강설이 나누었다.
“왜 우리 셋인 건데요….”
“탄시아는 좋아!”
“그, 그래… 좋은 건 알겠는데.”
탄시아와 지안, 그리고 신디오까지. 조금 낯선 조합으로 움직이게 된 셋.
유적의 수준을 이미 가늠한 강설이 그들 셋을 한데 묶어 하나의 문으로 통과하게 했다.
이는 강설이 변화했음을 알게 해주는 선택이었다.
분명, 위험할 수 있다.
지안에 대한 의심은 거두어지지 않았으며, 신디오의 능력은 검증받지 못했다.
그러나, 믿을 것이다.
강설은 탄시아를 믿기로 했으니까.
탄시아가 이 유적의 돌파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앞으로 그 판단을 뒤집어야 할지도 몰랐다.
– 탄시아, 언니 오빠를 네가 지켜줘야 해.
– 탄시아가?
– 응, 탄시아는 강하니까.
예전의 강설이었다면 탄시아를 감싸고 돌았을 것이다. 모든 문을 이용하지 않고 인원을 셋으로 쪼갠다든가 하는 식으로.
하지만, 이제는 그녀를 믿기로 했다.
탄시아는 강설과 같은 문으로 들어가는 비탄이 한 말을 떠올렸다.
【탄시아, 검은 조직의 기상을 보여줘라. 큭큭….】
“탄시아가 지켜줄게! 너무 걱정하지 마!”
“…에휴.”
“이봐, 꼬맹이를 못 믿는 거야?”
“그게 아니라… 후… 네. 뭐, 결국 우리 둘이 해내야 할 것 같은데요.”
“꼬맹이의 힘을 못 봐서 그래. 이봐, 꼬마. 문제가 생기면 저 여자보단 날 우선해서 구해라.”
“공평하게 구할 거야! 아빠가 둘 다 지켜줘야 한다고 했어.”
“그래도 순서라는 게 있잖아? 너도 솔직히 저 언니 마음에 안 들지?”
“지금 애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때, 먼저 진입한 의회 일행에게 가해진 페널티가 그들에게도 전해졌다.
으지지직…
단결하지 않은 대가는 실체가 되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수가 좀 많은데, 다행히 뼈는 알차 보이는군.”
“군데군데 좀 커다란 녀석들도 섞여 있네요…. 제가 저 녀석들을 맡을게요.”
“남은 건 전부 내가 처리하라고?”
“불가능해요?”
“끄응….”
짜아아악-!
짜아아악-!
동시에 박수치는 신디오와 지안.
[신디오가 오로라 화살을 사용합니다.]
[대상에게 상성 피해를 입히는 마법 화살을 발사합니다.]
피유우우우우우…
파아아아악-!
정확히 우두머리 격 마물의 머리를 터트리는 신디오의 오로라 화살.
[지안이 따서 갚을게를 사용합니다.]
[뼈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해골 수호물을 소환합니다.]
[해골 수호물이 만든 뼈 자원을 흡수합니다.]
[충분한 뼈 자원이 축적되어야 추가 소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한 마리 가지고 뭘 하겠다고요?”
“지켜봐.”
짜아악-!
[지안이 뼈의 물결을 사용합니다.]
[근처 범위의 생명이 소멸할 경우, 뼈 자원이 대량으로 축적됩니다.]
[뼈 자원이 축적될 때마다 해골 수호물이 소환됩니다.]
따다닥…
따닥…
끼이이이이-!
장어가 일어선 것처럼 생긴 해골 수호물 한 기가 마물을 물어뜯자 또 다른 해골 수호물이 생겨났다.
“이런 물량 공세에는 사령술이 제격이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콰지지직-!
콰지직!
해골 수호물들은 점차 세를 불려 나갔다. 그리고 종국엔, 마물들의 수를 압도할 정도로 불어났다.
“어때, 좀 달라 보이나?”
“굉장히 우쭐하시네요.”
“하하하! 누구와는 달라서 말이지.”
“이익… 저도 저런 마물쯤은 충분히 쓸어버릴 수 있거든요?”
“정말? 어지간히 괴물이 아니고서야 저 마물들을 쓸어버릴 마력이 되지 않을 텐데?”
“그건… 그렇지만.”
지안이 무리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가 가장 활약하고 있었으니까.
“우으으….”
탄시아가 분한 듯이 움츠러들었다. 그녀가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낫겠다 싶을 정도로 지안과 신디오의 합은 탁월했다.
피해 없이, 엄청난 속도로 마물을 쓸어버리며 나아가고 있었다.
고작 한 시간 만에, 의회가 진입한 깊이를 따라잡았다.
“꼬맹아, 애석하게도 우릴 지켜줄 필요는 없어 보이네.”
“이러면 안 되는데… 탄시아한테 지키라고 말했는데….”
탄시아는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당황했다. 이렇게 되면, 강설의 믿음을 배신한 것인가? 그러면 자신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인가? 라는 물음이 그녀를 괴롭혔다.
“큭큭… 잘 따라오면 강설 녀석에게 네가 충분히 활약했다고 말해주마.”
“…정마알?”
“그럼!”
탄시아는 눈이 초롱초롱 빛냈다가 고개를 휘휘 젓고 눈에 힘을 줬다.
“그건 거짓말이야, 탄시아는 거짓말하면 안 돼.”
“아빠를 닮아서 고지식하구나. 전부터 궁금했는데, 네 엄마는 누구냐? 그 수사관이냐? 보아하니 그 요정은 아닌 것 같고….”
“우리 엄만 용이야.”
듣고 있던 신디오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웁… 큭… 아, 아니 웃으려고 한 게 아니라….”
“진짠데….”
“꼬맹아, 그 녀석이 널 용이 물어다 줬다고 한 건 아니겠지?”
“아니야, 진짜야!”
지안은 탄시아의 로브 후드를 벗기며 말했다.
“네가 용이라면 분명히 여기에 뿔이 있어야….”
양의 뿔과 닮은 딱딱한 무언가가 탄시아의 이마 양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씨… 정말이었잖아?”
“아니, 애 앞에서 욕은….”
신디오도 그제야 탄시아의 뿔을 확인했다.
“엄마야! 요, 용이잖아!”
“그래… 어쩐지, 앗시리 그 영감이 아무리 그래도 꼬맹이한테 짓뭉개질 견적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지안은 탄시아의 뿔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대체 그 녀석은 뭐 하는 녀석인지… 덕분에 마음은 놓인다만….”
“…지안, 저길 봐요.”
고오오오오오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마물이 나타났다.
두 발로 걷는 녀석은, 온몸이 석유를 바른 듯 새카맸다.
그리고 입이 무척 컸다.
그들이 향한 문의 수문장이었다.
피유우우우우우-!
신디오의 오로라 화살이 놈에게 날아갔지만, 가볍게 떨쳐내는 수문장.
[수문장 ‘정신 이탈의 굼’이 출현합니다.]
기이이…
기이이이이이…
“잠깐… 뭘 하려는….”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굼이 고함을 지르자, 엄청난 마력의 파동이 그들을 휩쓸었다.
[마법 저항 주사위를 굴립니다.]
[마법 저항 주사위의 눈이 4가 나왔습니다.]
[지안이 나쁜 꿈에 저항합니다.]
……
[마법 저항 주사위를 굴립니다.]
[마법 저항 주사위의 눈이 3이 나왔습니다.]
[숙련된 마법사는 마법에 내성이 있습니다.]
[마법 저항 주사위의 눈이 1 추가됩니다.]
[신디오가 나쁜 꿈에 저항합니다.]
“큭, 빌어먹을… 정신 마법이다. 난 이쪽엔 약한데… 2파는 못 견딜 거야, 이봐. 뭘 좀….”
“지금 방어진을 펼칠게요! 근데 제 전문은 아니라 오래 버티진 못할….”
기이이…
기이이이이이…
“맙소사… 거짓말이지?”
“귀! 귀를 막아요!”
“소용없어! 멀어져야….”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 제기랄….”
털썩…
털썩…
후두두둑…
신디오와 지안이 무너지자, 해골 수호물 또한 무너져내렸다.
그 말인즉, 다수의 마물과 수문장이 그들에게 밀어닥칠 예정이라는 뜻.
그리고 그런 상황을 기다리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고마워!”
탄시아가 지안과 신디오를 한쪽에 포개놓고는 그 앞을 막아섰다.
“이제, 탄시아가 지키면 되는 거지?”
[탄시아가 용의 고결함을 각성합니다.]
[용은 일반적인 정신 마법에 면역입니다.]
[나쁜 꿈에 저항합니다.]
[일반적인 정신 마법이 아닙니다.]
[나쁜 꿈이 일부 효과를 발휘합니다.]
스으으으으…
마물들의 틈바구니로, 이질적인 존재의 형상이 맺혔다.
아름다움을 넘어선, 존귀하다시피 한 외모.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탄시아를 바라보고 있는 형상.
〔…탄시아.〕
“…누구지?”
강설이라면 단박에 알아보았을 여인.
탄시아의 탄생과 얽혀 있는 탄크리드의 환영이 그곳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