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02
제501화
끼이이이익…
강설 일행은 숙소를 알아보기 전에 메유의 모험가 협회에 들어섰다.
스으윽…
강설 일행을 주시하는 자들.
대부분 모험가들이다.
수가 많지 않기에 별달리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으흠… 으흠… 여기이!”
카렌이 툭 튀어 나가 빈 탁자를 골라 앉았다. 방방 뛰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는다는 듯이 협회에 딸린 주점의 종업원을 연신 찾았다.
“흑맥주 한잔이랑 곁들일 수 있는 거 아무거나 내와 줘.”
툭…
그녀의 옆에 카루나가 앉으며 말했다.
“누이, 수행 중에 음주는….”
“약이지. 두 잔 부탁해!”
종업원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예이-.”
강설은 그러거나 말거나 협회의 내부를 둘러본 후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 이따금 마을로 내려와 정보를 얻긴 했지만 메유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스으윽…
금방 나온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카렌에게, 누군가 접근해왔다.
“앉아, 할 얘기 있으면.”
“흐흠… 한가락 해 보이는데, 괜찮은 의뢰가 들어와서 말이야.”
“합법적인 일?”
“불법적인 일도 하나? 그럼 대화가 조금 길어지는데.”
“카하핫, 아니. 지금은 아직 아무런 계획도 없어.”
“그거 잘 됐군. 잠시 앉지.”
“맘대로 해.”
카렌이 머리를 민 사내와 얘기를 나누든 말든, 강설은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음?’
협회에 머무는 사람치고는 이질적일 정도로 작은 여자아이가 아장아장 걸어 다녔다.
“언니 어디 간 거야?”
라든지.
“언니 어디 간 거지?”
“우리 언니 못 봤어요?”
같은 말을 일삼으며 주변 모험가들의 바짓단을 붙잡는 꼬마.
당연하게도, 이런 행동을 가만히 두고 볼 카렌이 아니었다.
그녀는 꼬마의 겨드랑이에 양손을 넣어 그녀의 무릎에 앉혔다.
“읏차… 꼬마 아가씨, 무슨 얘기야? 언니라니?”
“음… 그 여자가 돌보는 애군.”
“엥? 이 아이를 알아?”
“상관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전혀 맛없는 일이니까.”
“난 구미가 당기는데.”
“호… 돈 버는 일보다는 영웅이 되는 쪽에 더 관심이 있었나?”
“보통은 둘 다 따라오더라고.”
뭔가 꺼림칙한 냄새를 맡은 카루나가 남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아이가 찾고 있는 인물이 어디 있는 줄 알고 있는 듯하군요.”
“알지, 여기 있는 사람 다 알걸. 보수가 꽤 큰 건이었거든.”
“돈 좋아하는 당신이 안 간 걸 보면… 문제가 좀 있었나 봐?”
“있었지. 꼬마야, 네 언니가 네게 뭐라고 말했든?”
꼬마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기다리고 있으라고… 몇 밤 자면 온다고….”
“이것 봐. 별일 아니잖아. 널 보고 숙소에 꼭 붙어 있으라고는 안 하든?”
“했어요.”
“이것 봐, 이 꼬마가 당찬 거라니….”
카렌이 표정 없이 물었다.
“언니는?”
“복잡해.”
“…언니는?”
“하아… 스비렌 인근으로 지원을 나갔어.”
“스비렌이라면….”
스으윽…
“암흑천지군.”
강설이 어느새 다가와 앉으며 말했다.
“아이 씨, 깜짝이야! 무슨 기척이 이렇게 없어?”
“놀랐다면 미안하군. 스비렌이라면 근방의 암흑천지 아닌가?”
“맞지. 2년 전에 생긴 그 끔찍한 금역(禁域). 모험가가 모르는 게 이상한 얘기겠군….”
강설이 턱을 긁적이며 물었다.
“정말 암구의 내부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겁니까?”
“아, 그건 과장된 거야. 최근에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제 발밑 정도는 분간이 된다는군.”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군요.”
“외부에서 내부가 아예 보이지 않는 걸 생각한다면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
“빛은 소용없는 겁니까?”
“글쎄? 암구에 들어갔던 녀석 중에 하루 정도 멀쩡히 살아있던 놈이 말하길, 전부 소용없었대. 무슨 조건이 있는 것 같다는데… 나야 잘 모르지.”
강설은 암흑천지가 대륙 곳곳에 탄생했고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무튼… 스비렌의 외곽 지원을 나갔어.”
“암흑천지는 사지인데 거기 모험가를 집어넣을 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있지, 돈 많은 녀석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곳에 자신의 눈을 집어넣으려고 하지. 사람, 재물 같은 걸 되찾기 위해서가 대부분이고.”
사내는 상당히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아까 말하려던 의뢰도 그것과 관련이 있는….”
본색을 드러내려던 남자.
“언니라는 사람은, 이름이 뭐죠?”
“이름? 뭐였더라….”
꼬마가 대신 답했다.
“나이로!”
“나이로라고?”
“응! 나이로야!”
강설이 남자에게 물었다.
“언니라는 자는, 위험한 겁니까?”
“일이 예정대로 흘러간다면 위험할 일은 없을 거야. 단지… 음, 아니야.”
“…….”
“암흑천지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니 불안해서 말이지.”
카렌이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꼬마야, 집에 들어가 있으면 언니가 찾아갈 거야.”
“언니 나 버린 거야. 귀찮으니까!”
“…뭐?”
“언니, 우리 언니 아니니까! 으으으아앙!”
남자가 한숨 쉬었다.
“뚝 그쳐라, 얘야. 후… 뭐 이런 경우가 왕왕 있지. 그 친구 사람 좋아 보이긴 했어. 먹여 살릴 식구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천성이었군.”
대강 짐작이 갔다.
2년 전 벌어진 일 때문에 가족을 잃은 아이. 아마도 나이로라는 여인은 이 아이의 가족을 대신해 그녀를 거둔 것 같았다.
“언니 데려와 줘, 무서워… 혼자야 나.”
카렌이 강설에게 고개를 돌렸다.
일행의 의사 결정은 보통 강설이 전담하곤 했으니.
그때, 선택지가 떠올랐다.
[당신은 혼돈 선의 길을 걷는 왕입니다.]
[혼돈 선의 왕은 선택을 피할 수 없습니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이 찾아옵니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은 아주 가끔 찾아옵니다.]
[앞으로의 성향에 영향을 줄 선택입니다.]
……
뭔가 잔뜩 떠오르는 불쾌한 문장들.
그리고 그것에 방점을 찍는 선택지.
[당신은 파괴하여 수호하는 자입니다. 암흑천지로 향한 나이로라는 여인을 찾는 꼬마 아이의 부탁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습니까?]
1. 귀한 자의 발걸음은 무겁다. 명확하게 거절한다.
2. 이 위험천만한 일을 의뢰한 작자가 수상하다. 조사해본다.
3. 소녀가 아직 어려 이치에 어둡다지만 세상은 대가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대가를 요구한다.
4. 왕은 왕일지어다. 소녀의 부탁을 들어준다.
……
상황은 간단했지만, 심정은 복잡했다.
‘앞으로도 이런 선택지가 종종 주어지겠군.’
성향은 꽤나 중요한 가치였으니, 앞으로는 선택이 그리 자유롭지 않을 듯했다.
스윽…
강설이 창밖을 턱 끝으로 가리켰다.
“그래서, 그 암흑천지란 게 저 멀리 보이는 걸 말하는 겁니까?”
“아… 스비렌이군. 맞아.”
강설이 히죽 웃었다.
“…가까운 편이네.”
* * *
“저게… 암구….”
“조심해, 가까이 가면 휩쓸린다.”
“조심할 생각이야. 목숨은 소중하니까. 돌아가면 돌봐야 하는 사람도 있고.”
“아, 그 꼬마애.”
마차 2대가 스비렌의 암구 외곽에 서 있었다. 한 대는 암구로 들어가는 투입조. 다른 한 대는 색적을 하며 짐을 지키는 지원조.
파벨과 나이로는 지원조였다.
“아직 젊어 보이는데 뭣 하러 애는 떠맡은 거야?”
“꼬마애가 다 무너진 집에서 혼자 지붕에서 떨어지는 비를 맞고 있다고 생각해봐.”
“…음.”
“알아, 충동적이었지. 그래서 미래는 계획적으로 하려는 거야.”
“여기 온 걸 계획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돈은 많이 주잖아. 한동안은 일 없이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갑작스럽게 애를 떠안고 생활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왕창 벌어야 해?”
“그래야….”
그때였다.
쿠구구구궁…
“…이게 무슨 소리지?”
나이로가 화들짝 놀라 파벨을 바라보았지만 파벨도 방금의 진동이 왜 발생했는지 알지 못했다.
둘은 자연스럽게 전면의 마차로 시선을 돌렸다.
털썩…
투입되기로 예정되어 있던 모험가 중 한 명이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렸다.
“도… 도망….”
그리고는 바닥을 짚으며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나이로와 파벨은 그리 어리숙하지 않다.
“나이로! 뛰어어어어!”
“이 씨바아알….”
그들은 이런 위험한 상황을 모험 중에 몇 번이고 마주했다. 그러니까 괜찮다.
타다다닷!
달리면 된다.
넘어지지 않을 것이고, 쓸데없이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찰나의 망설임에 죽을 것이고 찰나의 기지에 살 것이다.
그들이 취한 행동은 명백하게 후자였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각-!
암구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휘오오오오오-!
마차가 암구로 빨려 들어갔다.
암흑천지가 갑작스럽게 확장 반응을 보인 것이다.
살려줘.
살아 돌아가야….
“으으… 으우윽….”
제대로 호흡하지 못하고 빨려 들어가는 모험가들.
쿠우우우우웅…
* * *
어둠 속에 잠긴다.
발을 헛디뎌 깊은 물에 빠진 느낌.
나이로는 눈을 부릅뜨며 생각했다.
‘다행이다!’
의식이 있다.
숨도 제대로 쉬어진다.
남은 건 감각이다.
‘아… 이런….’
눈으로 세상을 본 순간, 이 암구에서의 시야가 어떤 의미인지 곧장 파악할 수 있었다.
[암흑천지에 들어섭니다.]
[시야를 빼앗깁니다.]
……
보이지도 않는 메시지.
손을 뻗으면, 손이 보이지 않았다. 발끝도 흐릿한 것이 조금 떨어진 사물은 아예 구분할 수 없었다.
암구가 얼마나 넓은지, 스비렌 왕국의 크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떠올린 나이로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으흑… 으… 죽기 싫어… 죽기 싫단….”
후회와 당황이 섞인 눈물이 막 우수수 쏟아질 무렵, 그녀에게 누군가 접근해왔다.
팍-!
반항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빠르고 민첩한 움직임.
“으읍….”
발버둥 치려는 그녀에게 귓속말로 말하는 침입자.
“조용히 해, 살고 싶으면.”
처음 듣는 목소리.
그러나 묘하게, 안정적이었다.
상대는 당황하지도 않았고 침착했으며, 손속에는 배려가 담겨 있었다.
나이로는 뒤틀던 몸을 가지런히 했다.
“네 소리를 들었을 거다, 우린 지금 이동할 거야. 조금만 걸으면 돼.”
세상에.
암흑천지에서 이렇게 침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나이로는 광명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끼이익….
쿵…
어딘가로 들어와 문을 닫는 사내.
“거기쯤 앉아라, 목소리는 높이지 말고.”
“허억… 허어억….”
“가까이 붙어서 얘기할 거다. 소리는 작을수록 좋으니까.”
나이로는 물었다.
“여… 여기는 어딘…가요?”
“바라는 대답은?”
“…….”
“스비렌이다. 2년 전쯤 멸망했지.”
“으….”
“넌 누구냐?”
나이로는 사정을 설명했다.
“어리석었군. 나라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거다.”
“…….”
“암흑천지는… 지옥이….”
크르르르르르…
주변에 늑대의 울음보다도 깊은 소리를 내는 뭔가가 있었다.
사내는 나이로의 손을 붙잡았다.
소리를 내지 말라는 신호.
잠시 후, 소리가 멀어지자 남자가 말했다.
“마물이다, 아까 네 소리를 듣고 온 모양이군.”
“마물까지….”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면 넌 지금쯤 몇 조각쯤으로 나뉘어 있었겠군.”
“하… 하하….”
“이름이 뭐지?”
“나이로… 당신은….”
“팔치온이다.”
“팔치온… 팔치온… 이름이 꼭… 잠깐… 그 팔치온?”
“누굴 생각한 거냐?”
“스비렌의 기사단장… 까마귀 팔치온….”
남자가 말했다.
“그 팔치온이 나다.”
“다, 당신이라면 여기를….”
어딘가 분명 이상했다.
길을 알고 있는 것도, 침착한 것도.
“당신! 앞이 보이는군요!”
“…아니, 길을 외웠을 뿐이다.”
“…….”
“이 근방은 상업 구역이었다. 저장 식품은 넉넉히 있었지. 그게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이유다.”
이로써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
나이로는 2년 후에도 이 남자처럼 자신이 살아있을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냥, 그 정도로 현실을 회피했다.
“어째서….”
“음.”
“어째서 살아남았나요?”
“별거 있나, 아가씨와 같은 이유지.”
팔치온이 말했다.
“그냥… 살고 싶었어.”
“큭… 미치진 않았나요?”
“신앙심이 꽤 두터운 편이라. 이럴 땐 그게 도움이 되더군.”
“믿는 신이 있나요?”
“스비렌의 신이 별거 있겠나.”
“토착 신?”
“맞아. 까마귀 신 톤가.”
“도움이 됐나요?”
“미치지 않을 정도로는?”
“저도 이번에 믿어볼까요?”
“별로 추천은 안 해, 2년간 내 기도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으니까.”
나이로가 무릎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여기 오기 전에… 까마귀 떼를 봤어요.”
“스비렌에선 최고로 치는 행운이군.”
“그래서… 별걱정 안 했는데….”
“행운도 아둔한 자에겐 별 쓸모가 없어. 여길 올 생각을 했으니….”
“하지만….”
“쉬….”
까아아아악-!
까마귀 울음.
팔치온이 억누른 음성으로 말했다.
“빌어먹을… 하필 여기서 울다니….”
“소리….”
“우렁차게도 우는군….”
“이래도 톤가를 믿나요?”
“입을 틀어막고 숨도 참을 수 있으면 참아봐. 놈이 얌전히 까마귀만 먹고 가도록.”
까아아악-!
까아아아아악-!
까마귀가 우는 통에 긴장한 채로 벽에 기대는 둘.
크르르르르르르르…
왔다, 암흑천지의 마물이.
콰지지지직-!
무언가 끔찍한 소음과 함께, 정적이 흘렀다.
스윽…
스윽…
아직, 기척이 느껴졌다.
팔치온이 나이로의 손에 그의 나이프를 건넸다.
무장하라는 의미.
아마도 마물이 그들이 이곳에 있다는 걸 눈치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나이로는 심호흡하기 위해 애썼지만, 긴장감으로 심장이 타들어 갔다.
아마도 마물이 저 문을 뚫고 들어오면, 팔치온과 그녀는 죽는다.
그때였다.
끼이이이익…
문과 함께 넘어온 것은….
“뭐 좀 묻겠습니다.”
빛이었다.
시야였으며, 광명이었다.
놀랍게도, 나이로는 문을 열고 온 사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였다. 팔치온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남자는 한쪽 어깨에 까마귀를 얹고는 반대쪽 손에 축 늘어진 마물의 사체를 쥐고 있었다.
“오오… 톤가시여….”
쿵…
줄곧 냉철하게 행동했던 팔치온이 고개를 처박고 눈물을 흘렸다.
“한시도… 의심한 적… 없나이다.”
나이로는 그녀에게 떠오르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메시지를.
[방황하지 않는 자와 합류합니다.]
[일시적으로 시야를 회복합니다.]
[방황하지 않는 자와 멀어지면 시야를 잃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