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15
제514화
강설은 쓰러진 카이라를 눈에 담았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거짓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악귀.
강설이 정말 말들의 아버지라면, 자식 농사라는 게 늘 잘 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준 게 카이라였다.
스르륵…
강설은 카이라의 곁에서 머무는 빛무리를 어루만졌다.
[‘카이라’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
강설은 순식간에 죽기 전 카이라의 시점으로 되돌아갔다.
그의 숨, 그의 심장 박동, 그의 생각까지도 이 순간만큼은 강설의 것이었다.
혼탁하고, 괴로운 흐름.
‘위험하다.’
위험해.
‘위험하다고….’
이 녀석, 위험해!
카이라의 감각이 곤두섰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카이라는 지금껏 거쳐온 싸움에서 늘 유리한 고지를 점했었다.
자신보다 강한 자와의 싸움은 피했고 승리를 확신할 만한 전투만 치렀으니까.
비겁한 게 아니다.
영리한 것이지.
핏-!
‘걸렸어!’
단도보다 조금 긴 직도엔 찰리의 맹독이 스며 있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심장까지 타고 들어가면 상대는 그대로 고꾸라질 것이다.
서걱…
‘…팔을 자른다고?’
독을 다루는 자들과의 싸움에서 신체의 말단을 자르는 전사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무심하게, 아무런 고민도 일그러짐도 없이 잘라내는 경우는 경험한 적 없다.
상대가 강적이라 기쁜가.
상대가 강적이라 다행인가.
아니다.
카이라는 두려웠다.
지금껏, 자신보다 강한 자를 상대해본 적 없으니까.
‘없긴 왜 없어!’
있었다, 분명히.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강해진 거겠지.
‘…언제였더라?’
상당히 오래되었다.
아마도, 과거에 모험을 즐겼던 그때였던 것 같다.
손에 피를 묻힌 이후엔, 그렇게 싸워본 적이 없다.
빠아아악-!
“케헥….”
빠아아아아악-!
강설은 카이라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과 싸웠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자신만만해 보였지만, 위축됐었고 약간의 후회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난날의 악행을 반성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저, 더 강해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것뿐이지.
카이라의 마음에 공포가 자라나기 시작한다.
폭력에 잠식되며, 육체의 고통을 거부하고자. 강설을 무자비한 괴물로 느껴지게 했다.
츠즈즈즛…
카이라가 바라보는 강설의 눈이 용혈안으로 변모한다.
용혈안은 상대가 공포를 느끼면, 상대의 기억을 훔쳐볼 수 있다. 잊지 않고 도중에 카이라의 기억을 엿보았기에 다행이지, 감정에 치우쳤다면 카이라에게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로 그를 살해했을 것이다.
“잘못…했어…요….”
시야가 깜깜해진다.
지독하게 외롭고 추운, 죽음이 다가온다.
[‘카이라’의 유지(遺志)를 이어받았습니다.]
[죽은 이의 능력을 전승합니다.]
[지속 : 학살을 이어받습니다.]
[당신은 지속 : 학살을 이어받습니다.]
[까마귀의 직업 효과로 능력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귀신의 손이 가진 체질 효과로 능력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
[지속 : 학살]
– 상대의 총 능력치가 자신의 총 능력치보다 낮을 때, 상대가 입는 피해량이 20% 증가합니다.
“…호.”
– 사실상 20퍼 증뎀 ㅋㅋㅋ
– 총 능력치로 비교한다고요? ㅋㅋㅋ
– 이거 발동 안 되는 거 자체가 공포일 듯
상당히 쓸 만한 능력을 토해낸 카이라. 지속 능력은 다다익선에 거거익선이다.
특히나 강설 정도 되는 수준에 다다르면 사실상 일반 능력을 사용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게 정상이었으니.
딸칵…
카이라의 허리춤에 메인 독을 챙기는 강설.
자신이 직접 사용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다.
이건 찰리가 샐리에게 남긴 것이다. 오빠가 동생의 앞날을 생각해 남긴, 강해지는 수단이다.
‘지금의 내게는 딱히 필요 없는 것이기도 하고.’
지금의 그는 찰리가 만들어낸 것들에 의존해야 할 만큼, 나약하지 않았다.
강설마저 관심을 가질 만한 물건은, 찰리가 직접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한몫하고 말이다.
카이라의 기억에서 찾아낸 두 가지 정보. 하나는 카이라가 훔친 찰리의 물건들이 어디 있는지, 다른 하나는 그에게 일을 맡긴 자가 누구인지다.
‘샐리에게 알려주면 되겠군. 후자 쪽은… 예상한 대로였고.’
일의 원흉인 성국의 썩어빠진 너구리들은 아직 건재했다. 조만간 그들을 볼 일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상대도 신민의 움직임 뒤에 배후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결국, 정면충돌인가….”
푸드득…
푸드득…
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매 한 마리와 비둘기 한 마리가 반대 방향에서 동시에 하늘을 날아오고 있었다.
둘 다 발목에 쪽지를 묶고 있었는데 그것이 강설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푸드득…
매는 죽은 카이라의 어깨에 내려앉고 비둘기는 강설의 어깨에 앉았다.
팟-!
삐-!
매의 쪽지까지 빼앗아 비둘기가 가져온 소식과 함께 확인하는 강설.
두 쪽지의 내용은 일부가 같았다.
긴급이란 단어와 첩보라는 단어가 섞여 있었다.
파삭…
쪽지를 구긴 강설이 중얼거렸다.
“곧장 바라노아로 가야겠군.”
* * *
강설에게 쪽지가 전해진 지 이틀 후, 광장에서 시위하는 신민들의 수는 오히려 불어났다.
“어서 나와!”
“숨지 마라! 낱낱이 밝혀야만 해!”
“이대로 잠잠해질 때까지 숨어만 있을 셈이야!”
신민들의 실종은 시위 중에도 계속되었다. 시위가 폭동으로 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대성당 측에서 약속한 것이 있었다.
오늘, 바라노아의 교황 다에몬이 신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내겠다고.
신성 국가인 이상, 신앙의 주인인 신을 제외하고 가장 막강한 권위를 가진 교황 다에몬.
모두 그의 등장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해명을 할 것인가. 아니, 바라노아를 둘러싼 일련의 소문들은 모두 진실인가.
뿌우우우우우우-!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관악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제의를 입은 노인이 대성당의 2층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황 성하시다! 찬미하라!”
“…….”
“…….”
조용해지는 광장.
“차, 찬….”
“그만.”
다에몬의 말에 대주교가 황급히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그 누구도 교황의 위세를 찬미하지 않았다. 신민들의 불만은 임계점에 달했다.
터지기 일보 직전.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다에몬은 그게 두렵지도 않은지 평온한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성국의 신민들이여, 우리는 지금 크나큰 혼란을 겪고 있는 듯합니다.”
“…….”
“마귀에 사로잡힌 자들이 우둔한 이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바라노아를 무너트리려 하고 있습니다.”
늙어 처진 눈두덩이는 신민들을 응시한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도대체 무엇이… 성국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찾았고 신성의 회복은 궤도에 올랐습니다.”
정말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교황은 말했다.
“번영할 것입니다, 우리는. 한데, 어쩐지 다들 화가 가득해 보이는군요.”
그때, 실종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빈민가의 여인이 눈물지으며 말했다.
“아이… 우리 아이를 어쨌어!”
“…아이?”
“너희들이 숨겼잖아아아아!”
“기도하십시오. 그리하면….”
“입 닥쳐어어어어어어!”
“…….”
다에몬이 놀란 눈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이성을 잃었다.
“기도가 밥 먹여줘? 거기서 내려다보면서 잘난 듯이 한마디 툭 던지면 내가 고개 숙일 줄 알아? 우리 아이… 우리 아이를….”
“흐음….”
신성 기사단이 움찔했다.
교황의 권위를 신경 써 행동하려는 듯하자, 다에몬이 한쪽 손을 올려 제지했다.
“하고 싶은 말은 하게 두게.”
“…예.”
그것이 기폭제가 된 듯, 바라노아의 어둠에 대한 화두가 던져진다.
“소피아! 소피아라는 소녀를 숨겼다며?”
“소피아를 불러와!”
다에몬이 가만히 듣고 있다 턱짓했다.
“저, 정말….”
“그래, 데려오게.”
잠시 후, 소피아가 단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철그럭…
목에 걸린 쇠고리.
그리고 그에 연결된 사슬.
사슬을 잡아당기자, 소피아가 고개를 가까이하며 인상 썼다.
“이것이 그대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소피아입니다.”
“…….”
“그래요, 충격을 받은 이들도 있을 겁니다. 인공 신이란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에 한낱 차가운 쇳덩이에 불과합니다. 이제, 이해하시겠습니까?”
“그… 그래도 잘못된 거 아니야? 고통을 준다며!”
“맞습니다.”
다에몬은 진실만을 말했다.
“풀어줘! 그럼 되잖아!”
“고통을 느끼는데 어떻게 그런 잔혹한….”
교황은 히죽 웃는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선택?”
“소피아를 대신해 고통을 견딜 신민 100명이 있으면 소피아는 고통에서 해방됩니다.”
“그런… 그게 무슨 소리야!”
“누구도 고통받지 않아도 돼! 아무도!”
“…그럼 다른 선택지를 드리겠습니다.”
다른 선택지.
“소피아가 만들어내는 신성을 포기해야겠지요. 신성으로 작동하는 기반시설들은 모조리 정지할 것이고 바라노아의 풍요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겁니다. 물론 세금도 올려야겠지요.”
“…….”
“자,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이 정도면 고작해야 소녀, 그리고 인간도 아닌 기계 따위… 고통에 던져 넣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침묵한다.
모두, 침묵한다.
그 순간, 인공 신 소피아가 말한다.
“…저는 괜찮습니다.”
“…….”
“여러분들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침묵이 이어진다.
신민들이 합리화를 시작한다.
“보, 본인이 괜찮다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스스로 선택한 거니깐….”
다에몬은 웃는다.
“여러분은… 선한 이입니까?”
“…….”
“그대들은 특별하게 나쁘지 않을 뿐입니다.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위선적인… 그런 존재들.”
입이 찢어져라 웃는 그.
“흐흐흐흐흐… 정말로 구역질이 치미는군요. 참회하라… 참회하라….”
“이, 입 다물어!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가….”
스르륵…
다에몬의 눈과 소피아의 눈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참회의 날이다.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쓴 벌레들이여. 너희 내면의 악을 뉘우쳐… 신을 깨워라.”
“누, 눈이….”
“꺄아아아악!”
휘오오오오오오오…
눈에 보일 정도로 붉은 기운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그것이 바람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신을 맞이하라, 그대들을 이 땅에 있게 한… 진정한 신을!”
“따, 땅이 흔들려!”
“피해에에에! 무너진다!”
다에몬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시초자께서 오시리다….”
“허어어억….”
“커…억….”
목을 부여잡는 신민들.
소피아로부터 시작된 붉은 실이 수도 테트라의 모든 신민에게 연결되었다.
기이이이이이잉-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궁…
신민들이 자리를 비운 광장의 바닥이 갈라졌다.
쩌적…
쩌저적…
밑에서부터 무언가 솟아올랐다.
[주변에 강한 억제력이 발생합니다.]
[휴식이 일시적으로 종료됩니다.]
[테트라의 모든 모험가의 모험이 ‘참회의 날’로 변경됩니다.]
……
* * *
쿠구구구궁…
“시작된 건가….”
“큭큭… 직접 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역사적인 순간이야.”
한 남자를 둘러싼 이들이 떠들어댄다.
추기경이 남자에게 말했다.
“수석 심문관 미다르, 결정하라.”
“…….”
“따를 것인지, 죽을 것인지.”
심문관 바퉁이 비아냥댔다.
“거절해도 돼. 아니, 거절했으면 하는군.”
“…….”
“당장이라도 그 건방진 낯짝을 갈아버리고 싶거든.”
미다르는 비로소,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의 배후에 아득히 두려운 자가 있다는 것을. 모두 그들에게 사로잡혔다는 것을.
두려운 자를 섬기면, 목숨을 보전할 것이다. 더 강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줄곧, 바라노아를 섬겨왔다.”
“그래. 말 잘 듣는 칼이었지, 그대는.”
“나는 사로잡혔다. 이 빛의 땅에, 웃음 짓는 사람들에게.”
“…….”
미다르는 선언한다.
“난 국가에 충성하는 군인이 아니었으며, 신에게 충성하는 사도 또한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가 한쪽 무릎을 꿇는다.
“나의 삶은 신민의 것이었다. 그들의 검이자 빛의 창. 지금, 수석 심문관의 자리를 내려놓도록 하지.”
“…결론이 아쉽군.”
미다르는 드디어 결정을 내린다.
“바라노아여! 여기까지다.”
“죽겠다는 건가?”
“…싸우겠다!”
기이이이이잉-
그의 검이 찬란한 서광을 머금었다.
[미다르가 절기 : 신성 균열을 사용합니다.]
[일정 범위에 신성 피해를 주는 균열을 형성해 폭발을 일으킵니다.]
……
“크으으윽….”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커다란 구멍이 뚫린다.
미다르는 그곳에 없었다.
“쫓아라! 놈이 도주했다.”
“킥… 오늘에야말로 죽여주마….”
파파팟-!
심문관 셋이 서둘러 미다르를 쫓았다.
파아앗-!
파아아앗-!
미다르는 지붕과 지붕 사이를 날았다. 붉은 반구가 테트라를 둘러쌌다.
신민들은 정체불명의 붉은 선에 연결된 채 쓰러져 있었다.
미다르가 입술을 깨물고 질주했다.
콰아아아아앙-!
미다르를 붙잡은 심문관이 그와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잡았….”
푸슈우우욱-!
심문관의 목에 세검이 바람구멍을 만들었다.
“컥….”
파아아아앙-!
그 틈을 타 재빨리 벗어나는 미다르.
휘리릭…
심문관의 목에 만들어진 구멍은 순식간에 메워졌다.
“히히히… 안 죽는다고, 그런 꼬챙이로는.”
가망이 없다.
이곳에서 저 셋을 쓰러트린다고 상황이 딱히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다르는, 약속을 기억했다.
‘곧이다… 여기….’
약속 장소까지 뛰어오르는 그.
하지만…
‘…없어?’
순례자도, 마녀단도, 그리즈와 강설도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아!’
테트라를 뒤덮은 붉은 반구.
그것이 문제였다.
반구의 외벽에 가까이 선 채로 미다르는 멈추었다.
“포기한 건가? 키힉….”
“부질없다, 너의 신념은. 미다르.”
“혼자서 날뛴다고 해결이 될 만한 일이 아니야. 주변을 둘러봐, 네 편이 한 명이라도 있는지. 이 고집쟁이야.”
“결국 그 고집이 널 죽게 하는 거다.”
“…….”
미다르가 입을 굳게 다문 채 뒤돌며 검집에 손을 올렸다.
철그럭….
“싸울 생각이라면….”
그때.
쿵…
쿵…
미다르의 뒤편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붉은 외벽의 귀퉁이가 큰 소음과 함께 무너지며 전경이 드러났다.
미다르에게 표정이 생겨났다.
희열과도 가까운, 환한 미소가.
“…결코, 외로운 싸움은 아닐지어다.”
툭툭…
강설이 먼지를 털고 들어와 말했다.
“예상대로 되는 일이 좀처럼 없군.”
“미다르!”
“심문관님!”
샐리와 차멜리가 미다르에게 알은체를 해왔다. 그 뒤를 이어 유일하게 순례자들에게 힘을 보탠 성가대와 마녀단의 모습이 보였다.
절망스러운 전력 차이.
그러나 이상하게도, 불안하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미다르는 알지 못했다.
“그리즈, 아무래도 소피아에게 문제가 생긴 모양인데.”
“괜찮아요, 딸아이가 저지른 잘못쯤은. 아버지인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아버지인가.”
묘하게 걸리는 그 단어를 곱씹으며 강설이 대성당까지 이어지는 길을 바라보았다.
솔직한 소감.
“개판이군.”
“카하핫! 그러게!”
“이미 심각해진 모양입니다.”
카렌과 카루나도 강설의 의견에 동의했다. 테트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니까, 나 하나쯤 보태도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 미다르.”
“…….”
“싸울 거야?”
끄덕…
미다르가 고개를 굳게 끄덕였다.
그 대답을 들은 강설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휘오오오오오오오…
[스노우맨이 권능 : 그림자의 왕을 사용합니다.]
[스노우맨의 그림자는 살아있습니다.]
[그의 그림자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의지를 가지고 행동합니다.]
[그의 그림자는 끝없는 영감으로 진화합니다.]
[살아있는 그림자가 활동을 시작한 순간, 스노우맨의 모든 능력이 강화됩니다.]
[누구도 그림자의 왕에게 함부로 다가갈 수 없습니다.]
[살아있는 그림자가 스노우맨을 보위합니다.]
[그림자의 강도는 스노우맨의 격과 비례합니다.]
……
“무, 무슨….”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화들짝 놀라 강설을 중심으로 물러났다.
강설이 합장했다.
짜아아악-!
푸드드득…
[절기 : 까마귀 군대를 사용합니다.]
[절기 : 어둠살이에 깃든 힘이 피조물의 수만큼 나누어집니다.]
[나누어진 힘이 거대할수록 까마귀 병사가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많아집니다.]
……
휘리리릭…
수십의 까마귀 군세가 일어섰다.
카렌과 카루나 역시, 강설의 양옆에 나누어 서서 검을 땅에 대었다.
[카렌이 규율(規律) : 왕의 기사를 사용합니다.]
[카루나가 규율(規律) : 왕의 기사를 사용합니다.]
……
후우우우우우웅…
순식간에 치솟아 오르는 전력.
미다르는 자신이 느끼던 묘한 안정감의 실체를 비로소 눈으로 확인했다.
“…너.”
강설이 그를 곁눈질한 후, 히죽 웃었다.
“전부 밀어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