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71
제470화
강설 일행은 장로들과 함께 헤카이와 편히 대화를 나눌 장소로 안내되었다.
“열세다.”
“…….”
“이쪽이 전향한다고 하더라도, 열세야.”
헤카이는 솔직하게 말했다.
높새 날개가 강설 일행에게 붙는다고 하더라도, 의회와의 전력과는 꽤 차이가 있었다.
“천공 용 아자닉, 정체 모를 마법사 아그라스에, 그레고리가 붙었다. 아그라스 쪽은 나도 잘 모르지만, 그레고리는 너희 인간 중에서도 손에 꼽는 강자라고 알고 있다.”
“…맞아. 정확히 알고 있네.”
“나름 이쪽도 정보를 끌어모았다.”
아자닉, 아그라스, 그레고리.
어떻게 이렇게 껄끄러운 녀석들만 모았는지 이름만 떠올려도 기운이 나지 않았다.
‘거기에 그레고리는… 지고에 오른 지 한참 지났으니까.’
천공 용은 최근 많은 일에 개입했지만 무력은 미지수, 그 실체를 파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그라스 역시 마찬가지.
강설 입장에서 그나마 무력을 짐작할 수 있는 건 그레고리뿐이었다.
‘그가 이미 지고의 경지에 오른 지는 오래전,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이미 지고 최상급의 경지를 이뤘을 수도 있다.’
다만, 그림자 소환사가 경지가 오른다고 해서 육체적으로 말도 안 되는 성장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알았다.
‘문제는… 놈이 거느린 소환수다.’
강설만 해도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소환수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그 위험은 짐작이 갔다.
‘걸어볼 만한 점은… 상성 상 우위라는 건가.’
강설의 경우, 특이하게도 소환수를 최대한 적게 거느리고 그때그때 피조물과 소환수의 경계에 있는 것들을 쏟아내 대응하는 타입이었다.
거기에, 신체 능력과 대인전 능력은 그것만으로도 지고의 경지에 걸맞았다.
즉, 강설 자체도 이미 강력한 하나의 소환수나 마찬가지라는 것.
‘쟈마드, 우르, 탄시아가 없는 상태에서… 놈을 누를 수 있을까?’
역시나 다시금, 열쇠는 그레고리의 소환수로 넘어간다.
어떤 끔찍한 소환수를 거느리고 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알려진 바로는… 소환수를 군대처럼 잔뜩 부린다고 알고 있는데.’
소문이 사실이길 바랐다.
상성이란 것은 물고 물리는 관계이기에 상대가 다수의 소환수로 전투를 치르는 타입이라면 강설이 상성 상 우위였기에.
전투를 쉽게 풀어가기 위해선 잘 알려진 그의 무위가 찰떡같이 들어맞는 수밖에는 없었다.
‘반대로 아그라스는… 아무것도 노출된 게 없고.’
야차 유림의 꿈을 들여다보았지만, 아그라스의 힘은 그 일부만 드러났다. 그리고 꿈이라는 특성상 그것이 그의 진정한 힘일지는 알 수 없었다.
아자닉이야, 말할 것도 없고.
카-잔으로서 그를 심판했지만, 지금 강설에겐 막투스도 없었고 의회까지 동시에 상대해야 했다.
“작은 희망은 어떠한가?”
“…뭐?”
“열망의 고리를 찾고 있지?”
의회라면 누구나 알 법한 얘기. 강설 일행이 열망의 고리를 노리고 있고 그건 의회 역시 마찬가지.
“맞아.”
“너희는 열망의 고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나?”
“…아니. 세 거인을 끌어내린 힘이라는 건 알고 있어.”
“그 정도면 훌륭해. 사실 의회도 정확히는 모른다.”
“뭐?”
강설은 혹시 헤카이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지 미간을 찌푸려 진의를 확인했다.
“농담이 아니다. 의회도 그것에 담긴 진정한 힘은 알지 못해. 밝혀진 기록 일부를 확인한 것뿐이니까.”
“그래서….”
“그래, 세 거인의 부활이라는 확실한 수단이 있는데 존재조차 불확실한 열망의 고리를 전력으로 찾는다? 허튼 데 힘을 낭비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차라리 부활 의식에 속도를 높이는 편이 훨씬 확실했겠지. 아마도 아그라스의 판단은 그랬을 거야.”
강설 일행이 조금은 수월하게 열망의 고리를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 열망의 고리라는 물건을 손에 넣는 과정이 까다롭기 그지없었기에.
첫 번째 파편은 오우거들의 영토인 트리엄에 잠입해야 얻을 수 있었고, 두 번째 파편은 라진에게서 얻어야 했다. 이미 엄청난 힘을 가진 라진과 대척점에 선다는 것부터 상당히 엉성한 계획이라는 것.
“누군가 열망의 고리를 완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배제했군. 그보다 빨리 부활 의식을 치를 생각이라거나.”
“맞아. 실제로, 꽤 합리적인 판단이다. 물론….”
헤카이가 음흉하게 웃었다.
강설은 쟈마드와의 오랜 동고동락을 통해 저 웃음이 아주 즐거워할 때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의회에 의심을 품은 나 같은 녀석이 곁에 없었다면 말이야.”
스윽…
헤카이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밝게 빛나는 돌 조각.
후우우우우웅…
“…그건!”
일행 중 둘 사이의 대화를 알아듣는 건 대화 당사자들과 콘지뿐이었지만, 헤카이의 품에서 나온 돌 조각을 알아본 건 모두였다.
“내가 얻은 파편, 희생이다.”
“희생?”
“몰라, 손에 쥐자 그런 단어가 떠올랐다.”
“어디서 얻은 거지?”
“너희는?”
강설이 그들이 얻은 조각들의 정보와 획득처, 그리고 과거에 세 거인을 잠들게 했던 자들이 열망의 고리를 네 조각으로 나누어 북부에 흩뿌렸다는 내용까지 헤카이와 공유했다.
“흐음… 내 쪽은 평범하게 얻은 거다. 이상 현상이 관측되어 정찰병을 보냈더니 죽어서 왔더군. 대전사를 보내 다시 확인했는데, 파편을 집어삼킨 녀석이 있었다.”
“파편을 어째서 의회에 넘기지 않았지?”
“…뻔하잖나.”
강설과 헤카이가 마주 보며 웃었다.
휘익-!
파편을 지안에게 던지는 헤카이.
파악-!
“어디….”
지안은 파편을 반쯤 완성된 고리에 결합했다.
지이이이이잉…
이내, 이전에 보았던 문자가 떠오르더니 한쪽 귀퉁이가 없는 고리로 완성되었다.
치이이이…
돌연, 문자가 지안의 몸을 뒤덮었다.
“지안!”
“크으으으으….”
“건들지 마라!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지안이 흰자를 내보이며 신음을 내뱉었다.
“으으으… 으으으….”
쉬이이이…
지안의 머리가 잠시 빛을 냈다가 그것조차 멈추었다.
“허억… 허억….”
문자는 이미 사라진 뒤.
“괜찮은 거야?”
“아, 어어…. 알아냈어.”
“알아냈다고?”
“마지막 조각의 위치… 알아냈어. 고리가 말했어.”
강설이 고리에 손을 댔으나, 지안과 같은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콘지가 중얼거렸다.
“유적에서 봤어. 고리는 스스로 주인을 선택한다고.”
“그걸 왜 지금 말해요?”
“아무도 안 물어봤잖아? 으극….”
콘지가 신디오에게 혼났다.
강설과 헤카이가 물었다.
“마지막 조각은 어디에 있지?”
“…의회. 아그라스의 손에 있어.”
동시에 탄식.
“하아….”
“제길.”
이로써, 정면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이긴 했지.”
“차라리 잘 된 걸 수도 있어. 행방을 모르는 것보단….”
“상황이 아주 안 좋게 됐군.”
강설은 헤카이에게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급선무인 것을 캐물었다.
“발두의 비룡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아아, 아우 녀석이 물었었지. 알고 있다. 아자닉이다.”
“역시… 녀석이….”
“녀석은 비룡을 자신의 병력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 차라리 그편이 나아.”
“어째서?”
“아자닉이 쇠약해진 발두를 습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강설도 그 점이 궁금하긴 했었다. 만일 비룡의 절반을 아자닉이 강탈해갔다면 어째서 눈엣가시인 발두를 노리지 않는 것일까.
“비룡이 민감한 생명이기 때문이지. 교감 대상의 숨이 끊어지면 비룡도 그만한 충격을 받으니 아자닉으로서도 모든 일이 끝나고 발두를 노리려는 거다.”
“세뇌든 타락이든 완벽하게 진행되기 전까지는 피해야 하는 일이지.”
강설은 발두의 비룡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첫 번째 문제다.”
“뭐?”
“의회와의 싸움에서 문제는 여럿 있어. 이게 그중 하나야. 발두의 비룡.”
“둘째는?”
“영생교다.”
“…영생교라고?”
어째서 그 이름이 지금 나오는 것일까.
강설이 지안을 쳐다보았다.
“나, 난 몰랐어! 영생교라니?”
“영생교의 사자가 이전 회담에 온 적이 있다. …저 녀석.”
헤카이가 카루나를 가리켰다.
“둘이었는데 한 녀석이 저 녀석과 똑같이 생겼다. 닮은 정도가 아니야. 똑같다.”
카루나와 카렌이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카루나와 똑 닮은 존재는, 카루나의 파편뿐이다.
강설이 카루나를 바라보자, 카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 으으윽….
– 더럽고 추악하다.
– 개, 개소리를….
– …꺼져라.
이미 카루나와 한 몸이 된 흑기사의 기억. 흑기사는 일전에 단 한 번, 파편 전투에서 패배한 적이 있었다.
“…그 녀석입니다.”
“…찾은 것 같군.”
헤카이가 물었다.
“음? 찾던 녀석이냐?”
“그래. 영생교에 있었군. 녀석이 문제인 거야?”
“아니, 영생교의 술법 자체가 문제다. 녀석들은 연방의 얼어붙은 제물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세 거인을 부활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 부활 의식은 지금도 준비 중이고… 의회는 보름 뒤, 잿가루 성채로 모인다.”
“뭐?”
“못 들었나? 잿가루 성채라고.”
잿가루 성채는 강설도 이전에 직접 방문한 기억이 있는 곳.
과거이긴 했지만, 그곳에서 모험까지 치렀었다.
“셋째, 열망의 고리가 미완이라는 점. 아그라스가 마지막 조각을 지니고 있다면… 전투는 필연이야. 빼앗을 수밖에 없어.”
“문제는 모두 열거했나?”
“아니, 마지막이 남았다.”
헤카이가 한숨 쉬었다.
“이 모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거다.”
“…….”
“이의 있나?”
“없어.”
헤카이의 말이 맞았다.
발두의 비룡을 되찾으려면 아자닉의 병력, 그리고 아자닉을 동시에 상대해야 했다.
‘아니, 전투가 벌어지면 아자닉은 발두의 비룡을 전부 죽여버릴 거야.’
그렇게 되면 발두는 제구실을 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런 계획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다.
즉, 아자닉이 자리를 떴을 때 일을 벌여야 한다는 건데 그건 역시 세 거인 부활 당일이다.
두 번째 문제인 부활 의식도 결국은 세 번째 문제인 열망의 고리와 연결되기 때문에 의회와 부딪히게 된다.
“결행 일인가.”
“그래, 결행 일이겠지.”
헤카이가 말했다.
“발두의 비룡을 되찾아와 아자닉을 견제하고 동시에 세 거인의 부활을 막아야 하며 그걸 위해 열망의 고리를 빼앗아야 해. 푸하하하하!”
준비할 수도 없는 과정. 모든 게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하나쯤은 실패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강설의 패배다.
강설은 계획을 말했다.
“병력을 둘로 나눠야 해.”
“맞아. 날개 협곡, 그리고 잿가루 성채로.”
다만, 헤카이가 우려하는 점이 있었다.
“역시 같은 생각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적들의 약점을 노리는 만큼 우리 측 전력도 크게 약화해. 적어도 전투를 치를 수 있을 만한 병력은 보장되어야 해.”
개인과 개인의 싸움이 아니다.
군대와 군대의 싸움이다.
“할 수 있겠나? 결행일까지 그만한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거냐?”
높새 날개 외에도, 조력자가 필요했다.
“해 봐야지.”
보름이라면 아직, 흩어져 있는 병력을 하나로 규합할 희망이 있었다.
다만, 그들이 전부 나서줄지는 모르는 일이다. 의회와 싸운다는 건, 절대로 안락한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신디오가 말했다.
“저, 전령을 준비할게요!”
헤쿰이 그 말을 듣고 나섰다.
“전령? 우리에게 맡겨라.”
“네? 마법 전령은….”
“아니, 우리가 더 빨라. 잊었나? 구름은 어디로든 간다.”
강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름의 주술은 전투적인 면에선 조금 뒤처졌지만, 그 광범위함과 신속함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헤카이가 말했다.
“우리를 믿어라. 마법과는 달리 좌표가 필요 없거든 대상만 알면, 확실하게 전한다.”
“…맡긴다.”
“…힘을 좀 써야겠다. 오랜만에 펼쳐보는 대주술인가.”
[돌발 모험 ‘시대 결전’이 발생합니다.]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강력한 조력자 ‘겁쟁이 헤카이’가 이번 모험에 등장합니다.]
[강력한 조력자 ‘겁쟁이 헤카이’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조력자 ‘대전사 헤쿰’이 이번 모험에 등장합니다.]
[조력자 ‘대전사 헤쿰’이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세력 : 높새 날개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
헤카이와 장로들이 껄껄 웃으며 구름의 대주술을 준비했다. 이제 강설의 의지는 흩어져 있는 자들에게로 날아갈 것이다.
시대 전환을 목전에 둔 지금, 오직 강설만을 믿고 싸워줄 자들이 필요했다.
* * *
휘오오오…
콰르르릉!
번개가 치는 돌산.
판데아 어딘 가에 자리한 이 이름 모를 산 정상에는 용이 산다.
콰르릉-!
“시대 유성이 빛나기 시작했구나. 추락이 임박했다.”
서글픈 표정을 한 여인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인은 누군가를 떠올렸다.
아니, 희망과 함께하는 모두를.
“무사할 수 있을까….”
시대가 바뀌면, 살아남는 자들은 오직 강자뿐이다. 아니, 강자들마저 힘의 와류에 휩쓸리면 허무하게 목숨을 잃게 된다.
자연히, 소식 없는 이들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저 멀리서 적란운(積亂雲)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비를 머금은 구름이 서서히 다가와 물을 뿌렸다.
쏴아아아아…
여인은 구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뭔가, 이상한 힘이 느껴졌기에.
콰르르릉-!
번개와 함께, 구름 안에 어떤 형상이 맺혔다.
그건 용과 인간의 싸움.
혹은, 군단과 군단의 싸움.
그와 동시에 여인에게 형상의 정보가 물밀듯이 흘러들어 왔다.
“역시나. 아자닉, 그대였군.”
여인은 스르르 사라지는 구름을 보고,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대가 어머니의 숨을 앗아갔을 때와는, 다른 미래일 것이다.”
우지직…
우지지직…
여인은, 용이었다.
“강설, 돕도록 하지.”
후우우웅…
거대한 녹색 용이 날아올랐다.
[강력한 조력자 ‘젊은 용 탄투이누’가 이번 모험에 등장합니다.]
[강력한 조력자 ‘젊은 용 탄투이누’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