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14
제513화
말의 기벽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일종의 트라우마가 많았다. 이런 기벽들은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는 게 많았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주어진 기벽들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나 정신적인 문제를 떠안은 경우엔 더더욱이.
이단 심문관 미다르의 경우엔 고집이 세고 신앙심이 깊어 스스로 걸어갈 길을 선택했다. 강설은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좋은 기억으로 남은, 작별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 강설에게는 비슷하지만 다른 이별이 있었다.
“대체 왜… 왜 이러는 거야.”
일가족의 몰살.
특별히 죄를 저지르지 않은, 평범한 가정을 순식간에 도륙낸 자.
그의 말, 카이라.
황금만능주의, 독선적, 잔악무도, 다혈질, 살성…
끔찍한 기벽을 가지고 살아온 카이라는, 성장할수록 제멋대로 행동했다.
돈을 받으면, 상대를 죽인다.
거슬리면 죽인다.
말실수를 하면 죽인다.
카이라를 플레이할 땐 그야말로 재앙의 파편을 보는 듯한 심정이었다.
“영악한 자식….”
카이라가 원래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다. 아니, 정정하자면 카이라는 성장하는 동안 본색을 숨겼다.
강설이 그를 육성하기 전에는 숙이고, 굽히고, 비굴하게라도 살아남으며 힘을 키웠다.
그것엔 망설임이 없었다.
선을 연기했다.
위선조차 아니다.
위선만큼의 선도 섞이지 않은, 그런 악이다.
혼돈 악 성향.
힘을 거머쥐자, 카이라는 급속도로 변해갔다
– 아하하하하하하!
“…멈춰.”
돈을 받은 것 이상으로 잔악한 짓을 일삼으며…
– 끄으으으윽…
– 약해… 약하잖아, 너.
영웅들을 칼날 아래 굴복시켰다.
일단 손을 쓰면, 살려두지 않는다.
극악무도한 살인귀.
강설은 어느 순간 말의 주인이 아닌, 말의 행보를 지켜만 봐야 하는 관찰자로 전락해 있었다.
– 누구도 날 막을 수 없어. 난 내 세상의 신이니까… 아하하하핫!
그리고 강설이 결국 폭발하고야 만 사건이 벌어진다.
– 하, 하지 마세요….
– 미안, 돈을 받았거든!
푸우욱…
– 억… 어어억…
– 사실은, 미안하진 않아. 이게 내 일이니깐. 그리고 동시에… 취미이기도 하거든.
“…….”
강설이 플레이했던, 이전 말이 알고 지내던 왕국의 공주가 카이라의 손에 죽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수많은 선택을 했지만, 카이라는 매번 선택지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강설은 그를… 막지 못했다.
그렇기에 새로운 방식의 선택을 했다.
[모험가 카이라는 이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갈 것입니다.]
[비록 가슴 뛰는 모험은 끝이 났지만, 그의 삶은 계속됩니다.]
……
“반드시 찾아 내주마… 빌어먹을 자식….”
카이라를 찾는다.
찾아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시작한 것이니, 자신이 끝을 내는 게 맞지 않냐고.
그래, 끝을 내기 위해서다.
카이라 이후의 강설의 많은 말들은 모험 중에 종종 그를 찾아다녔다.
말의 삶과 관련도 없는 행동을 오랫동안 지속했다간 말의 사고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기에, 준동하는 악의 소문을 접하고 그것을 퇴치한다는 명분으로.
카이라는 강했고 그를 쫓는 강설의 말들은 더욱 강했다.
그렇기에 그는 숨었다.
단 한 번도 강설의 말에게 붙잡히지 않았다. 한동안은 꽤 오래, 카이라에 대한 소문이 돌지 않았다. 죽었다는 얘기도 있었고 결국에 누군가에게 보복당했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강설은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분노가 희미해지고 앙금은 흩어질지언정 마음속 한구석에 찜찜한 무언가를 남겨두었다.
그것은 사명.
언젠가는 반드시 그를 심판해야 한다는 사명이었다.
* * *
“…날 찾아다녔다고?”
복면의 남자가 시큰둥하게 물었다.
“그래, 늘 이 순간을 기대했었지.”
“허… 찾아서 어쩌게? 날 죽이기라도 하게?”
“못 할 것도 없지.”
“죽일 생각이구나? 하아… 어쩐다?”
복면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살기 짙은 눈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텐데.”
스륵…
건물 안에서 강설 일행에게 습격을 가한 괴한 둘까지 합류.
강설과 쓰러진 샐리를 중심으로 삼각형을 만들었다.
다행히, 강설 쪽 아군도 합류했다.
“소란이 있다 싶더니….”
“가세합니까?”
카렌과 카루나가 살기등등하게 나타났지만, 강설이 고개를 저었다.
“둘 다, 샐리랑 단원들을 데리고 여기서 벗어나 줘.”
“얼마나?”
“멀리서 보일 거야. 얼마나 멀어져야 하는지.”
강설이 굳이 카렌과 카루나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이유는, 카이라와의 싸움이 개인적인 일일뿐더러 그를 상대할 때 가지는 불리한 조건 때문이었다.
“음… 꾸리꾸리한 냄새가 나네. 그래서 그런 거구나.”
“알겠습니다.”
샐리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에 일이 진행되자 다급하게 외쳤다.
“기, 기다려! 콜록… 저놈은 내가….”
강설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중독됐다, 너. 아직 살아남은 단원들이 있다면 함께 물러나 있어.”
“하아, 하아….”
그녀가 카이라의 눈을 바라보며 악을 토해냈다.
“너… 오빠의 물건을 가만 안 둘….”
툭…
쓰러지는 샐리.
“조금 수월해졌네. 그럼, 이따 봐!”
카렌이 싱긋 웃으며 날 듯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중독된 단원들을 짊어지고 나왔다.
슥…
카이라가 턱짓하자, 괴한 둘이 카렌을 노렸으나 카루나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둘은….”
“치워도 돼.”
피식…
괴한들이 순식간에 카루나에게 쇄도했다.
팟-!
끼기긱…
끼기기기긱…
카루나의 앞에서 멈추는 괴한들.
“모, 몸이….”
그들을 짓누르는 건 만조의 힘.
서걱-!
두 괴한의 머리가 둥실 떠올랐다.
“…….”
후두둑…
카루나가 피 묻은 검을 한차례 털고는 카렌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눈 깜짝할 새에 자연스럽게 벌어진 상황.
하지만, 카이라는 별로 당황하지 않는 듯했다.
“조금 쓸 만한 녀석들을 데려올 걸 그랬네.”
“그렇게 하지 그랬어.”
“…너 같은 녀석을 만날 줄 몰랐으니까.”
카이라가 히죽 웃었다.
“너, 날 알아? 난 널 모르는데.”
“마지막엔 알게 될 거야.”
“키힉… 그랬으면 좋겠네. 나도 너처럼 열의를 가지고 싸워보고 싶거든.”
“…….”
“혼자 남은 것 같은데, 괜찮아?”
강설이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너도 마찬가지잖아.”
“난 강한데? 네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나도 강해. 넌 예상도 못 할 거야.”
“너, …미친놈이었군.”
불사는 강설을 이렇게 부른다.
아버지라고.
강설은 그날 이후 자신의 존재에 대해 매일 생각해왔다. 그래, 어쩌면 자신은 말들의 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자식이 잘못된 길로 간다면, 훈육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뭐 해? 안 덤비고.”
“…….”
스릉…
양손에 팔꿈치를 감싸는 단도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고 장도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칼을 쥔 채 자세를 잡는 카이라.
스으윽…
횡보로 시작.
쒜에에엑-!
이내 신형이 사라진다.
[카이라가 은신 상태에 들어갑니다.]
[은신 상태에서 사용하는 능력은 특수 효과를 발휘합니다.]
[은신 상태에서는 치명타 확률이 증가합니다.]
……
암살자는 대인전에서 무지막지한 성능을 보인다. 대인전 특화 능력이 많고 애초에 갈고닦은 기술이 마물보다는 사람을 죽이는 능력이었으니까.
‘이쯤 오겠군.’
카이라의 기척이 느껴졌다.
손을 써도 될 만한 상황.
‘…덫이다.’
파아아앗-!
동시에 두 명의 카이라가 시야에 담겼다.
[카이라가 양자택일을 사용합니다.]
[3초 동안 잔상을 형성합니다.]
[잔상은 주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지만, 아무런 피해를 줄 수 없습니다.]
[카이라가 깜짝 칼날을 사용합니다.]
[은신 해제 후 3초 안에 공격에 성공하면, 대상은 2초 동안 능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파아악-!
근접한 상황에서 칼날을 뻗어오는 카이라와 환영. 카이라가 여태 상대했던 모든 이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휘리이익…
강설의 그림자가 주먹으로 뭉쳐져 양쪽으로 발사하듯 튕겨져 날아갔다.
파아아아앙-!
콰지이익…
육중한 충격에 카이라의 눈이 흔들렸다.
“아프지?”
[카이라가 탄력적인 회복을 사용합니다.]
[5초 안에 입은 피해의 90%를 회복합니다.]
……
강설의 실력을 눈치챈 카이라가 본 실력을 드러냈다.
[카이라가 권능 : 봉제 인형을 사용합니다.]
[카이라가 전투 중에 은신 상태로 들어갈 때마다 상대의 팔다리 중 한 곳에 점선이 그어집니다.]
[선이 그어진 경계를 공격하면 반드시 치명타 피해를 입히며 반드시 중독시킵니다.]
……
‘…권능까지 습득한 건가.’
하긴, 떨어져 지낸 시간이 상당히 길었으니.
스르륵…
[카이라가 절기 : 숨 참기를 사용합니다.]
[숨을 참는 동안, 아무런 조건 없이 전투 중에 다시 은신이 가능해집니다.]
[숨을 내쉬면 은신이 해제됩니다.]
그의 권능과 찰떡인 능력.
스르륵…
[카이라가 은신 상태에 들어갑니다.]
[은신 상태에서 사용하는 능력은 특수 효과를 발휘합니다.]
[은신 상태에서는 치명타 확률이 증가합니다.]
[권능 : 봉제 인형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치익…
오른쪽 허벅지에 생긴 점선.
‘재회를 즐기고 싶지만… 길게 끌면 좋지 않아. 놈은 찰리의 독 일부를 가졌다.’
다루지 못할 위험한 독들은 남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주의해야 하는 물건들이었다.
찰리의 독을 일반적인 독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었다.
‘밑천을 다 꺼내기 전에 제압해야겠군.’
[카이라가 절기 : 환영 난무를 사용합니다.]
[환영들이 계속해서 출몰하여 혼란을 줍니다.]
[환영은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
후우웅…
훙…
코앞에서 칼날을 휘두르는 환영을 아무런 영향도 없다고 무시하다간, 불의의 일격을 당하기 딱 좋았다.
휘이익-!
휘이이이익-!
‘기척까지….’
파아아앗-!
환영들과 함께 급작스럽게 튀어나온 카이라. 역시나 오른쪽 허벅지를 노렸다.
후우우웅-!
그림자 주먹이 녀석을 노리고 날아갔다.
스으으으…
환영이 사라진다.
이 움직임 역시 덫.
“걸렸어!”
픽-!
강설의 왼쪽 손목을 스치고 지나가는 단검.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동시에 썩어들어가기 시작하는 그의 팔.
“히히… 넌 지금 중….”
카이라가 승리를 선언하려는 그때.
서걱…
강설의 오른쪽 손날이 그의 왼팔을 어깻죽지부터 잘라냈다.
“…결단이 빠르네, 제법이야. 그런데 이걸 어쩌지? 한쪽 팔로 날 상대해야 할 텐데?”
휘리리릭-!
시초의 피가 얽혀들며 강설의 새로운 팔을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
까딱…
강설이 손을 반으로 접으며 덤비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카이라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깝지만, 넌 이게 필요해 보이네.”
카이라의 허리춤에, 손가락 마디보다도 작은 단지가 열 개 정도 꽂혀 있는 허리띠가 보였다.
그곳에서 단지 하나를 꺼내는 카이라.
“이거 한 방울에 백금화 수십 개는 할 거야.”
“에이, 그 정도는 아닌데.”
“……뭐?”
“그렇다고.”
녀석은 독을 사용할 심산인 듯했다.
강설은 숨을 크게 들이쉰 후, 숨겨두었던 힘을 꺼냈다.
[스노우맨이 권능 : 그림자의 왕을 사용합니다.]
[스노우맨의 그림자는 살아있습니다.]
[그의 그림자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의지를 가지고 행동합니다.]
[그의 그림자는 끝없는 영감으로 진화합니다.]
[살아있는 그림자가 활동을 시작한 순간, 스노우맨의 모든 능력이 강화됩니다.]
[누구도 그림자의 왕에게 함부로 다가갈 수 없습니다.]
[살아있는 그림자가 스노우맨을 보위합니다.]
[그림자의 강도는 스노우맨의 격과 비례합니다.]
……
휘리리릭-!
투명한 그림자가 강설의 주변을 공처럼 동그랗게 휘감았다.
“호오라… 임무 외 추가 수당을 받아야겠는데.”
“잔금은 받았나?”
“아직.”
“못 받을 거다.”
“…누구 맘대로.”
꼴깍…
강설이 보는 앞에서 태연하게 독이 든 단지를 마시는 카이라.
“방금 마신 건, 해독제라고 할까?”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돼.”
“네가 썩어들어가기 전에 말해주는 거야. 그럼….”
카이라는 위험한 색의 단지를 꺼내 마셨다.
꿀꺽…
“잘 가라고.”
후우웁…
[카이라가 환상 절기 : 용트림을 사용합니다.]
[장기를 보호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환상 절기 : 용트림은 극독 : 용트림을 음독한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방에 부채꼴로 강력한 독무(毒霧)를 뿜어냅니다.]
푸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으지지지지지지지직…
매캐한 독무가 길을 만든다.
벌목장의 나무들을 잎부터 시작해 뿌리까지 썩게 만드는 부패의 물결이 숲의 초록빛을 빼앗는다.
갈변하며 또한 쇠퇴한다.
강설이 샐리를 포함해 모두 떨어져 있으라고 말한 이유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쓰러져 간 생명의 흔적이 공기 중에 흩날렸다.
“허억… 허억….”
카이라가 휘청이며 근방의 바위를 붙잡았다.
단단한 바위도 독무를 뒤집어썼는지, 곧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확실히, 이 맛이 아닌데.”
흠칫…
카이라가 뒤를 돌아보았다.
강설이 그곳에 서 있었다.
“간신히 흉내만 냈군.”
“너… 어떻게….”
“말했잖아, 강하다고.”
뒤룩…
강설의 눈동자가 용의 눈동자로 변했다.
“네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꾸우우욱…
그림자가 주먹을 쥐었다.
“이제부터 이걸로 널 때릴 거야.”
“무슨 헛소리를….”
“맞을 때마다 잘못했습니다, 다신 안 그럴게요라고 말하면 돼.”
텁…
카이라가 단지 하나의 내용물을 더 삼켰다.
[카이라가 절기 : 풀무질을 사용합니다.]
[장기를 보호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절기 : 풀무질은 맹독 : 풀무질을 음독한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피해를 받을 때마다 독을 뿜어냅니다.]
“날 공격했다간….”
뻐어어어어어억-!
강설의 그림자가 카이라의 뺨을 후려쳤다.
“푸우우우….”
치아 몇 개가 날아갔다.
치이이이이…
그림자로 만들어진 주먹이 일부 녹아내렸다. 하지만 금세 회복하여 다시 주먹의 형체를 만들어냈다.
“하, 하지….”
“잘못했습니다.”
뻐어어어어억-!
치이이이…
“크허어억….”
“다신 안 그럴게요.”
뻐어어어어어억-!
치이이이…
“케헥… 케헤에에엑… 그만, 그, 그만….”
“그게 아닐 텐데.”
“뭘 원하는 거야, 내게!”
“진심 어린 반성.”
“…….”
“이건 사랑의 매야. 일단은.”
강설은 주먹을 더 작게 조형한 다음, 카이라를 마구 때렸다.
뻐어어억-!
뻐어어어어억-!
연신 독을 뿜어내는 카이라였지만, 강설의 그림자를 뚫지는 못했다. 그림자의 왕 권능은 다소 수비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강설이 지난 2년간 그 힘을 갈고 닦았기에 더욱 뛰어난 효과를 가지게 되었다.
아무리 찰리가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지만, 그가 남긴 극독은 강설도 위험했다. 그림자의 왕이 아니었다면 독무에 큰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었다.
카이라는 움찔하며 웃었다.
“자, 잘못했습니다.”
“…….”
“요, 용서해 주세요. 다신 안 그럴게요.”
카이라가 부들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아무도 죽이지 않고… 반성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제발….”
“…이번만큼은 믿어주지.”
그가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말하자, 강설은 무릎을 피며 일어났다.
[카이라가 속사정을 사용합니다.]
[짧은 시간 입었던 피해의 절반을 환영에게 떠넘기며 순간적으로 단거리를 이동합니다.]
푸우우욱…
강설의 앞에 선, 진짜 카이라.
단검을 꼭 쥔 채로, 강설의 가슴에 칼날을 박아넣었다.
“거짓말이야.”
강설이 빙긋 웃었다.
그 모습에 카이라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알아. 나도 거짓말이야.”
카이라의 시선이 밑으로 향했다.
그의 칼날은 강설의 가슴을 뚫지 못했다.
단검은 강설의 그림자에 붙잡힌 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방향을 바꿔 그에게로 향하려 했다.
“널 믿지 않아.”
“미, 믿어줘! 믿는다며! 날….”
“이미 한 번 믿었어.”
“네가 언제….”
– 너, 날 알아? 난 널 모르는데.
– 마지막엔 알게 될 거야.
카이라의 뇌리에, 정말 말도 안 되지만 흐릿한 존재가 떠올랐다.
“너… 아니, 당신….”
“카이라, 네가 마지막만큼은 후회하길 바랐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라 예상했어.”
푸우우욱…
차가운 칼날이, 그보다 더 차가운 카이라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나만큼 널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컥… 꺼어… 너, 너는….”
“두 번은 안 속는다.”
카이라의 악행은, 이것으로 끝일 것이다.
스르륵…
“잘못…했어…요….”
카이라의 눈이 빛을 잃었다.
카이라의 시작도, 끝도, 한 사람의 손에서 결정지어졌다.
후련하면서도, 공허한 마음.
강설이 카이라의 마지막을 눈에 담으며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거짓말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