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4
제53화
[‘광신도’ 님의 게시글]
[게시일 : 하루 전]
[제목 : 늑대가 낙타 낳다!]
늑대님이 나타나시자, 세상이 정말 평화로워졌습니다. 남자는 다 늑대라는 말, 어쩌면 칭찬이 아닐까요? 갓·키·보 찬양해!
– 진짜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전면전 벌어졌다고 해서 술집 주인이랑 술 마시다가 문 잠그고 탁자 밑에 숨음
– 진심 심장 터질 뻔 ㅋㅋ 와 칼부림 살발하대; 조폭 싸움인 줄 알았다.
– 헤카가 미친놈이고 키보는 순둥이인 줄 알았는데 완전 뒤통수 얼얼ㄷㄷ
– 그것이 갭모에 아닐까요?
– 선생님은 왜 그날 밤에 칼을 맞지 않으신 겁니까? 안타깝군요.
[‘똥글러’ 님의 게시글]
[게시일 : 하루 전]
[제목 : 1인 독재 완성됐네 ㅡㅡ 전이자들은 끝이다.]
무릇 독과점이란 시장을 병들게 하는 것.
늑대? 사자? 난 누구든 상관없었다. 다만, 그들 중 단 한 사람이 노비라를 지배하려 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지.
이제 너희 소원대로 늑대가 노비라를 먹었다. 과연 그다음은 어떨까? 너희의 염원대로 늑대가 전이자들을 챙겨줄까? 순진한 자식들… 키보가 노비라를 지배하는 게 좋은 상황이 아니야!
– 네, 다음 헤카.
– 헤카(사망) : ㅋㅋㅋ 키보가 너희 챙겨줄 것 같아?
– 이런 새끼들이 어쭙잖은 가방끈으로 세상을 판단한다니까 ㅋㅋㅋ 니가 시발 헤카 봤어? 난 봤어, 단원 얼굴에 칼자국 내는 거
– 과거 미화하지 마세요. 아가리 파이터님 ㅋㅋ 그래서 님은 이 사태에서 뭘 했나요? 걍 입 꾹 닫고 있었으면 조용히 결과나 받아들이시길 ㅋㅋㅋ
– 작성자 늑대의 밤에 울면서 여관에 숨어있었음.
– 밥도 룸서비스로 먹음. 주인아저씨 극대노.
– ㄹㅇ ㅋㅋ
[‘헤카죽어’ 님의 게시글]
[게시일 : 하루 전]
[제목 : 헤카 죽어!]
어? 죽었네? 이게 왜 진짜야?
– 띠요옹?
– 늑대의 밤은 노비라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
– 헤카 ㅆㅂ 술집에서 슬쩍 훔쳐봤었는데 웬 오거가 한 마리 앉아있더라.
– 근데 헤카는 어떻게 죽은 거임?
– 우리가 어찌 알겠어. 근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키보는 아니라던데. 도쥬 컷하느라 시간 관계상 맞지 않대.
– 그럼 슈르가 컷한 거? 말이 되나?
– 안 돼. 슈르는 아예 능력 미달이잖아.
– 그럼 누군데? 설마 전이자라는 건 아니겠지? 차라리 패거리가 다굴빵 놨다는 게 더 믿을 만하겠는데?
[‘호외요호외’ 님의 게시글]
[게시일 : 하루 전]
[제목 : 비둘기가 왔습니다, 구구구국국999]
늑대의 밤에 대해 현재까지 밝혀진 사안.
1. 키보 패거리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남.
2. 헤카 패거리 공중분해 및 원한 살인을 피해 노비라에서 도주.
3. 도쥬 공식 사망.
4. 헤카 공식 사망.
5. 도쥬를 죽인 자는 키보.
6. 헤카를 죽인 자는 밝혀지지 않음.
7. 헤카를 죽인 자가 비공개, 혹은 다른 전이자라는 소문이 있음.
– 비공개? 한여명?
– 아! 비공개!
– 누가 말하기로는 유미라가 죽였다는 말이 있는데.
– 장난 치냐 ㅋㅋㅋ 헤카가 유미라한테 죽었다는 얘기는 사자가 고양이한테 죽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임.
– 왜 목격자가 없는 거야?
– 목격자도 전부 죽은 거지.
– ㅎㄷㄷ 무, 무서운 얘기 하지 망…
– 아니면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 죽었던가.
[‘초능력맛’ 님의 게시글]
[게시일 : 하루 전]
[제목 : 또 다른 이야기.]
헤카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3번가 쪽 술집이었다는 제보가 있음.
그때 헤카쪽에서 누군가에게 시비를 걸었다고 하는데? 설마 시비 걸린 사람이 헤카 죽인 거 아니냐?
– 헤카가 시비 걸고 죽였겠지.
– 말 잘라서 하는 거 보소 ㅉㅉ 선동하지마.
– 뭔 개소리야?
– 3번가 술집썰 이후에, 유미라가 헤카의 머리를 들고 키에게 갔다는 말이 있음. 꽤 신빙성 높음.
– 진짜 유미라가 헤카 죽인 거야? ㄷㄷ 세경씨 그렇게 안 봤는데 무서운 사람이네.
[‘선지자’ 님의 게시글]
[게시일 : 하루 전]
[제목 : 나는 진실을 알지.]
하다하다 유미라가 헤카 죽였다는 썰까지 도네 ㅋㅋ
후, 내 정체가 드러날까 봐 자세히 말은 못 해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비공개가 헤카 죽임 ㅅㄱ
– 이 새낀 또 뭐야
– 응, 그렇다고 해줄게 ㅋㅋㅋ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꺼져 ㅅㄱ
– 아 비공개가 헤카 죽였다고 ㅡㅡ
– 그래, 그래. 울지 말고 말해봐.
커뮤니티는 온통 키보와 헤카, 그리고 비공개와 유미라에 관한 얘기뿐이었다.
‘역시, 차오의 정보는 없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설은 매일 커뮤니티를 들렀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결국, 강설은 돌고 돌아 다시 그곳으로 향해야 했다.
노비라에 남겨진 차오의 유일한 흔적이자, 혼잡한 정보가 모여 있는 곳. 대저택에 숨겨진 그녀의 연구실로.
저택의 주변은 그대로였다.
관리가 안 된 잡초들과 으스스한 분위기. 심지어 깨진 유리창까지 그대로.
차오가 꽤 많은 돈을 선불로 지불했는지, 다른 사람은 아예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스슥…
강설은 깨진 유리창 너머로 빠르게 건너갔다. 이번에는 이미 한 번 거친 과정이었기 때문인지 선택지가 떠오른다거나 하는 번거로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끼이익…
“후우… 또 여긴가.”
알기 어려운 문양, 그림과 정신 산만한 문구들로 도배 되어있는 곳.
후우웅…
휘리릭-! 휘릭-!
강설의 검은 기운이 카루나와 쟈마드를 소환했다.
“뭐냐, 또. 설마 그때 그 일을 또 시키는 건 아니겠지?”
쟈마드의 매서운 눈초리에 강설이 멋쩍은 듯이 딴 곳을 쳐다봤다.
“빌어먹을, 이런 건 제발 알아서 하라고.”
이렇게 퉁명스럽게 쏘아내는 쟈마드였지만, 그는 결국 한쪽 귀퉁이부터 차례차례 정보를 확인했다.
– 이젠 이 맛에 스노우맨 본다.
– 쟈마드의 모순적인 행동에 중독되어 버렸어…
– 일하기 전엔 툴툴대지만 일 시작하면 개 열심히 함ㅋㅋㅋ
카루나 또한 별말 없이 벽에 붙어서 내용을 확인했다.
강설과 소환수들은 족히 1시간이 넘도록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아무리 말없이 작업에 임하는 게 노동자의 미덕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지루한 시간이었다.
강설이 카루나에게 애써 말을 건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카루나.”
“예, 주인님.”
“검이 없어서 불편하지 않아?”
카루나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검이 없어도 주인님을 지킬 수 있습니다.”
– 흡!(입틀막)
– 감동이야! 자넨 승진일세!
– 하하, 카대리가 사회생활 할 줄 아는구만!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쟈마드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충실하기도 해라.”
“비꼬지 마십시오, 트롤.”
“그렇게 들렸나? 순수한 의미의 칭찬이다.”
평상시에는 이처럼 티격태격하는데 어째서 전투에만 들어가면 그렇게 합이 잘 맞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주인님.”
“왜, 뭔가 발견했어?”
“그게 아니라… 이 문양,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문양?”
“예, 어디서 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기억 어딘가에 존재하는 문양입니다.”
온 벽면에 다양한 문양이 있어, 하나하나 세세하게 살펴보진 않았었다.
마침, 이 과정이 지루하기도 했고 카루나가 뭔가 단서를 잡은 모양이라 강설은 그가 가리킨 문양을 확인했다.
동그란 테두리 안에 기이하게 생긴 불꽃이 들어찬 모양.
“나는 처음 보는 문양인데?”
“그러십니까?”
“그런데, 정말 기억에 있는 문양이야?”
“예. 이 문양에서 뭔가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단지, 사도가 되기 이전의 기억이 뿌연 안개처럼 흐릿합니다.
카루나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그가 지금 눈앞에 있는 문양이 기억에 있는 문양이라고 하니 강설로서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 관심이 갔다.
‘어디, 내용은 어떨까?’
문양 주변으로는 차오가 남긴 구절이 적혀 있었다.
– 소환수의 격은 소환사와 일체함에 있어 어떤 이로움을 주는가, 그리고 그것은 과연 일체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만한 해결책이 확실한가.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외계어나 다름없는 구절.
강설이 신경질적으로 목을 벅벅 긁으며 다음 내용을 확인했다.
– 대삼림의 생명력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다. 생명력은 삶의 원천이자 특히 죽음을 거부하려는 자들에게 이용되곤 한다.
‘대삼림의 생명력?’
– 누군가 대삼림에 숨어들었다. 영생의 잔당인가, 그도 아니면 아예 다른 존재들인가. 아니, 이들을 이용할 수만 있다면 강력한 그림자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숨어든 자들은 죽음을 거부하는 자들, 사령술사가 분명하다.
대삼림에 사령술사들이 숨어들었다.
‘어째서?’
–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며 그들이 부활시키려는 시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시간을 내어 알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그 순간, 모험이 강제로 배정되었다.
[사령술사들의 비밀 의식 모험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 모험은 연계 모험이므로 다음 모험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허….”
실마리를 찾았다고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강제로 선택된 것에 당혹스러워해야 할지.
강설은 자신도 모르게 카루나를 쳐다봤다. 카루나는 단단한 눈빛을 강설에게 보내왔다.
마치, 반드시 이곳으로 가야만 한다는 것처럼.
강설의 뒤에서 쟈마드가 말했다.
“쇳덩이가 그 문양이 궁금한 것 같은데, 다음은 그곳으로 가는 게 어떠냐?”
카루나가 쟈마드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강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 다음은 이곳으로 향하자.”
“감사합니다, 주인님.”
카루나가 궁금해하는 것과 더불어, 이를 대체할 다른 정보를 마땅히 찾지 못했으니 지금은 이곳으로 향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이번 모험은 노비라의 낮은 여행 운과 더불어 강제 모험 배정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있었다.
‘낮은 여행 운과 강제 모험 배정이라, 약간 불안한데.’
물론, 다양한 문제의 대비가 되어있긴 했지만 아무리 대비해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차오를 찾고 노비라를 벗어나야겠다.’
강설은 그렇게 다짐했다.
* * *
예상보다 빨리, 강설에게 하문의 소식이 전해졌다.
새로운 모험으로의 전송을 이틀 앞둔 밤, 키보를 통한 하문의 전령이 강설에게 찾아왔다.
“물건이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찾아가겠다고 전해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키보의 하수인들은 예의가 발랐다.
평소에도 무례하진 않았었지만, 헤카의 일이 있고 나서는 더욱 그런 것 같았다.
특히 유미라의 반응이 더욱 그랬다. 괄괄하던 그녀의 성격을 알고 있는데도, 강설과 마주칠 때마다 깍듯이 예의를 지켰다.
‘불편한데….’
무서워하는 건지, 공경하는 건지.
물론 둘 다 별로였다.
나중에 알게 된 저간의 사정으로는 키보가 그렇게 지시했다고 한다.
아무튼, 강설은 지금 하문을 처음 만난 그곳으로 와 있었다. 밤공기가 시린 만큼, 고즈넉한 거리가 더욱 쓸쓸하게 보였다.
“오셨습니까?”
“하문.”
“안으로 드실 필요 없습니다. 물건은 완성되었습니다.”
하문이 뒷짐을 지고 걸어 나왔다.
그의 뒤편으로 얇은 천에 싸인 두 개의 물건이 보였다.
“받으시죠.”
휘익.
강설은 하문이 가볍게 던진 물건을 받았다.
[냉정의 투구를 획득합니다.]
투구의 이름이 달라진 것을 보니, 하문의 작업은 성공적이었던 것 같았다.
한데, 하문은 어째서인지 가장 중요한 물건인 월광검을 들고 망설이고 있었다.
“…하문?”
“이 검의 문제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월광검에 문제가 있는 겁니까?”
“네, 정확히는 문제가 있었고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 겁니까?”
하문은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천에 싸인 검을 바라보았다.
“태어난 시대도, 새겨진 술식과 사용된 마법도 알 수 없는 기법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고도로 진화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들이 억눌려 있습니다.”
“억눌려 있다?”
“이 검은 스스로의 힘뿐만 아니라 주인의 힘마저도 억누르고 있었습니다.”
“…그게 가능한 겁니까?”
“저도 이제까지는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했던 것들입니다. 또 하나의 벽을 엿보게 되는군요.”
강설은 하문의 입에서 월광검에 대한 정보가 계속 흘러나오자 약간의 의심이 생겨났다.
‘그러고 보니….’
카루나는 게임 초반부, 첫 모험에서 얻은 소환수였다. 당연히 나중에 얻게 될 소환수보다 약할 게 분명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성장을 하면 할수록 뭔가가 달라져만 가고 있었다.
능력치는 갈수록 치솟고, 전투에서의 노련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강설은 이것이 그가 그림자 소환사를 처음 육성하고 있기에 발생하는 정보의 괴리인지, 아니면 정말 카루나가 남다른 것인지가 헷갈렸다.
그리고 만일, 카루나가 남다르다면 그의 애병이었던 월광검이 고작 희귀에 불과할 이유가 있을까.
강설은 그런 의심을 품게 되었다.
하문은 양손으로 검을 꽉 쥐며 말했다.
“많은 술식을 걷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와 비교도 되지 않는 많은 술식이 남아있습니다. 모든 술식을 벗어난 검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군요.”
그런데, 강설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하문이 검을 품으로 가져가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대로는 이 검을 넘길 수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