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68
제467화
사라진 비룡의 행방에 관한 얘기가 흘러나온 순간, 강설의 낯빛이 변했다.
“…무슨.”
팟-!
파아아앗-!
짧은 충돌의 낌새를 눈치채고 나타난 강설 일행이 트롤을 빙 둘러쌌다.
“호… 단체로 나 하나를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럼 실망인데.”
강설이 물었다.
“무슨 속셈이지?”
“무슨 속셈인 것 같아?”
“…….”
“그것보다 좀 멀찍이 떨어져 줄래. 괜히 소란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말이지.”
이름을 밝히지 않은 트롤.
덩치에 걸맞은 커다란 천을 몸에 걸치고 있었기에 특징을 꼽기에도 애매했다.
‘발두의 비룡들이 전부 어디로 사라진 건지 알고 있다면… 적? 아니, 적은 아니다.’
애초에 비룡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적이라면 나타나서 이런 위험한 행동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넌 누구냐.”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넌 내게 협조해야 할 거야.”
“헛소리. 네 이름에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아니라면 발두의 비룡은 영영 찾을 수 없을걸?”
콘지가 명치를 탕탕 치며 말했다.
“고문! 사로잡아서 고문해야겠다!”
“콘지, 트롤이 뭐라고 하는데요?”
“몰라! 답답하게 해!”
강설은 한숨을 쉬며 트롤을 보았다.
“원하는 게 있어서 접근했겠지?”
“물론! 이제야 대화할 마음이 생긴 모양이군.”
트롤이 강설과 시선을 교차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실은, 나와 내 주변 친구들이 아주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거든. 그래서 힘을 빌리려고 왔어.”
“어째서 우리지?”
“의회라는 녀석들과 적대한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의회!”
새삼스럽지만, 강설이 적대하고 있는 건 의회라는 하나의 조직이었다. 그들은 이미 북부 여러 집단에 그 마수를 뻗쳤다.
“…그 얘기를 어디서 들은 거지?”
“뻔하잖아. 잘 생각해 봐.”
트롤의 존재는 혼란스러웠다.
북부에 터를 잡은 대부족은 빙하아귀뿐. 거기에 녀석은 발두의 비룡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알고 있을뿐더러 강설과 일행이 의회와 적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적?’
다시 생각해 보니 이 트롤이 의회 소속이라면 납득이 갈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는 적인가.
“영 눈치를 못 채는군. 그럼… 내 소개를 하지.”
트롤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구름 위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고 말하면, 너희는 믿을 텐가?”
흠칫!
콘지와 강설의 표정이 일시에 변했다. 구름 위의 존재,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면 짐작이 가는 집단이 있었다.
콘지가 소리쳤다.
“높새 날개! 구름의 대부족!”
“너, 높새 날개에서 왔군. 이제야 알겠어.”
“하하하! 오래도 걸렸어.”
콘지가 사전을 뒤적이며 말했다.
“저 장신구! 저 문신! 높새 날개야!”
지안과 신디오가 그 이름을 듣고 놀랐다. 높새 날개의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지를 떠올렸기에.
“높새 날개라면… 의회잖아!”
“헤카이! 헤카이가 의회의 일원이라고 했어요!”
“맞아, 그랬지!”
“당신이 말했었잖아요!”
“맞아! 그랬어!”
콘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의회? 아! 맞다! 너 나쁜 녀석이구나!”
“뭐? 하하하! 그렇게 생각해도 솔직히 할 말은 없군.”
카렌과 카루나가 트롤의 전신을 노려보았다.
일단은 적이라는 게 확실시된 이상, 충돌을 고려하는 것이다.
“소름 끼치는군. 그렇게 쳐다보지 말라고.”
강설이 그에게 물었다.
“의회의 일원인 높새 날개가 우리에게 접근한 이유는?”
“모든 걸 결정된 듯이 말하지 말라고. 나는 그 사실에 동의하지 못하니까.”
“…뭐?”
트롤의 대답에 강설은 당황했다.
“의회를 따르기로 결정한 건… 헤카이다. 모든 높새 날개가 그의 결정을 따르지는 않아.”
“그 말은….”
“아직, 높새 날개는 결정하지 않았다. 대답이 되었을까?”
구미가 당기는 주제였다.
높새 날개가 의회에서 이탈한다면 전투 없이 적의 전력을 배제하는 것이고 만일 높새 날개를 아군으로 끌어들인다면 그만큼의 전력이 추가되는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헤카이를 설득한다.”
“우리 말을 들을까?”
“상황은 내가 만들지.”
“비룡의 위치는?”
“그건… 미안하군.”
트롤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사실은, 내가 알고 있는 게 아니야. 알 만한 인물을 알고 있을 뿐이지.”
“헤카이겠군.”
“…맞아.”
강설이 상대의 말을 정리했다.
“우리가 널 도와 헤카이를 설득해야 하는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로군.”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겠다.”
“하지만, 아직 질문이 남았다. 넌 누구지?”
“뭐?”
“결과적으로 우린 널 믿고 움직여야 한다. 네가 별 볼 일 없는 녀석이라면 헤카이와의 만남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거야. 내 말이 틀리진 않을 텐데.”
“……아니, 맞아.”
트롤은 말했다.
“…구름 위로 오르게 되면, 자연히 알게 될 거야.”
“흐음….”
트롤은 내버려 둔 채로 강설 일행은 이야기를 나눴다.
“함정이면 어쩌죠?”
“이렇게 허술한 함정이 또 있을까.”
“트롤이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문제는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겁니다.”
“그건… 그렇네요.”
발두의 비룡을 찾거나 의회의 회담 장소를 알아내는 것, 또는 열망의 고리의 다음 조각이 어딨는지를 파악하는 것.
이 셋 중 하나라도 해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인데 이는 자력으로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필요하기에 믿는다는 게 이런 거군.”
“발두에게는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트롤을 죽일 겁니다. 잔인하게.”
“그건… 그렇겠네요.”
“뭐, 어쩔 수 있어? 다른 방법이 없어. 저 트롤의 말대로 구름 위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고 오는 방법밖에는.”
콘지가 코를 벌렁거리면서 말했다.
“구름 위잖아. 당연히 가 봐야지!”
“…단순해서 좋겠어.”
“복잡한 일은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는 법!”
“분하지만 맞는 말이야.”
강설이 카렌과 카루나에게 물었다.
“몸 상태는 어때?”
“최상?”
“괜찮습니다.”
트롤의 말이 미심쩍더라도 향할 수밖에 없으니, 최악의 상황엔 무력 충돌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후우….”
강설이 트롤에게 말했다.
“좋아, 널 돕도록 하지. 대신 대가는 확실하게 지불해야 할 거야.”
“하하하! 물론이야! 자, 그럼… 당장 떠나자고.”
트롤이 품에서 신비로운 각인을 꺼내 들었다.
“그게 뭐지?”
“이쪽으로 붙어. 그리고 너와 너, 둘을 제외하고는 입을 열지 마. 의심받을 테니까.”
콘지와 강설을 가리키는 트롤.
둘을 제외하고는 트롤의 언어를 할 줄도 모르니 지안과 신디오, 그리고 카렌과 카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흐으으음….”
트롤의 콧구멍에서 연기가 줄기줄기 흘러나왔다.
쉬이이이익…
그것은 곧 강설 일행을 완전히 감쌌다.
[알 수 없는 자가 구름 주술 : 꿈결 기억을 사용합니다.]
[지정한 대상의 형상을 왜곡하여 인상을 흐릿하게 합니다.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주의를 끌지 않습니다.]
……[알 수 없는 자가 구름 주술 : 꿈결 기억을 사용합니다.]
[지정한 대상의 형상을 왜곡하여 인상을 흐릿하게 합니다.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주의를 끌지 않습니다.]
……
“…어?”
“이건….”
트롤이 말했다.
“환영이 내 특기지. 이제 너희는 다른 자들에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줄 거야. 너희가 뭔 짓을 저지르기 전까진 딱히 궁금해하지도 않을 거고. 자, 간다.”
“간다니 어디를….”
“구름 위.”
휘이이이이이이이이…
각인이 빛을 발하자, 일행의 몸이 푸른 입자에 휩싸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전이의 징조.
지정된 좌표로 순식간에 날아가는 힘이었다.
“잠….”
콰아아아아아-!
빛줄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돌발 모험 ‘구름 위엔 누가 살까’가 발생합니다.]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 * *
꾸우우우우우웅…
쿵-!
전이는 완벽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꽤 높이가 있는 곳에서 추락한 일행.
“끄으으으….”
“쉿, 온다.”
누군가 접근하는 기척.
나타난 자들 역시 트롤이었다.
‘높새 날개의 일원인가.’
주의해야 했다.
이곳이 정확히 어딘지는 몰라도 높새 날개와 관련이 아주 깊은 장소임이 틀림없었다. 그런 장소에 무턱대고 끌고 온 이 정체 모를 트롤의 배짱도 대단했다.
“여, 너였나? 이번 일탈은 짧았군.”
“아하하하! 카쿠이 식사를 챙겨주는 걸 깜빡해서 말이야.”
“저런, 깜빡할 걸 깜빡해야지. 그런데….”
카쿠이.
카쿠이는 높새 날개가 타고 다니는 익룡과 비슷한 마물이었다. 성격이 흉포해 높새 날개가 아니고서는 길들이지 못한다고 하는 생물.
경계병이 강설 일행을 슥 둘러보더니 말했다.
“아니, 아니다.”
“왜?”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하하, 그럼 가볼게. 갈 길이 바빠서.”
트롤이 강설 일행을 끌고 검문소처럼 보이는 구역을 통과했다.
꾸우우우우우우우웅…
“푸하아… 뭐야, 여기?”
“정말로 눈치 못 챘네요. 신기하네….”
“가끔은 마법보다 주술이 더 위대한 거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니까.”
“그런 소리 말아요. 마법사한테 안 맞아봤죠?”
“매일 맞잖아.”
“…아.”
지안과 신디오가 중얼거리는 와중, 강설과 콘지는 주변 풍경을 살폈다.
마치 꿈속에 와 있는 듯했다.
주변엔 적당한 높이의 산들이 잔뜩 솟아 있고 다채로운 색의 풀들이 식생을 이루고 있었다.
“여긴 어디야?”
“구름 위, 궁금하다며.”
“네가 우리를 각인에 새겨진 좌표로 끌고 온 건 알겠는데, 어딘지가 궁금하다는 거야.”
“높새 날개가 사는 곳이지 뭐. 특별할 게 있나?”
확실히, 공기부터 달랐다.
정말로 구름 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들이마시는 호흡이 낯설었다.
“높새 날개는 부족 연맹에서 버림받은 부족이야. 그들과의 관계를 끊고 구름 위에서 독자적으로 살아가고 있지.”
콘지도, 강설도 높새 날개의 정확한 행방은 알지 못했었다. 단지, 그들의 과거 부족 연맹의 대부족 중 하나였다는 것. 그리고 어떠한 일로 대륙에서 모습을 감췄다는 것까지밖에.
콘지가 트롤에게 말했다.
꾸우우우우우우우웅…
“이상하잖아. 구름 위라니, 여긴 아무리 봐도 땅 위인데? 그리고 아까부터 들리는 이 꾸우우우웅은 또 뭐야?”
“땅 위라고? 아하하하! 좋아, 마침 저기 보이는 산 있지?”
“어? 응.”
“저 산에 오르면 모든 걸 알게 될 거야.”
“저곳이 어딘데?”
“높새 날개의 본거지. 아마 판데아에서 가장 높은 산일 거야.”
“흐음….”
트롤은 저 멀리 보이는 산까지, 그들을 직선거리로 안내하지 않았다. 굽이굽이 뒤틀린 길을 따라, 나타나는 부락을 피해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려 했다.
덕분에, 목표인 산까지는 이틀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타다닥…
탁…
모닥불에 둘러앉아 노숙하는 그들.
신디오가 말했다.
“…길었던 원정도 끝나가네요.”
“그래.”
지안이 초점 없는 눈으로 불을 바라보았다.
“원하는 것은 찾았어요? 지안?”
“내 마음의 평화를 말하는 거라면… 음, 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졌어.”
“그렇군요….”
“신디오, 당신은?”
“전… 모르겠어요.”
어쩌면 전과 가장 많이 달라진 상황을 맞이한 이는 신디오일 것이다.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걸까요?”
“…….”
“우린…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요?”
해답을 알아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그녀의 말뜻을 이해해도, 그 안에 담긴 걱정과 괴로움은 이해로 품을 수 없었다.
그런데, 뜬금없게도 이런 얘기와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콘지가 신디오의 물음과 관련된 답을 내놓았다.
“인간은 하찮아.”
“…네?”
“저 별들을 좀 봐. 아름답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작고 예쁜 별이지만 사실은 무척 커! 인간 같은 건 먼지만도 못하지.”
“…….”
“판데아도 결국엔 별이야. 인간은 그 별에 뿌리내린 수많은 생명 중에서 하나일 뿐이고. 그리고 넌 그 인간 중에서도 하나의 개체에 불과하며 네가 품은 생각 또한 너의 일부에 지나지 않아.”
“우주적 관점에서 제 무가치함을 말하는 건가요? 실례예요.”
“너무 많은 책임을 짊어지지 말라는 얘기! 고민도 했고 실패하더라도 먼지가 실패했을 뿐이잖아.”
콘지가 제 딴엔 위로하려 했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거, 위로였군요.”
“이런, 나 보다도 위로가 형편없는 녀석이 있었다니. 이건 나에게도 위로야. 고맙다, 콘지. 쓰레기 같은 위로를 건네줘서.”
“조, 조용히 해! 느끼한 남자!”
신디오가 말했다.
“이 모든 일이 끝이 나면, 판데아는 어떤 모습일까요?”
“글쎄….”
“세 거인의 부활을 막았을까요? 연방의 모두는 일상으로 돌아왔을까요?”
“…신디오.”
“모르겠어요… 결국엔 소중한 것을 잃기만 하는 싸움을 왜 해야 하는지도… 해낼 수 있는지도.”
“질문이 너무 딱딱해. 조금, 여유를 가지자고. 조금 더 가까운 미래를 그리는 거야.”
“그래요, 그럼….”
신디오가 지안의 눈을 바라봤다.
지안은 회색 종자.
그와 함께한 시간이, 지안이라는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우리는, 마침내 평화에 다다를까요?”
“좋은 질문이야, 신디오.”
지안이 히죽 웃었다.
“마땅히, 그럴 거야.”
지안의 활기찬 대답에 신디오가 웃었다.
“가끔은, 당신과 여행하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하긴, 나 역시 네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강설 녀석과 둘이 다녔다면 입에 거미줄이 쳐졌을 거야.”
밤은 곧, 아침을 맞이했다.
우뚝 솟은 산을 오르는 동안,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내재된 위험은 점차 커졌다.
“높새 날개의 규모가 이 정도일 줄이야….”
“의회의 한 축인 이유가 있었군. 이들이 적이 될 수도 있다니.”
산은 뾰족 바위산이나 비통치 구역의 다른 산들과 마찬가지로 그 정상 인근에 부락이 형성되어 있었다.
거대한 부락.
수많은 트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비밀을 품은, 이곳의 위치.
“자, 이제 밑을 내려다봐라.”
산 정상까지 그들을 이끌고 온 트롤이 저 먼 곳을 가리켰다.
“…말도 안 돼.”
“이,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대단하다! 대단해! 역시, 오길 잘했어!”
강설조차도 감탄을 금치 못한 풍경. 산과 대지를 짊어진, 거북이의 머리와 지느러미가 저 멀리 보였다.
[경이로운 발견! 하늘 거북이 토톰보를 목격합니다.]
[지능이 10만큼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
높새 날개는, 하늘을 나는 거대한 거북이의 등껍질 위에 살고 있었다.
트롤이 씨익 웃었다.
“구름 위에서 보는 세상도 나쁘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