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85
제484화
우르르르르-!
전쟁과 상관이 없는 평민들이 거주 구역을 비웠다.
“피난해라! 어서! 시간이 많지 않다!”
“이게 무슨!”
“어서!”
일반 백성들이 거인 왕과의 싸움에 휘말리게 할 수는 없었으니 당연한 조치였다.
한소미 일행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다만, 대피를 넘어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거주 구역에 뭔가가 준비되고 있었다.
드르르르르…
사방에서 거대한 난쟁이 석상이 솟구쳐 오른다거나.
쿠직…
쿠지지직…
투박하게 지어진 가옥들이 모두 무너질 정도로 엄청난 흔들림이 발생한다거나.
“준비가 거의 끝나갑니다!”
“잘했다!”
근엄하게 생긴 마법사가 곳곳에 마련된 망루에서 수상한 주문을 외우고 있다거나 하는 이상한 준비가.
모두 바미온이 무장 명령을 내린 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들 뭘 하는 거지?”
“한시가 급한데 어째서….”
일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자 잔뜩 심통이 난 아그라스가 투덜거렸다.
“그래봤자 난쟁이예요.”
“언제는 비장의 수가 있을 거라며?”
“…….”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
“고대 난쟁이, 마지막 왕 시리온의 시대엔 그 영토가 굉장히 줄었다고 하죠. 거인과 고룡에게 영토를 빼앗기고 지하로 숨어든 게 분명해요.”
“너, 아까와는 해석이 다른데?”
“해석은 달라질 수도 있는 법이죠!”
스으윽…
그때, 바미온이 나타났다.
“하하… 틀린 말이 아니다.”
“바미온… 이 짜증 나는 놈이 말한 게 전부 사실이야?”
“선왕께서도 허허벌판에서 거인과 마주친다면, 그 어떤 계획이 있더라도 도주를 가장 우선하라고 말씀하셨을 정도다.”
“…….”
“그 정도인 거다, 거인의 힘은. 그저 우뚝 선 것만으로 산과 싸워야만 하는 심정이지.”
바미온은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한소미에게 말했다.
“잿가루 성채와 낙원은 그 때문에 탄생했다고 볼 수 있지. 많은 영토를 빼앗겼고, 언제든 잃을 수 있는 난쟁이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장소로.”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우리가 싸우는 건 거인이야, 놈이 원하는 대로 싸운다면 승산은 없다. 사냥이다, 사냥꾼의 마음가짐으로 대적해야 하지.”
뭔가 대화가 이상했다.
한소미가 궁금했던 건, 어째서 출병을 미루느냐인데 바미온은 굳게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왕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대신 한 명이 뛰어왔다.
“낙하 마법까지, 준비를 마쳤습니다! 마지막 과정만 남았습니다! 명하신다면 지금 바로….”
“그래… 때가 왔다.”
바미온이 소리쳤다.
“외부 결계를 해제하라!”
츠즈즈즈즛…
말도 안 되는 세월 동안, 난쟁이들을 세상으로부터 지켜온 결계가 해제되었다.
* * *
후우우웅…
콰지지지지직-!
홈의 화산섬이 다시 한번 횡으로 휘둘러졌다.
콰아아아앙-!
살아남은 자들은 절반을 약간 웃도는 정도. 정말로 많은 인원이 죽어 나갔다.
“하아!”
휘오오오오…
폭포의 주술사들이 만들어낸 물 구슬이 홈의 몸에 부딪혔다.
파아아아앙-!
그들에게는 그 어떤 상대라도 깔아뭉갤 수 있던 주술이었지만, 거인에게는 물풍선보다도 작은 충격만을 가져다주었다.
“큿….”
“피해!”
콰아앙!
이런 상대에게는 오히려 날카로움을 무기로 하는 주술을 펼쳐야 했지만, 이미 시도해본 일이다. 브론의 주술이 그러했던 것처럼 홈의 피부조차 꿰뚫지 못하고 모든 주술이 허망하게 사라졌다.
“허억… 허억….”
밤까마귀가 호흡을 가쁘게 내쉬었다. 브론이 그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거의 장벽 수준이군… 웬만한 공격으로는 흠집조차 내기 어려워.”
“마수보다 더 마수 같군.”
마수 중 일부는, 그 가죽이 상당한 고가에 거래되곤 했다. 날붙이를 쉽게 막아내는 것은 물론, 원소에 저항력을 가져 불에 타지도 물에 젖지도 않는 게 가능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홈의 피부가, 그런 마수의 가죽보다 수십 배는 까다롭게 느껴졌다.
브론이 쓰게 웃었다.
“무슨 이유인지 근방의 수맥이 멸종했다. 지금 이 장소는 최악이야.”
“놈을 다른 곳으로 끌어낼 수 있을까?”
“…무리 아닐까. ‘여기서 싸우긴 곤란하니 잠시만 따라와 주세요’라고 부탁한다면 혹시 모르지.”
“큭큭….”
쟈마드가 강설에게 물었다.
– 회복은?
강설이 답했다.
– …멈춘 지 좀 됐어.
– 최악 중 최악이로군.
강설은 이미 그레고리와의 싸움에서 기력을 크게 소모했다. 그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야차 상태를 강제로 이어갔기에 지금, 평소보다 무력감이 심했다.
그래도 쟈마드에게 의지해 어떻게든 회복을 꾀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홈이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불공평하잖아… 이쪽은 한 번만 맞아도 넉아웃이라고.’
놈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 맞받아치는 것도 소용없다.
피하고 때려야 한다는 하나의 선택지만 존재하는 상황. 정작 상대에게 유효타를 날리려면 힘을 회복해야 하는데 교전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힘을 회복할 수 없었다.
진퇴양난에 사면초가.
알면서도 이러한 교착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카렌과 카루나가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날파리 같은 녀석들!”
“카하하하!”
콰아아아아앙-!
내려찍는 대검을 피해내는 카렌. 날다람쥐 같은 움직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딱히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저 답보 상태일 뿐이다.
강설과 쟈마드는 지금, 기다리고 있었다.
– 때를 기다려요.
전투 도중, 신디오의 전령인 날짐승이 전한 한 마디.
아그라스를 포함한 한소미 일행이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아그라스의 농간이 아니라면 좋겠는데….’
일단은, 할 수 있는 걸 해야 했다.
파아아앗-!
밤까마귀가 날았다.
후우웁…
공중에 떠오른 상태에서 양팔을 움직였다. 팔이 여러 개로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검은 꽃을 사용합니다.]
[그림자 손이 연격을 가합니다. 공격 한 번의 피해량은 그림자 손과 동일하며 같은 대상에게 적중 시 연격마다 20%의 추가 피해가 적용됩니다.]
[권능 : 그림자의 왕 효과로 능력이 강화됩니다.]
[만발(滿發)을 사용합니다.]
[그림자 손의 개수가 50% 늘어납니다.]
아주 단순하게 강화되는 능력.
파바바바바바박-!
카렌이 위태로운 순간에 나선 밤까마귀는, 홈의 시선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간지럽군.”
[거인 왕 ‘홈’이 불지옥을 사용합니다.]
[공격할 때마다 주변 지형에서 불길이 솟구칩니다.]
[화산 지형이 불길의 크기를 키웁니다.]
……
화르르륵-!
불타는 대검이 밤까마귀를 향해 휘둘러졌다.
후우우우웅-!
“…큭.”
피하기 난감한 위치.
악몽으로의 회피를 고려했으나, 구원은 있었다.
후우우우웅-!
몸이 어딘가로 빨려갔다.
밤까마귀는 저항하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겼다.
콰아아아아앙-!
화르르르륵-!
불길이 솟구쳤지만, 밤까마귀는 그 자리에 없었다.
“고마워, 카루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주인님.”
“…그래, 방법을 짜내야겠지.”
카루나가 그들을 간조로 당긴 것. 다행히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거인의 참격을 피해냈다.
밤이 너무도 길다고 느껴질 정도의 괴로운 전투였다.
딱 하나, 이 고된 싸움이 가져온 이득이 있다면…
그건 바로 강설이 점차 권능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부분이다.
펑펑펑-!
화산섬에서 발출된 화염구가 밤까마귀를 향해 맹렬히 날아갔다.
밤까마귀는 그것을 잠시 올려다볼 뿐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의 신체가 아닌 그림자가 화염구들을 집어삼켰다.
쩌어어억-!
꿀꺽…
푸쉬이이이…
작고 빠른 녀석을 상대하기 위한 홈의 화염구가 그림자의 입속으로 허망하게 사라졌다.
절망적인 상황과는 별개로, 강설은 홈과의 싸움에서 성장하고 있었다. 같은 대가였던 그레고리와의 대결처럼 끝없는 깨달음의 물결이 강설에게 찾아왔다.
마음 한구석이 간질간질한 이 느낌. 분명, 시간이 지나면 홈을 쓰러트릴 방법을 찾아낼 것만 같은데 그 시간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같은 광경이다.”
“…뭐?”
홈이 씨익 비웃으며 말했다.
“우린 언제나와 같은 광경을 보고 있을 뿐이다. 차이를 깨닫고 절망하는 너희의 모습을.”
강설이 홈의 말이 거슬렸지만, 인내하며 물었다.
“네가 승리한다면, 세상이 바뀌는 거냐?”
“바뀌겠지. 올바른 모습으로.”
시간이 필요한 건 원정대였기에, 홈이 말을 하는 동안은 전투를 잠시 멈추었다.
“모든 생명을 발아래에 두고, 숭배받을 것이다. 그들의 피로 목욕할 것이고 그들의 살로 배를 채우겠지.”
“…….”
“너희는 과거와 같은 운명이다. 복종하여, 우릴 섬겨야만 한다. 그것이 너희가 살아남은 이유다.”
“개소리를….”
“열등한 생명의 신앙이 나를… 신으로 만들어주겠지.”
“…뭐?”
강설이 잠깐 멈칫했다.
홈이 내뱉은 말이 조금, 마음에 걸려서다.
“우리는 이 대지에 숨겨진 승천의 땅까지 나아갈 것이니. 그리하여… 신의 권좌를 차지한다!”
“큭… 큭큭….”
강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끅끅대며 웃었다.
화르르륵-!
화산섬을 강설에게 겨눈 홈이 물었다.
“…왜 웃는 것이지?”
“네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승천의 땅에 발을 들이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당연히 하늘에 오르리라고 생각한다는 게 웃겨서 말이야.”
“…뭐?”
강설이 냉랭하게 말했다.
“너흰 하늘은커녕, 땅속에 처박히는 게 어울려.”
“…네놈의 머리로 잔을 만들도록 하지. 그리하여 내 노예에게 매일 술을 채워 마시게 할 것이다.”
“어디, 해보든지.”
화르르르륵-!
홈이 화산섬을 끌어당겼다.
시간을 끌어도 모자랄 판국에, 홈을 도발한 강설. 이유는 있었다.
푸드득…
그의 어깨에 있던 신디오의 전령이 날아갔다. 강설에게 무언가를 전하는 임무를 마치고.
“쟈마드.”
– 아… 그래.
여유가 없었지만, 찬스가 오면 한 방 먹일 만한 힘은 있었다.
“브론! 시간을 끌어줘!”
“알았다!”
휘오오오오…
여기저기서 폭포 주술이 일어나 홈을 방해했다.
“가소로운 녀석들이!”
콰아아앙-!
역시나 거슬리는 자들부터 치워버리는 거인 왕.
밤까마귀의 눈이 빛났다.
파아아앗-!
공중으로 날아올라, 준비해둔 주술을 펼쳤다. 정말로 오랜만에, 크게 판을 벌일 각오를 하고.
후우우우웅…
홈의 시선이 힘이 집중되는 곳으로 향했다.
밤까마귀가 높게 떠올라 아래를 향해 주먹을 내려쳤다.
파아앙-!
허공을 때리는 모양새였지만, 그 여파는 간단하지 않았다. 뒤따르는 어마어마한 주술력이 몽땅 산의 힘으로 뒤바뀌었다.
이 힘은, 아자닉에게도 한 방 먹였던 그 힘이었다.
[대주술 : 돌주먹을 사용합니다.]
[대상에게 산과 그림자 복합 피해를 줍니다.]
콰드드드득-!
“어딜…!”
홈이 곧바로 화산섬을 휘둘러 대주술을 갈라내려 했지만, 산의 주술력이 크게 한 번 요동쳤기에 판단을 유보했다.
[권능 : 그림자의 왕 효과로 능력이 강화됩니다.]
[이적(異蹟) : 산의 꽃을 사용합니다.]
[대주술 : 돌주먹이 연격을 가합니다. 공격 한 번의 피해량은 대주술 : 돌주먹과 동일하며 같은 대상에게 적중 시 연격마다 20%의 추가 피해가 적용됩니다.]
……
허공에 무수히 생성되는 돌주먹의 잔영. 가공할 기운이 홈을 엄습해왔다.
그 때문인지 홈이 처음으로, 방어하는 자세를 공고히 했다.
대검을 눕혀 머리 위에 두었다.
화르르륵-!
화산섬의 화염이 피어나 돌주먹 일부를 막았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콰콰아아앙-!
화염과 적중한 돌주먹은 움푹 파이는 듯한 흔적을 남겼고, 홈에게서 빗나간 돌주먹은 그대로 지반을 후려쳤다.
콰콰콰아아아아앙-!
아니, 빗나간 게 아니었다.
애초에 그곳을 노린 거지.
쩌저저저저적-!
지반 전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늘에선 아직도 돌주먹의 잔영이 쏟아지니, 홈도 이 균열엔 대처할 수 없었다.
정확히 강설이 노린 상황이었다.
– 준비가 끝났으니, 지반을 무너트려요.
그의 뜻대로, 홈의 대검이 침입하는 것을 막을 정도로 단단했던 지반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크으아아아아!”
성채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균열. 아니, 성채가 통째로 내려앉았다.
홈이 돌주먹 세례와 함께 발판이 사라지자, 거대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착지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푸지지지직…
수상쩍은 파육음과 함께, 홈이 비명을 질렀다.
“끄으아아아아아아아아!”
미리 언질을 받았던 브론과 폭포 주술사들이 부유 주술을 펼치려 했다.
짜아악-!
[브론이 폭포 주술 : 아래로 흐르는 물을 사용합니다.]
……
후우우우웅…
그러나, 어떤 기류가 그들을 감싸더니 홈과는 달리 천천히 그들을 지하로 내려놓았다.
브론과 스콜라가 성채 지하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를 보고 기함했다.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하하하하! 오늘 겪은 일은 죽어서도 못 잊겠군!”
휘오오오오오…
탁…
밤까마귀가 가장 마지막에 지하에 내려섰다.
“이건….”
말도 안 되는 크기의 지하 공간.
아니, 마치 천상에서 떨어져 내려 지상에 도착한 것만 같은 풍경.
밤까마귀가 내려선 곳은, 한소미 일행의 옆이었다.
“성공이에요!”
“이게 대체….”
강설이 한소미를 바라보자, 그녀가 이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그게… 난쟁이가 저를 좋아해요!”
그 말에 시선을 돌린 강설의 눈에, 이들 중 가장 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자가 들어왔다.
시리온의 후손, 바미온이었다.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대충은 감이 잡히는 상황.
다만, 새롭게 나타난 이들은 믿어도 될 만한 자들일까?
강설이 판단을 망설이는 사이, 홈이 몸을 일으켰다.
쿠구구구궁…
함께 떨어진 잔해와 시체들을 짓이기며 일어선 그가 다시금 모두를 내려다보았다.
“…피.”
“그렇군….”
놀랍게도, 홈은 푸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연방을 쓸어버린 그 역겨운 마약의 원형이 된 액체를.
“후우우… 이번엔 난쟁이가 깨어난 건가?”
왕이 깨어나면, 대적자 또한 깨어나는 법이다.
바미온이 말했다.
“홈, 저주받은 거인이여. 아버지께 들은 그대로의 모습이군.”
“시리온인가? 아니지, 닮긴 했지만 시리온은 아니야.”
홈이 머리에서 푸른 피를 흘리며 악귀처럼 웃었다.
“시리온은 나를 앞에 두고 너처럼 떨지 않았다. 작은 벌레야.”
“큭큭큭… 그리운 이름이군.”
“시리온이라… 흐흐흐….”
홈의 옆구리에 매달린 두 거인의 얼굴도 바미온을 함께 비웃었다.
비웃음을 받은 바미온이 밤까마귀를 향해 말했다.
“거기, 검은 자여.”
“…….”
“나는 바미온, 잿가루 왕좌를 이어받을 자다.”
잿가루 왕좌는 처참히 부서졌다. 하나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강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바미온이 씨익 웃었다.
“저 거인을 쓰러트릴 생각이라면, 너희에게 힘을 보태도록 하지.”
[강력한 조력자 ‘재의 후손 바미온’이 이번 모험에 등장합니다.]
[강력한 조력자 ‘바미온’이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세력 : 낙원의 난쟁이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
원래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야 할 상황이지만, 현재는 인근에 통역 마법을 전담으로 하는 난쟁이 마법사가 수두룩했기에 서로의 뜻을 이해했다.
브론이 껄껄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거… 일이 어떻게 되는 거야.”
트롤에 인간, 그것도 모자라 고대 난쟁이까지.
한자리에 모이면 하나만 남을 때까지 싸울 게 분명한 그들이 오히려 힘을 모으고 있었다.
홈이 웃었다.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지? 시리온조차 우리와 결하지 못했다.”
“확실히, 세 거인은 강대하다. 하지만, 이곳 낙원은 그런 너희를 위해 선왕께서 예비한 자리이니.”
휘오오오오오오…
바미온의 망치가 빛났다.
“바로 네놈들의 무덤이다.”
“모욕이 지나치군. 하찮은 녀석이….”
“두고 보면 알겠지. 오팔을 부숴라!”
후우우우웅…
저 멀리에 보이는 난쟁이 석상 하나가 망치를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앙-!
내려친 자리엔, 특이하게 생긴 거대한 보석의 부스러기가 있었다.
[낙원 : 보석 기관이 발동합니다.]
[구속의 오팔이 파괴되었습니다.]
[대상으로 지정된 자는 낙원에 구속됩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기 전까진 낙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파아아아아아아앙-!
푸른 사슬이 홈의 팔뚝에 휘감겼다.
“잔재주… 재밌구나!”
화르륵-!
하아압…
홈이 대검을 불꽃으로 변화시켜 삼키고, 이번엔 뇌전이 번뜩이는 창을 쥐었다.
[거인 왕 ‘홈’이 시대 병기 : 태풍을 착용합니다.]
……
파지지지지직-!
쟘의 통치 도구, 시대 병기 태풍.
[바미온이 권능 : 보석공을 사용합니다.]
……
바미온의 권능 발동.
파아아앙-!
밤까마귀와 쌍둥이 기사가 거침없이 뇌전을 뚫고 돌진했다.
홈이 푸른 피를 비처럼 흘리며 소리쳤다.
“오라! 대적자들이여! 내가 이곳에 있다!”
서로가 상처 입은 채로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싸움.
승자가 가려지기 전, 강설은 조용히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홍수처럼 몰아치는 깨달음 속, 거인 왕을 쓰러트릴 만한 방법이 흘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