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19
제518화
후우우우웅…
소피아의 날개가 황금빛에 휩싸이며 진동했다.
[소피아가 권능 : 빛의 날개를 사용합니다.]
[소피아는 짧은 시간 신성을 이용한 비행이 가능합니다.]
[잔탄을 비축합니다.]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잔탄이 발사됩니다. 잔탄은 국소 범위에 신성 폭발을 일으킵니다.]
[소피아의 권능 : 빛의 날개는 우호 신앙 개체에 축복을 내립니다.]
……
그녀의 날개가 빛나자, 미다르의 신체에서도 빛이 흘러나왔다.
[미다르가 권능 : 새벽 기도를 사용합니다.]
……
[마엘이 권능 : 척 보면 척을 사용합니다.]
……
미다르의 경우, 아직 권능을 해방하지 못했던 듯했고 마엘은 권능을 가졌으나 사용할 시기를 가늠하고 있던 것 같았다.
파아아아아앗-!
강설을 비롯한 여섯이 동시에 시초자에게 달려들었다.
투투퉁-!
파아아아앙-!
달려든 그 순간, 여섯이 동시에 튕겨 나갔다.
강설은 그들 모두를 밀어낸 이 힘이 무엇인지 곧장 깨닫고는 신음을 흘렸다.
“빌어먹을….”
[시초자가 거부를 사용합니다.]
[대상을 밀쳐냅니다.]
이건, 직접 한 번 경험해 본 적도 있는 힘이다.
고행의 미궁, 최후의 관문에서 마주했던 자.
핀 모드리아의 힘이다.
‘어찌 보면, 같은 힘을 사용하는 거니….’
시초자에게서 이어진 시초의 피를 핀 모드리아가 이어받았고 그 나머지를 또 강설이 이어받았다.
핀 모드리아의 능력 일부를 시초자가 사용한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다는 얘기다.
‘놈이 핀의 다른 능력을 사용하기라도 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기이이잉-
철컥…
[소피아의 잔탄이 발동합니다.]
[잔탄을 지속적으로 축적합니다.]
[잔탄을 2발 소모합니다.]
[잔탄은 부정한 존재에게 더 큰 피해를 줍니다.]
피슈우우우우-!
퍼퍼어어엉-!
“크으으으으윽-!”
거부를 사용해 튕겨낼 수도 있었지만, 이미 한 번 사용한 직후라 공백이 있었던 모양이다.
후두두두둑…
그런데, 잔탄에 적중한 시초자의 신체가 일부 부서져 내렸다. 이건 시초자도 강설도 예상 못 한 상황이다.
‘소피아!’
소피아는 단순한 인조인간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만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건 그녀가 그리즈의 첨단 병기나 다름없다는 얘기.
휘리리릭-!
신체를 수복하며 시초자가 말했다.
“여럿이서 덤비는 것 말고는 재주가 없나 보군.”
“여럿이서 덤벼서 억울한가 본데.”
“…….”
시초자는 확실히, 처음 만났을 때보다 강해졌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소피아에게서 신성을 빼앗아 올 수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나와 그대들이 겨룰 수나 있다고 생각하는가?”
“소피아가 우리 쪽에 합류한 이상, 네 힘도 무한하진 않을 텐데?”
시초자는 강설의 말에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이렇게 답했다.
“어쩔 수 없군. 아직은 이르지만….”후우우우우웅…
시초자가 오른손을 꽉 쥐었다.
그러자, 온 땅이 진동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땅 위로 삐죽 튀어나와 있던 구조물이 점차 그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푸화아아아악-!
강설 일행을 둘러싸고 있던 피의 장막이 터져나갔다.
장막은 테트라에 피의 비를 뿌렸다. 일순간, 장막 밖에 머무르며 시초자의 권속인 감염체들과 싸우던 차멜리 일행과 눈이 마주쳤다.
“형제님!”
바깥의 상황은 반반이었다.
감염체들의 수가 불어나 있었지만, 순례자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대응하고 있었고 의식에서 해방된 신민들 역시 합류하여 감염체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또한, 소피아로부터 시작된 금빛 섬광은 의식에서 깨어난 자들에게 머물며 감염체들이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시초자와 대립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차멜리가 병사들을 향해 지원을 말하려는 그때, 강설이 소리쳤다.
“안 돼! 오지 마! 이곳에서 멀어져!”
쿠구구구구구구구궁…
강설 일행은 몸이 둥실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정확히는 몸이 아니다. 그들이 딛고 선 땅이 떠오르고 있었다.
으지지지직-!
“따, 땅이….”
“물러나! 어서!”
반응이 늦었다.
이미 많은 신민이 비행에 휘말렸다. 지면과 이 이상 멀어지는 순간, 그들은 시초자와의 전투에 휘말릴 것이고 추락 혹은 사망은 확정적이었다.
강설은 그 짧은 순간,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
“카루나!”
강설의 외침과 동시에, 카루나가 유적에서 뛰어내려 지면에 착지했다.
“뛰어!”
짜아아악-!
[마엘이 돌풍 주술 : 등 떠밀기를 사용합니다.]
[일정 범위에 강한 바람이 일어 상대의 균형을 무너트립니다.]
……
후우우우우우웅-!
“으으… 으아아아!”
신민들이 공중에서 일제히 추락했다.
차멜리와 순례자들, 마녀단과 샐리 역시 이들을 받아내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데 카루나가 그들보다 먼저 대응했다.
으지이이익…
카루나가 디딘 땅이 깊게 파였다. 그는 양손을 뻗어 추락자들을 천천히 내려설 수 있도록 힘을 가했다.
“저, 저길 봐!”
“땅이… 날고 있어.”
신민들 역시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정도는 분간할 수 있었다. 소피아의 정신세계와 잠시나마 이어졌기에 그녀의 고통은 물론이거니와 이곳에서 벌어진 일의 진상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다.
“소피아!”
“안 돼….”
모두가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다면, 인간은 더 나은 관계를 맺게 될까. 장래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나 지금 당장은 그 얘기가 맞는 듯했다.
모두 소피아를 염려하고, 그녀의 승리를 기도했다.
후우우우우웅…
소피아의 빛의 날개가 더욱 커졌다. 헤일로의 황금은 사무치도록 시리게 빛났다.
끼이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익-!
테트라의 전역에서 시초자가 흩뿌린 감염체들이 날아왔다. 그리고 날아온 감염체들은 모두 그들의 몸으로 시초자의 몸을 뒤덮었다.
츄화아아아아악-!
꽃이 개화하는 것처럼 한순간에 핏물로 변한 감염체.
으지지지지직-!
지상에 심었던 나무보다도 거대한 나무가 부유섬의 중심에 생겨났다.
츄르륵…
나무는 순식간에 피로 열매를 맺었고 열매는 부유섬으로 떨어져 내렸다.
퍼어어억…
열매가 깨지며 안에서 덜 만들어진 마물이 빠져나왔다.
“음….”
인간의 형체를 닮았으나 그에 미치지 못한 존재. 구역질이 치밀었다.
“…너희의 원형이다. 어떤가? 저맘때쯤에는 말을 잘 들었는데 말이지”
“개자식이군, 너.”
“나는 쇠퇴하지 않는다. 나는 도리어 번영하며 모든 삶을 손 위에 올려놓는다. 이런 내가 신이 아니라면, 누가 신이겠느냐?”
강설은 여력을 가늠했다.
정신력과 체력을 압도적으로 소모하는 덧칠은 앞으로 한 번 정도. 어머니 늑대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그림자 병기 역시, 남은 전투에서 활용할 수 있는 건 최대 한 번.
‘마지막이 아니라면, 꺼낼 수 없어.’
상황을 뒤바꿔야 한다.
시초자는 허풍이 아닌 사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강해지고, 계속해서 회복한다.
‘변수는 소피아인가….’
모두 소피아를 바라보자, 소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우우웅…
헤일로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그녀의 양손에 빛의 투갑을 형성했다.
[소피아가 절기 : 빛의 손아귀를 사용합니다.]
[빛의 손아귀는 지속적으로 신성을 소모하는 대신, 붙잡는 것만으로 대상에게 피해를 줍니다.]
[타격 시에는 효과가 크게 상승합니다.]
[부정한 존재에게 더 큰 피해를 줍니다.]
투우우웅-!
소피아가 가속하자, 다른 이들도 동시에 뛰어들었다.
“소용없는 짓을….”
파파파팟-!
[시초자가 피의 창을 사용합니다.]
……
‘또, 핀의 힘!’
쒜에에에엑-!
돌진 중에 마주한 투사체.
피하는 이들도 있지만 튕겨내는 이들도 있었다.
“흥!”
쒜에에엑-!
피의 창은 시초자의 의지대로 꺾여 재차 강설 일행을 노렸다.
“쳇….”
카가강-!
카아아아앙!
시초자에게 곧장 접근하는 것은 악독한 난이도였기에 피의 창을 끊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몇.
그것만으로 시초자에게 여유가 생겨났다.
카아아아앙-!
카가가가가가강-!
전투는 이전과 같은 양상.
시초의 뼈로 뒤덮인 시초자에게 일격을 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고 또 일격을 가한다 한들 손쉽게 피해를 수복했다.
“제길….”
“이제 알겠느냐? 굴종해야 한다는 것을. 한데… 어째서 저항하는 거지?”
“하아아아압!”
카렌이 잉걸불을 휘두르며 접근했지만, 시초자는 이제 그런 단순한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파아아아아앙-!
[시초자가 거부를 사용합니다.]
[대상을 밀쳐냅니다.]
“큭….”
튕겨져 날아가는 일행.
“마엘, 방법이 없습니까?”
“상처를 줄 만한 방법은 몇 가지 있지만… 재생을 막을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군요.”
미다르 역시 마찬가지.
“도저히 죽일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니….”
강설 역시 마찬가지.
시초자에게 큰 상처를 입힐, 나아가 목숨마저 빼앗을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재생을 틀어막을 방법이 없었다.
‘제기랄, 핀의 능력까지 사용하기까지 하니 접근하기가 더 까다… 어?’
강설은 잠시 멈칫했다.
‘핀의 능력이 시초의 혈맥 그 자체에서 온 힘이었던가?’
그랬던가?
그래서 핀의 힘을 시초자가 사용할 수 있는 건가?
강설은 순간, 기억에 혼동이 왔다.
그리고 확신했다.
“…아니.”
아니다.
핀의 힘이 시초의 피에서 기인한 것은 맞지만 그의 능력들은 모두 그가 고안해낸 것이다.
그런데 시초자는 그의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핀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설마….’
최종 확인이 필요했다.
“시초자…라고 했지?”
“…….”
“이름은 없나?”
“필요한가? 내게 다른 이름은 필요 없다.”
“그럼 혹시, 핀이라는 녀석 알고 있어?”
“…알아야 하나?”
확인 완료.
“하하… 아하하하… 이 멍청이.”
“왜 웃는 거지?”
“깜빡하고 있었어. 맞아… 방법이 없는 게 아니야. 내가 잊고 있었을 뿐이지.”
강설은 그가 시초의 피를 얻었던 고행의 미궁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 시초의 피에 중독될수록 누군가의 뜻이 정신을 침범합니다. 그 뜻은 아주 어린 아이처럼 선하지만 악합니다. 만일 그 뜻에 중심을 잃고 잠식된다면,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겁니다.
핀이 남겼던 경고.
그는 시초의 피의 내력(來歷)이나 마찬가지인 타락에 대해 염려했다. 그리고 그 내력에 깃든 거악(巨惡)에 대해서도.
‘그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녀석일 줄이야….’
솔직히 말하면, 대비하지 않았다.
시초의 피가 갖는 효능은 무궁무진했고 강설이 가진 힘의 큰 축을 담당했으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
‘대비는… 이미 해뒀으니까.’
자신이 아닌 핀이.
잊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그 대비라는 게 허술하기 짝이 없는 계책이었으며 핀은 그길로 곧장 승천에 도전했기에 기억의 빈틈이 있었다.
‘이제라도 떠올려서 다행인데….’
문제는 그것이 잘 작동하느냐다.
말했듯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계책이다.
‘그래도… 확실해, 놈이 본 적도 없는 핀의 능력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스으응…
【뭐야, 피는 왜】
강설이 비탄의 날로 손바닥을 그었다. 그의 피가 비탄의 혈로를 따라 흘렀다.
“마술.”
【오, 마술 좋아!】
강설은 일행에게 신호했다.
이번엔 자신이 홀로 나설 테니 잠자코 지켜보라는 신호를.
고개를 끄덕이는 소피아와 조력자들.
후우…
파아아아앗-!
강설이 시초자에게 달려들었다.
“안 될 걸 알면서도 날아드는 꼴이라니….”
“…….”
시초자는 핀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그 강인한 육체를 사용해 강설의 공격을 막았다.
카아아아앙-!
카아아아아아앙-!
강설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투에 임했다. 공격 일변도의, 수비는 일절 생각하지 않는 방식.
시초자는 그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막아내는 한편 불의의 일격을 경계했다.
콰르르으응-!
신유의 폭풍검 발현.
역시나, 예측대로의 기습이다.
카가가가가가각-!
양팔을 교차해 수직으로 내려찍는 검을 막아내는 시초자.
칼날이 시초의 뼈를 부수고 살을 파고들어 뼈까지 들어왔지만, 완전히 베어내지는 못했다.
씨이이익…
“…막았군.”
“빌어먹을, 조건이 뭐였더라? 이것도 아니야? 좀 일어나라!”
“…뭐?”
“듣고 있잖아! 핀! 놈이야? 아니면 내 쪽이야? 어디에 숨은 거야?”
“숨…어?”
그때, 시초자의 팔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강설이 펄쩍 물러나며 말했다.
“그쪽이었구나.”
“네놈… 지금 무슨 소리를….”
“있잖아, 너 지금 코피 나고 있어.”
주르륵…
시초자가 자신의 코를 매만졌다.
코에서 따뜻한 것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피에서는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났다.
“무슨….”
퍼어어어어억-!
발작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자신의 얼굴을 오른쪽 주먹으로 난타하는 시초자.
“으윽… 파, 팔이….”
“아하하하하하!”
강설이 그것을 비웃으며 말했다.
“왜 그래? 꼭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병?”
“그래, 병.”
우웨에에에에에에에엑-!
[시초자에게 혈허(血虛) 증상이 발현합니다.]
[지속적인 출혈 상태에 빠집니다.]
……
울컥…
“커허어어억….”
시초자의 몸이 이상을 일으켰다.
영문을 모르는 상황이긴 했지만, 놈을 끝장낼 좋은 기회다.
모두 나서려 하는데, 강설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아직… 아니야.”
시초자의 몸이 빠르게 부풀어 올랐다.
“무슨…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냐….”
“…….”
급격하게 살이라도 찐 것처럼 몸과 얼굴 전체가 부어오르는 시초자.
[잠복기가 끝이 납니다.]
[병원균(病原菌)이 말썽을 일으킵니다.]
시초자는 그 몸을 가득 채운 무언가를 토해냈다.
“부웨에에에에에에에엑-!”
촤아아아아아아악-!
붉은 피가 그의 입에서 폭포처럼 흘러나왔다. 피는 살아있는 듯이 움직여 강설의 곁까지 흘러왔다.
“허억… 허억….”
다시 홀쭉해진 시초자.
그의 피로 만들어진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일어섰다. 점차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무언가.
아니, 완벽하게 사람이었다.
피처럼 붉은 눈을 가진 사내. 곱게 기른 흑발.
[핀 모드리아의 환상 절기 : 유전병이 발동합니다.]
[유전병은 잠복기를 가지며 조건을 만족하면 핀 모드리아의 화신이 깨어납니다.]
[같은 혈맥을 가진 대상에게만 발동이 가능합니다.]
[최근 유전병 대상 : 핀 모드리아의 혈맥]
[유전병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유전병은 자가 검진이 가능합니다.]
[유전병에 감염된 대상은 핀 모드리아의 능력을 일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유전병은 한 번 발병하면 대상이 사망할 때까지 출혈을 일으킵니다.]
……
도르륵…
핀 모드리아의 화신이 강설을 쳐다보았다.
“…거악이 깨어났군요. 나는 핀 모드리아의 혈맥에 남겨진 잔상일 뿐, 설명이 필요합니다.”
강설이 피가 흥건한 그의 손바닥을 내밀었다.
할짝…
그 피를 맛보는 핀 모드리아.
[핀 모드리아의 화신이 피의 기억을 사용합니다.]
[대상의 피를 섭취하면 자신과 관련된 기억을 읽을 수 있습니다.]
……
“…아.”
핀 모드리아의 화신은 기억을 읽은 후, 손을 내밀었다.
“또 만나는군요, 불행 중 다행입니다. 고행자여. 그리고….”
그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나는 거북이가 아닙니다.”
– 드디어 잡았다! 이 거북이 새끼!
그래, 미궁에서 그런 말까지 했었다. 핀과는 적으로 만나, 여기까지 왔다.
강설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좀 도와줄래, 거북아?”
피의 성자 핀 모드리아의 화신이 답했다.
“시초의 피를 잃게 될 겁니다.”
뼈아픈 손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상관없어.”
“그럼….”
휘오오오오오오…
그 대답에, 피의 성자가 기운을 끌어올렸다.
“엉금엉금 기어서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