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88
제487화
[스노우맨이 대단한 업적으로 변혁을 이루어냅니다.]
[영원의 세계에 크고 작은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세 거인의 전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세 거인의 통치 도구, 시대 병기 : 화산섬, 시대 병기 : 태풍, 시대 병기 : 겨울이 가진 힘이 사라집니다.]
[투쟁의 시대, 시대 병기에 일정 공백이 발생합니다.]
[세 거인은 두 번 다시 부활할 수 없습니다.]
[세 거인의 머리에 담긴 혼이, 누군가에게 깃듭니다.]
[세력 : 천공 용의 검은 하늘 계획이 차질을 빚습니다.]
[대계 : 검은 날개의 내용이 변경됩니다.]
[열망의 고리의 작용이 약해집니다.]
[비밀 미궁 ‘최초의 거인’이 개방됩니다.]
[이 모험은 관련 단서를 수집해야 개방이 가능합니다.]
[비밀 미궁 ‘마지막 거인’이 개방됩니다.]
[이 모험은 관련 단서를 수집해야 개방이 가능합니다.]
[이후 모든 플레이어가 거점에서 ‘낙원에서 지상으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후 모든 플레이어가 거점에서 ‘새로 얻은 친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량의 모험가 점수를 얻습니다.]
[세 거인의 몰락으로, 연방에 얼어붙은 생명이 사그라들기 시작합니다.]
[역사적인 모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 거인과 늙은 용의 유물에 신비로운 기운이 감돕니다.]
[최초 업적 ‘시대의 왕 살해’를 달성합니다.]
[최초 칭호 「왕 시해자」를 얻습니다.]
……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들.
사사로운 것들을 살펴볼 겨를도 없다.
강설은 변화한 상자를 잠시 확인했으나, 상자는 봉인되어 있었다.
[내부에 막대한 힘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개방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애써 얻은 것이지만, 아직은 확인조차 불가능한 보상.
[막대한 위엄을 획득합니다.]
[위엄에 살해당한 세 거인의 기운이 섞여듭니다.]
……
이제, 강설이 기세를 드러내면 그가 살해한 세 거인의 흉포함이 상대를 짓누르려 할 것이다.
푸스스…
푸른 늑대가 사라졌다.
강설의 손에 넣은 세 번째 늑대.
왜 꿈속에서 야차 유림이 신유를 쓰러트릴 수 있었는지, 이제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무기에 몸을 기댄 채로 빛을 잃은 거인의 몸. 그리고 그 어깨에 서서 낙원을 오시하는 강설.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거인을 쓰러트려, 눈 속에 파묻혔던 이들을 무사히 구해낼 수 있었다.
원정대의 잔여 병력은 물론 바미온과 다른 이들까지.
난쟁이 기원사들이 하나씩 달라붙어 그들을 회복시켰다.
“하아… 하아… 끝난 건가?”
“크하… 크하하하!”
빠지직-!
자신을 깔아뭉갠 돌 더미를 밀치며 일어서는 바미온.
“무사하구만… 무사해. 그대들은 괜찮은가?”
바미온이 쌍둥이 남매에게 물었다.
“아야… 괜찮지 않아. 전혀 괜찮지 않다고.”
“모두 무너졌군요….”
“무너진 건 다시 세우면 그만일세.”
바미온이 사람 좋은 웃음을 하며 그렇게 답했다.
피식…
카루나가 이마에서 피를 흘리며 미소를 지었다.
콰직…
콰지익…
브론이 주술을 사용해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퍼서석…
잔해 속에서 누군가 나왔다.
“…쟈마드, 마지막 일격엔 정말로 죽은 줄 알았다.”
“거인의 힘도 별 볼 일 없더군.”
옷가지에 붙은 먼지를 털어내며 시원하게 답하는 그에게 브론이 미소 지었다.
이 모든 광경은 희망을 말하는 듯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쟈마드와 브론, 그리고 빙하아귀와 낙원의 난쟁이들은 세 거인과의 싸움에만 참전했다. 그런데도, 막대한 피해를 입어 살아남은 병력의 수가 많지 않았다.
케시이와 데키는 거의 궤멸 수준에 다다랐고 살아남은 자들 또한 멀쩡한 상태인 이가 없었다.
이것을 상처뿐인 승리라고 말해야 할지, 혹은 그럼에도 살아남았다고 말해야 할지를 모두 판단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죽었어.’
세 거인의 목을 바닥에 떨어트리기 위해, 의회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너무 많은 피가 흘렀다.
피는 개울을 만들고 살점은 동산을 만들 정도로.
이럴 만한 일이었을까.
모두의 삶을 짓밟아, 사라져 버리게 만들 정도로 가치 있는 일이었을까.
이들은… 모두 그런 각오를 다지고 여기에 온 것일까.
강설은 혼란스러웠다.
그가 판데아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당시, 이곳은 분명 게임판 속 세계였다.
그 세계로 ‘들어왔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마저도 알 수 없어졌다.
이곳은 원래 살던 세계와 그렇게 딱 잘라 나눌 수 없는, 현실이니까. 이제는 그 경계조차 희미해졌으니까.
그러기에 더욱 심장이 들끓었다.
무엇을 위해 이토록 처절하게 싸워야만 하는가.
그때, 바미온과 강설의 눈이 마주쳤다. 잠시 방황하는 듯 흔들렸던 강설의 시선을 바미온의 눈빛이 붙잡았다.
끄덕…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 난쟁이의 행동은, 강설에겐 대답이 되어주었다.
망설이는 건, 쓰러져 간 이들에 대한 모욕이었다. 지금은, 더욱이 속도를 높일 때다.
덜덜…
강설의 전신이 떨려왔다.
긴장이 풀렸기 때문은 아니었다. 정말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아마 긴 시간 전투에 임한 쌍둥이 기사도 마찬가지였는지 둘 다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며 숨을 헐떡였다.
혈전을 연속해서 치렀으니, 이들에게 뭔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강설은 다시 시선을 돌려, 이번에는 콘지와 신디오 일행을 바라보았다. 신디오는 전투를 끝맺고 먼저 떠나간 지안을 떠올리고 있는 것인지 멍한 상태였고 한소미는 사망자를 수습했다.
반면, 콘지는 거인의 사체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왔다. 아그라스를 데리고서.
강설이 무릎 꿇은 거인의 시체 위에서 무심히 아그라스를 내려다보았다.
꿀꺽…
아그라스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강설의 눈치를 살폈다. 제 발이 저렸는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자, 잠깐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 알고 계시겠지요?”
“…….”
강설은 그 세 거인을 쓰러트린 자다.
세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으나, 같은 조건을 내걸고 세 거인을 쓰러트릴 수 있는 자를 찾아본다면 딱히 없을 것이다.
그것만으로 그는 증명했다.
다음 시대의 왕이 될 자격을 최소한이나마 갖춘 자. 오랜 세월을 살아온 아그라스라 할지라도 그를 함부로 무시할 수는 없었다.
처음보다도 더 극진한 태도를 내비치는 아그라스. 그의 관심은 오로지 목숨을 보전하는 것이다.
“…아자닉이 남았다고요.”
“…….”
아자닉.
빌어먹을 천공 용.
강설은 분기가 섞인 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에라곤이 빛을 내뿜고 있었다.
아까보다도 더 환해진 느낌.
착각이길 바랐으나 아마 아닐 것이다.
끝이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새벽이 오기 전까지는, 이 싸움을 멈출 수 없음을. 무대에 올라 칼춤을 추며 기계처럼 싸워야 한다는 것을.
다만, 지금 이 상태로 아자닉과 싸워서는 승산이 없었다.
“…신디오.”
나직한 음성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낙원의 소란이 그 작은 음성에 파묻혔다.
강설의 말소리가, 힘을 갖기 시작했다. 전과는 다른 느낌의.
영혼이라는 동굴을 헤집는 듯한 울림으로.
“…소식은?”
“…….”
신디오가 고개를 저었다.
전령은 오지 않았다.
탄투이누도, 영령들도, 트리엄의 오우거들도. 전혀 소식이 없었다.
그들의 도움 없이 아자닉과 이대로 전투를 치른다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
‘결국엔 발두와 높새 날개뿐인가….’
아자닉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열망의 고리가 가진 힘을 뚫고 세 거인이 스스로 깨어났다면, 아자닉 또한 지금쯤이면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않았을까?
이 역시, 소식이 없으니 알 수 없었다.
강설의 근심은, 아그라스에게는 기사회생의 기회였다.
“당신에겐 제가 필요해요.”
“…죽기 싫어 발악하는 건가?”
“아니요! 절 죽여봐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걸요. 당신은 제 본신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
“저라면, 당신에게 아자닉을 저지할 방법을 일러줄 수 있어요.”
스으윽…
강설이 비탄을 앞으로 향했다. 검과 아그라스 사이의 간격은 직선으로만 따져도 꽤나 떨어져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아그라스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압도된 것이다.
싸움이 시작됐던 처음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어쩌면, 강설이 이 싸움의 단순한 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원하는 게 뭐지? 살려달라는 거라면….”
“아뇨, 저는 단지 궁금할 뿐이에요. 이 싸움이 어떻게 끝날 것인지. 아자닉이 이긴다면… 물론 그의 성격상 저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겠지만 그래도 좋을 것이고… 당신이 이긴다면… 그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궁금할 뿐이라고?”
“누구나 그렇잖아요? 자신의 보잘것없는 삶보다, 다른 이의 빛나는 삶이 눈앞에 있다면 그것에 사로잡히고 마는걸요.”
“…….”
“아자닉과의 결판이 나기 전까진, 절 죽이지 말아주세요.”
“원하는 건 그건가….”
“대신, 당신에게 모든 걸 말하겠어요. 세 거인의 힘을 흡수하겠다는 계획이 어그러진 지금, 그가 무엇을 계획하는지… 또….”
확실히, 그는 영악했다.
강설이 절대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그것을 막을 방법은 무엇인지.”
“…….”
아그라스가 아닌 악마의 속삭임이었어도 턱을 괴고 고민했을 것이다. 그만큼,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속임수일까?
하지만 상대를 속이기 위해선 거짓보다 많은 양의 진실을 뒤섞어야 했다.
진실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거짓 또한 가려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미심쩍은 부분은 믿지 않으리라.
“속인다면, 알지?”
“물론이에요! 전 늘 사실만을 말해요. 속이는 건 제 취향이 아니라고요.”
그 말조차 의심스러웠지만, 강설은 말을 아꼈다.
“아자닉이라면… 우선 몸을 피했을 거예요.”
“높새 날개가 추격했다.”
“하늘에서 높새 날개가 아자닉을 잡겠다고요? 상대는 천공 용이에요. 잠깐 숨는 것쯤은 일도 아니죠. 전성기의 발두도 날개 협곡 안에서만 그를 쫓을 수 있었어요.”
“…계속.”
“아마도 덮어쓴 힘을 최대한 억누르고… 본거지로 되돌아갔을 거예요.”
“뻔한 얘기군. 본거지는 어디 있지?”
“뻔하지 않을걸요? 아자닉은 날개 협곡 근방에 둥지를 틀었어요. 거대하고, 위험한 둥지를. 안에는 그의 피를 이은 새끼 용들이 가득하죠.”
절망적이다.
탄시아가 얼마나 강한지를 생각해본다면, 그런 존재들이 떼거지로 있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를 짐작하게 했다.
“짐작하시는 거랑은 다를 거예요. 모두 가짜들이거든요.”
“가짜라고?”
“아자닉은 자식을 낳지 않았어요. 다만 비룡들에게 그의 피를 주입해 그들을 장악했어요.”
“…발두의 비룡도?”
“거기까지 알고 계셨군요? 뭐… 시간이 없어서 그 부분까지 완벽하게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어요. 제 권한 밖의 일이라.”
강설이 조금 더 깊게 캐물었다.
“아자닉을 돕는 자가 있나?”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죠?”
“방식이 그답지 않아.”
“흐음… 예리한데요. 맞아요, 그리즈의 제자 한 명을 납치했어요. 꽤 오래된 일이죠.”
“…뭐?”
갑자기 천재 발명가 그리즈의 이름이 툭 튀어나왔다.
“그리즈는 도주했고, 제자는 아자닉에게 사로잡혀 그를 돕고 있어요. 그리즈의 제자답게 웬만한 일들은 혼자서도 처리할 정도로 영민하죠. 뭐, 저보다는 못하겠지만.”
“그가 정확히 뭘 돕는 거지?”
“모든 것. 아자닉의 가짜 자손들을 양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신체에 아트로밀 혈관을 심는 것, 그리고 지금부터 말씀드릴 아트로밀 폭탄의 관리까지도요.”
아그라스의 입에서 나오는 발언들 모두 끔찍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아트로밀… 혈관? 폭탄이라니?”
“아자닉은 당신과 똑같은 육체를 가졌어요. 전보다 더욱 강해졌죠. 아마 그를 상대하는 건… 많이 어려울 거예요.”
“…….”
“하지만! 그를 상대할 방법이 딱 하나, 남아있어요. 바로, 폭탄이죠.”
“폭탄이라….”
폭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아그라스.
“아자닉은 일이 틀어지면 둥지에 숨겨놓은 아트로밀 폭탄을 짊어지고 연방으로 향할 거예요. 그리고 거기서 펑-! 원래라면 세 거인의 마법진으로 향해야 하는 마력들이 아자닉의 좌표로 모여들 테고… 그는 한 차원 높은 경지로 도약하겠죠.”
“어째서 그 계획을 먼저 사용하지 않았지?”
“그게… 제가 개발한 아트로밀 폭탄은 아직 한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했어요.”
“문제점?”
“예, 정해진 시간에 터지도록 설계하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발동에 필요한 마력이 너무 거대해요.”
“심지에 쉽게 불이 붙지 않는 건가?”
“그런 셈이죠. 이만한 마력을 인위적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방법은 없었죠. 세 거인의 힘을 흡수했다면 몰랐겠지만.”
“그래서?”
“설계를 바꿨어요. 방법은… 날개 협곡의 마력을 품은 바람을 이용하는 거예요.”
“…뭐?”
“날개 협곡의 바람은 그 자체로 순수한 마력이에요. 폭탄을 짊어지고 비행하는 아자닉이 가만히 앉아… 아니, 날아 마력을 그러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바람이 폭탄을 발동시킨다니….”
“자! 그럼 지금부터 해결 방법을 일러드리죠. 아주 간단해요.”
아그라스가 씨익 웃었다.
“폭탄을 작동하도록 하세요. 마력을 모으는 비행을 시작하도록 내버려 두세요. 그리고… 막아서는 겁니다. 연방으로 향하는 그의 비행을.”
“…….”
“폭탄은 한 번 작동하면 마력이 얼마나 모였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폭발을 일으켜요. 예비용도 없죠. 아자닉은 연방에 도달하지 못하면 폭발의 충격만을 떠안을 거예요.”
신디오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게… 말이 돼? 상대는 천공 용이잖아.”
“천공 용을 하늘에서 상대하겠다는 건 말이 되고요?”
“…….”
모두가 침묵했다.
그들은 아그라스의 이야기를 듣고 울상을 지을 뿐이었다.
아자닉이 비행하고자 한다면, 비행할 수 있다. 용군주가 없는 이상, 그는 하늘의 제왕이다.
싸울 수 없다.
하지만… 싸워야 한다.
거인마저 쓰러트린 강설이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씨이익…
“갈 거지?”
쟈마드가 물었다.
“가야지.”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왕.
기우뚱하며 거인의 몸에서 추락할 것처럼 보였지만, 애써 중심을 잡았다.
거인의 몸을 중심으로 둥글게 모인 생존자들.
한쪽 눈에 붕대를 휘감거나 부러진 다리를 목발을 짚은 채 서 있는 자들. 피로 범벅이 된 그들이 홀린 듯이 말했다.
“가야지….”
새벽으로.
긴 밤의 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