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92
제491화
키루루루룩-!
충돌을 마친 후, 기회를 엿보며 허공을 선회하는 쿠파.
“탄시아!”
“…응!”
미리 벗어나 충격에서 대비했던 탄시아가 아자닉을 향해 비행했다.
“…감히!”
지이이잉-!
아자닉의 분신이 일어나 양손으로 화염을 뿜어냈다.
쒜에엑…
쒜에에에엑…
탄시아는 곡예비행을 하듯, 아래로 꺼졌다, 위로 상승했다 하며 화염을 피했다.
그리고, 다시금 쿠파가 용의 거체에 몸을 들이박는 것과 동시에 완벽한 위치에서 비행했다.
이 위치다.
아주 훌륭한 경치.
후우우우우웅-!
콰르르르릉!
검은 창에서 천둥이 울려 퍼졌다.
콰가가가가가가각-!
창날이 아자닉의 후미에서부터 갑주를 절단하며 앞으로 향했다.
“크아아아아악!”
용이 비명을 지르자, 분신이 창을 막기 위해 나섰다.
끼릭…
강설은 있는 힘을 다해 창을 뽑으며 전면으로 휘둘렀다.
콰르르릉-!
“끄… 끄윽….”
쩌어억…
창날을 붙잡으려던 분신이 뇌전과 함께 반으로 나뉘었다.
“끄으으으아아아!”
후우우웅…
아자닉의 거체가 비틀거리더니 제4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협곡의 날카로운 벽에 처박혔다.
우수수 떨어져 나간 갑주.
그 위를 가로지르는 상처.
“이, 이럴 수가….”
“해냈다! 아자닉이….”
창공의 주인이 추락했다.
벽에 기대었으나, 그 또한 대지.
하늘에 서 있지 못하고, 땅을 디뎠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원정대는 흥분했다.
“몰아붙여!”
“창을 던져라! 사냥이다!”
반대로, 검은 날개는 아자닉을 지키기 위해 그의 주변으로 날아들며 창을 막았다.
그르륵…
아자닉의 목이 부풀며 그 안의 빛을 내비쳤다. 검고 뜨거운 빛이었다.
‘여기서… 숨결을?’
숨결은 용이 가진 순수한 마력의 응집이다. 날개 협곡에서 숨결을 사용하면, 그 또한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공멸이다.
그의 뜨거운 마력 불길이 온 바람을 불태워 그조차 태울 것이다.
푸쉬이이…
아자닉도 잠시 분노에 이성을 잃었었는지, 고개를 내저었다. 그의 입가에서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기이이이이-
그가 착용한 갑주, 그것도 중심부에서 수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렵지 않게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마력을 전부 모았다.’
이제, 아트로밀 폭탄은 확실하게 폭발할 것이다. 그것이 연방에서 폭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정대의 사명이었다.
아자닉이 검은 날개의 보호를 받으며 강설을 노려보았다. 이 순간에도 그의 병력은 시시각각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부서진 갑주와 찢어진 상처까지.
그는 상처 입었다.
분노로 결전을 다짐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러나 돌연, 아자닉은 웃어버렸다.
“크하하하하!”
“…….”
“이것이야말로, 왕에게 어울리는 고난이다.”
“아자닉.”
“확실히, 이곳에서 너희 모두를 상대한다는 건 위험 부담이 크군. 하지만….”
화르르륵-!
아자닉의 눈이 푸르게 타올랐다.
아트로밀 혈관이 상처를 아물게 하고 마력을 지배했다.
후우우우우웅…
모두 그것이 어떤 징조인지 한순간에 알아챘다.
“마법이다! 마법을 사용할 셈이야!”
“대비하라, 발두여!”
“온다!”
아자닉이 마력을 한데 집중했다.
“…그렇기에 왕이다.”
기이이이이잉-
[천공 용 아자닉이 절기 : 신이 만든 육체를 사용합니다.]
[아자닉의 신체가 짧은 시간 강화됩니다.]
[모든 파괴 행위의 피해가 더욱 커집니다.]
[지형과 부딪히면 지형을 분쇄합니다.]
……
아자닉은 마력을 이용해 포화를 퍼붓지 않았다. 그것은 마력의 낭비이자 시간의 낭비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그조차도 도박 수에 가까운 행동을 했다.
강설과 카-부가 동시에 소리쳤다.
“막아야….”
“놈이 노리는 건…!”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비행해 어딘가에 부딪히는 아자닉.
콰지지직…
콰지지지지직…
[날개 협곡 : 바람의 문이 부서집니다.]
[바람이 뒤섞입니다.]
……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아자닉이 4문을 몸으로 때려 부수자, 곧 3문에서 5문 사이의 모든 바람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짓을….”
“아자닉!”
씨이이익…
거대한 용이 웃었다.
“살기 위해 발버둥 쳐라, 백성들이여. 내 돌아와 산 자들을 지배하리라.”
후우우웅…
아자닉이 날개를 활짝 펴서 바람을 탔다. 아니, 마력을 이용해 바람을 거슬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악!”
“붙잡아라! 뭐든 붙잡아!”
배수구에 빨려 들어가는 이물질처럼, 발두를 비롯한 검은 날개 전부가 바람에 휘청였다.
“크윽… 탄시아….”
강설이 압도적인 풍압에 희미해져 가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으며 탄시아에게 의지했다.
휘오오오오오오…
신기하게도 탄시아는 바람에 떠밀려 날아가지 않았다.
지금, 비행에 숙련된 발두의 비룡들조차 여기저기 처박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고고하게, 날개를 활짝 편 채로 오히려 떠오르고 있었다.
“어렵다아아아! 이거 어려워어어!”
“…….”
“하지만 괜찮아! 나, 금방 날 수 있을 거야.”
강설이 입술을 깨물었다.
후우우우웅…
아자닉이 거체를 떠올려 저만치 사라지고 있었다. 날개 협곡의 유일한 마법사 아자닉. 이런 환경에서조차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그가 왕에 근접한 자이기 때문이다.
창공의 왕다운, 뒷모습이다.
쿠루루룩-!
“쿠파아!”
쿠파가 강설의 앞에 날아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푸른 기운을 덮어쓰고 있었다.
마력과는 또 다른 힘인, 영력.
영혼의 힘이 쿠파에게서 발현되었다.
“너, 그 문장….”
쿠루루룩…
쿠파의 이마에, 익숙한 문장이 보였다.
“고리… 너인가.”
쿠루루룩!
강설은 순간, 쿠파의 힘에 대해 깨닫고 눈을 번쩍 떴다.
“쿠파! 바람길을 만들어줘!”
쿠파가 고리의 계약을 계승했다면, 호루스 산의 영령 중 그 녀석의 힘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카이로!”
호루스의 등불.
바람을 타는 자 카이로.
끼이이이이이익-!
수상한 울음과 함께, 쿠파의 날개에 푸른 막이 덮어씌워졌다.
[쿠파에게 영령 : 부엉이 카이로가 깃듭니다.]
[영술 : 활공을 사용합니다.]
[카이로가 바람을 지배합니다. 그녀가 지나간 길은 순풍이 붑니다.]
[바람길을 지나가는 아군은 모든 행동 속도가 일시적으로 증가합니다.]
[바람길을 지나가는 아군은 일시적으로 체력이 일부 회복됩니다.]
……
파아아아아앙-!
쿠파의 눈이 청색으로 물들었다.
부엉이 영령 카이로가 깃든 것이다.
그녀는 쿠파의 몸을 빌려 말했다.
– 상황이 급하구나, 생명이여. 나를 따라와라. 검은 용에게 데려가 주마.
화아아아아아아-!
일대의 바람이 순간 흐트러지며, 일시적인 공백이 생겨났다.
후우우웅…
쿠파가 비행을 시작했다.
지나간 자리는 청색 와류로 물들었다.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마라! 영령이 함께한다!”
살아남은 발두와 원정대가 쿠파의 뒤를 따랐다.
후우우웅…
합류하지 못한 다른 생존자들은 협곡을 기어 올라가거나, 바람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후우우웅…
저 앞에, 아자닉이 보인다.
쒜에에에엑!
아자닉은 삭풍을 마력과 몸으로 견디며 묵묵히 전진했다.
‘…틀렸어.’
따라잡을 수 없다.
4문을 넘어선 순간부터는 비행만으로도 버거운 상황.
심지어 아자닉은 4문을 부숴 주변 기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바람은 통제할 수 없고 완성된 육체와 마력을 가진 아자닉만이 선두에 서서 5문을 빠져나갈 것이다.
휘이이이이이이-!
“크아아아아!”
“제길….”
쿠파의 바람길에서 벗어난 비룡 기수 하나가 협곡 어딘가로 날아갔다. 살아남을 수 있기만을 바라야겠지만, 기대는 사치였다.
원정대에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협곡의 바람 문은 1문부터 5문까지 차례대로 좁아진다.
바람 문뿐만 아니라, 협곡의 지형 자체가 좁아진다.
날개 협곡은 외벽에 가시처럼 돋은 바위가 가득한 곳. 5문에 가까워질수록 지형은 좁아지고 바람은 사나워진다.
이곳에서 바람에 휩쓸리는 순간, 바위 가시에 찢겨 형체도 남지 않을 것이다.
다른 문제는, 아자닉을 붙잡을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바람이 거세어진 만큼, 그 아자닉조차 이곳에서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마력 격류에 휩쓸려 추락하고 싶지 않은 이상에 말이다. 문제는, 그가 스스로 추락하지 않으면 원정대에게 그의 발목을 붙잡을 만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놈이 5문을 통과한다면….’
끔찍한 가정이다.
5문을 통과하는 순간, 아자닉은 그 안에 가득 찬 마력을 해방해 마구잡이로 폭격을 가할 것이다. 5문 그 자체를 부숴 협곡 안에 있는 원정대를 매장하려 들 수도 있었고.
협곡을 빠져나간다 해서, 특별한 방법이 생겨나는 건 아니란 의미.
‘이럴 때 지원이라도 있었으면….’
5문은 출구.
가공할 압력을 자랑하는 바람이 휘돌았고 그 주변에는 어떤 생명체도 살지 않았다.
문이 아닌 협곡을 통해 지원하는 것도 무리였다. 인간이라면 그 즉시 피부가 찢어지고 바람에 휩쓸려 어딘가의 날카로운 바위에 꿰뚫릴 테니.
그렇기에 4문을 넘은 이후에, 원군은 없다. 강설의 원정대뿐만 아니라, 아자닉까지 그 사실을 알았다.
강설은 아자닉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가 4문을 부숨으로써 변수는 사라졌다.
이 폭풍 속에서 살아남는 자가, 다음 시대로 나아가리라. 그의 새벽을 맞이하리라.
앞서가는 자는 아자닉.
창공의 왕이 새 시대를 열리라.
아자닉은 칼바람을 견디며 웃었다.
“크흐흐흐….”
거머쥔 승리가 다가온다.
변수는 없다.
그래, 변수는…
쒜에에에에에엑…
“…….”
아자닉과 원정대는 방금 목격한 광경을 믿지 못했다.
뭔가가 좁아진 협곡 절벽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좌우 폭이 좁아졌기에, 아주 가까이에서 그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찰나에 목격한 것은 떨어지던 자의 정체와 동작이었다.
뭔가를… 잡기 위해 버둥거렸다.
떨어진 위치는 아자닉과 매우 가까웠다.
그래, 마치 손 한 번 뻗으면 닿을 것처럼.
카이로가 말한다.
– …위험한 친구를 두었구나.
휘이이이이이…
강설이 절벽 위를 올려다보았다.
엄청난 숫자의 오우거들이 이곳을 내려보고 있었다. 짐승의 피로 몸을 칠한 괴물들이.
쒜에에에엑-!
쿠우우우우웅-!
방금 또 한 번 도약을 시도한 오우거들은 날지 못하기에 추락했다. 협곡 아래로 곧장 떨어졌으니, 곤죽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만들어낸 것은 위험한 울림이었다.
“친구여!”
“무슨… 무슨 짓을….”
똑똑이다.
지능을 가진 오우거.
명백한 이레귤러.
“지금은 잠시, 물러나는 게 좋을 겁니다.”
똑똑이가 뚱뚱이에게 말했다.
“가, 뚱뚱아. 넌 여기서 죽는 거야.”
“똑똑아, 내가 죽으면 네가 왕이야.”
“…….”
“넌 똑똑하니까.”
뚱뚱이가 히죽 웃었다.
“즐거웠어, 똑똑아.”
“나도, 뚱뚱아. 살아남으면, 날 다시 찾아와.”
똑똑이의 얼굴에 표정이 생겨났다.
활짝 웃는 그.
강설이 소리쳤다.
“멈춰, 쿠파!”
쿠루루우욱-!
쿠파가 급하게 방향을 꺾었다.
아슬아슬하게, 쿠파를 뒤따르던 기수들도 외벽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아자닉만이, 비행을 계속했다.
이곳은 날개 협곡.
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뛰어드는 순간,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그 말은 어떤 이에겐, 협곡으로 뛰어들면 죽음에 도달한다고 여겨질 것이고….
또한 어떤 이들에겐 전혀 다르게 들릴 것이다.
“모두….”
죽음을 각오한다면, 그 어떤 곳이든 노릴 수 있다고.
날 수 없는 그들이기에.
그 어떤 생명도 그들을 태우고 날개 협곡의 거친 바람을 이겨낼 수는 없기에.
그들은 추락을 결심한다.
“…뛰어.”
크아아아아아!
협곡의 양쪽에서 엄청난 수의 오우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죽음이 두렵지도 않은지 양팔을 벌리고 바람에 휩쓸렸다.
쒜에에엑-!
쒜에에에에엑-!
콰지지지직!
콰과아아아아앙!
이 광경이 글로 남겨진다면 누구도 믿지 않을 게 확실시되었다.
“크하아아아아아악!”
아자닉의 등에 오우거 몇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중에는, 트리엄의 왕 뚱뚱이가 있었다.
쩌어어억…
그는 입을 쩌억 벌려 아자닉의 살점을 베어 물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앙-!
아자닉이 그를 떨쳐내기 위해 한차례 회전했지만, 뚱뚱이는 악착같이 달라붙어 갑주를 깨부쉈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갑주를 부수고, 아자닉을 마구 때렸다.
콰지이이이익!
콰지이이이이이이익!
아자닉은 비행하지 못했다.
뚱뚱이에게 목을 졸려, 가시처럼 솟은 바위에 날개가 꿰뚫렸다.
콰지이이이익…
“끄으으으… 열등종이!”
아자닉이 아트로밀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여유가 없었다.
화르르르륵…
“불타라.”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숨결을 내뱉는 아자닉.
“크아아아아아!”
뚱뚱이가 숨결에 휩싸인 채로 협곡으로 추락했다. 아자닉 또한 자신이 내뱉은 숨결의 여파를 되돌려받아 화염에 휩싸였다.
비극의 한 장면 같기도 한, 역사의 순간이다.
그 모습을, 똑똑이는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아자닉이 숨결을 토해낸 대가는 가혹했다.
화르르르륵…
협곡 전체의 공기가 뜨거워지며 곳곳에 불덩이가 날아다녔다.
카이로가 쿠파의 입을 빌려 말했다.
– 틀렸다, 마력의 비명이 잦아들기 전까진 날 수 없다. 검은 용은….
그때, 추락했던 존재가 떠올랐다. 불길을 휘감은 채로, 오로지 더 위대한 존재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일어섰다.
“…아자닉!”
후우우우웅…
그가 날자, 바람이 불길이 되었다.
날아야 한다.
하지만, 날 수 없다.
강설이 들끓는 가슴을 부여잡을 때, 탄시아가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그래, 비행이다.
화르르르륵-!
강설은 이 순간, 끔찍한 불과 바람 속에서 온전한 자유를 느꼈다.
“따라잡아, 탄시아!”
탄시아의 비행경에 처참히 죽음을 맞이한 오우거의 사체와 불의 바람이 비쳤다.
그리고, 아자닉의 뒷모습도.
날개 협곡 바람의 문.
그 마지막 5문.
쿠구구궁…
시대 유성, 에라곤이 미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