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17
제516화
후우우우우우웅…
[마엘이 욕심 많은 부두 우상을 사용합니다.]
[욕심 많은 부두 우상은 한 가지 종류의 속성을 집요하게 괴롭힙니다.]
……
휘오오오오오오…
붉은 장벽을 빨아들이기 시작하는 특이한 유물.
“부두 우상이 장벽을 둘러싼 기운을 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곧 시간을 벌어달라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유물을 지켜라!”
“막아라! 이단 녀석들이 의식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파아아악-!
후우우우우우웅…
검에 섬광을 휘감은 심문관 한 명이 마엘을 노리고 검을 휘둘러왔다.
“죽어라, 혐오스러운 족속아!”
파아아앗-!
강설이 황급히 검을 빼 들려는 찰나, 마엘이 먼저 움직였다.
스르륵…
아주 자연스러운 몸놀림으로 검을 피해낸 후, 심문관의 목을 움켜쥐는 마엘.
“저는 괜찮습니다. 주변을 살피시길.”
이건 강설에게 하는 말.
뿌드드드드득….
“저도 당신들을 혐오합니다.”
이건 목이 부러진 심문관에게 하는 얘기.
강설이 소리쳤다.
“물리면 안 됩니다!”
“인지하고 있겠습니다.”
키이이이이이-!
목이 부러진 심문관의 목이 불쑥 늘어나더니 아까 보았던 감염체와 흡사한 모습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흐으읍-!”
투우우우웅-!
쿠우웅-!
마엘이 심문관의 가슴을 후려치자, 감염체의 얼굴에서 피가 쏟아지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훨씬 강해졌어.’
알카트론에서 힘을 합쳤던 그 당시의 마엘보다도 훨씬.
“카하하하하하핫!”
화르르르르르르르륵-!
치이이이익…
대주교를 포함한 주교들이 불길에 휩싸인 채로 카렌에게 끌려다녔다. 모두 숨을 거둬 감염체의 모습으로 변형된 지 오래.
화르르르륵-!
그러거나 말거나, 카렌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을 유린했다.
콰지지지지지지직-!
카루나의 만조 또한 경지에 올라 더 많은 대상을, 더 많은 무게임에도 조율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그의 앞에서 바라노아 전력의 대부분은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
콰직… 콰지지지직-!
“크하아아악!”
한 뭉텅이로 뭉쳐져 날아가 건물에 곤두박질치는 병력.
“이,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다.”
“이단의 무리에게, 바라노아는 패하지 않는다!”
“싸워라, 신의 군대여! 저들을 내 앞에 무릎 꿇려라!”
교황 다에몬 앞에 미다르가 섰다.
“다에몬….”
“미다르, 이 불경한 자! 어찌 신에게 불복하는가! 너의 사명을 모르는가?”
“같은 길을 갈 수 없음에 유감입니다. 다에몬, 그대도 신민을 위했던 적이 있었을 텐데….”
쉬이이익-!
다에몬을 지키려 하는 심문관이 미다르와 검을 맞대었다.
전황은 강설의 군대에 유리하게 흘러갔지만, 전쟁의 향방은 알 수 없었다.
어찌 보면 반역이라 여길 수도 있는 이 상황을 신민들이 고통받기 전에 서둘러 마무리하는 것만이, 후에 겪게 될 바라노아의 진통이 줄어드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치익…
강설이 바라노아에 들어설 때부터 한쪽 귀에 집어넣고 있던 통신 장치.
– 강설, 신민들에게 연결된 이 붉은 선… 대충 파악했어요. 소피아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까지도.
강설이 조금 떨어진 안전한 위치에 몸을 숨기고 있는 그리즈를 찾았다.
– 신민들은 지금, 소피아와 공명하며 같은 고통을 겪고 있어요.
‘…뭐?’
소피아는 고통을 신성으로 변환하는 존재. 만일 신민들이 소피아와 연결되어 함께 고통을 견디고 있다면, 더 많은 양의 신성이 만들어진다고 봐야 했다.
‘신성을 노리는 거군….’
신민들을 제물로 삼아 만들어진 거대한 신성을, 누군가가 노리고 있다. 아마도 저 붉은 장벽 안에 있는 자가.
강설은 그리즈의 말을 듣고 우상에 접근하는 자들을 물리치며 생각에 잠겼다.
‘신민들의 안전은 확보할 수 있는 건가? 소피아에게 공명하고 있다면….’
그가 이러한 의문을 그리즈에게 전달하자, 그가 망설이며 답해왔다.
–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그리즈는 담담하게 말했다.
– 하나는 소피아를 파괴하는 거예요. 소피아가 모든 고통을 떠안고… 사라지겠죠.
– 신민들의 피해는?
– 백치가 될 수도 있고… 공명이 상당 부분 진행되었다면 목숨을 잃을 거예요. 또 다른 방법은… 정보에 혼란을 주는 거예요. 고통이 아닌, 다른 감정을 집어넣어 절차에 혼란을 주어 의식을 멈추는 거죠.
강설이 물었다.
– 그게 가능한 겁니까? 고통이 아닌 다른 감정이 개입할 수 있는 겁니까?
– 소피아는 정확히는, 감정의 파동을 신성으로 변환하는 존재예요. 제가 …복종과 괴로움만을 심어두었기에 저들은 고통이 신성을 만들어내는 거라 판단했겠죠.
강설은, 그리즈가 둘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 직감했다.
–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하겠군요.
– …맞아요.
– 혼란을 줄 감정이라는 건… 어떤 감정을 일깨우려는 겁니까?
그리즈가 소피아에게 일깨울 감정은 어떤 감정일까. 그는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 …그건 아직 모르겠어요.
강설은 바라노아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친구를 돕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러니, 작은 응원밖에는 건넬 수 없다. 이번엔 올바른 선택을 내리도록.
후우우우우웅…
끼끼기기기기기긱!
끼끼끼끼끼끼끼긱!
[욕심 많은 부두 우상의 배가 차오릅니다.]
“스노우맨! 장벽이 무너집니다!”
마엘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광장 주변에 뒤섞여 전투를 치르던 병력들에게 어마어마한 광풍이 휘몰아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
“크으윽….”
“나, 날아가요!”
강설은 그림자를 뻗어 날아가는 그리즈를 붙잡았다.
파아아아아아앙-!
후두두두두둑…
장벽이 폭발하며 붉은 비가 내렸다. 모두의 얼굴이 피로 범벅이 되어 끔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휘오오오오…
광장 안에 눈이 붉고 치렁치렁한 백발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투우우우웅-!
그가 손을 뻗자, 몇몇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그 힘에 휘말려 뒤로 날아갔다.
끼기기기긱…
그리고 다시금, 피의 장벽이 구축되었다. 찰나에 완성된 피의 장벽.
그 장벽 안에 들어와 있는 이는 다음과 같았다.
“크으윽….”
이단 심문관 미다르.
“위험한 냄새가 나는군요….”
마엘.
그리고 강설.
그와 함께 있던 그리즈까지.
카렌과 카루나 역시, 늦지 않게 장벽 안으로 합류할 수 있었다.
‘…의도적으로 나누었어?’
지금 장벽 안에 모인 이들은, 어쩌다가 이곳에 발을 들인 게 아니다.
이건, 초대다.
상대가 의도하여 전사 중 일부를 초대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밖에 있는 이들은….’
장벽 내부의 상황이 어떤지 알지 못할 것이다. 전황은 유리했으니 그들 스스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답을 내릴 테고.
‘그보다….’
백발의 남자가 쓰러져 뒤죽박죽 뭉쳐 있는 신민들을 깔고 앉은 상태에서 말을 걸어왔다.
“내가 너희를 초대했다.”
스으윽…
강설과 그리즈, 마엘과 미다르뿐만 아니라 쌍둥이 기사도 한곳으로 모였다.
미다르가 물었다.
“넌… 누구지?”
“그대는 모를 것이다.”
남자가 강설을 쳐다보았다.
아니, 강설은 이 존재를 남자라고 부를 수 없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니야?’
마치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인상을 보여주는 것처럼, 상대의 정체를 규정할 수 없었다.
“나의 세례를 받았군. 그런데도 내가 누구인 줄 모르느냐?”
“세… 례?”
순간…
욱씬-!
“으윽….”
“네 몸속에 흐르는 피다.”
번뜩 떠오르는 기억.
“……설마.”
입이 찢어질 듯 미소 짓는 상대.
“나는 시초자다. 너희를 이 땅에 자리 잡게 한 존재지.”
“거짓말….”
“차분하게 대화를 나눠보도록 할까? 서로에게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니깐 말이야.”
강설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시초자의 말이 시작되었다.
“나에게서 모든 생명이 태어났다. 내가 태어났을 때, 너희는 먼지만큼의 흔적도 없었지.”
“무슨 소리를….”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태어나고 만 것이다. 나 스스로 말이지. 그때의 풍경은 정말이지….”
미치광이나 할 법한 소리를 늘어놓았지만,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힘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강설은 그리즈가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다.
‘…움직였다.’
그의 감각조차 속일 수 있는 무언가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렇다는 얘기는 시초자 또한 그리즈의 존재를 놓쳤을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주의를 끌어야 했다.
“밖에 얼간이들은 너를 신이라고 말하던데?”
“신… 신이라… 너희는 나의 피로 갈증을 채웠으며 나의 살을 이어붙여 탄생했다. 그러나 나는 신이 아니다.”
“…뭐?”
“신앙의 본질을 이해하느냐? 너희가 모르는 게 하나 더 있다. 이 땅에 신앙을 탄생시킨 건 바로 나다.”
미다르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카렌과 카루나도 더는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병기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너희가 말하는 전능함이냐? 그도 아니면 너희를 용서하는 관대함이냐?”
“장난할 생각이라면….”
“그들은 그 무엇도 아니다. 나는 단지 바랐을 뿐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탄생했다.”
판데아의 신앙을 탄생시킨 게 바로 자신이라 말하는 시초자. 어쩌면 그가 신의 존재를 인지한 순간 신이 탄생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듯했다.
“우습지 않으냐? 고작 그것뿐인 존재들이다. 이성을 가진 존재의 욕망에 의해서 탄생했으나, 악을 거세당한 자. 그래… 꼭….”
기이이이이잉-
치직… 치직…
헤일로의 불이 깜빡이는, 붉은 눈의 소녀를 가리키는 시초자.
“너희가 만들어낸 저 소녀 같구나.”
“…이제 말장난은 관두지.”
“…내가 너희의 진정한 신이 되어주마. 너희가 바라는 것들을 이뤄주고, 너희의 비루한 삶을 잊을 낙원을 떠오르게….”
스르으응…
비탄을 빼 드는 강설.
“멋대로 일장 연설을 늘어놓더니, 꿈은 꽤나 진부하시군.”
“……나의 존재를 거부하는가? 나의 자식들이여, 나는 너희의 아비이다.”
강설이 인상을 썼다.
“그거, 듣기에 별로 좋은 단어가 아니었네. 확실히. 이런 기분이구나.”
강설이 호흡을 크게 들이마셨다. 기합이 필요했다.
느슨해진 몸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기합이.
상대는 강적이다.
후우우우…
파지이이이이이익…
[환상 절기 : 야차(夜叉)를 사용합니다.]
[야차의 감각과 감응합니다.]
[야차의 기억과 감응합니다.]
[야차의 움직임을 따릅니다.]
[야차의 힘을 얻습니다.]
[주문의 반응 속도가 증가합니다.]
[권능 : 그림자의 왕 효과로 능력이 강화됩니다.]
[환상 절기 : 야차(夜叉)의 지속 시간이 크게 증가하며 소모되는 집중력과 체력은 감소합니다.]
……
강설이 새하얀 힘을 덮어쓰자, 마엘과 미다르가 흠칫 놀랐다.
“과연… 스노우맨, 이번에도 저를 놀라게 하셨군요.”
“엄청난 힘….”
반면 시초자는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따아악-!
시초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소피아가 울부짖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혈광이 번뜩이는 소피아의 눈.
둥글게 뭉친 핏빛 기운이 시초자에게로 흡수되었다.
“굴종을 가르친다는 건 내게는 익숙한 일이지.”
츠즈즈즈즈즈즈…
[시초자가 시초의 뼈를 사용합니다.]
[이외의 다른 존재는 시초의 뼈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
따다다다닥…
새하얀 뼈가 시초자의 피부 위로 덧대어졌다. 그것만으로도 꽤나 기괴해진 생김새.
츠으으으으으으으…
[시초자가 권능 : 살가죽을 사용합니다.]
[시초자는 압도적인 신체 재생력을 보유합니다.]
[시초자는 지치지 않습니다.]
[시초자의 몸은 의지대로 변화합니다.]
……
으지지지직…
뒤룩뒤룩 살이 찐 것처럼, 출렁이는 살로 몸을 뒤덮은 시초자.
“어디….”
후우웁…
파아아아아앙-!
강설에게 들이닥치는 몸.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치이이이이익-!
“호….”
강설이 두세 걸음 물러나는 선에서 공격을 막았다.
파아아앗-!
시초자의 양쪽에서 공격이 들이닥쳤다.
각기 마엘과 미다르였다.
마엘은 꺼림칙한 기운을 손에 담아 휘둘렀고, 미다르는 그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광휘로 가득한 세검을 찔렀다.
파아아아악-!
돼지고기를 땅에 내던지는 듯한 소리가 타격음의 전부였다.
“이 살가죽… 마력을 빼앗습니다!”
끼기기긱…
미다르의 날카로운 찌르기도 가죽을 뚫지는 못했다.
“제길….”
“하하하! 어디 더….”
후우우웅-!
그의 양어깨를 노리고 검을 내려찍는 카렌과 카루나.
“…이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시초자가 이번엔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투우우웅-!
살가죽에서 튕겨 나가는 그의 본래 몸.
촤아아아악-!
카렌과 카루나의 검이 덩그러니 남겨진 살가죽을 찢었다.
“쳇….”
“…저런 것도 가능하군요.”
히죽 웃는 시초자.
찢어진 살가죽이 그대로 강설을 덮쳤다.
방심하고 있었다면, 의외의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
푸화아아아아악-!
살가죽은 한 덩어리였다는 것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찢어발겨졌다.
후두두두둑…
살가죽의 잔여물에서 떨어지는 피의 비를 온몸에 뒤집어쓴 강설.
그는 미동 없는 눈빛으로 검을 강하게 쥐었다.
후우우우우웅…
눈이 부실 정도의 푸른빛이 비탄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시초자가 놀랍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오늘 밤은… 아주 천천히 흐를 것 같군.”
끼릭…
츠즈즈즈즈즛…
아트로밀… 거인의 피가 만들어낸 힘, 어머니 늑대.
강설은 지난 2년간 기어코 그것을 통제할 정도까지 체득했다.
“…동감이야.”
두 번째 권능, 발현.
[스노우맨이 권능 : 마지막 거인을 사용합니다.]
……
이젠 그가 세상에 남은 마지막 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