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89
제488화
강설의 원정대가 의회와 충돌하기 직전, 발두의 정예병과 높새 날개의 침투조가 함께 아자닉의 둥지에 잠입했다.
“형님의 말이 맞았어. 아자닉의 둥지가 여기 숨겨져 있었다니….”
헤쿰이 높새 날개와 발두 사이의 통역이 가능했기에 이곳에 파견되었다.
발두의 대족장 카-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그는 절벽에 다수의 병력을 대기시켜 두었다. 최대한 소란을 피우지 않기 위해 침투는 정예로만 움직였다.
쿵…
쿵…
헤쿰이 앞장서며 길을 살폈다.
큼큼…
숨을 들이켜는 헤쿰.
“훔쳐 간 비룡들은 어디 있지?”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기에, 후각이 예민한 헤쿰도 잠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스윽…
카-부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저곳에서 느껴지는군.”
“무엇이?”
“울음과 외침.”
실제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헤쿰은 비룡들과 깊게 교감한 발두족의 말을 믿었다.
“지나치게 조용하군….”
“아자닉이 전부 끌고 나간 건가?”
“그건 아닐 거야… 음흉한 녀석이니 꽤 많은 병력을 숨겨두었겠지.”
“쉬… 저기.”
꺾여진 길이 석문으로 이어졌다. 아자닉의 추종자 중에는 타락한 인간들도 있었는데, 그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다만, 뭔가 이상했다.
“…자고 있군.”
“아니. 죽었다. 숨소리가 느껴지지 않아.”
“…죽었다고?”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까부터 느꼈던, 경계가 허술하다는 느낌이 실체가 되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석문은, 그 틈을 내보이며 조금 열려 있었다.
마치 그들을 반기는 듯이.
이곳으로 오라는 듯이.
“…함정이다.”
“아자닉은 떠났다. 그렇다면 누구지?”
“우리를 속인 걸지도… 비룡을 미끼로 우리를 한곳에 몰아넣으려는 수작일 수도 있다.”
발두의 정예 전사들이 고개를 내저었다.
“저곳에서 느껴진다.”
“전사들이… 모두 울고 있지 않은가.”
헤쿰이 고개를 돌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전사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두는 비룡과 마음을 나눈다. 그들의 기쁨도, 그들의 슬픔도. 그것이 그들이 강한 이유다.
“만일 함정이라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겠지.”
“이곳에서 죽어도 상관없나?”
“비룡이 없다면 우리도 없다.”
“…바보 자식들.”
헤쿰이 손짓했다.
“그럼 가자고, 경계를 늦추지 마.”
헤쿰과 카-부가 석문의 한쪽을 잡고 밀자 문이 열렸다.
쿠구구구구궁…
문이 열리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음….”
헤쿰과 높새 날개는 인상을 썼지만 카-부를 비롯한 발두족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해맑게 웃는 자들까지 있었다.
이골이 난 것이다, 이런 냄새에.
이건 비룡의 체취였다.
날개 협곡의 비룡은 여타의 다른 날짐승들과 비교해 상당히 청결한 편이었다. 지저호에서 목욕을 즐기며 지저분한 것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하지만, 날개 협곡에서 비행하기 위해선 거친 바람에 대항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했다. 때문에 비룡들은 혀로 기름을 뱉어 그들의 익막(翼膜)에 문댄다. 그렇게 해야만 협곡의 거친 바람에도 날개가 상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런 고약한 체취가 나는 것이다. 이는 비룡들이 장시간 비행하지 않을 경우 더욱 심해진다.
발두 전사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들의 비룡이 분명했다.
비룡 기수 한 명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여기… 여기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여기 있어요.”
카-부가 고개를 끄덕이고 전진했다.
“가지, 여기 있는 게 분명하니.”
저벅…
저벅…
헤쿰과 높새 날개 병사가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앞으로 이동했다.
절애(絶崖)에 굴을 파 만들어진 둥지. 그 규모는 실로 놀라웠다.
고래 뱃속이라도 들어온 듯, 소리가 울렸으며 천장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불을 켜지.”
“하지만….”
“어서.”
화르륵-!
횃대로 무장한 그들이 계속해서 나아갔다.
…이이.
끼이이…
마침내, 비룡의 울음이 들려왔다.
“…찾은 것 같군.”
“우리 아이들이에요!”
“어서….”
카-부가 검지를 입가에 얹었다.
“쉬… 적진이다.”
그리고, 횃대 하나를 낚아채 앞으로 내던졌다.
“무슨….”
“그만 나오시지.”
화르륵…
데구르르…
횃대가 데굴데굴 굴러 저 앞으로 향했다.
어렴풋이, 쪼그려 앉은 긴 머리의 사내가 보이는 듯했다.
스으윽…
끼이이…
남자는 비룡의 콧잔등을 쓰다듬고 있었다. 비룡에게 접근할 수 있는 자들 중, 성격이 급한 자는 없다.
발두의 뇌리에 사내의 자잘한 정보가 새겨졌다.
“숨은 적도 없습니다.”
묘하게 당당해 보이는 사내.
헤쿰과 카-부는 사내가 그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준 원흉이라 판단했다.
카-부가 물었다.
“문은 그대가 열어둔 건가?”
“…예.”
“보초들을 처리한 것도?”
“…….”
무언의 긍정.
사내가 기침하며 말했다.
“콜록… 이곳으로 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어째서?”
“이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끼이이…
끼이이…
사내의 손길이 슬그머니 비룡의 콧잔등에서 멀어졌다. 비룡은 그것이 아쉬운지 울었다.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겠네. 정말 잘된 일이야.”
스릉…
처처척-!
발두의 정예 병사들이 병기를 쥐고 사내에게 소리쳤다.
“아이들에게서 떨어져!”
“넌 누구냐?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네가 이 일을 꾸민 거냐!”
사내가 뒤돌았다.
어딘가 초췌해 보이는 모습.
“오랫동안 이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지… 그런데, 너무 늦었군요. 쿨럭….”
“…늦었다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비룡들의 기운은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딱 하나, 비행을 하지 못해 답답해하는 모습을 빼고는.
그렇다면 사내가 한 말은 그 자신을 말하는 것이리라.
침묵만이 오고 갔다.
모두가 위험한 순간임을 간파했다.
상대가 적이 될지, 방관자가 될지 이 순간 결정될 것이다. 해답을 고르는 건 역시나 카-부다.
상대가 원하는 게 뭘까.
상대는 누구인가.
비룡을 어떻게 한 것일까.
카-부는 의문을 미뤄두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았다. 초췌했지만, 눈동자만큼은 별처럼 빛났다.
대답을 결정했다.
“나는 카-부다.”
“…카-부.”
“발두의 대족장. 위대한 아버지 카-잔의 후손이며 일족의 대전사다. 언제든, 명예롭게 죽을 준비가 되어있지.”
카-부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비룡들을 풀어다오.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다오….”
“아아… 그대는 영웅이군요. 내가 기대했던 모습입니다.”
사내가 정체를 밝혔다.
“저는 번치라고 부르세요. 한때는 그리즈의 제자였죠.”
“그, 그리즈?”
그리즈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세상을 바꾼 인물이기도 했으니.
“정말로 그리즈의 제자인가? 한데 어째서….”
“그리즈를 아시는군요… 재능 많은 스승님이죠. 저 역시 그를 선망했어요. 함께 연구하며… 세상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는데.”
“…….”
“쿨럭… 하아….”
사내의 숨이 가늘었다.
지병이 있는 듯, 숨쉬기 힘들어 보였다.
“다 틀렸어요. 내 인생은 분명… 그리즈와 함께 세상을 바꾸는 것이었을 텐데… 이런 곳에 갇혀 아자닉의 하찮은 욕심이나 채워주는 게 아니었을 텐데… 으….”
번치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니었을 텐데… 아니었을 텐데….”
“…그대를 돕겠네.”
“…….”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원하는 걸 말하게.”
“…발두의 비룡들을 풀어드릴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번치가 표정 없이 말했다.
“지금이라도 도망치세요, 아자닉에게서.”
“…….”
“모두가 살면… 내가 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그리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꿈은 멀어졌지만 괜찮은… 삶이었다고.”
그가 싱긋 웃었다.
“그리하면, 비룡을 돌려드릴게요.”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네.”
“…….”
“우리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 실망시켜서 미안하군… 다른 조건을 말하게.”
“…아자닉과 싸울 생각인가요?”
끄덕…
“천공 용 아자닉… 상대는 하늘의 지배자예요. 전보다 더 강해졌으니, 상대도 되지 않을 거예요.”
“하하하! 그럴지도 모르겠군.”
발두의 정예 병사들이 껄껄 웃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 저 자신의 죽음보다 비룡의 죽음을 더욱 괴로워하는 자들.
“그래도 싸울 거야.”
“큽… 아하하하! 원주민들은 정말 바보라니까요… 이건… 정말로….”
번치가 히죽 웃었다.
“승산 없는… 싸움인데….”
“…….”
번치는 조용히, 퀭한 얼굴로 말했다.
“아자닉이 돌아올 거예요. 아무 소식이 없는 걸 보면… 계획이 차질을 빚었나 보네요. 그럼… 차선책을 사용할 거예요.”
“…차선책?”
“제 얘기를 들어 주세요. 당신들이 유일하게… 그에게 대항할 방법이니.”
* * *
쫓아라!
놈이 사라졌다!
삐이이이이-
인근을 수색해!
거머리 같은 녀석들.
엄청난 고통과 함께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아자닉은, 몸을 가릴 만한 장소로 숨어들었다.
순간적으로 가속해 높새 날개를 따돌리고 숨을 돌리고 있었다. 인간으로 변하면 온 세상이 은신처였다.
추격해온 놈들은, 애초에 적수가 되지 않았다. 힘을 떨치기만 하면, 알아서 쓰러지리라.
하나, 한 사내가 사용한 기괴한 기물에 너무 큰 타격을 입었다.
애써 되찾은 권능까지, 다시금 기괴한 힘에 잠식되었다.
상관없다.
그것은 아자닉의 강함 중 일부에 불과하니.
계획은 실패했다.
이만한 충격이니 세 거인도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아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깨어나는 게 더 곤란했다.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을 수 없을 테니 힘을 흡수하는 것도 무리였다.
“역시… 그 방법뿐인가.”
그가 고통에서 헤어나오는 순간이, 이 일에 가담한 자들의 절망이 닥쳐올 때이다.
아자닉은, 잠깐의 휴식을 만끽했다. 나무에 기대어 숨을 헐떡이며, 잠에 빠졌다.
……
아자닉…
아자닉…
꿈이라는 걸 확신했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탄크리드가 그에게 다가왔기에.
탄크리드는 분명 죽었다.
그런데도, 제멋대로 입을 놀려 그를 현혹하고 있었다.
후회할 일을 남기지 마세요. 당신은 창공의 수호자….
콰지이익…
“더러운 꿈이군….”
아자닉이 수풀을 짓밟으며 일어섰다. 거대한 검은 용이 꿈에서 깨어나 하늘을 날았다.
정말로, 기분 나쁜 꿈이다.
후우우웅…
후우우우우웅…
추격은 붙지 않았다.
아니, 비행 중간중간 정찰병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나타났었지만, 그에게 다가오지 못하고 멀어졌다.
“겁쟁이들….”
그래, 이것이다.
아자닉이란 이름이 가진 무게.
후우우웅…
후우우우웅…
둥지로의 비행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열망의 고리라는 기괴한 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건지….
후우우우우웅-!
아자닉이 날개를 펄럭이며 둥지로 가볍게 착지했다.
“…오셨습니까.”
인간으로 변한 아자닉이, 말을 걸어오는 번치를 보며 말했다.
“출정을 준비해라.”
“이미 대기시켜 두었습니다.”
“…흠.”
번치는 영특한 인간.
잡아먹기 아까워 지금까지 살려뒀다.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했다.
“다음 계획이다.”
“…….”
“대계다.”
“검은 날개를….”
“그래.”
“바로 시작할까요?”
“…….”
아자닉이 성큼성큼 걸어 처소로 향했다.
천장에 매달린 사슬들.
기괴하게 엮인 기계들과 수상쩍게 생긴 푸른 고리. 전부 인간이 사용할 법한 물건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으으음….”
기이이이이잉…
사슬이 내려와 아자닉의 신체에 갑주를 씌웠다. 강철보다 단단한 비늘 위로 그보다 더 단단한 소재의 검은 갑주가 씌워진다.
또한, 갑주에는 아트로밀 회로가 매설되어 있어 아자닉이 힘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치이이이이…
“크으으으….”
다만, 지독한 고통이 뒤따랐다.
다행인 건 아자닉이 이미 열망의 고리의 끔찍한 고통에 적응했기에 이 정도는 참을 만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아니었다면, 이곳이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
철컹…
철컹-!
“폭탄은….”
“…….”
“알겠습니다.”
기이이잉…
철컥.
갑주의 핵심.
아자닉의 가슴 부근에 푸른 보석이 끼워졌다.
아름다운 푸른빛을 번치가 멍하니 쳐다보았다.
“…끝인가?”
“아, 발동만 하면….”
“발동은… 지금이 아니어도 된다. 시간을 가늠해 봐야겠군.”
“…뜻대로.”
쿠우우웅…
쿠우웅…
콰아아아아아앙-!
아자닉이 꼬리를 휘둘러 자신을 고통받게 한 기계장치를 멀리 날려버렸다.
벽에 처박히는 기계.
아마 다시는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존중이 없는 행동에도, 번치는 웃었다.
그리고 아자닉을 따라 종처럼 이동했다.
아자닉은 둥지의 입구에 서, 출병을 준비했다.
“…발두의 냄새다. 녀석들의 비룡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 출병에는 합류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럼 모조리 죽여버려. 필요 없으니.”
“예.”
“번치….”
아자닉이 눈을 부라리며 번치를 의심했다.
“속이는 건 없겠지?”
“…속이다니요?”
“…좋다. 네게 마지막 자비를 베풀지. 내가 떠나면 너도 떠나라.”
“예?”
“자유를 주지.”
“아….”
번치는 분노했다.
아자닉은 그의 몸 상태를 잘 알았다.
그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아마 이렇게 허약해진 몸으로는, 한 달도 채 못 가 객사할 것이다.
하물며, 아자닉의 계획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여파에 휩쓸려 죽을 것이다.
거의 조롱에 가까운 배려다.
“감사합니다… 아자닉 님.”
“흥… 하찮은 녀석.”
그때였다.
“아자니이이이이이이익-!”
맞은편 절벽.
그러니까, 까마득히 떨어져 보통의 눈으로는 확인도 불가능한 곳에서 누군가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아자닉은 소리를 내지른 자를 확인했다.
“발두의 꼬마인가… 하긴, 트롤 녀석이 위치를 말했겠군. 대계는 녀석들을 쓸어버린 후로 미뤄야겠군.”
기이이이이이이잉…
“…뭐?”
아자닉의 갑주의 정중앙, 아트로밀 폭탄이 작동음을 냈다.
“…뭐 하는 짓이냐?”
번치가 히죽 웃었다.
“뒈져버려, 도마뱀.”
“…너, 비룡들을 풀어줬군.”
“아이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간 것뿐이야.”
“그런가…. 고생했다, 번치.”
콰직-!
아자닉이 번치를 입속에 집어넣고 이빨로 짓뭉갰다.
으지직…
으지직…
“그만 꺼져.”
투-!
번치는 가죽과 살, 그리고 뼈가 뒤엉켜 알아볼 수 없게 되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질기군.”
아자닉이 저 먼 곳의 발두를 바라보았다.
카-부가 아자닉을 응시하며 소리쳤다.
“날개 달린 자여, 비늘 덮인 자여.”
아자닉의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닿았다.
“뜨거운 불을 뿜는 자여, 우리는 날개가 없고 비늘도 없으며 불을 뿜지 못한다. 하나, 싸울 것이다.”
발두의 진군가.
전성기의 카-잔이 있었을 당시, 협곡에 이 노래가 울러 퍼졌었다.
“자손이여! 날 보호해라!”
아트로밀 폭탄이 작동했으니, 더는 미룰 수 없었다.
후우웅…
후우우웅…
아자닉이 날아오르자, 그를 따라 엄청난 수의 검은 용들이 날아올랐다. 임의로 만들어진 생명체들이기에 정상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해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수가 많았다.
끼이이이…
끼아아아아악!
“우리는 어리석게도 그대와 싸울 것이다. 그러니 그대여, 우리의 어리석음을 깨우쳐라.”
아자닉의 거대한 날개가 싸움의 시작을 알렸다.
후우우우웅…
아트로밀 혈관이 발하는 빛은, 그의 존재감을 더욱 거대하게 했다.
하나, 겁을 먹은 자들은 없었다.
카-부가 절벽 너머를 가리켰다.
아자닉이 날아오른 곳을 향해.
“발두여….”
끼이익…
끼이이익…
날개 협곡.
발두와 아자닉이 혈전을 벌였던 장소.
이곳에서 그 두 번째 싸움이 벌어진다. 카-부는, 용군주 카-잔이 했던 말을 끝으로 내뱉고 절벽으로 몸을 던졌다.
“…마땅히 하늘을 뒤덮어라.”
끼아아아아아아-!
끼이이이이-!
엄청난 수의 비룡 기수가 절벽 너머를 향해 날아올랐다.
끼아아아아-!
날개 협곡의 하늘이, 새까맣게 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