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42
제441화
슈라진은 강설이 내비친 적대감에 놀라움을 표하는 한편, 그의 호기를 비웃었다.
“미레이가 잡종이라는 게 그렇게 분할 일인가? 뭐… 남녀로서의 짙은 정 같은 거?”
“…입이 지저분한 편이군.”
“솔직하다고 해주지 그래. 잡종을 잡종이라 말하는 걸 막는 건, 굉장한 의사 침해니까 말이야. 그보다, 미레이는 같이 오지 않았나?”
“…….”
강설의 낯빛에 스치는 슬픈 감정을 잡아낸 슈라진이 씨익 웃었다.
“죽은 거군. 스승님의 속을 썩이더니 객지에서 명을 다한 거야.”
“그녀는 소명을 다했고 세상을 위해 힘을 남겼다.”
“힘? 힘이라면 얼마든지 가질 수 있었어. 멍청한 게 제 고집대로 행동해서 가지지 못한 거지.”
슈라진은 지금 내뱉고 있는 말 그 자체를 거짓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너도 그 얼빠진 계집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을 테니 얼마나 유약할지 안 봐도 뻔하겠군. 다들 물러나, 앞에서 방해하지 말고.”
“예… 예!”
짜아아악-!
“나와라, 재주꾼들아.”
[슈라진이 그림자 : 모사를 사용합니다.]
[그림자가 특정 개체를 모사합니다.]
[특정 개체가 가진 힘을 일부 모방합니다.]
[능력치는 그림자가 보유한 힘에 따라 결정됩니다.]
부우우우웅…
그녀의 소매에서 예의 그림자가 빠져나왔다.
으지직…
그리고 대략 30여 개체로 나뉘어 죽 늘어섰다.
그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그림자는 수습 마법사의 모습을, 어떤 그림자는 백전불태의 기사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때? 너로서는 꿈도 못 꿀 재주 아니야?”
강설이 슈라진의 힘을 목격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평범한 그림자가 아니었군.”
“제법이야, 눈은 쓸 만한걸? 자, 준비하지 않으면….”
짜아아아악-!
휘오오오오…
강설의 몸에서 스멀스멀 시커먼 어둠이 피어올랐다.
“…그거, 그림자가 아닌데?”
“눈은 쓸 만하군.”
강설의 몸에서 피어오른 힘은, 그가 칠흑의 미궁에서 먹어 치운 어둠이었다. 그림자보다도 진한 검정.
그는 이번 싸움에서, 동방을 떠나온 후 줄곧 연마한 소환술을 시험하고자 했다.
‘딱 적당한 상대야.’
처음으로 상대하는 그림자 소환사, 거기에 미레이의 죽음을 들먹이는 도발까지.
[까마귀 축제를 사용합니다.]
[축적된 피조물을 불러들입니다.]
[까마귀는 주변 적에게 까마귀 포탄을 사용하여 날아가 부딪힙니다.]
[유지 가능한 최대 까마귀 수는 정해져 있으며, 제압되거나 소멸할 때, 마력을 소모하여 보충합니다.]
[까마귀 축제의 지속 시간은 적을 제거할 때마다 늘어납니다.]
푸드드드득-!
강설의 몸에서 그가 조형한 피조물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까마귀? 처음 보는 그림자군.”
“그쪽도.”
“공통점이 없는 건 아니었네? 그럼 어디, 실력을 좀 볼까?”
날아오르는 까마귀의 수가 점차 많아지자, 슈라진이 너무 늦기 전에 공격을 시작했다.
[슈라진의 모사된 그림자가 얼음 화살을 사용합니다.]
[슈라진의 모사된 그림자가 용맹한 사투를 사용합니다.]
[슈라진의 모사된 그림자가 냉정한 포효를 사용합니다.]
……
수십의 개체가 동시에 힘을 발휘하며 강설 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수가 수인 만큼 정교한 조작은 무리였는지 능력에 비해 대형은 엉성했다.
푸드드드드드득-!
까마귀들이 강설의 몸을 중심으로 맹렬하게 회전했다.
퍼어어어어억-!
퍼어어어어어억-!
까마귀의 부리가 그림자 군세의 신체를 꿰뚫었다.
“…쳇.”
강설이 사용한 까마귀 축제는 범위도 범위인데, 회전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마치 폭풍과도 같아 반경 안으로 들어서면 온몸에 까마귀의 부리보다도 큰 구멍이 뚫렸다.
쩌저저적-!
퍼어어어어어엉-!
또 하나, 슈라진의 군세가 맥을 못 추는 이유 중 하나는 까마귀가 회전하며 강설을 노리는 외부의 위협을 모두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허투루 공부한 건 아니군.”
슈라진이 여유롭게 말했다. 강설의 까마귀 축제는 분명 효율적인 힘이었으나, 그 범위엔 한계가 있는 듯했다.
슈라진이 그 범위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녀를 타격할 수단은 없었다.
그런데 그때, 슈라진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말하는 거냐?”
분명 강설은 저 멀리 떨어져 있는데 어째서 바로 지척에서 소리가 들리는 걸까.
휙-!
슈라진이 재빨리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확인했다.
푹-!
“…이 무슨.”
슈라진의 볼에, 강설의 손가락이 닿았다. 분명 손가락을 내찌른 건 강설이었다.
장난스러운 행동, 그러나 그의 표정엔 일말의 장난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슈라진의 볼을 찌르고 있었다.
팟-!
슈라진이 멀찍이 물러나며 까마귀 축제의 중심에 있는 강설을 향해 마법을 쏘았다.
[슈라진이 그림자 화살을 사용합니다.]
[화살이 적중하면, 그림자로부터 받는 피해가 20% 증가합니다.]
퍼어어억-!
까마귀들을 피해 지나간 그 화살은 강설의 얼굴에 틀어박혔고, 그 일부를 무너트렸다.
“…그림자였군. 언제 움직였지?”
“로브를 벗을 때.”
강설은 로브를 집어 던지는 동작과 함께 본체를 모방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일체 분신에서 착안한 이 능력은 특정한 상황에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
“…잡종이!”
팍-!
슈라진이 군세를 물렸다.
정확히는 손을 뿌리치자, 군세가 모래 병사처럼 무너져 내리며 그것을 이루던 것들이 모여 커다란 공이 되었다.
부우우우웅…
“…날벌레인가?”
“이제라도 눈치를 챘으니 칭찬이라도 해줘야 하려나?”
평범한 날벌레가 아니다.
분명, 초파리보다도 작은 생명체가 그림자를 품고 있었다. 이것들은 흩어졌다 모이며 다른 그림자를 흉내 내고 있었다.
짜아아악-!
[슈라진이 수천 번 상처 입은 아주무트를 소환합니다.]
[수천 번 상처 입은 아주무트의 그림자가 벌레 구체를 집어삼킵니다.]
……
아주무트는 곰의 형상을 한 그림자였다. 등에 화살이 박히고 머리에 도끼가 박힌 기괴한 그림자.
쩌어어억-!
녀석이 벌레로 만들어진 구체를 집어삼켰다.
부우우우우웅…
아주무트의 덩치가 점차 거대해졌다.
“피해! 위험하다!”
“으아아아악!”
으직…
으지지지직…
아주무트가 거대해짐에 따라 근처에 있던 의회의 졸개들이 덩치에 깔렸다.
짜아아악-!
강설도 아주무트가 난리를 치기 전, 녀석을 제압할 그림자를 소환했다.
휘오오오오오…
휘리리릭-!
거대한 검은 늑대 두 마리가 아주무트의 앞에 나타났다.
크르르르으으…
크르르르…
아주무트에 비할 덩치가 아니었지만, 그런데도 느껴지는 위압감은 수상하리만큼 거대했다.
“물어뜯어.”
“아주무트! 짓뭉개라-!”
크어어어어엉-!
아주무트가 앞발을 내리치자, 코코와 쿠쿠루가 양쪽으로 흩어졌다.
이 거대한 두 늑대는 평상시에는 허무에 들어가 강적들을 상대로 마음껏 배를 채우고 있었으니, 발톱과 송곳니가 녹슬 우려 따위는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아주무트가 유적 바닥을 후려치자, 전당이 뒤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충격이 뒤따랐다.
크어어엉-!
신디오가 아주무트의 힘을 목격하고, 비명을 질렀다.
“도와야 해요! 저런 괴물을 어떻게 혼자서….”
“으음….”
지안이 망설이고 있을 때, 탄시아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괜찮다고? 어째서?”
“응! 아빠가 훨씬 대단하니까.”
지안이 탄시아에게 물었다.
“꼬마야… 정말이냐?”
“응!”
먼지가 가라앉은 전투 현장의 상황은 슈라진의 기대와는 달랐다.
크아아아아아-!
콰드드득…
콰드드드득…
거대한 늑대들이 아주무트의 몸을 물어뜯고 있었다.
콰지지지직-!
뜯겨나가는 곰의 살점.
그 안에는 그림자가 넘쳐흘렀다.
“아주무트!”
콰지이이익-!
콰지지직!
아주무트는 충분히 위협적이었으나, 거대한 덩치 때문인지 빠르지는 않았다.
코코와 쿠쿠루는 그 빈틈을 이용해 아주무트의 팔이 닿지 않는 곳을 물어뜯었다.
그들의 엄니는, 아주무트의 뼈까지 으스러트릴 정도로 단단했다.
“웃기지 마… 웃기지 말라고!”
슈라진이 비명 아닌 비명을 질렀다.
파아아앗-!
그 순간, 아주무트의 팔 하나를 조각낸 코코가 슈라진의 비명을 듣고 그쪽을 향해 뛰었다.
“뭣….”
슈라진이 당황하여 마법을 사용하려 했으나, 코코의 속도보다 빠를 순 없었다.
슈라진이 질끈 눈을 감았다.
쿡-!
볼에서 느껴지는 손가락의 감촉.
또였다, 또 강설이었다.
코코와 쿠쿠루는 아주무트를 항거 불가능할 정도로 만신창이로 만들고 사라진 후였다.
“더 보여줄 게 있나? 모처럼이니, 다른 힘도 보고 싶은데.”
“…너, 후회할 거야.”
강설은 슈라진의 힘을 차분히 관찰할 생각이었다. 미레이를 잡종이라 부른 복수이기도 했지만, 필연적으로 다가올 그레고리와의 싸움을 대비해 다른 그림자 소환사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둘 생각이었다.
“뭣들 하고 있어! 녀석을 죽여!”
“예? 아….”
“어서! 놈도 마력이 무한한 건 아니야! 지금이다!”
슈라진이 소리치자, 의회 졸개들이 일제히 강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죽여어어!”
“지금이다! 기회야!”
까마귀도 거두어졌고, 늑대도 사라졌다. 그들은 이를 소환사의 마력이 다했다는 신호로 판단한 것이다.
의회 병력이 우르르 강설에게 달려드는 와중, 이와 반대로 그의 일행은 아무도 이 싸움에 개입하지 않았다.
휘릭-!
콰아아아앙-!
[소환사의 거리가 발동합니다.]
[충격파 범위에 있는 상대가 강하게 튕겨 나갑니다.]
전당에 강설의 발자국이 남겨지자, 그 주변으로 막대한 충격파가 전해졌다.
“큭….”
“조심해라! 아직 마력이 남아 있다!”
“밀어붙여야 해! 시간을 주지 마라!”
“슈라진 님! 지금입니다!”
그때, 뒤쪽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아악!”
“살려줘!”
“하지 마!”
강설이 손을 쓰기도 전에, 진형은 뒤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원인은 슈라진, 그녀였다.
부우우우웅…
[슈라진이 병충해를 사용합니다.]
[넓은 범위에 그림자 피해를 입히며 이 능력으로 사망한 대상의 그림자를 강제로 흡수합니다.]
검은 벌레가 휩쓸자, 의회의 병력이 분쇄기에 닿기라도 한 것처럼 갈려 나갔다.
“슈라진!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다!”
“입 닥쳐! 도움도 안 되는 것들이… 이렇게라도 내게 도움이 돼라.”
“위대한 분께서….”
“그 녀석은 너희 따윈 안중에도 없을 거다.”
치이이익…
벌레에 완강히 저항하던 마지막 병사가 새빨개진 눈으로 슈라진을 저주했다.
“…지옥에서 보자, 슈라진.”
끼기기긱…
거대한 벌레 구체가 그들의 생명으로 탄생했다. 황홀한 광경이었지만, 동시에 끔찍했다.
“끔찍한 짓이군.”
“네 걱정이나 해라, 곧 미레이 곁으로 갈 테니.”
짜아아아악-!
[슈라진이 붕괴의 그림자 창을 사용합니다.]
[붕괴의 그림자 창은 적중한 대상에게 그림자 맹독을 주입합니다.]
[그림자 맹독은 소모된 그림자만큼 강화되며, 대상을 중독 피해로 사망에 이르게 할 시 강제로 복속시킵니다.]
파치지지지지직-!
공중에 생겨난 그림자 창.
후우우웅…
그림자 창이 강설을 겨누자, 슈라진이 말했다.
“…섬겨라!”
파아아아아아앙-!
그림자 창이 강설에게 내리꽂혔다.
“강설!”
“위험해요!”
지안과 신디오의 비명.
따아악-!
그때쯤, 강설의 뒤에 거대한 그림자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절기 : 어둠살이를 사용합니다.]
[어둠살이를 소환합니다.]
너무 늦은 대응일까.
어둠살이가 형상을 이루기도 전에 창이 내리꽂혔다.
“됐어!”
슈라진이 손을 꽉 움켜쥐었을 때, 그림자 창이 나아가다 말고 무언가에 저지당했다.
“…뭐?”
카가가가가가가가각-!
강설이 양팔로 그림자 창을 붙잡으려 했다.
“소용없다! 그따위 힘으로….”
강설이 어둠살이를 소환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휘오오오오…
어둠살이의 그림자가 강설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밤까마귀 형상을 취합니다.]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어둠살이의 모든 힘을 흡수합니다.]
시커먼 강설을 처음 본 신디오와 지안이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끼기기기긱…
한편, 슈라진은 애타는 마음으로 그림자 창이 강설을 꿰뚫고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으직…
강설이 디딘 땅이 뭉개지며 그림자 창이 한 발짝 전진했다.
슈라진도 그림자 창에 가진 마력을 모두 쏟았다. 어차피 이번 공격이 막힌다면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그리고 상황은 꽤 유리한 듯 보였다.
콰직…
강설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네놈은 내가 그림자로 만들어 스승님에게 데려가 주마! 미레이의 죄악을 네가 대신 짊어져야 할 것이야!”
표독스러운 어조로 강설을 조롱하는 슈라진.
그 순간.
휘오오오오오…
강설이 검은빛으로 타올랐다.
“…어?”
[절기 : 한밤을 사용합니다]
[당신은 그림자입니다.]
[당신은 근원 상태입니다.]
[모든 능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쩌저적…
쩌저저저적…
타오르는 아트로밀 회로.
강설의 얼굴에 잔뜩 솟은 혈관은, 그림자와 대비되게 푸른 선을 그렸다.
콰지지지지지직-!
그림자 창이 부서졌다.
“말도….”
파아아악-!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슈라진의 목을 움켜쥐는 강설. 아주 가뿐하게 그녀를 들어 올렸다.
“컥… 커어억….”
“미리 말하지. 넌 그림자도 될 수 없다.”
“키히힉… 이 힘… 너 완전한 그림자가 됐구나… 스승님도 불가능할 거라 말했는데….”
“…….”
“미레이가… 널 만든 거냐?”
푸른색 선이 눈까지 이어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뿜는 강설.
“일부는.”
“잡종은… 아니었군. 미친 여자였어…. 아쉽군… 아쉬워… 스승님이 널 죽이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게….”
푸화아아아아악-!
강설이 손을 움켜쥐자, 슈라진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후두두두둑…
털썩…
슈라진의 시체를 내팽개친 강설이 한밤 상태를 해제했다.
스르르륵…
정적이 감도는 분위기에서, 신디오와 지안이 접근했다.
“어떻게 이런 힘이… 당신… 그리고 아까 그 푸른 혈관은 또….”
“나부터, 나부터 말하지.”
“뭐예요!”
“중요하다. 중요한 문제야.”
“…….”
지안이 강설의 무심한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내가 숨긴 녀석 중 한 명이 그레고리다. 그 무자비한 녀석이 의회에 협력하지. 어때, 비밀을 일부나마 엿본 심정이?”
“크게 감흥은 없군.”
“그레고리의 이름에도…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야? 놈은… 아니지, 무슨 말을 하려 했더라? 아! 강설, 이것만 말해줘. 중요하다!”
지안은 물었다.
이 싸움의 많은 것을 결정할 중대한 비밀을.
“너, 그레고리에게 이길 수 있어? 정말로… 놈을 막을 수 있냐고.”
강설은 그레고리라는 이름의 무게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차오가 미레이인 줄도 모르고 마냥 그레고리의 힘을 일부라도 물려받는 건 아닐까 기대했던 과거.
당시에 그레고리라는 이름은, 강설에게 있어서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닿을 수 있을지 감도 오지 않던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멀리 떨어진 땅에서 미레이는 과거에 남겨진 채로 죽었다. 그리고 한 가지를, 세상에 남겼다.
– 우주에서 제일가는 천재 미레이의 300번… 아니 마지막 기록. 나는 증명했어, 그레고리. 이게 내가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발자국이야.
상대가 그레고리라면, 누구든 대답을 망설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강설은 뜸 들이지 않고 지안이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붙어봐야 알겠지.”
“붙을 생각이구나. 붙을 생각이야….”
지안의 눈동자가 타올랐다.
희망인지, 광기인지 모를 불꽃으로.
“너, 붙을 생각이야.”
강설의 메시지 창이, 이미 결정된 것들을 쏟아냈다.
[세력 : 그레고리와 제자들과 세력 : 장막의 전면전이 시작됩니다.]
[승리한 세력이 패배한 세력의 모든 시대력을 흡수합니다.]
[권능 쟁탈전 : 그림자의 왕이 시작됩니다.]
[진행 중인 모험이 대장정 : 낡은 시대의 불꽃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