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53
제452화
몬트라의 생활은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레인의 지나친 괴롭힘만 빼고는 말이다.
음냐…
꿈속에서 카렌은 위대한 기사가 되어 있었다.
새끼 기사라 비웃던 기사들의 머리통도 맘대로 두들길 수 있었고 몬트라 황제인 진의 목도 베었다.
그리고, 레인이 납작 엎드려 그녀에게 사과했다.
음하하, 내가 최강이다.
최강의 기사가 되었어.
툭…
“…음?”
카렌이 눈을 비비고 자신을 흔든 사람을 바라보았다.
“누이, 뭐 해?”
“카루나?”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자려고 했는데. 비도 오고.”
카루나는 경직된 얼굴로 말했다.
“아직 밖에 있잖아.”
“응?”
“레인 경, 연무장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제야 빗소리가 아직 그치지 않았다는 것, 생각보다 오랜 잠에 빠졌다는 것, 마지막으로 레인이 아직 기다리고 있다는 것까지 깨달은 카렌이 헐레벌떡 일어나 연무장으로 달려갔다.
쏴아아아아…
“…왔냐.”
레인은 비를 쫄딱 맞은 그대로 서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서라. 검을 들어.”
“그만해, 무서워.”
“카렌, 인간의 정신은 나약한 동시에 나태하다. 틈을 보이면 시커먼 굴을 파고 숨어들지.”
“…….”
“그래서 인간은 규율과 습관을 만들었지. 그런 숭고한 것조차도 어기는 게 인간이다.”
레인은 고지식하다.
“넌, 그런 녀석이냐?”
레인은 불친절하다.
“나는… 난….”
레인은 올곧다.
“난 황제의 명을 받들 뿐이다. 너희 남매를 훌륭한 기사로 육성할 생각이야. 너희의 황제를 죽이겠다는 허무맹랑한 꿈도 상관하지 않는다. 우선, 기사로 만든다. 이후의 일은 내가 막으면 될 뿐이다.”
레인은 그런 자다.
“널 기사로 만들 거다, 카렌. 검을 들어.”
카렌이 목욕을 끝마치고 갈아입은 새 옷을 잠시 쳐다보았다.
팍-!
그리고 울상을 짓고 연무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검을 쥔 카렌.
“3식 중반부터. 손봐야 한다.”
“…응.”
후우웅…
후우우우웅…
카렌은 말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러다 가끔, 물음을 던졌다.
“습관을 만드는 게… 규율을 지키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중요하다.”
“얼마나?”
“더없이.”
레인이 말을 덧붙였다.
“누구나 패배를 하고, 패배를 알게 된다. 패배하는 법은, 분명 배워야만 할 가치이지.”
“…….”
“그러나, 그보다 먼저 패배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신조차 이기지 못하는 녀석은 아무것도 이길 수 없어.”
파아악-!
카렌은 불평하지 않고 훈련을 계속했다. 3식의 형을 다잡은 후, 레인이 말했다.
“4식, 시작해라.”
“아까 그거… 거짓말이지?”
“뭐?”
“시도 때도 없이 싸워야 한다는 거 말이야.”
“거짓말한 적 없다.”
“…….”
후우웅…
후우우웅…
그는 카렌이 흥미를 가질 만한 이야기를 던졌다.
“비를 부리는 존재와 싸운 적이 있었다.”
“뭐? 정말이야?”
“어허, 계속 움직여라.”
후웅-!
후우우웅-!
“들려줘!”
“무서운 녀석이었지, 일반적인 비가 아니어서 강철이 우그러질 정도였다.”
“대단해… 세상은 그런 대단한 녀석들이 지배하는 거야?”
“아니, 몬트라가 지배한다.”
“…응?”
“녀석은 내게 졌지. 볼썽사납게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걸 단칼에 내려쳤다.”
“……어떻게? 비를 부린다며? 강철도 우그러트린다며?”
카렌이 레인을 쳐다보았다.
레인이 한쪽 팔을 구부려 알통을 만들었다. 거대한 산자락이 그의 팔에 드리웠다.
“단련된 육체!”
“…하?”
“흔들리지 않는 신념!”
“기대한 내가 바보지….”
“큭큭… 카렌, 네겐 아직 너무도 먼 얘기다. 그런 녀석들과 만나는 건.”
“언제쯤 만나게 되는데?”
“글쎄… 정식 기사가 되고 나서도 한참이나 시간이 흘러야겠지.”
“…그런 날이 올까?”
“오게 해야지. 언젠가 네가 황가의 수호자가 되는 사건도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으냐?”
“내가 황가의 수호자? 푸하하하하! 웃겨!”
카렌이 고개를 젖혀가며 웃는데, 레인은 턱을 매만지며 시야를 땅에 두었다.
“그래…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군….”
“…레인?”
“계속해라. 4식은 형편없군. 오늘은 4식을 완성한다.”
“예에….”
“대답은….”
“예!”
후우웅-!
후우우웅-!
지루한 일일 터였다.
정해진 검식을 휘두르는 것 따위는.
그런데, 옆에서 레인이 해주는 얘기가 그녀의 지루함을 날려주었다.
“이능을 다루는 괴상망측한 녀석들은 오래 산다. 수명만큼은 더럽게 길지.”
“얼마나?”
“인간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녀석도 있다.”
“그런 걸 어떻게 이겨.”
“큭큭… 그런 녀석들을 실제로 보면, 하나같이 같은 말로 우리를 도발하지.”
레인이 물에 젖은 미역 같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이질적인 존재의 흉내를 냈다.
“감히! 벌레 같은 생명 따위가!”
“푸흡….”
“고작해야 100년도 살지 못하는 존재들이 발버둥 치는구나!”
“아하하하! 진짜 그럴 것 같아!”
“한 녀석도 빼놓지 않고 그랬다. 자랑할 게 나이밖에 없는 건지 원….”
후우우웅…
후우우우우웅…
카렌이 검을 휘두르며 물었다.
“레인.”
“말해라.”
“나, 레인처럼 되고 싶어.”
“이 몸 말이냐? 하긴, 어쭙잖은 기사들보다는 내가 낫긴 하지.”
“태양의 기사라는 거, 멋있잖아? 난 몸에서 불도 나와!”
“이런, 난 몸에서 불은 안 나오는데.”
“근데 왜 태양의 기사인 거야?”
“제국의 상징이 태양이니까.”
그 말을 들은 카렌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소름 돋아서.”
“뭐가 말이냐?”
“레인이 몬트라의 상징이라는 말이잖아.”
“글쎄….”
턱수염을 만지는 레인이 히죽 웃었다.
“어떨 것 같으냐?”
카렌은 대답하지 못했다.
어린아이의 생각으론, 인간이 비를 부리고 철을 우그러트리는 존재를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근데 레인보다 강한 녀석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벌써 그런 걱정을 하다니… 이 태양의 길이 생각보다 별 것 아닐까 두려운 거냐?”
“어… 응.”
“솔직하군. 좋다, 가르침을 주지.”
레인은 단순하게 설명해주었다.
“이제부터 강함 앞에 붙는 모든 수식어는 떼라.”
“뭐?”
“인간으로서의 강함, 불멸자의 강함, 혈통의 강함, 전승된 강함. 모두 적합하지 않은 말이다.”
“어째서?”
“강하다는 건 그렇게 편협하지 않아.”
그가 명쾌하게 말했다.
“그냥 강한 거야. 그냥.”
“그냥….”
“그러니까 인간이 비를 내리고 철을 우그러트리는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지.”
“레인은 그럼… 강하겠네?”
“…강하지.”
얼마나 강한 것일까.
어린아이는 줄 세우고 싶었지만, 그것이 예의가 아님을 알고 참았다.
아니, 참지 못했다.
“수호성들보다도?”
“수호성? 음… 곤란하군, 아군을 끌어들이다니.”
그는 아군에게는 한없이 상냥한 사람이었다.
“나중에 수호성들에게 직접 물어봐라. 대답해 줄지도 모르지.”
“피… 수호성보다 약하구나?”
“그럴지도? 큭큭….”
둘 사이의 앙금은 이제 사라졌다.
레인이 시기적절하게 그녀의 불만을 읽었다.
“…훈련이 고된 거냐?”
“아니야. 그냥… 뭐랄까….”
카렌은 솔직하게 말했다.
“가끔은 칭찬이 듣고 싶었어.”
“…그렇군. 미숙했다.”
비가 그치고, 카렌은 정해진 훈련량을 소화했다.
카렌은 떨어질 것 같은 팔을 후들거리며 검을 내려놓고 뒤돌았다.
“끝! 이제 들어가서….”
툭…
레인이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카렌, 넌 내 제자다. 이 태양의 제자야.”
“뭐야… 갑자기.”
레인이 싱긋 웃었다.
맑게 갠 하늘처럼.
“잘하고 있다, 카렌.”
순간, 카렌의 기억이 뒤틀렸다.
파지지지지직…
“으으윽….”
몬트라의 망토를 두르고, 허리에 상징이 새겨진 갑옷.
“…어?”
“뭘 얼빠져 있나, 카렌!”
“레인?”
“음?”
“왜 이렇게 늙었어?”
“무슨 헛소리냐! 정신 못 차리겠으면 떨어져서 지켜봐라!”
카렌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비슷한 과거를 떠올렸다.
‘이날은….’
그녀가 불멸의 존재와 처음 대적하던 날이 분명했다.
그그그그그그그그그…
거대한 악이 깨어나고 있었다.
검 한 자루를 쥐고 녀석의 앞에 섰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 감히… 필멸자가 내게 대적하는가….
피식…
레인이 말해준 그대로, 전형적인 말을 내뱉는 악.
“악이여, 무릎 꿇어라! 몬트라의 태양이 이곳에 왔다!”
– …네놈이 레인이군.
이날, 레인은 악을 쓰러트렸다.
레인의 상징이기도 한 그의 거대한 갑주는 카렌의 뇌리에 박혔다.
그리고 절대로 빠지지 않았다.
* * *
치이이이이이…
카렌의 검이 부러졌다.
비신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벌레의 수준이 특별할 리 없지.”
땡그랑…
부러진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때.
화르르르륵-!
카렌의 몸에 거대한 불길이 일어났다.
“…뭣?”
팟-!
비신이 재빨리 물러나자, 불꽃이 갑주가 되어 카렌의 갑옷 위에 덧씌워졌다.
철컹-!
철컹-!
[불완전 연소의 효과가 증가합니다.]
[불완전 연소의 효과가 증가합니다.]
그녀에게 거대한 갑주가 덧씌워진 이유. 동경의 발로였다.
그녀는 이곳에 오기 전, 라진에게 물었다.
– 터무니없는 질문이지만… 그때의 인간 레인은 얼마나 강했던 거야? 수호성인 너희들보다 강했던 걸까?
라진은 이 유치한 질문에 진심을 다했다.
– 질문에 대답할게요. 카렌… 하루예요.
– 하루?
짐작은 하고 있었던 말.
그러나 그 길 위에 선 자는 늘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기대하는 대답이 있다.
– 레인에게 하루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몬트라의 모든 수호성이 소멸했겠죠.
– 카하핫! 터무니없네….
– 그대는… 여전히 태양이고 싶은 거죠?
– …….
– 그래요, 그렇기에 그대를 만나고 싶었어요.
키기기기기긱-!
카렌의 갑주가 부피를 더해갔다.
“포기해라. 검을 잃은 이상, 네 패배는 결정됐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라.”
– 그대는… 여전히 길 위에 있어요.
화르르륵-!
카렌의 거대한 갑옷 틈새로 불길이 치솟았다. 투구에서 불을 내뿜는 그녀는,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미안.”
지고의 경지를 돌파하며, 떠올린 기억은 그녀에게 새로운 힘을 가져다주었다.
[카렌이 규율(規律) : 뜨거운 격려를 사용합니다.]
[전투를 진행할수록 다양한 격려가 쏟아집니다.]
……
후욱…
후욱…
또 한 번의 불꽃이 토해졌다.
“깜빡하고 패배하는 법까진 안 배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