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72
제471화
황야엔 법과 질서가 없다.
그런 것들은 이미 진작에 무너졌기에.
이곳의 지배자들이 왕국을 무너트리고 점거할 당시에 정해진 일이다.
“…왔어.”
“으? 뭐아?”
고기를 뜯고 있던 뚱뚱이가 똑똑이에게 물었다.
우르릉-!
탄투이누에게 향했던 적란운이, 트리엄의 오우거들에게도 들이닥쳤다.
“우으으으! 비다아아!”
“비 싫어! 젖는 거 싫어!”
“냄새 사라진다! 비 싫어!”
과거에 원시에 가까웠던 자들은 벼락이 들이친 나무를 향해 절했다. 하늘은 어찌할 수 없는 것. 거스를 수 없는 것.
오우거들이 엉거주춤 비를 피하기 위해 트리엄의 곳곳으로 흩어질 때, 앞으로 툭 튀어나와 양팔을 벌리는 존재가 있었다.
오우거가 긴 역사 속에서 탄생시킨 유일한 지성. 혹은, 앞으로 시작될 변화의 시발점.
똑똑이였다.
쏴아아아아아…
구름이 비를 뿌렸다.
똑똑이는 청결을 챙기기 위해 강에 들어가 몸을 씻고는 했지만 그렇더라도 태생적으로 체취가 강했다.
“비는 참 좋아. 내가 냄새나는 생명이라도 거부하지 않으니까.”
“무슨 소리야?”
툭…
뚱뚱이가 먹다 남긴 고기를 땅에 던져버리며 물었다.
“왕, 넌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응! 똑똑이 말 너무 어려워.”
“…….”
똑똑이는 이레귤러다.
흰색 털로 뒤덮인 사자는 인간이 보기엔 매력적인 존재지만 무리 사이에서는 고독을 느낀다.
똑똑이는 그런 존재다.
함께하되, 외로웠다.
콰르릉-!
“우으으으으!”
“우으으으!”
다들 번개를 무서워했다.
저딴 건, 아무것도 아닌 건데도.
설령 벼락을 맞더라도, 끄떡없는 존재들인데도. 그저 모르기에 무서워했다.
배우지 않으니 가르침도 소용이 없었다.
똑똑이는 그걸 홀로 이해하는 것을 괴로워했다. 이 모든 건 시대에 앞서, 먼저 길을 닦는 자의 고뇌일지니.
콰르르릉-!
콰르르르릉-!
탄투이누가 보았던 구름 속 정보들이 똑똑이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어왔다.
“아아….”
쏴아아아아…
번뇌와 괴로움이, 비에 씻겨 내려간다. 또한, 들이차는 정보와 함께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이것이… 신뢰라는 거군요.”
강설이 트리엄의 오우거들에게까지 연락을 보낸 건, 상황이 급박한 것도 이유였지만 똑똑이의 존재 때문이었다.
만일, 똑똑이가 없었다면 오우거들까지는 끌어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끌어들이지도 못했을 것이고.
똑똑이는 그 사실을 꿰뚫어 보았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신뢰받고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 자신을 믿어보려 한다는 것을.
“아름다워… 세상은, 이토록 아름답구나.”
이레귤러는 인간의 책으로 인간을 배웠다. 그리고 자신이 그들과 무엇이 다른지, 늘 고민했다.
“다르지 않다.”
그가 내린 결론이다.
“나는… 다르지 않아.”
본디 특별한 자들은, 무언가 큰일을 저지르곤 한다.
“왕, 우리는 이제 북쪽으로 향한다.”
“북쪽? 북쪽이 어디지?”
“저쪽.”
“아하! 근데 다들 우리 싫어해. 잔뜩 죽여야 한다.”
“아니, 짐승의 피를 몸에 발라. 붉은색이다.”
강설은 전투 중 아군과 적군을 혹시 오인할 걸 우려해, 한 가지 제약을 걸었다.
그게 바로 붉은색 표식이다.
붉은색 표식을 한 자들은 아군이다.
비가 그치고, 오우거들이 몸에 짐승의 피를 펴 발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똑똑이가 시켰으니까.
그건 뚱뚱이도 마찬가지였다.
“똑똑아, 우리 어디 가는 거야?”
“나도 몰라.”
“똑똑이도 모르는 게 있네.”
“왕, 넌 그동안 많은 것을 먹어 치웠어.”
“알아! 그래도 더 먹고 싶어. 배고파! 먹으러 가는 거야?”
똑똑이가 웃었다.
“용, 먹자고.”
“좋아! 맛있을 것 같아!”
[강력한 조력자 ‘트리엄의 지배자 뚱뚱이’가 이번 모험에 등장합니다.]
[강력한 조력자 ‘트리엄의 지배자 뚱뚱이’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회색 조력자 ‘조언자 똑똑이’가 이번 모험에 등장합니다.]
[회색 조력자 ‘조언자 똑똑이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세력 : 트리엄의 오우거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
강설이 혹시나 하며 건넨 믿음은, 시의적절하게 불어났다.
구름은 이 밖에도 흩어져 비통치 구역의 대부족들에게로 나아갔다.
조룬 산의 발두.
스푸노 화산의 케시이.
호루스 산의 데키.
그들은 다가온 위협에 대해 민감하고 신속하게 반응했다.
붉은 상징을 내걸고, 각자가 해야 하는 일을 숙지했다.
이제, 세 거인이 온다.
[세력 : 발두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세력 : 케시이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세력 : 데키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그리고 그 앞을 막아서는 붉은 물결 또한 일어났다.
* * *
호루스의 한나절.
밖은 아직 한낮인데도, 호루스의 거목 데키부 아래 모인 자들에게는 밤처럼 느껴졌다.
– 쿠파, 영령의 시험이다.
“…드디어인가요.”
– 그래. 북부의 새파란 불로 타오르는 새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가?
“인간의 이야기는 모릅니다.”
– 그 녀석도 영령이다. 아니, 영령이었지.
“정말로 존재했군요.”
– 녀석도, 아니 우리 모두 짐승에 지나지 않았다. 하나, 자연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세계를 이해했다. 그 순간, 영혼의 길이 열렸다.
쿠파는 사슴 영령 자바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 너 또한 그 길을 걷게 되리라.
쿠파는 물었다.
“그 불타는 새가, 저와 비슷한 구석이 있던가요?”
– 비슷한 구석이라….
자바투를 비롯한 다른 영령들이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나중엔 정말로 비슷한 구석이 있나 떠올릴 정도였다.
– 어… 없던 것 같기도?
– 쿠파는 조금 특이하니까 말이야.
– 그래, 꼭….
영령.
모든 짐승의 꿈.
천하디천한 태생을 지우고,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경지.
영령은 다른 이들에게 고귀한 존재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 쿠파는 영령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니까.
– 맞아, 꼭 때가 돼서 의식을 치르는 느낌이야.
쿠파가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요. 저는 정말 영령이 너무 되고 싶어요.”
– 거짓말이네.
– 거짓말이잖아, 이 자식.
카이로가 말했다.
– 쿠파, 영령은 그 자체로 신성하단다. 네가 어떤 존재로 태어났든, 어떤 삶을 살았든 영령이 되면 모든 게 무의미해져.
쿠파는 조용히 답했다.
“카이로, 그건 정말로… 좋은 걸까요?”
– …뭐?
자바투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나를 잊는 게, 내가 살아온 길을 지우는 게 정말로 멋지고 좋은 일일까요?”
– 진흙탕에서 뒹굴고 시도 때도 없이 영역 싸움으로 몸은 엉망진창이 되며 짐승이라 멸시받는 그것을 잊는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더냐?
쿠파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모르겠어요. 난… 그것도 좋았단 말이에요.”
모든 영령이 그제야, 이 모든 말이 쿠파가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순간 말이 트였어요. 어느 순간 영산이 떠올랐고 홀린 듯 이곳으로 향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영령이 되어야 하죠. 난… 아직 확신하지 못해요.”
– 쿠파.
“영령이 되어서도 내 이름을, 지킬 수 있나요? 난 쿠파라는 이름을 잊지 않을 수 있나요?”
– 영령이 되면, 과거의 이름은 버린다. 모두 새로운 이름을 받지.
“그건… 정말로 슬프고 싫은 일이에요. 키리를 잊는다는 거잖아요. 강설을 잊는다는 거예요.”
–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냐? 이미 오래전 일이다.
“키리, 불쌍한 사람. 나와 함께 오랫동안 거닐지. 그랬다면 내 등에 타 노을을 바라봤을 텐데.”
– …….
“너무 이른 죽음이었어. 지금의 내 모습을 봤다면, 너도 즐거워했을 텐데. 장하다고 나를 잔뜩 귀여워했겠지.”
쿠파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영령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구름이 찾아왔다.
쿠르르릉…
쏴아아아아…
콰르르릉-!
콰르르르릉!
높새 날개의 대주술이다.
흩어진 조각들을 한데 모으는.
영령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 데키가 움직일 때다.
쿠파 역시 말을 보탰다.
“우리도….”
– 아니, 움직이는 건 데키뿐이다.
“…어째서?”
– 영령은 그런 존재다. 자연은 의도를 가지지 않아.
“…….”
– 쿠파, 영목 데키부로 향해라. 영령이 되면 모든 걸 알게 돼.
쿠파가 슬픈 눈을 하고는, 쓸쓸히 데키부로 향했다.
영령이 되는 과정은 간단하면서도 심오했다. 영목 데키부와 영혼을 연결해, 영혼 세계로 떠나는 것이다.
그곳에서 영혼이 가진 가능성을 참오하며, 더러운 모든 걸 벗어던지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훅…
쿠파는 데키부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스으으으…
정말로 거대한 새의 실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곳이… 영혼의 세계?”
투명하고 푸른 듯한 느낌의 세상. 그 규모는 무한대. 판데아보다도 더 넓은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의식만으로 움직이는 세계.
생각하면, 생각의 속도만큼 움직일 수 있는 곳.
다양한 형상의 영혼들이 그곳에 존재했다. 다만, 몹시 작았다.
그들은 쿠파처럼 영령이 될 만한 재목이 아닌, 그저 영혼의 찌꺼기일 뿐이었다.
영령은, 이미 완성된 짐승들이 향하는 최후인 것처럼 보였다.
후우우우우웅…
거대한 광원(光源).
노란빛의 구체가 푸른 띠를 휘감고 떠올라 있었다.
쿠파는 단박에, 그것이 영혼 세계의 중심을 이루는 물질이라 판단했다.
저곳에 닿으면, 다음 단계인 영령이 될 수 있다고.
본능처럼, 홀린 듯이 날개를 펼쳤다.
휘이이…
바람을 타지도 않았는데 쿠파의 영혼은 마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정해진 운명처럼 구체를 향해 빨려 들어갔다.
그래, 되었다.
이것으로 된 거야.
누군가 쿠파의 심장에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아니! 아니야!”
별안간, 소리치며 날갯짓을 멈춘 쿠파.
머릿속에, 아까 본 구름이 떠나가지 않았다. 강설이 쿠파를 필요로 했다.
“멋진 일들이… 아직 가득하잖아. 아직… 아직은….”
“맞아, 네겐 너무 일러.”
쿠파가 근처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쳐다보았다.
“…누구세요?”
“이렇게 예의 바른 맹금이 있나?”
“…너 누구야?”
“…취소.”
얼굴은 보이지 않고, 아까 본 찌꺼기들처럼 비루한 몸뚱이로 이루어진 무언가.
인간의 형상을 가졌으나 그 실체는 정확히 표현할 수 없었다.
“맞아, 인간이야.”
“…….”
“두렵지? 영령이 되는 건.”
쿠파는 정체를 모르는 이에게 끌렸다. 그가 가진 영혼이, 아까 본 구체처럼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서워. 일상을 잃게 되잖아.”
“흙을 잔뜩 묻히고 바보처럼 웃지 못하지.”
“거대한 나무 끝에 올라 숨을 쉬지도 못하고.”
“마음대로 날지도 못하잖아. 넌 날개가 있는데도.”
쿠파가 잔뜩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잔뜩.
“쿠파.”
“내 이름을 알아? 넌 누구야?”
“영혼의 방랑자! 사실은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끼 같은 존재라고 봐도 돼.”
“방랑자….”
“자바투는… 잘 있지?”
“…….”
“하하하! 뭐, 그냥 오랜만에 궁금해서 말이지.”
영혼은 말했다.
“언젠가 내가 그들을 다시 찾겠지. 모두 잘 지냈으면 좋겠네…. 아 참! 내 얘기가 중요한 게 아니야! 네가 중요한 거지!”
쿠파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했다는 듯 행동했다.
“쿠파, 네 진심을 솔직하게 말해. 영혼과 반대되는 행동으로 네 삶을 무너트리지 마.”
“난… 난….”
쿠파는 어째선지, 사내에게 눈물을 흘리며 답하게 되었다.
“짐승으로… 남고 싶어.”
“…….”
“미련하고 바보 같은 행동이지만, 그게 나야. 키리가 붙여준 이름을 버리기 싫어. 강설도 자주 만나러 가고 싶어.”
“흙으로 목욕하는 것도?”
“그것도 최고! 나는 것도 최고… 난….”
쿠파는 몸을 짓누르던 어둠이 걷혀가는 게 느껴졌다. 가슴이, 텅 비어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충만해지는 듯한 감각.
“쿠파, 커다란 짐승이야.”
“…….”
“그게, 나야.”
스으으윽…
영혼이 쿠파의 이마에 손을 대었다.
[순수혼(純粹魂)의 각인이 형성됩니다.]
[육체에 영혼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육체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룹니다.]
……
“떠나라, 이곳에 다시는 발을 들이지 마.”
후우우웅…
쿠파는 점점 영혼의 세계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쿠우우웅…
파아아앙-!
데키부가 진동할 정도로 엄청난 기세로 토해진 쿠파.
“…….”
“…….”
호루스의 모든 영령이 침묵했다.
쿠파의 덩치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정말로 거대해져서, 영령들을 내려다볼 정도였다.
“…쿠파.”
“머리에 그 각인….”
사슴 영령 자바투가 물었다.
“…녀석은 잘 있더냐?”
쿠파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령들은 쿠파의 머리에 새겨진 각인에 각기 이마를 갖다 대었다.
지이이잉…
각인에 영령의 문양들이 새겨져 안으로 사라졌다.
“떠나라, 쿠파. 너는 영령이 될 자격이 없다.”
쿠파는 답한다.
“쿠루루룩….”
붉은 깃을 머리에 꽂은 거대한 새가 날개를 펼쳤다.
후우우웅…
[강력한 조력자 ‘쿠파’가 이번 모험에 등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