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97
제496화
여기, 하나의 마가 깨어나니 네 대적자가 맞선다. 이것은 재래(再來)다. 다시 온 시대.
[달몬이 권능 : 휘몰아치는 악의를 사용합니다.]
[상대에게 피해를 입힐 때마다 악의가 중첩됩니다.]
[피해량에 따라 악의가 더 빠르게 중첩됩니다.]
[악의가 중첩됨에 따라 주변 환경이 달몬에게 유리하게 바뀌어 갑니다.]
……
딸랑이와 네 대적자 모두 긴장된 표정으로 달몬을 바라보았다.
비쉬가 먼저 행동에 나섰다.
[비쉬가 절기 : 진풍경을 사용합니다.]
[일정 반경에 거대한 꽃이 자라나게 합니다.]
[각 꽃은 아군에게 이로운 효과를 주기도, 해로운 효과를 막기도 합니다.]
……
으지지직-!
언 땅을 뚫고 꽃이 자라났다.
[청백합이 성장합니다.]
[아군의 마력 회복률이 20% 상승합니다.]
[진홍 장미가 성장합니다.]
[아군의 공격에 추가 피해가 부여됩니다.]
……
[순찰자 쏭이 절기 : 나도! 나도! 를 사용합니다.]
[아군이 공격할 때마다 추가타를 발생시키는 마법 활을 생성합니다.]
……
[성기사 그릭이 절기 : 타오르는 신앙심을 사용합니다.]
[적이 광신자 혹은 악마일 경우 아군 전체의 능력이 크게 향상됩니다.]
……
[전사 반피가 절기 : 용사 태세를 사용합니다.]
[이 순간, 반피와 일행은 용사가 됩니다.]
[적이 일행의 격보다 높은 경우, 최대 체력과 체력 재생률 그리고 정신 저항이 크게 상승합니다.]
[이는 적을 쓰러트릴 때까지 지속됩니다.]
……
“하아아아압!”
반피가 망토를 휘날리며 날 듯이 쇄도했다. 그의 일행 또한 반피를 보조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를 점했다.
한눈에 보아도 저마다 제 역할을 해내는 용사들이었다. 그들의 전투는 그림으로 남겨 후대에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카아아아아앙-!
달몬의 긴 손톱이 반피의 검을 막았다.
끼긱…
끼기기기긱…
후우우우웅…
그 틈을 노리고 그릭의 도리깨가 위로 올려 쳐졌다.
하지만.
파아아아악-!
가시가 달린 쇠공을 반대쪽 손을 펼쳐 받아내는 달몬.
피픽-!
쏭이 만들어낸 마법 활은 두 전위의 공격에 발동해 마법 화살을 토해냈다.
“흥!”
지이이이이잉…
달몬의 뿔이 빛나자, 마법 화살은 튕겨 날아갔다.
여유롭게 보이는 달몬.
비쉬와 일행의 반응으로 보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던 듯했다.
“…더 강해졌군.”
반피의 말대로였다.
“시대가 나를 불렀다. 과거의 내가 아닐지니….”
달몬은 악이었다.
정교하게 짜인 악.
“너희는 욕망을 이길 수 없다.”
기이이이잉…
달몬의 손에 붉은빛이 모여들었다.
그릭이 앞으로 나서며 방패를 내밀었다.
“빛이여!”
[성기사 그릭이 가호의 방패를 사용합니다.]
[방패의 마법 방어율이 크게 상승하며 마법 방어 범위가 확대됩니다.]
[아군을 목표로 한 마법에도 발동합니다.]
……
어떤 말도 나누지 않았는데, 모두 그릭의 뒤쪽으로 숨어들었다.
[달몬이 황폐화를 사용합니다.]
[일렬로 뻗어나가는 빛이 부패를 발생시킵니다.]
………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수평으로 그어지는 광선.
“크으으으윽….”
[권능 : 휘몰아치는 악의가 발동합니다.]
[악의가 중첩됨에 따라 사방에 독초가 피어납니다.]
[독초는 일정 주기로 신경독을 내뿜으며 약간의 피해를 줌과 동시에 적의 행동 속도 저하를 불러옵니다.]
……
기괴하게 생긴 식충 꽃이 피어났다.
끼이이이…
푸쉬이이이이…
퍼져나오는 독무.
그릭에게서 빛이 퍼져 나왔다.
후우우웅…
[성기사 그릭이 정화의 기운을 사용합니다.]
[일정 주기로 아군의 독, 저주를 정화합니다.]
……
팽팽한 전투.
아니,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달몬이 그들을 압도할 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씨익…
달몬이 웃고 있었다.
그의 웃음을 본 반피가 허탈하게 자조했다.
“조롱하고 있군.”
달몬은 말한다.
“이전과 달라진 나의 경지를… 조금 더 만끽하고 싶을 뿐이야.”
“…너를 여기서 막겠다.”
“그래, 그래 줬으면 해.”
휘청거리는 다리를 어떻게든 부여잡고 움직이는 그릭. 꽃의 마법도, 쏭의 화살도 전부 소용이 없었다.
파아아아아앙-!
쇄도하는 달몬.
“비쉬!”
“네 상대는 나야!”
반피가 비쉬를 향한 달몬의 돌진을 막아섰다.
쿠구구구구궁…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파아아아아앙-!
한쪽 팔로 반피를 후려치는 달몬.
달몬은 지고의 경지에 다다른 악마.
그와 반대로, 대적자들의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이제야 비쉬가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달몬을 봉인해야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크하아아악….”
콰아아아앙…
반피는 허리를 숙인 채로 나가떨어졌다. 전위의 공백.
“노오오오옴!”
[비쉬가 절기 : 화창한 날을 사용합니다.]
[꽃밭이 형성됩니다.]
……
설원에 간신히 일어난 꽃들이 불쑥 성장해 달몬을 막았다.
“정말로… 하찮은 마법이구나.”
[권능 : 휘몰아치는 악의가 발동합니다.]
[악의가 중첩됨에 따라 전장에 붉은 번개가 내려칩니다.]
[악의가 중첩됨에 따라 전장에 피 웅덩이가 조성됩니다.]
……
콰르르릉-!
달몬이 설원의 모습을 뒤바꾸었다.
온갖 악귀가 기승을 부릴 만한 세상의 모습으로.
“비쉬!”
순찰자 쏭이 비쉬를 밀친다.
그리고 악마의 손이 그의 가슴을 꿰뚫는다.
“커헉….”
울컥 흘러나오는 피.
쏭이 꺼져가는 숨을 붙잡고 말한다.
“도…망쳐… 비쉬….”
고개를 숙이는 쏭.
상대조차 되지 않는 싸움.
반피가 한쪽 팔을 휘적이며 일어났다.
팔은 완전히 박살이 나서 도저히 회복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니, 망자의 몸이 소생을 입에 담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비쉬가 딸랑이를 돌아보며 웃었다.
“딸랑아….”
딸랑이는 그녀의 공허한 눈구멍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세계가 그 안에 담겨 있었다. 달몬을 쓰러트리는 것 외의 어떠한 삶의 목표도 찾을 수 없었다.
딸랑이도, 그 안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불쾌하다거나 괴롭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숭고하다.
숭고하다고 생각했다.
비쉬의 이 숭고한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다.
“가.”
“비쉬….”
“네 봄을 찾아 떠나, 딸랑아. 여긴… 나의 겨울뿐이야.”
반피가 한쪽 팔로 검을 힘겹게 휘두르며 소리쳤다.
“달모오오온!”
“아하하하하! 즐겁게 죽어다오!”
딸랑이는 이 순간, 자신의 변화를 눈치챘다. 온 마음과 정신이 눈을 감았다 뜬 것처럼 밝아오기 시작했다.
흐릿했던 안개가 물러나면서 그는 과거를 떠올렸다.
나는 누구인가.
타타타탁…
누군가 계단을 힘차게 뛰어오르는 소리.
– 선임 마법사가 된 걸 축하해!
– …고마워!
해맑게 웃는 나.
나는 누구인가.
– 성위의 마법사로서, 제 맡은 소임을 다하여….
견장에 달리는 성위의 인장.
이것 또한 오래된 기억이다.
조금 더, 최근의 일을 기억해내야 한다.
그리하면,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리라.
엄숙한 장내.
어마어마한 숫자의 마법사들이 한데 모여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무엇인가, 이 상황은.
– 지식은 칼날, 지혜는 손잡이. 나는 전능하며 무능한 자, 진리를 따르되 모순된 생각을 가진다.
그 단어 하나하나가 생생한 마법사의 맹세.
‘아… 나는….’
– 나는 마법사다.
앞에 있는 노인이 무언가를 건넨다.
그리고, 미래 또한.
– 자네에게, 균형을 맡기겠네. 이제 자네가… 새로운 천칭일세.
천칭.
조디악의 위대한 균형.
– 보르누일, 앞으로도 인류의 발전을 위해 정진하게.
나는 보르누일.
천칭의 마법사.
나는…
기억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직, 이전의 기억들이 모두 남아 있었다.
보다 최근의 기억이 필요했다.
– 드디어… 손에 넣었군.
– 당신이… 나를 부른 것이오?
– 네가 내 부름에 답한 것이지.
– 나는… 나는 천칭의 마법사요! 당신 같은 사악한 마법사의 의도에는….
– …과연 그럴까?
‘으으으으아아아아아악…!’
괴물 같은 마력.
천으로 몸을 봉하고 사슬에 매달려 감옥에 갇힌 자.
그에게 빼앗긴 미래.
기억은, 신기하게도 조금 더 남아 있었다.
– 내기하지, 보르누일. 넌 내게 패할 것이다.
– 본인은 균형의 수호에 평생을 바쳤으니… 당신의 계획은 그 숨을 멈추었소.
– …과연 그럴까? 마법사는 수도자가 아니야. 애초에 마법부터가 욕망에서 기인한 것이니까.
– 그것을 당신이 어떻게 아는….
– 마법은… 내가 만들었으니까.
그 악마의 경고, 혹은 자신만만한 예언이 똑똑히 기억났다.
– 결국, 넌 스스로 봉인을 파괴하게 되어 있어.
절대로,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나 보르누일은….”
일깨워야 한다.
딸랑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보르누일은…
“커헉….”
“그릭!”
대적자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제, 악에 받쳐 싸우는 반피와 꽃의 마법사 비쉬만이 달몬을 상대해야 했다.
보르누일.
보르누일을 깨워야 한다.
딸랑이는 스스로를 포기해야 한다.
그 순간, 딸랑이의 마음에 의심이 찾아왔다.
보르누일은 안 돼.
보르누일은 달몬을 쓰러트릴 수 없거든.
보르누일은 강력한 마법사였지만, 달몬은 그보다 강한 악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선택해야 하는가.
왜 선택지가 더 있는가.
그저 온 힘을 다해 싸우는 선택지가 최선이 아님을… 알게 됐는가.
딸랑이는 순수한 보르누일의 영혼.
그리고, 하나의 영혼이 더 존재했다.
보르누일이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을 때…
– 보르누일, 결국 이 순간이 왔군.
붕대를 몸에 감고, 사슬에 몸을 매단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걸어왔다.
달몬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악의.
영원히 속박되어야 할, 아니 어쩌면 딸랑이 스스로 소멸을 택해야 할 만큼 위험한 존재.
– 나를 해방해라.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줄줄이 떠올랐다.
그를 풀어주면, 딸랑이는 물론이고 보르누일도 죽는다.
또한, 보르누일을 믿고 사명을 맡긴 다른 영웅들의 믿음 또한 배신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해방은, 곧 완전한 해방.
저 끔찍한 자를 막을 방법은 이제 없을 것이다.
또한, 연방에서의 사건으로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시대가 온갖 마를 불러오며 아자닉이 노렸던 연방 희생자들의 마력 일부가… 딸랑이에게로 모여들었다.
이것은 재난이다.
딸랑이가 절대로 봉인을 부숴선 안 되는 이유가 추가된 것이다.
아마도 봉인된 자는 전보다 훨씬 강해졌을 것이다.
또한… 그는 이제 그림자가 아니다.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며 더는 누군가에 얽매이지도 않게 되었다.
천칭의 한쪽은 풀어줘선 안 된다는 결정. 그 결정에 무게가 더해진다.
보르누일이 천칭의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더해질 무게가 있을까?
보르누일은 찬찬히 떠올려 보았다.
강설이라는 청년과 함께 모험했던 시간.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가 보였던 행동.
악의와 선의.
회색빛으로 물들었던 그의 행동.
악의인가?
흐릿하다.
선의인가?
역시 흐릿하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별의 무덤에서 벌어졌던 일.
그가 바랐던 카곤 제국으로의 시간대로 귀환하기 위해서가 아닌, 한소미라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마라둠이 모은 마력을 사용했다.
이건, 너무나 이상했다.
천칭의 한쪽에 무게가 더해진다.
연방의 마지막.
시대를 되찾을 시간을 벌기 위해, 연방을 송두리째 얼려버리며 희생했다. 죽음을 각오한 정도가 아니다. 실제로 죽었으니까.
그에게 부활할 수단이 또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 꽤나 필사적이었다.
이것 역시 천칭의 한쪽에 무게를 얹었다.
천칭은 균형을 이뤘다.
악일까, 선일까.
보르누일은 머리를 붙잡고 이 상황을 괴로워했다.
그때, 사슬에 묶인 남자가 말했다.
– 보르누일.
– …….
– 네가 가진 균형 따윈 의미가 없음을 알 텐데.
비열하다.
어쩌면 이 자는, 세상의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 너는 내가 악마이든 천사이든 하나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 어째서….
– 네가 마법사니까. 네 욕망을 선택할 테니까.
콰아아아아아앙-!
보르누일의 천칭이 부서졌다.
이 모든 건 의미가 없었으니.
– 그대의 말이 맞소.
– …….
– 비쉬를 구할 방법은, 봉인을 부수는 것뿐이오.
– …그녀는 곧 죽는다.
– …알고 있소.
– 네 행동이 무의미할 수 있다는 말이다.
– 아니, 무의미하지 않소.
보르누일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 당신도 알 것이오.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 …….
– 마도사니까.
비쉬를 구하고 싶다.
오직 그 욕망이 균형을 부순다.
딸랑이가 비쉬를 불렀다.
“…비쉬!”
해맑은 목소리로 누군가 자신을 부르자 비쉬는 당황했다.
“딸랑아!”
“히히… 비쉬, 딸랑이는 이제 떠나. 다시는 보지 못할 거야.”
“……딸랑아?”
“비쉬….”
짜아아악-!
딸랑이가 손뼉을 부딪쳤다.
– 비쉬에게도… 제게도 봄이 있다는 거예요?
노파는 소녀였고, 소년은 노인이었다.
히죽 웃는 딸랑이.
“그대가 내 마지막 봄이었네.”
콰르르르르르르릉-!
딸랑이의 몸에 균열이 발생하며 엄청난 마력이 휘몰아쳤다.
대적자는 물론이고 지고의 악마인 달몬까지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마력이.
휘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끄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
콰르르르릉-!
일대에 번개가 치며, 잠시 어떤 형상이 보였다.
사슬에 묶여 괴로워하는 자.
끄으으으오오오오오오오오!
산보다 거대해지는 정령.
끄아아아아아악!
겨울의 마법사.
콰르르으으으으으으으으응-!
번개가 멎었다.
딸랑이는 사라졌다.
휘오오오오오오…
이제는 모든 동료를 잃고 절망과 함께 남겨진 비쉬의 곁에, 누군가 섰다.
단순히 서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꽉 찼다.
허리까지 오는 곱슬머리 장발.
백발이 자아내는 신비로움에 더해, 코에 얹은 안경.
[해방된 자 우르가 권능 : 시초의 마도사를 사용합니다.]
[우르는 전장에서 펼쳐진 마법을 순식간에 해석, 복제, 강화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가지지만, 마력이 허용하는 한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손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마력의 향기가 퍼져 나간다.
마력에 향기가 있을까 하는 의문은, 그 향을 맡고 나면 모두 사라진다.
“봄은 순환하니….”
[권능 : 시초의 마도사가 발동합니다.]
[비쉬의 절기 : 화창한 날을 해석합니다.]
[비쉬의 절기 : 화창한 날을 복제합니다.]
[비쉬의 절기 : 화창한 날을 강화합니다.]
딸랑이는 비쉬에게 물었었다.
– 봄은 지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는 건가요?
– 모르겠구나.
봄은 순환한다.
그녀는 먼 길을 떠나기 전, 마지막 봄을 맞이한다.
“비쉬, 내가 그대의 봄이다.”
서리의 왕이, 꽃을 품는다.
늙은 마법사의 속박도, 그림자의 계약도 벗어던진 채로.
[환상 절기 : 봄날을 사용합니다.]
[주변 환경을 뒤엎어 봄을 가져옵니다.]
[수많은 넝쿨이 얽힌 창이 지속시간 동안 적을 공격합니다.]
……
화아아아악-!
꽃의 문양으로 퍼져나가는 봄.
한순간에 달몬의 공간을 찢어버리며 설원을 화려한 봄으로 물들였다.
으지지지지지직-!
넝쿨 창이 일어나 달몬에게 쇄도했다.
“크윽….”
달몬이 도주를 택하고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
먼, 아주 먼.
그러니까 사라져버린 역사의 마법이 그에게 전해졌다.
“죽음을 받아들여라.”
그 순간, 달몬의 몸은 완전히 멈추었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악-!
언령 마법은 카곤에서도 시간 마법과 함께 가장 강력한 마법으로 손꼽혔으니….
“으….”
푸화아아아악…
신화의 경지에 오른 힘 앞에 무력할 수밖에. 그의 온몸이 넝쿨에 붙잡혀 조각났다.
피가 꽃에 흩뿌려졌지만, 꽃은 그것으로 빛을 잃지 않았다.
비쉬는 우르를 올려다보았다.
– 비쉬의 마법은… 아름다워요. 하지만….
– …아름다운 마법은 보기 좋을 뿐이야. 강한 마법은 그저 강할 뿐이고.
– 아름답고 강한 마법도 있나요?
– 그런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아마도 최강이겠지.
* * *
타닥…
탁…
비쉬는 전투로 인해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더 단축했다.
대적자로서 이 땅에 부활했지만, 망자임과 동시에 힘이 부족했던 그녀는 오래 살 수 없었다.
그 때문에, 그녀에게 주어진 2년간 달몬을 찾아 주변을 계속 수색했던 것이다.
이제 그녀의 최후의 순간이 찾아왔다.
타닥…
모닥불 앞에, 길쭉이 잘린 통나무 의자.
주변은 온통 꽃.
누구도 이곳이 최북단인 언 땅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기적을 만들어내는 건, 역시 마법사들이 제일이었다.
“아… 아아….”
비쉬의 의식이 점차 흐려져 갔다.
임종을 맞이한 노인처럼.
소녀인 그녀가, 정말로 노인처럼 되어버렸다.
“저기….”
“…….”
“이만한… 그러니까… 이만한….”
양손을 오밀조밀 펼쳐, 어떻게든 동그란 형태를 표현하는 백골.
“이만한… 귀여운 구슬을 보지 못했나요?”
미야아아옹…
휴니가 옆에서 슬피 울었다.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가요?”
“소중한 겁니까?”
“소중… 그래….”
비쉬는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 뭉개진 감정을 토대로 말할 뿐이다.
“굉장히… 소중…했어요.”
비쉬가 물었다.
“당신도… 소중한 걸 잃어버린 적이… 있나요?”
이것은 딸랑이에게 향했던 질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이 질문을 받은 것은 우르다.
비쉬는 그 질문을 마지막으로, 생명의 불꽃을 꺼트렸다.
우르는 그녀가, 최후에 미소 지으며 떠났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지금.”
우르 역시 소중한 이를 잃었다.
홍천의 몸을 빼앗았던 화그무가 결국 유화를 사랑했듯 딸랑이로 그녀의 곁을 지켰던 우르도 비쉬에게 감화되었다.
스으으으…
우르가 손에 마력을 끌어모아 기적을 행했다.
스르르르르르…
백골의 몸에 살과 피부가 채워진다. 구릿빛 피부에 붉은 입술, 찰랑이는 머리칼까지.
흑요정이 빙긋 웃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정말로… 소녀였잖아.”
봄의 소녀를 그곳에 묻었다.
비쉬가 떠나며 함께 숨을 거둔 휴니도.
그리고 그의 대적자들도.
봉분이 만들어지고 비석도 세웠다.
우르는 뭔가 깜빡했다는 듯이, 봉분을 하나 더 만들었다.
그 안에 아무것도 없지만, 무덤의 주인은 애초에 그런 자였으니.
“보르누일….”
천칭 보르누일 또한 이곳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언 땅을 녹일 만큼 강렬한 불꽃을.
우르가 싱긋 웃으며 비석에 손을 얹었다.
“내기는… 무승부로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