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20
제519화
피의 성자의 화신인 핀 모드리아는 사태 파악이 끝나자마자, 강설에게만 들리도록 방법을 전달했다.
“놈을 지금 쓰러트려야 하는 거 아니야?”
“유전병의 충격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간만 낭비할 뿐, 시초자의 근원에는 다가갈 수 없어요.”
이게 무슨 소리인지.
“시초자는 죽지 않습니다. 생명 그 자체예요.”
“…….”
“물론, 이미 생명이 번성하는 이 시점에서는 그저 그런 전설이 있었다 정도일 테지만… 겪어본 자만이 알겠지요.”
그렇게 말하며 강설을 쳐다보는 화신.
“어떻습니까? 죽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니.”
“시초자가 죽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 재앙의 근원의 본체가 몸이 아니기 때문이죠.”
“몸이… 본체가 아니라고?”
신체의 죽음은 곧 생명의 죽음과 마찬가지다. 인간은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시초의 피가 가진 생명력, 그 자체가 바로 시초자입니다.”
“거짓말… 그러면 죽일 수가 없잖아?”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빠르게, 시초자가 회복하고 있으니.”
“시초의 피의 잠재력은 무한하지만, 순간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생명력에는 한계가 있어요. 과부하를 주는 겁니다.”
“반복해서 죽인다는 건가?”
“단시간 내에.”
“농담이지? 놈은 지금 한 번 쓰러트리기도 힘들어.”
“힘들겠지만,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신체를 수복한다고 하더라도 그 부담이 몸에 남아있을 테니 그 부분을 파고들도록 하죠.”
강설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화신이 그렇다고 말하는데 뭐라 더 보탤 것인가.
‘문제가 있다면….’
시초자를 진정한 죽음으로 몰고 갈 만큼의 일격을 가할 수 있느냐다. 이 점은 화신도 궁금했는지 강설에게 물어보았다.
“고행자에게 시초자를 산산조각 낼 만한 힘이 아직 남아있습니까?”
“…그쪽은?”
화신이 뚱한 표정으로 답했다.
“거북이는 그런 거 못 합니다.”
“마음에 담아두고 있군. 그럼 토끼가 하지.”
“정해진 순간에 놈의 심장을 찌르세요. 마지막 순간이 오면 생명력을 끌어모은 피가 심장으로 모일 겁니다. 정확히는 핏덩이라고 해야겠지만.”
“심장이 어딨는데?”
“거북이는 그런 거 모릅니다.”
“빌어먹을… 그럼 그것도 토끼가 어떻게든 찾아보지.”
하아… 하아…
시초자가 핼쑥해진 얼굴로 핀 모드리아의 화신을 노려보았다.
“대체 언제부터… 숨어있던 거지?”
“네가 언젠가 깨어나리라고 판단했을 때부터.”
“큭큭… 큭큭큭… 시초의 힘은 이 정도로 흔들리지 않으니, 각오하라.”
짜아아악-!
[시초자가 권능 : 시산혈해(屍山血海)를 사용합니다.]
[시초의 피가 시초자의 의지에 따라 전투에 개입합니다.]
……
쩌어어어억…
시초자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마치 거미의 다리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느껴지는 기운은 전보다도 거대해졌다.
화신이 말했다.
“전투에 돌입하면, 저는 시초자를 제거하는 데만 몰두할 겁니다. …각자의 판단을 믿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주시길.”
짜아아아악-!
[핀 모드리아의 화신이 권능 : 피가 이어진 사이를 사용합니다.]
[권능 : 피가 이어진 사이가 발동하면 화신의 피 일부가 아군에게 전달됩니다.]
[아군에게 전달된 화신의 피는 아군의 움직임을 보조합니다.]
……
츠즈즈즈즈즛…
화신의 피가 고리처럼 늘어나 마엘과 미다르, 그리고 강설과 카렌 심지어는 소피아까지 감쌌다.
화신의 권능이 그들에게 닿자, 모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화신이 바라보는 세상, 화신이 생각하는 방법, 화신이 준비하는 미래가 교향곡처럼 머리에 그려졌다.
화신이 한순간에 전투의 지휘자가 된 것이다.
스으윽…
모두 자세를 낮추었다.
화신의 생각을 읽었기에.
“전장을 바꾸겠습니다.”
화신이 땅을 짚었다.
[핀 모드리아의 화신이 절기 : 심장 붕괴를 사용합니다.]
[직접 접촉한 사물을 으깹니다.]
[생명에게는 영향이 없습니다.]
……
콰지지지지지지직-!
찢어지는 종이처럼 부유섬이 찢어졌다.
쿠구구구구구궁…
그렇다고 부력의 근원인 시초자의 힘이 사라진 것은 또 아니기에, 섬이 추락하는 상황은 면했다.
그리고 그것이, 화신이 의도한 환경이다.
파아아아앙-!
중앙에 시초자가 위치한 섬을 제외하고 각기 다른 섬으로 몸을 움직이는 일행.
원래였다면, 사각이 없어야 할 전장에 사각이 생겨났다. 부유섬이 모두 같은 위치에 떠올라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시야에 들어온 인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인원도 있었다.
전투의 신호탄은 무엇인가.
후우우웅…
갑자기 푸른 늑대를 소환해 낸 강설인가.
피의 창을 쥔 채로 이쪽을 바라보는 화신인가.
그도 아니면….
“…이런.”
그그그그그그…
시초자가 디딘 섬이 뒤흔들리며 움직였다. 그가 디딘 땅을 소피아가 밑에서부터 움직여 다른 섬과 충돌하게 하고 있었다.
기이이이이이잉-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가장 큰 섬의 붕괴.
시초자는 순식간에 발판을 잃었다.
파아아아아악-!
카렌과 강설이 동시에 튀어 올랐다.
카가가가강-!
시초의 피로 만들어진 수 개의 팔이 둘의 검을 쳐냈다.
[번뜩이는 움직임!]강설이 검이 갑자기 푸르게 빛나며 시초자의 팔을 뭉텅 잘라냈다.
“소용없다!”
잘라낸 것보다 더 많은 수의 팔이 돋아나 강설을 쳐냈다.
콰지이이이익-!
큭-!
소피아가 이곳에 도달하려면 몇 초는 더 필요한 상황.
전투는 시초자의 통제하에 있다. 시초자가 두리번거리며 화신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다.
보이지 않는다, 녀석이.
파아아아앙-!
마엘과 미다르가 동시에 공중에 있는 시초자에게 뛰어올랐다.
시초자는 그들을 비웃었다.
강설과 카렌이라면 몰라도, 그들에게 큰 피해를 입었던 적은 없었기에.
‘화신… 화신을 찾아야….’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것은, 이 침묵 속에서 진행되는 전투의 큰 그림을 그의 적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이이잉…
마엘이 뭔가를 집어던지는데, 기이한 광채가 유물에서 터져 나왔다.
[마엘이 진귀한 유물 : 거부할 수 없는 빛을 사용합니다.]
[권능 : 척하면 척이 발동합니다.]
[유물의 반응 속도가 빨라지며 발동 조건 일부를 무시합니다.]
……
빛이 뿜어져 나온다.
시초자는 황급히 눈을 감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소용이 없었다. 일시적으로 감각이 고장 났지만, 눈을 감기 전 상황 파악은 이미 끝난 상황.
그에게 가까이 붙은 건 성국의 심문관뿐, 나머지는 추락을 회피하기 위해 한 차례 땅을 디뎌야 했다.
시초자는 선택할 수 있었다.
거부를 사용해 미다르를 튕겨내거나, 시초의 피로 이루어진 팔을 휘둘러 미다르를 상대하거나.
보신을 위해선, 거부를 사용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그 공백 사이에 화신이 공격해온다면….
‘화신이 우선이다. 녀석을 찾아야….’
휘리릭-!
미다르의 찌르기를 팔을 이용해 튕겨내려는 시초자.
푸우우우우우욱…
“뭐… 뭐?”
고통에 눈이 번뜩 뜨였다.
다행히 섬광의 폭발은 끝나 있었지만, 화신의 팔은 그의 가슴을 꿰뚫고 나와 있었다.
핀이 얼굴에 튄 피를 핥으며 말했다.
“우선 한 번.”
[핀 모드리아의 화신의 닮은 꼴 상태가 해제됩니다.]
[핀 모드리아의 화신이 그의 피를 나눠 받은 자의 형상을 취할 수 있습니다.]
……
“이… 이….”
[핀 모드리아의 화신이 환상 절기 : 혈액암을 사용합니다.]
[대상의 면역력을 심각하게 떨어트립니다.]
[대상의 회복력을 심각하게 떨어트립니다.]
[대상에게 합병증이 주기별로 발병합니다.]
[모든 합병증이 발병한 후, 잠시 뒤에 대상의 모든 약화 효과가 해제됩니다.]
[합병증 투병 도중 사망할 수 있습니다.]
……
“죽…일….”
카렌과 강설의 검이 날아든다.
이 역시 크게 기대한 공격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초자는 더는 선택을 미룰 수 없었다.
파아아아아앙-!
[시초자가 거부를 사용합니다.]
[대상을 밀쳐냅니다.]
한순간에 튕겨 나가는 강설 일행.
기다렸다는 듯이 틈을 노리던 미다르가 파고들었다.
[미다르가 절기 : 맹목적인 믿음을 사용합니다.]
[이번 공격에 한해, 대상은 반격할 수 없고 회피할 수 없습니다.]
……
후우우우우웅-!
쒜에에에에에엑-!
회피할 수도 없고 반격할 수도 없으니 방어가 전부.
촤라락-!
팔 여러 쌍이 깍지를 껴 미다르의 찌르기를 막았다.
츠즈즈즈즈즈즛-!
신성의 힘답게, 격의 차이가 극심함에도 미다르의 검은 시초의 피에 상처를 남겼다.
욕심이 날 법도 하건만, 미다르는 펄쩍 뛰어 부유섬에 착지했다.
파아아아아아악-!
“크으으윽….”
시초자는 곧장 그의 몸이 누군가에게 붙들렸다는 것을 눈치챘다.
기이이이이잉-
소피아가 시초자를 붙들었다가 다른 부유섬으로 내던졌다.
콰아아아아아앙-!
부유섬이 일부 부서졌다.
“커헉….”
아직.
아직이다.
강설 일행은 서로의 빈틈을 메우면서 시초자를 몰아붙였다. 애초에 시초자를 쓰러트릴 방법 또한 그것뿐이니 다른 방법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킥… 킥킥….”
푸화아아아악-!
시초자가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피를 뿜었다.
“도주다!”
피는 그들보다 빨랐다.
촤아아아악-!
부유섬의 붉은 나무에서 탄생한 기괴한 생명체에 깃드는 피.
그렇다면, 이제부터 이 존재가 시초자였다.
“허억… 허억….”
시초자는 저들이 무엇을 노리는지 눈치채고 다음 수를 준비했다.
짜아아아악-!
[시초자가 환상 절기 : 우량아를 사용합니다.]
[잉태를 거친 후에, 강력한 신체가 탄생합니다.]
[우량아의 강력한 신체는 시초자가 머물 수 있습니다.]
……
“으아아아아!”
촤아아아악-!
그의 피가 절반쯤, 부유섬의 나무로 빨려 들어갔다.
[시초자가 절기 : 세쌍둥이를 사용합니다.]
[잉태하는 생명의 수가 셋으로 불어납니다.]
……
“허억… 허억….”
“…….”
화신이 생각하는 바가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 전해졌다.
그의 생각은 명확했다.
시초자가 새로운 몸으로 옮겨가면, 더는 승산이 없다.
“…각오가 필요하겠는데요. 여기서 놓치면… 대륙의 절반쯤은 죽을 텐데요.”
강설이 피식 웃으며 힘을 끌어올렸다.
휘오오오오오오…
[환상 절기 : 덧칠을 사용합니다.]
[밤까마귀가 중첩 가능해집니다.]
[덧칠 시 밤까마귀의 효율이 크게 증가하며, 새로운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환상 절기 : 야차(夜叉)의 지속 시간이 크게 증가합니다.]
[막대한 집중력과 체력을 소모합니다.]
……
카렌과 합일하여 붉게 타오르는 강설. 어머니 늑대는 여전히 강설의 곁에서 바라볼 뿐이다.
“여기 누구… 각오 안 된 사람?”
“…저뿐이었군요.”
짜악-!
화신이 자신의 볼을 찰싹 두들기며 말했다.
“각오 끝났습니다.”
“허억… 허억….”
시초자의 안색이 파리했다.
그의 새로운 몸이 탄생할 때까지만 무사히 넘어가면, 이곳에 있는 모든 존재를 부수리라 다짐했다.
“으아아아아아아!”
고함을 지르며 수십 개의 팔을 내뻗는 시초자.
파아아아앗-!
전투 재개.
화르르르르르륵-!
잉걸불이 시초자를 휘감았다.
치이이이이이…
시초자는 살점을 부풀려 그것을 제물로 해 사정권에서 빠져나왔다.
피이이이잉-!
미다르의 세검은 손쉽게 튕겨내고…
짜아아악-!
쩌저저적…
마엘의 산 주술 역시 막아냈다.
강설과 화신이 시초자를 몰아붙였다.
화르르르르륵-!
퍼어어억-!
퍼어어어어어억-!
강설에게만큼은 공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심산인지, 잉걸불은 주의 깊게 쳐내고 화신의 주먹은 맷집으로 버텼다.
푸슈우우우욱-!
화신이 피의 창으로 시초자의 가슴을 꿰뚫었지만, 도리어 가슴을 꿰뚫은 피의 창은 시초자의 피로 환원되었다.
“음?”
콰지이이익-!
시초자가 기괴하게 생긴 주둥이로 화신을 물어뜯었다.
푸화아아아아악-!
화신이 불의의 일격에 나가떨어진다.
퍼어어억-!
그 공간을 비집고 소피아의 주먹이 작렬했다.
기이이이잉-
잔탄 발사.
파아아아아아앙-!
[시초자가 거부를 사용합니다.]
[대상을 밀쳐냅니다.]
거부 발동.
소피아가 튕겨 나왔다.
그사이, 튕겨 날아갔던 화신과 강설이 시초자에게 붙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으으으을!”
퍼어어억-!
퍼어어어어억-!
역시나 아까와 같은 전투 상황을 유지. 모두 호흡을 당겨 쓰고 있었다.
강설 일행은 물론이고 시초자까지. 숨을 내쉬면, 들이쉴 시간이 부족했다.
뻐어어억-!
뻐어억-!
무자비한 난타전.
시초자의 방어가 두터운 편이라 화신의 공격 정도만이 시초자를 타격하고 있었는데 이는 크게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화신은 핀 모드리아가 남긴 혈액일 뿐, 피의 성자가 아니었다.
애초에 피의 성자도 다재다능함과 단단함에 장점이 있지, 공격력은 다른 전설적인 말과 비교했을 땐 아쉬운 편이었으니….
츄르륵…
나무에 맺힌 시초자의 신체가 점차 자라났다.
시간이 부족하다.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무리를 해서라도. 누군가가 이 살얼음을 깨부숴야 한다.
화신이 그렇게 떠올렸다.
그리고 떠올린 즉시, 모두가 반응했다.
[미다르가 악전고투를 사용합니다.]
[상대의 반격에 무조건 적중하지만, 그보다 강한 힘을 되돌려줍니다.]
……
푸화아아아아악-!
시초자의 반격에 당한 미다르의 한쪽 팔이 날아갔다.
미다르의 눈에서 황금빛 광채가 치솟았다.
“흐으으음!”
푸화아아아악-!
그의 세검이 시초자의 무수한 팔 일부를 베어냈다.
[마엘이 피 주술 : 걸신 아귀를 사용합니다.]
[잠시 이성을 잃지만, 걸신 아귀의 사령을 깃들게 합니다.]
……
마엘의 입이 쩍 벌어지더니, 흉악하게 자란 이빨이 시초자의 신체를 물어뜯었다.
푸화아아아아악-!
“크아아악!”
퍼어어엉-!
마엘이 시초자의 주먹에 맞아 부유섬에서 추락했다.
마엘!
강설을 비롯한 모두가 외치고 싶었지만, 눈앞의 상황이 더 급박했다.
푸화아아아아악-!
강설이 빈틈이 생긴 시초자의 왼쪽 다리를 잘라내자, 그가 휘청였다.
휘오오오오…
화신의 주먹에 붉은 기운이 가득했다.
콰지이이이이이이익-!
주먹이 시초자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수박 터지듯 터져나가는 시초자의 머리.
[우량아가 탄생합니다.]
[세쌍둥이입니다.]
[우량아는 시초자를 따라다니며 시초자는 언제든 몸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망….”
망할.
시초자의 새로운 몸이 깨어났다.
푸화아아악-!
머리를 부순 시초자의 주검이 폭발하며 주변을 살점으로 가렸다.
“안 돼!”
시초자의 몸에서 총알처럼 쏘아지는 피.
피는 곧장 그의 새로운 몸으로 향했다.
이건, 화신도 예견하지 못한 순간이다. 치명적인 빈틈.
막아줘.
누군가 막아줘.
그렸던 그림이, 처음부터 잘못된 거였다면….
퍼어어어어어억-!
그런데, 시초의 피가 그의 새로운 몸과 결합하지 못하고 도중에 뭔가에 부딪혔다.
“넌…….”
미다르다.
심문관 미다르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시초의 피를 가로막았다.
“잡….”
“안 돼! 놈은….”
푸화아아악-!
순식간에 미다르의 몸으로 파고드는 시초의 피.
“꺼어어…….”
미다르의 혈관이 불룩 솟아오르고 눈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미다르의 입에서 시초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하하하! 내….”
후우우웅…
푸우우우욱-!
자신의 배를 찌르는 미다르.
“내, 내가….”
“미다르….”
“붙… 붙잡았어… 이… 안에, 이… 있어…. 그러니…까.”
“미다르!”
“날… 어서 죽….”
미다르가 주춤주춤 물러났다.
“웃기지 마라아아아!”
시초의 피가 미다르의 몸을 억지로 빠져나왔다. 빠져나오는 대가로 원래의 반 정도 되는 크기로 작아졌지만, 상관없었다.
새로운 몸에 깃들기만 한다면!
파아아앗-!
시초의 피가 또 한 번 자신을 막아서는 자에게 고함을 질렀다.
– …죽일!
튕겨졌다가 되돌아온 소피아가 부유섬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기이이이이이이이잉-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녀는 잔탄을 전부 폭발시켜 섬을 산산 조각냈다.
아비규환이 된 하늘.
시초자가 궁지에 몰렸기 때문인지 부유섬의 나무가 시들고 섬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피해에에에에!
구해야 해!
온갖 괴성이 난무하는 테트라의 광장.
모두가 추락한다.
썩어들어간 배를 부여잡고 떨어지는 미다르.
이미 지상으로 떨어져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 없는 마엘.
시초의 피와 그가 만들어낸 신체까지.
기이이이잉-
신체에 다가가려는 시초의 피를 붙잡는 소피아.
퍼어어억-!
퍼어어어어억-!
그녀는 공중에서 시초의 피를 낚아채 마구 때렸다.
“놔라!”
시초의 피가 물컹하며 시초자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우선 소피아부터 떼어놓겠다는 의지.
콰지이이이이익-!
“…아!”
소피아의 한쪽 다리가 박살이 났다.
기이이잉-
기이이-
이 때문인지 소피아의 비행이 온전치 않았다.
후우우우우웅-!
그녀의 몸을 집어 던지는 시초자.
방해꾼이 제거되었다.
어서 새로운 신체로…
파아아아악-!
그러나, 또다시 더해지는 무게감.
“업어줘.”
“망할 자식이이이이이!”
핀의 화신이 시초자의 등에 달라붙어 꽉 붙잡았다.
퍼어어억-!
퍼어어어억-!
시초자가 핀을 떼어내기 위해 주먹을 마구 휘둘렀지만, 핀은 꽤 안정적으로 시초자의 몸을 붙잡았다.
그리고, 어째선지 익숙한 동작으로 그의 몸을 제압했다.
파아아악-!
“크으으으….”
양팔이 제압된 채로 하늘을 보며 떨어져 내리는 둘.
“이건 못 막아.”
“이….”
“나도 못 막았거든.”
고행의 미궁.
토키와 강설이 자신을 상대한 최후의 방법 그대로 시초자에게 되돌려주는 핀 모드리아의 화신.
“안… 안 돼에!”
시초자가 비명을 질렀다.
그의 눈에 떨어지는 섬의 잔해와 함께, 아침이 온 것도 아닌데 밝게 빛나는 하늘이 보였다.
푸른 늑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설의 몸이 푸르고 붉은 불꽃을 휘감았다.
후우우우우우웅-!
떨어져 내리는 것은 무엇인가.
검이다.
그리고, 심판이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각-!
시초자의 가슴을 꿰뚫기 위해 내리꽂히는 벼락.
시초자가 마지막 피를 그러모아 검에 꿰뚫리지 않기 위해 애썼다.
콰직…
콰지지직…
응결된 피가 부서진다.
검이, 파고든다.
“아… 아아….”
화르르르르르르륵-!
불길에 휩싸인 채로 떨어져 내리는 초월자들.
이미 광장은 떨어진 유적 파편으로 아비규환. 사람들은 다행히 광장을 비워둔 채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테트라의 광장에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다.
치이이이이이이…
“아… 아아….”
시초자는 까맣게 타버려 딱딱하게 굳었다.
퍼석…
푸스스스스…
부서져 사라지는 시초의 피.
그와 함께 창조된 신체 또한 무너져 부서진다.
마침내, 테트라의 악몽 같던 긴긴밤이 끝을 고했다.
[시초자를 처치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