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78
제477화
짜아아아악-!
스으으으으…
이번엔 아까보다 수가 적었다.
그러나 느껴지는 힘은 전보다 거대했다.
외향을 살펴보니, 몸에 화살이 잔뜩 꽂혀있거나 창에 관통당한 그대로 일어선 그림자들.
“대적자를 알고 있나?”
“…잘도 저질렀군.”
대적자.
시대의 왕, 혹은 대륙을 피로 물들였던 존재들에게 도전했던 자들.
영웅이 되지 못한, 혹은 이름 없이 죽어간 자들이다.
철컥…
몸에 병기가 꽂힌 불쌍한 존재들이 강설을 향해 무기를 치켜세웠다.
[까마귀 축제를 사용합니다.]
[축적된 피조물을 불러들입니다.]
[까마귀는 주변 적에게 까마귀 포탄을 사용하여 날아가 부딪힙니다.]
[유지 가능한 최대 까마귀 수는 정해져 있으며, 제압되거나 소멸할 때, 마력을 소모하여 보충합니다.]
[까마귀 축제의 지속 시간은 적을 제거할 때마다 늘어납니다.]
휘오오오오…
그림자로 만들어진 까마귀가 강설의 주변을 뒤덮었다.
슈라진을 상대할 때 사용했던 힘.
그때보다 훨씬 많은 수의 까마귀가 와류를 만들었다.
강설은 그 안으로 몸을 숨겼다.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피조물 수.
“안 되지, 안 돼. 그런 얕은수는.”
파아앙-!
파아아아앙-!
대적자들의 활과 지팡이에서 투사체들이 날아들었다. 까마귀들을 와해시키기 위한 힘.
[흐르는 달 카루나의 검은 파동이 유지됩니다.]
[일정 파괴력 이하의 모든 투사체가 가로막힙니다.]
“음?”
후우우우웅…
화염과 화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레고리의 시선이 잠시 카루나에게 향한 그때, 와류가 움직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대적자들을 짓뭉개며 움직이는 까마귀 폭풍.
콰가가가가각-!
실시간으로 갈려 나가는 소환수의 모습에 그레고리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하나,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지이이이잉…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활의 시위를 당기는 그레고리.
[그레고리가 열세 번째 제자, 마르쟈를 사용합니다.]
[화살이 목표에 닿는 순간, 그림자 붕괴를 일으킵니다.]
[그림자 붕괴는 화살에 제물로 바쳐진 그림자의 수에 비례합니다.]
[그림자 병기는 동시에 하나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끼기기긱…
콰아아아아앙-!
마치 대포가 쏘아진 듯, 굉음과 함께 맹렬히 날아가는 화살.
그 크기 또한 창과 비견할 정도로 거대했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폭발하는 화살.
찌지지직…
까마귀들이 짓뭉개지며 폭풍이 그 속살을 드러냈다. 남은 까마귀들은 전부 흩어져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런.”
없다.
와류 속엔, 아무것도 없다.
푸우우우욱…
동시에, 뒤에서 찔러 온 검이 그레고리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의 그림자에서 강설이 나타난 것.
“웁… 푸화아아아아악!”
그레고리가 검은 피를 왈칵 토했다.
아니, 그건 그림자였다.
[물질 재구성을 사용합니다.]
[입은 지 얼마 안 되는 피해를 그림자를 제물로 바쳐 상쇄합니다.]
[매우 긴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가집니다.]
[최대 체력의 일부를 잃습니다.]
……
“…위험했군. 안 되지, 그런 약은 수는.”
그레고리는 토해낸 그림자에서 새로 태어났다. 강설이 쓰게 웃었다.
“몇 분 전으로 돌아가면 비슷한 짓을 한 녀석을 만날 수 있다. 그 녀석과 얘기해 보지 그래.”
“무투파는 피곤하군. 상당히 피곤해. 편식은 좋지 않은 법이야. 소환술은 어디 갔지?”
“충고는 그쯤 하지. 볼품없으니.”
“모든 것은 곧 하나야. 그림자의 성질이지. 자, 보라고.”
짜아아악-!
후우웅…
휘리리리릭…
쓰러진 대적자보다 더 많은 수의 대적자들이 일어났다. 처음의 세 배쯤 되어 보였다.
– 으으…
– 으아아아…
그들은 혼을 잃은 듯, 괴로워했다.
“이쯤 되면 악취미군.”
“수준이 높다고 받아들이지.”
따아악-!
강설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마력이 대량으로 꿈틀댔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레고리도 그의 행동을 경계했는데,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아 허탈해했다.
“본신의 힘에만 신경 쓰는 건, 하책이야.”
기이이잉…
대적자들이 달려들었다.
촤아아아아악-!
촤아아악-!
까마귀 축제를 다시 일으킬 만한 피조물을 생성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 전엔 일일이 대적자들을 맞상대해야 했다.
퍼어어억-!
퍼어억-!
…카아아아앙-!
일방적인 학살극 또한 아니었다.
대적자들은 대부분 강설보다 수준이 낮았지만, 어떤 그림자는 아주 능숙하게 검을 받았다.
그레고리가 예견된 결과에 웃었다.
“이미 썩은 껍데기만을 가져온 거라 변변찮은 녀석들이지만, 그래도 그만큼 양으로 채우면 될 노릇이다.”
푸화아아악-!
푸화아악!
강설은 검으로 그들을 베어나가며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망자가, 고통받는가.
눈물을 흘리는 그림자들을 베고 있노라면, 그가 꼭 악마가 된 것 같았다.
푸우욱…
“큭….”
검을 막을 수 있다는 건, 당연히 기습을 가할 수도 있다는 얘기.
전투를 진행할수록 강설의 몸에 상처가 늘어났다.
‘힘을 아끼는 건… 여기까진가….’
대적자의 뒤에, 그레고리의 패가 무엇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따아아악-!
손가락 튕기기.
그레고리가 이번에도 허세인 줄 알고 그를 비웃었다.
하지만, 곧 성채의 바닥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치솟았다.
[절기 : 어둠살이를 사용합니다.]
[어둠살이를 소환합니다.]
“호….”
그러나 곧, 그레고리의 눈은 실망으로 물들었다.
휘오오오오오…
[밤까마귀 형상을 취합니다.]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어둠살이의 모든 힘을 흡수합니다.]
나타난 어둠살이마저, 강설의 힘을 이루는 데 전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 힘이, 고작 그따위로 사용되다니… 한참 멀었군.”
처음 보는 힘이었지만, 짐작 가능한 힘.
콰아아아앙-!
콰지지지지지지직!
강설이 밤까마귀로 화하자마자, 일제히 찢겨나가는 대적자들.
그러나 그레고리의 앞을 막아서는 건 여전히 멀쩡한 대적자들의 장벽이었다.
파아아아아앙-!
강설이 그레고리의 앞을 막아선 자들을 향해 비탄을 향했다.
철컥… 철컥…
방진을 짜자, 그 어떤 공격도 막아 보일 것 같은 단단한 선이 그어졌다.
그리고.
따아악-!
강설이 미리 장전해둔 수가 발동했다.
흐어어어어어어어-!
바닥에서 만들어지는 어둠살이.
“그림자에 숨겨둔 건가!”
어둠살이는 마치 물살을 뚫고 튀어나온 날치처럼 상반신만을 드러내 오른팔을 휘둘렀다.
쒜에에에에엑…
정면을 뚫리지 않기 위해 짜진 방진이, 측면으로부터 시작된 공격에 우르르 쓸려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동시에, 그레고리의 전면이 텅 비었다.
강설이 전면에서 짓쳐 들었다.
콰아아아앙!
카가가가가가가가각-!
[그레고리가 여섯 번째 제자, 솔라를 사용합니다.]
[방어한다고 생각하면, 방어합니다.]
[자신보다 경지가 높지 않은 자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대상을 크게 밀쳐냅니다.]
[한번 사용하면, 긴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가집니다.]
[그림자 병기는 동시에 하나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검은 문양의 방패.
끼기긱…
끼기긱…
“실망이군. 실망이야, 어린 소환사. 이제야 네 힘의 근원을 알아챘다.”
파아아앙-!
뒤로 날아가는 강설.
“궐련 냄새가 나. 내가 싫어하는 냄새가….”
큼큼대던 그레고리가 말했다.
“너, 미레이와 관련이 있군. 녀석의 제자인가?”
“…그래.”
“고얀 녀석… 그럼 이쪽이 대스승일 텐데.”
“내 스승은 미레이뿐이다. 그녀는 천재야. 넌 헛된 망상에 사로잡힌 괴물이고.”
“아아, 그래… 이런 이질적인 힘이 세상에 둘이나 있을 리 없지. 미레이였군… 그녀였어.”
그레고리가 표정에 유의미한 변화를 드러냈다.
“고집쟁이 같으니… 그녀는 살아있나?”
“…죽었다.”
그의 표정에 잠시 슬픔이 어렸다. 그러나 잠깐이었다.
“…별 볼 일 없었군. 고작해야 이런 쓰레기 같은 힘을 위해 일생을 바친 것이냐?”
“그녀를 모욕하지 마라. 그녀는….”
“내 말대로만 했으면! 그랬으면 훨씬 쉬웠을 거다! 이름도 알리지 못한 채 쓸쓸히 죽진 않았을 거야.”
“그녀의 연구는 성공했어. 그걸로 충분해.”
“성공? 우습구나. 내 앞에서 성공을 운운하다니. 그녀는 실패작이다. 거름으로도 쓰지 못할 연구에 미쳐서 내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강설이 씨익 웃었다.
“…역시, 정했다.”
투지는 다듬었다.
이제 찌르기만 하면 될 뿐.
휘오오오…
강설의 기세가 전과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열을 내기 시작한 엔진처럼.
전력 질주하기 시작한 심장처럼.
“그림자를 이용해 신체를 강화하는 건 한계가 있다. 녀석은… 녀석은….”
처음에는 변화를 무심하게 바라보던 그레고리도 눈을 부릅떴다.
“제법….”
기이이이이이잉…
강설의 이상을 눈치챈 그레고리가 손바닥을 맞부딪혔다.
“이런….”
짜아아아아악-!
[그레고리가 환상 절기 : 그림자 사역을 사용합니다.]
[대상의 동의 없이, 모든 힘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영령 : 발라보르를 소환합니다.]
끼아아아아아아악-!
거대한 불새가 검은 불길을 머금고 날아올랐다. 북부에서 사라진 불새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불새조차도 강설의 기운과 비등할 뿐. 더군다나 그의 기운은 계속해서 상승했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기운.
“아그라스!”
“아그라스!”
“무슨 일인가요! 이쪽도 바쁘다고요! 이 여자….”
“여기 붙어라, 이대로면….”
밤까마귀를 넘어선 힘의 폭풍이 강설을 에워쌌다.
“우리의 패배다.”
“오 이런, 저건….”
휘오오오오…
아그라스가 전장을 이탈해 그레고리의 앞을 막아섰다.
“이럴 수가… 대체 뭘 집어삼킨 거냐?”
파지지지직-!
[환상 절기 : 야차(夜叉)를 사용합니다.]
[야차의 감각과 감응합니다.]
[야차의 기억과 감응합니다.]
[야차의 움직임을 따릅니다.]
[야차의 힘을 얻습니다.]
[주문의 반응 속도가 증가합니다.]
……
강설의 하관에 하얀 가면이 덧씌워지고, 안면을 가로지르는 핏줄은 새파랗게 물들었다.
스으으으…
“아트로밀… 저 녀석….”
전력을 다한 전투.
강설은 자신에게 많은 것을 남기고 먼저 떠나간 자들을 위해 싸운다.
“다시 말하지, 미레이는 천재야. 그리고… 네 이상처럼 모든 것이 하나가 될 순 없어.”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화르르륵…
타오르는 푸른 불길.
미레이로부터 시작된 불길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많은 것을 집어삼켰다.
그래, 모든 것은 하나로부터 시작됐다.
“한꺼번에 덤벼.”
하나가 곧 모든 것이 되었다.
“…질리도록 맡게 해주지, 궐련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