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46
제445화
부엉이 영령 카이로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쿠파와 강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 하아… 인연이란 것인가, 어찌….
신디오와 지안이 속닥거렸다.
“분위기가… 어째 들여보내 줄 것 같은데요?”
“그러게, 저 새 때문인가?”
“저렇게 큰 새는 처음 봐요. 북방에 불사조라는 대단히 큰 새에 대한 전설이 있기는 한데….”
“그건 케시이족의 전설이고… 데키족이랑은 관련이 없는 얘기잖아.”
– 떨어져라, 쿠파. 사사로운 일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느냐!
쿠루룩-!
쿠파가 강설에게 딱 달라붙어 카이로를 향해 목청을 높였다.
쿠루루룩-!
쿠루루루루!
– 크으… 네 뜻이 정 그러하다면 이방인들의 체류를 허락하겠다. 그러면 되겠지?
쿠루루룩-!
카이로가 깃으로 이마를 짚었다.
– 어쩌다 이런 녀석이 들어와서는….
“됐나 봐요….”
“그러게… 이걸 인맥이라고 해야 하나? 새잖아?”
“덕분에 오늘 밤엔 호루스에서 자겠군요.”
강설이 쿠파의 부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쿠파, 호루스에는 어쩐 일이야?”
쿠르륵!
쿠르르륵!
강설은 카이로가 던진 몇 마디 문장을 조합해 쿠파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추론했다.
“설마… 쿠파가 영령의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겁니까?”
카이로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 아직 그 아이에겐 이르다. 하나 그 길 위에 있지.
강설이 쿠파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대단하네, 쿠파. 영령이 되려는 거야?”
쿠르르륵-!
쿠파가 날개를 활짝 벌려 자신의 성과를 자랑했다. 강설이 그 모습을 보며 활짝 웃었다.
“잘했어, 쿠파. 노력했구나.”
쿠루룩-!
카이로는 눈을 그들에게서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 너희에게서 느껴지는 모투투의 기운은 무엇이냐?
이제야 이야기를 들어 줄 분위기가 된 것 같아 강설은 트리엄에서 있었던 일을 전했다.
“트리엄의 오우거들이 사냥한 것을 조금 나누어 받았습니다. 거절할 분위기가 아니라 입에 대었습니다.”
– 고얀… 하지만, 그자들이라면 그럴 만하지. 모투투가 그들의 땅으로 넘어간 거겠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 하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모투투의 최후는 아쉽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이로군.
강설은 어딘가 이상한 모투투의 최후를 카이로에게 물었다.
“그런데, 모투투는 어째서 호루스를 벗어난 것입니까?”
– …골수까지 스며든 타락 때문이지.
‘타락이라….’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자닉.
그 외에도 있을 만한 경우의 수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 네가 고민할 문제는 아니다. 영령의 문제다.
“…알겠습니다.”
카이로는 시큰둥한 말투로 한 마디 남기고 떠나려 했다.
– 호루스에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오래 있지는 말아라.
강설이 떠나려는 그를 불러 세웠다.
“카이로 님! 밤이 늦지 않았다면, 자바투 님을 알현할 수 있겠습니까?”
자바투.
호루스의 사슴 영령.
카이로는 자바투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미심쩍은 눈빛을 하고 물었다.
– 자바투를? 어찌하여?
강설은 탄시아의 손을 잡고 숨김없이 말했다.
“이 아이가 무의식중에 큰 사슴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 …그것이 사실이냐?
이번 질문은 탄시아에게 주어진 것.
그녀는 앙증맞은 손가락을 펴 뿔 흉내를 내었다.
“응! 큰 뿔! 큰 사슴!”
카이로는 그녀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는지, 날개를 펄럭여 날아올랐다.
– 좋다. 영령들을 깨우마.
우우우우우웅…
녹옥빛 광채가 산 전체에 퍼져나갔다. 반딧불처럼 자잘한 빛들이 어딘가로 흘러들었다.
“나무다! 엄청 커!”
탄시아가 가리킨 방향엔, 산 정중앙에 솟은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아마, 판데아에서 본 나무 중 가장 큰 나무일 것이다.
‘영목(靈木) 데키부.’
호루스 산에 솟아오른 저 영혼 나무가 바로 데키족의 상징이었다. 영목의 이름을 따 그들의 이름이 만들어진 것 또한 그러한 연유에서다.
– 쿠파, 먼저 가 있겠다.
후우우욱…
휘오오오오오오…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며 카이로가 날아올랐다. 어딘가, 정해진 장소에서 보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
쿠루룩-!
쿠파가 몸을 낮추어 기울였다.
“오랜만이네!”
카렌이 신이 나서 가장 먼저 쿠파의 등에 올랐다. 뒤이어 탄시아를 품에 안은 강설과 카루나가 쿠파의 등에 올랐다.
강설이 지안과 신디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안 타?”
“……타라고?”
“타는 거였어요?”
– 야, 타!
– 무섭다… 오렌지족!
– 스포츠카…는 아니지?
– 스포츠 탱크임.
지안과 신디오가 쿠파의 등에 오르자, 쿠파가 거대한 날개를 흔들었다.
후우웅…
후우우웅…
곧, 몸이 떠올라 호루스 산을 한 번에 볼 수 있을 만큼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나, 날고 있어요!”
“정말… 죽여주는군.”
지안은 찬 바람을 맞으며 기묘한 감정을 느끼는 듯, 말수가 적어졌다.
휘오오오오오…
비행은 길지 않았다.
콰지지지직…
쿠파가 거칠게 착지했다.
돌로 조각된, 거대한 영령 조각상들이 마주 보고 있는 곳.
부엉이 조각상 옆에 카이로가 서 있었다.
“다른 영령들은….”
– 오고 있다.
쿠우우웅…
“…뭐, 뭐지? 지진이에요?”
“아닌 것 같은데….”
쿠우우웅…
쿠우우웅…
나무의 키보다 거대한 곰의 영령이 숲을 헤치고 다가와 곰 조각상 옆에 몸을 뉘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만만치 않은 크기의 늑대 영령 또한 언제 왔는지 자리하고 있었다.
– 흐아아암….
하품하는 늑대 영령.
저마다 이름이 있는 존재들이지만, 카이로는 굳이 그들을 소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강설은 소개받지 않더라도 그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었다.
‘다들 잘 지내고 있구나….’
그의 위대한 말 중 하나가 이들과 크나큰 접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쿵…
쿵…
곰 영령 때보다는 덜한 땅 울림이 전해졌다.
큰 뿔을 단 사슴 영령이 숲을 헤치고 나타났다.
“앗! 사슴! 맞아!”
탄시아가 사슴 영령, 자바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 …카이로, 잠을 깨운 이유가 이방인 때문인가?
– 어쩔 도리가 없었다네.
강설이 고개를 숙이며 자바투에게 말했다.
“이 아이가, 자바투 님의 꿈을 꾸었습니다.”
– 영혼의 부름이군. 영령이 될 생각인가?
탄시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영령?”
강설이 서둘러 말했다.
“그녀는 영령이 되지 못합니다. 용이니까요.”
푸르르…
사슴 영령 자바투가 그 말을 부정했다.
– 그녀는 용이 아니다. 용이 되지 못했으니까.
“우으…….”
탄시아는 그녀가 용이 아니라는 말에 큰 눈망울에 물기를 가득 채웠다.
– 최저.
– 어린 생명에게도 까칠하군.
늑대와 곰의 영령이 한마디씩 거들자, 난색을 표한 자바투가 수습에 나섰다.
– 아직까진 아니란 말이다, 어린 생명이여.
“…….”
강설이 어느 정도 진정한 탄시아의 코를 훔치고 있을 때, 자바투가 말했다.
– 어째서 그녀의 누이에게 데려가지 않은 거지?
“애초에 이 아이의 어머니와 누이가 제게 보냈으니까요.”
– 그렇군… 네가 미래를 짊어지기에 더 적합하다는 건가… 한낱 작은 생명이… 이해할 수 없지만, 그분의 판단을 감히 내가 부정해서는 안 되겠지.
쿵…
탄시아에게 다가가 자세를 낮추는 자바투.
사슴의 콧잔등을 탄시아가 어루만졌다.
“콧구멍도 커! 동굴이야!”
– …동굴까진 아니다만. 아무튼, 넌 무엇을 바라느냐?
“용이 되고 싶어!”
자바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그렇다면 잘 찾아왔다. 며칠 사이에 용이 되게 해주지.
“정말? 정말이야?”
– 단, 바라는 모습은 아닐지도 모른다.
탄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쿵… 쿵…
휘익…
탄시아의 옷을 물어 그녀를 등에 태운 자바투가 말했다.
– 3일 뒤에, 아이를 데리러 오도록 하여라.
“…알겠습니다. 탄시아, 잘 있을 수 있지?”
“응! 큰 사슴, 보들보들해.”
– …거기보다 조금 아래쪽 털이 내 자랑이다.
자바투가 떠나자, 다른 영령들이 강설을 쳐다보았다.
– 용건은 그것뿐이냐?
강설이 고개를 저었다.
– 그럴 줄 알았다. 지하를 파 들어가는 자들을 찾는 거지?
지안이 맞장구쳤다.
“맞아! 녀석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 이미 호루스에서 벗어났다. 이 산에 다시 발을 들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구나. 하나, 서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서쪽이라….’
딱히 떠오르는 유적이 없는 것을 보니, 여태까지 미발견 상태였던 곳을 노리는 듯했다.
“3일이라… 3일이면 되는 거지?”
지안의 말에 카이로가 으쓱했다.
– 모른다. 답할 수 있는 건 하나. 3일이면 그녀는 용이 될 수 있다. 다만, 진정한 용일지는 알 수 없다.
수수께끼 같은 말.
강설은 일행을 다독여 자리에서 물러났다.
“감사했습니다. 3일 뒤에 찾아뵙겠습니다.”
– 데키족의 장로에게 일러둘 테니, 편히 쉬도록 하라.
신디오가 카이로에게 말했다.
“저… 원정대가 부락 안에 들어오는 게 무리라면, 영역에 야영지를 꾸리는 걸 허락해주실 수 있을까요?”
– 동쪽에 계곡이 있다. 그곳에 자리를 마련하라.
“감사합니다!”
강설 일행이 데키족의 안내를 받으며 사라졌다.
“쿠파, 또 봐!”
쿠루룩-!
쿠파가 기쁘게 울었다.
그리고 강설이 사라진 자리를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 쿠파, 이 녀석. 수행은 내팽개치고 뭘 하는 거냐?
카이로가 쿠파를 추궁하자, 쿠파의 입에서 놀랍게도 카이로와 비슷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그는 소중한 자입니다.
– 주인이라도 된단 말이냐?
– 비슷합니다.
– 쯧….
쿠파가 카이로와 다른 영령들을 노려다 보며 말했다.
– 내가 인간의 언어를 깨우쳤다는 걸 저들에게 알리지 마세요.
곰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 연기가 그럴싸하더구나. 쿠루룩? 쿠루루룩이었던가?
– 큭… 키하하! 누가 봐도 덩치만 큰 새였지. 나도 잠시 착각할 정도였으니…. 영령의 경지에 다다르지 않았느냐? 어째서 그런 모습을….
콰직…
쿠파가 부리로 바위를 깨부쉈다.
– 나는 덩치만 큰 새입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테니.
영령들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 * *
강설은 오래전 일을 떠올렸다.
– 이제, 나는 그대들일 것이고 그대들 또한 나일 것이다.
그의 말이 영령들의 세계를 열어젖혔을 때 했던 말이다.
3일 동안, 그 말이 강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엔, 분명 호루스의 영령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부엉이 영령 카이로, 사슴의 영령 자바투, 늑대의 영령 미아쥬, 곰의 영령 벨기부.
모투투는 다른 영령들에 비해 조금 처지고 다루기도 까다로운 편이라 교류하지 않았었다.
모투투의 고기에 입을 대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영령들에게서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다른 영령들보다 호루스 산의 영령들과 조금 더 가까웠던 그의 말.
승천에 실패한 후의 그 삶은 어떠할지, 영령들과의 관계는 어찌 된 건지 궁금했다.
인간의 몸으로 모든 영령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순수혼(純粹魂), 고리.
그 또한, 승천에 도달했던 말 중 하나였다.
휘오오오오오…
생각에 잠긴 강설에게 거대한 바람이 찾아왔다.
부엉이 영령 카이로였다.
–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라.
끄덕…
강설은 서둘러 일행과 함께 영령들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벌써 3일이란 시간이 흘렀고 자바투가 장담한 결과를 확인할 때가 되었다.
푸르르…
자바투가 콧구멍에서 김을 뿜어내며 탄시아에게 말했다.
– 아이여, 보여라.
탄시아가 두 손을 힘껏 쥐고 기운을 끌어모았다.
고오오오오오…
파직…
파지지지직…
검은 뇌전이 그녀의 몸을 변화했다.
가장 먼저, 뿔이었다.
“끄으으으응….”
치지직-!
순간, 사슴뿔과 닮은 뭔가가 뿅 하고 나타나 그녀의 뿔을 대체했다.
– …그게 아니래도. 그건 내 뿔이다.
“다시!”
치지지직…
치지지지지직…
이번에야말로 탄시아의 몸이 신비로운 기운에 휩싸였다.
쿠구구구구구…
“꼬맹이… 정말 용이었잖아….”
그 압도적인 기운을 접하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탄시아는 용이 분명했다.
[탄시아가 사슴의 영령 ‘자바투’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용’의 전승 모험이 시작됩니다.]
[모험 내용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파지지지직-!
그녀의 몸이 새카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또한 발톱이 자랐고, 짐승의 이빨이라 할 만한 것이 입 안에 들어찼다.
[깨달음! 탄시아가 새로운 능력을 깨우칩니다.]
[영혼의 형태 : 용을 깨우칩니다.]
……
이제, 탄시아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