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40
제539화
“알다마다.”
“…뭐?”
“뭐라고 하는 거야, 지금! 저, 저자가 불사를 알고 있다고?”
“불사가 돌아왔다는 게 정말인 거야?”
회합이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불사 탈리아드는 그 이름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낳을 수 있는 사람이다.
‘…알고 있는 자들도 있었네.’
강설은 찰나에 스쳐 간 반응 중 다른 이들과 달랐던 반응 몇 개를 잡아냈다.
인간의 시대를 종막으로 이끌었던 시대 전쟁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2년 전 일이 어떻게 발생하게 된 건지에 대해서 정도는 이미 아는 자들이 있는 것이다.
“으음….”
마엘이 강설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그로서도 이 소란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강설이 차근차근 해명해야 하는 일이다.
“궁금하구나.”
강설이 어떻게 운을 떼야 할지 고민하던 때, 황금 왕이 적절하게 끼어들었다.
“너는 어찌하여 그자를 가장 큰 위험이라 말하느냐?”
후키는 얼굴에 문신을 한 자빌에게 물었다.
자빌이 퉁명스럽게 답했다.
“강하니까.”
“…강하다?”
황금 왕은 불사를 모른다.
모르기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곳에는 탈리아드의 전설을 직접 피부로 느꼈던 자들 또한 있었고, 그들이 황금 왕에게 그의 힘을 생생하게 전했다.
“난 불사를 본 적 있어.”
강설의 말, 그윈이 말했다.
싸늘한 얼굴의 남자아이.
모두는 그 말을 믿지 못했다.
“응? 무슨 소리냐? 네가 갓난아기일 때나 불사가 세상을 등졌을 텐데?”
“그러게, 꿈이라도 꿨나?”
그윈을 무시하는 자들.
하나, 강설은 그윈을 잘 알았다.
그런데도 그윈의 말은 강설을 동요하게 했다.
‘불사를 봤다고? 난 그윈을 마주친 기억이 없는데?’
좌중과는 다른 이유로 놀라는 강설.
그윈은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꺼내놓는다.
“내 몸은 아이이지만 아이가 아니야. 어떤 일 이후로 몸이 나이를 먹지 않아. 그건 옆의 누나도 마찬가지고.”
“레그리프라고 해! 다들 잘 지내보자고. …히히.”
“그리고… 불사를 직접 만났다고 하기는 뭐하고 멀리서 그를 목격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거야. 정말… 대단한 자야, 탈리아드는.”
그윈이 멀리서 불사를 보게 된 거라면, 강설도 이해가 되었다.
황금 왕이 그윈에게 물었다.
“만일 그자가 후키와 겨룬다면?”
“나는 네 힘의 일부만을 확인했어. 그러니까 알 수 없지. 마찬가지로 탈리아드의 힘도 일부만을 본 것이고. 비교는 불가능해.”
“절대적 비교가 불가하다면 네 의견을 말해보아라.”
“탈리아드가 위야. 훨씬.”
황금 왕이 미미하게 눈썹을 떨었다.
모욕적인 말이었으나, 애초에 절대적 비교는 불가능하고 억지로 답을 요구한 것도 그녀였으니 그윈에게 손을 뻗치는 미련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역시나 기분이 나쁜 것은 분명했다.
그 분위기를 깨고자, 전갈자리 마탑주 대마법사 조네가 끼어들었다.
“불사라 불린 탈리아드는 긴 역사 속에서도 가장 강한 흑마법사로 손꼽혔지. 시대를 뒤흔들었던 자들 중 하나였으니까.”
그가 턱을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서리 대공 정도나 되어야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싶은데….”
“푸하하하! 노인네, 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즈란을 끌고 오는 거냐!”
“입 닥쳐! 네가 마법의 정점에 대해 뭘 안다고! 아즈란의 코딱지에도 넌 얼어붙어 버릴 거다. 나는 실제로….”
그는 만상에서 구현된 아즈란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것도 옆에 있는 산티오와 엄청난 강자가 된 강설과 함께. 그러나 이 얘기를 함부로 내뱉을 수 있는가는 조금 고민이 필요했다.
“실제로 뭐? 아즈란 코딱지에 얼어붙었다고?”
“…됐다. 아무튼, 그만큼 강한 녀석이 신대륙으로 먼저 건너갔다니… 자존심이 믿을 수 없으면서도 왠지 그라면 가능할 것도 같다는 게 분하군.”
용병단장 철사자 닐이 강설에게 물었다.
“그런데, 탈리아드를 안다는 게 무슨 소리지?”
강설은 주변이 정돈된 듯하자 편하게 말을 꺼냈다.
“딱 한 번, 그를 마주쳤습니다.”
“그게 언제….”
“2년 전쯤이겠군요.”
2년 전이라는 말이 나올 때부터 사람들의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자세한 건 말씀드릴 의무가 없습니다.”
“하긴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신뢰할 내용도 아닐 거고 그런다고 우리 관계가 바뀌는 것도 아니니.”
“아니, 넌….”
처형하는 자빌, 불사의 사신이 말했다.
“넌… 녀석과 충돌한 거다. 그렇지?”
“…….”
“타, 탈리아드와 맞붙었다고?”
“거짓말! 확실히 강하긴 하지만 어떻게 불사와….”
“살아남았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돼!”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전투력을 그와 맞붙었던 상대와 비슷한 선상에 놓게 된다.
잘못하다가는 강설이 불사만큼 강한 존재가 분명하다고 왜곡될 수도 있었다.
시청자들 또한 좌중의 묘한 기류를 감지했다.
– 뭔가 큰일 난 것 같다.
– 나, 난 생각만큼 강하지 않아요! 강하긴 한데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정도까진 아니야!
– 저기 있잖아, 불사랑 친하다고 했지? 전화 통화 가능해?
‘좋지 않네.’
강설은 화제를 전환했다.
“불사에 관한 얘기는 이쯤 하는 게 어떻습니까? 제 얘기는 원정과는 무관한 얘기입니다.”
강설에게 집중됐던 시선이 이번엔 다른 쪽으로 옮겨갔다. 그 이유는 누군가 꺼낸 의문 때문이다.
“넌 불사가 신대륙으로 건너갔다는 걸 어떻게 알지?”
“느껴지니까.”
“그게 무슨 허황된….”
“이 자리엔, 내 이름을 기억하는 자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럼 믿고 싶지 않아도 믿게 될 거다.”
“…네 이름? 그러고 보니까 우린 네가 누군지 모르는군. 마엘이 아는….”
“자빌이다.”
자빌은 그다지 거리낄 게 없다는 식으로 툭 내뱉었다.
“자빌?”
“자빌이라….”
“가만, 얼굴에 저 문신….”
자빌이란 이름에 흠칫 놀라는 몇몇 사람들.
“처형하는 자빌?”
“불사의 심복이잖아!”
“뭐라고?”
드르륵…
의자를 밀치면서까지 일어나는 원정대원.
“불사가 보냈나?”
“개자식! 왜 여기에….”
자빌의 정체가 밝혀지자, 자신이 이끄는 유적 사냥꾼 부대장 몇을 돌아보며 한마디 하는 유미라.
“반응을 보아하니 폭탄이 또 발견된 것 같네… 이거 배는 띄울 수 있으려나.”
황금 왕, 그리고 이들에겐 낯선 강설.
거기에 불사의 사신이었던 자빌까지 원정대에 속해있다는 게 밝혀지자 사람들은 불평했다.
“이런 자식들과 한배를 타라는 건 좀 너무하잖아.”
자빌은 무표정으로 대응했다.
“지금의 난 그의 수하가 아니다.”
“그걸 어떻게 믿지?”
“믿든 안 믿든, 난 사실만을 말할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에 관한 얘기도 꺼내지 않았겠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애초에, 이 자리엔 믿을 만한 자가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무후무한 규모의 신대륙 출현.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대. 믿었던 자들 역시 이러한 상황 속에선 그 신뢰를 저버릴지도 모르기에.
“결국 걱정은 잔뜩 떠안았는데 해결된 건 하나도 없군.”
“오늘은 이쯤 하는 게 어때? 출항까진 좀 남았잖아.”
출항은 나흘 뒤.
마엘이 묻는다.
“혹시, 원정대 참여를 거부하는 분이 있으십니까? 있으시다면….”
“…….”
“…….”
앞선 얘기들로 다투었지만, 원정대 참여에 소극적인 사람은 없었다. 모두, 그럴 만한 인물들이기에.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내일부터는 원정의 세부적인 내용을 조정해보도록 하죠.”
“적당하군.”
스으윽…
황금 왕 후키가 가장 먼저 자리를 떴다.
그녀는 미련 없이 자신의 신도들과 함께 사라졌고, 이내 많은 사람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자빌과 그윈 일행, 그리고 강설 일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세력을 이끌고 온 듯했고 그만한 인원들이 묵을 숙소들은 미스파 항 곳곳에 흩어져 있기에 다들 부지런히 자리를 떴다.
강설에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모험 43 ‘개와 늑대의 시간’
신대륙 고르고지아로 향하기로 예정된 원정대.
원정대엔 명성을 떨치는 세력들이 대거 참여했고 이들 중엔 위험한 자들 또한 섞여 있습니다.
만일 그러한 자들이 변덕을 부린다면 원정대의 깃발은 고르고지아에 닿는 즉시 불태워질 것입니다.
당신은 원정대 내에서 손꼽히는 강자이지만,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바다에서는 모두가 동료이지만, 뭍에서도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원정대 모두에게 3일의 밤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어둠을 틈타 서로를 떠보며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목표 : 원정 전 관계 개선.
주의, 이 모험은 강제되지 않습니다.
주의, 이 모험은 대장정으로 이어집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알 수 없음」
* * *
첫째 날 밤, 강설은 조디악의 대마법사들 그리고 칸의 두 영웅과 긴밀한 자리를 가졌다.
처음에는 그간의 회포를 풀기 위한 술자리가 주된 목적인 듯했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수록 얘기는 무거워졌다.
“설아, 조만간 칸에 올 생각이 있어?”
“으하하하! 그래, 언제 한번 건너오도록 해. 극진하게 대접해 줄 테니.”
강설은 피식 웃었다.
“기회가 되면. 일단은 원정이 성공적으로 끝나야지.”
“그래… 설홍이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널 많이 그리워해.”
“…….”
“부담가지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야. 그야 너는 너만의 길을 가고 있으니까.”
이런 얘기를 나누면, 강설은 동방을 분주하게 누볐던 그때로 되돌아간다.
이들과의 시간이, 그를 성장하게 한 건 분명 사실이었으니까.
“시시한 얘기만 잔뜩 할 셈이라면 노인네도 말 좀 하게 해주지 않으려나?”
“그러게요.”
조네와 산티오가 불만을 가볍게 표출했다.
“읏! 미안! 그럼 이제 친구로서가 아닌 칸의 사자로서 대화를 나눠볼까?”
익살맞던 치우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진중한 분위기로 뒤바뀌었다.
“이번 원정, 우리와 함께하자.”
“…뭐?”
누구 하나 그 얘기에 당황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미 두 집단 사이에 얘기가 오고 간 건가?’
약간의 서운함.
또한 성장한 듯한 치우의 모습에 괜히 기분이 간지럽기도 했다.
그러나 강설 역시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강력한 힘을 보유했다는 것엔 이견이 생길 수 없는 장막의 수장이었다.
“사실, 조디악과는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긴밀한 얘기가 오고 갔어.”
“푸흐흐… 칸과는 오랜 협력 관계이기도 하지. 특히나 제국이 공왕의 치세로 넘어간 후부터는 더더욱. 서로가 믿을 만한 동료라는 건 말해봐야 입이 아프겠지.”
치우가 조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원정대가 이런 상황으로 흘러갈 거란 건 예측했어. 칸은 신뢰할 수 있는 자들과 함께하길 원해. 조디악은 훌륭한 동반자야. 그리고 여기 도착하기 전까진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황금 왕. 그녀의 힘이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났더군. 아마 이 늑대 친구가 오늘 몹쓸 꼴을 당했을 수도 있겠어.”
“절대적인 강자는 모든 가치를 부질없게 해. 우리가 가진 힘과 선단도 황금 왕이 마음먹는다면 순식간에 불타버리겠지.”
장두가 끼어들었다.
“사실 우린 설, 자네가 이곳에 온다는 걸 알지 못했었지. 그 자리에 나타나고 나서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그 망할 트롤이 입이 얼마나 무거운 거야? 미리 알았다면 먼저 사자를 보냈을 텐데 말이야.”
치우가 이야기를 정리했다.
“우리는 너를 믿어. 그러니까… 원정대에 함께하는 동안 너도 우리를 믿어줄 수 있을까?”
강설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친우인 치우에게 답할까, 아니라면 칸의 사자에게 답할까?”
“…일단은 칸의 사자에게 답해줘.”
“서로 믿을 수 있는 자들은 조디악과 칸 둘뿐인가?”
“…원정대에 합류한 유적 사냥꾼 중에 유미라라는 사람이 있어. 그녀의 세력은 우리가 심어놓은 자들이야.”
칸, 조디악, 그리고 유적 사냥꾼 일부.
강하다고 본다면 강할 수도 있고 약하다고 본다면 약할 수도 있는 집단.
강설은 고민했다.
‘고르고지아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불사가 움직인 이상 나조차도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고.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칸의 두 영웅, 조디악의 대마법사 둘은 강설이 의심 없이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들이다.
“칸의 사자에게 다시 묻지. 칸은 신대륙에서 뭘 발견하고 싶은 거야?”
“…칸이 지난 재앙을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냈던 것 알고 있어?”
“알아.”
“우리가 가진 예언의 힘이 강해졌어. 실제로 칸은 재앙을 막아냈고 예언에 확신을 갖게 된 거야.”
“예언이라….”
강설이 히죽 웃었다.
“다른 예언이, 떨어진 거군.”
“…정답.”
장두가 턱을 쓰다듬었다.
“칸은 지금, 전례 없는 전쟁을 준비하려 하지.”
“…무슨?”
“예언에 따르면, 다가올 재앙은 2년 전의 재앙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라는군.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야.”
“우리는 그 재앙의 씨앗이 고르고지아에 있다고 판단했어. 예언도 그곳을 가리키고 있으니까.”
강설은 조네에게 시선을 돌렸다.
조네는 준비했다는 듯이 답했다.
“조디악 역시 신대륙에서 흘러나오는 미지의 마력을 눈여겨보고 있지. 정말 칸의 예언처럼 2년 전보다 더 큰 재앙이 일어난다면… 우리 손으로 반드시 막아야만 해.”
그들은 순순히 자신들의 정보를 내놓았다. 강설에 대한 경계는 아예 없는 듯했다.
강설은 그들에게 묻는다.
“왜 나를 신뢰하지? 내가 만약….”
“설아.”
치우가 웃었다.
“만약은 없어. 적어도 내가 아는 강설은.”
“…….”
“믿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야.”
짜악-!
강설이 자신의 손바닥을 맞부딪히며 자리를 정리했다.
“상황에 따라 돕지 못할 수도 있어.”
“네가 그럴 만한 상황이 오면 뭐… 이미 끝장난 것 아니겠어?”
피식…
[세력 : 칸의 원정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합니다.]
[세력 : 조디악의 원정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합니다.]
……
강설은 첫날 밤, 이 관계가 최선일 거라 생각했다.
다음 날 밤, 예상 밖의 손님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콰르르릉-!
쏴아아아아아…
비 때문에 모두 일찍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때.
펑…
펑…
갑자기 강설의 숙소에 있는 등이 하나도 남김없이 터졌다.
“…요란하기도 하군.”
끼이익…
강설이 문을 열자, 특이한 우산을 쓴 여인이 서 있었다.
“후키를 안으로 들여라.”
황금 왕 후키가 그를 찾았다.
강설이 인상을 쓰며 대꾸했다.
“변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