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43
제542화
반나절 후, 폭풍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선단.
콰르릉…
촤아아아아아아…
촤아아아아아아아아-!
“파도가 장난이 아닌데….”
“선실에 있다고 딱히 안전할 것 같진 않군요.”
쌍둥이 기사가 강설에게 폭풍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음… 어렵겠군.”
“뭐가?”
“통과하려면 통과할 수 있겠지만 태반이 수장될 게 뻔하다.”
자빌 역시 부정적 반응.
“난 살아남을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딸려온 원정대는 싹 쓸려나갈지도?”
“…그 말이 맞아.”
레그리프 남매도 이에 동의했다.
치직…
치지지지직…
– 아아, 모두 들리는가?
조네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또박또박 들려왔다. 모두 그 목소리를 들었는지 조디악이 탄 선박을 바라보았다.
– 들리나, 원정대? 함선의 책임자들은 답하도록.
황금 왕 후키가 먼저 입을 뗐다.
– 들린다.
치우 역시.
– 이쪽도, 칸이다.
– 들립니다.
조네가 낄낄대며 말했다.
– 흐흐흐… 다들 어떻게 보나?
– 선원들이 살려달라고 말하는데, 이미 늦었다고 전달합니까?
– 전달하게.
– 평범한 기상 이변은 아니다.
황금 왕의 말에 조네가 동의를 표했다.
– 역시, 눈치가 빨라. 혹시 황금 왕께서는 짐작 가는 거라도 있나?
후우우우우우웅…
마치 등대의 불빛처럼, 황금 왕 후키의 두 눈에서 샛노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폭풍까지 부서지며 닿았다.
– 인위적이다. 마력 흐름이 일정한 형태로 왜곡되어 있구나.
–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보는가?
– 적어도 지금 상황에선 불가. 해류를 살펴라.
그제야 모든 원정대가 바다를 눈여겨보았다.
‘이건….’
강설은 배가 아까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 장벽이 배를 끌어들이고 있다. 마력 격류가 이 폭풍의 근원일지니.
– 푸흡… 어지간한 녀석들은 여기서 전부 죽었겠군. 이봐, 칸의 젊은 친구. 배는 버틸 수 있나?
조네가 배에 대해 치우에게 물었다. 동원된 함선 대다수가 칸 제국의 함선이니 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역시 책임자인 칸의 사자인 치우였기에.
치우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칸의 물건은 허투 만들어짐이 없어. 만일 저 폭풍이 우리를 곤란하게 한다면 적어도 배가 원인은 아닐 거야.
– 그럼 다행이군. 시간이 없으니 산티오와 함께 마력 격류에 대해 분석해보겠다.
후우우우우우우…
후우우우우우…
파도가 크게 넘실거릴 때마다 폭우를 정면에서 맞듯 옷이 젖는 사람들.
촤아악-!
“으으으어… 다 젖었어.”
“조심해, 파도가 데려갈 수도 있으니까.”
“구하러 올 거지?”
“누나도 구하러 올 거라면.”
“그럼 안심.”
히히히…
레그리프와 그윈이 농담으로 분위기를 누그러트리는 사이, 분석 결과가 전해졌다.
치직…
치지지직…
– 이런 빌어먹을.
조네는 다짜고짜 욕설을 내뱉었다.
– 우리가 기어들어 가야 하는 곳은 거대한 마력의 아가리다. 빨아들이고, 부수는 것의 반복이야.
철사자 닐이 물었다.
– 여길 통과한 배는 어떻게….
– 그러니까 그 한 척뿐이었던 거지. 그렇지 않다면 여기 외에 다른 항로가 있을 수도 있고.
– 항로를 재설정할 순 없나?
– 틀렸어, 이미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잖아? 이만한 함선이 후진이 가능하다면, 꿈이거나 그리즈가 건조한 배겠지.
강설이 씁쓸하게 말했다.
“어찌 됐든, 통과해야 한다는 거군요.”
– 그래, 예정대로. 그리고 피할 수 없이.
– 조네, 전이 마법은 어떻습니까?
– 좌표 설정 불가능. 상어 밥이 되고 싶은가? 아니, 상어도 이곳에는 얼씬하지 않을 테니 그냥 익사하겠군.
그렇다면 방법은 유일, 돌파뿐이다.
‘가능할까?’
– 뭐가 됐든,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지금, 전방에 미확인 생명체가 수면 아래에서 접근 중이니까요.
– 푸히히, 포식자일 거야. 마력 격류에 미쳐버린 거지. 여기서 마음대로 헤엄친다는 건 이미 마물이나 다름없도록 변해버린 거겠어.
촤아아아아아…
촤아아아아…
황금 왕이 말했다.
– 유물을 사용할 것이다. 대비하라.
– 기다려, 다른 방법을….
– 시간이 없다. 모두 물 밑으로 가라앉고 싶은 것이냐?
조네가 황금 왕을 만류한 이유는 곧 밝혀졌다.
– 마력 격류가 지나치게 강해. 유물에 담긴 힘을 보아 해봐야 오줌 구멍이나 뚫을 텐데?
– 천박하구나. 그러나 맞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오줌 구멍이라도 뚫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 …원정대가 반절은 죽을 텐데도?
– 원정대를 과대평가하는군.
선단은 침묵한다.
‘절반… 아니, 태반이 죽어야만 한다고?’
강설이 황금 왕에게 말했다.
– 그렇게는 안 될 거야. 최대한 많은 인원이 신대륙에 발을 디딜 테니까.
– 왕, 이상은 그럴듯하지만, 눈앞에 닥치는 현실은 언제나 그대의 이상을 깔아뭉갤 것이니.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강설이 후키의 말에 반발하며 이전의 일을 끄집어냈다.
– 나와 나누었던 대화를….
– 잠까아안!
그때, 마엘이 소리치며 끼어들었다.
– 어쩐지, 심상치 않습니다.
– 이런….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배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창졸간에 선단이 폭풍을 향해 돌진하는 형국이 되었다.
– 멈추….
황금 왕이 누군가의 말을 끊었다.
– 멈추지 않는다! 멈추는 순간 배는 조각날 것이니!
그녀의 판단은 옳았다.
바다가 그들을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물을 매개로 한 마력이 그들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흐름.
이 흐름에 휘말린 순간, 모두는 깨달았다. 후키의 말이 옳았다는 것을.
모든 배와 선원을 지킬 수는 없다는 것을.
이렇게 된 이상, 사람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 지금이라도 예비선과 호위선은 버리고 선원들을….
– 늦었어. 이 폭풍 속에서 그 많은 인원이 다른 배로 옮겨 간다고? 설령 그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땐 배가 말썽일 거다.
강설은 오고 가는 대화를 들으며 진중한 표정으로 폭풍을 바라보았다.
죽는다는 걸 알면서 폭풍으로 향해야 하는 자들에게 연민을 느끼며.
– 그들을 얕보지 마, 강설.
– …치우.
– 나름의 각오를 하고 온 사람들이야. 우린, 지금 비밀의 최전선으로 향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원정대에 그 정도 각오 없는 사람은 없어.
측방 예비선에서 소식이 건너왔다.
– 으하하하! 버틸 만합니다! 빗줄기도 시원하고요!
– 신경 쓰지 마십시오! 우리 목숨은 원정에 참여한 순간부터 바다의 뜻에 달렸으니!
촤아아아아아아아-!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원정대는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쉽사리 믿지 못했다.
쿠우우우우…
“맙소사….”
“바다가… 일어서고 있어.”
고개를 끝까지 쳐들어도 결코 그 끝자락을 엿볼 수 없는 파도가 닥쳐오고 있었다.
황금 왕은 말한다.
– 마력 격류다. 황금 왕도 지금껏 본 적 없는 규모이니, 부딪히면 배가 가루가 될 것이다.
– 뭔가가 접근합니다!
후우우우웅…
설상가상으로, 지척에서 뛰쳐 오르는 거대한 해양 생물.
우우우우우우우우웅-!
거대한 혹등고래.
수면 위로 솟아 뛰어오르자 그 크기가 선단 전체를 집어삼킬 만큼 거대하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었다.
“저, 저게….”
“끝이….”
마력에 영향을 받아 마물처럼 변해버린 기괴한 생물.
콰지이이이이이익…
강설이 팔을 뒤로 당겼다가 고래에게 쏘아낸다.
쉽사리 해결될 길 없어 보이는 상황에 대한 짜증까지 담아.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푸화아아아아아아악-!
고래의 사체가 터져 나간다.
파편으로 쪼개질 것도 아니었다.
피의 비가 바다에 흩뿌려졌다.
폭풍과 함께.
콰르르르르릉-!
혹등고래의 부산물 조각이 다시 바다로 떨어지며 물살의 강도를 더했다.
– 꽉 붙잡아라! 떨어지지 마!
– 파도에 부딪힌다!
– 황금 왕! 언제인가!
– …길을 열겠다.
후우우웅…
후키가 일전에 내보였던 메스프의 유물, 황금 혼을 공중에 떠올렸다.
모두 네 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신비한 유물.
후우우우우우우…
– 증명하라, 황금의 창.
유물이 스스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빛을 토해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빛살은 장벽이 된 파도를 꿰뚫었다.
휘오오오오오오오오오…
파도가 꿰뚫린 자리에 수직으로 일어선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길은 길이되, 죽음으로 향하는 길처럼 보였다.
– …이게 최선이야?
– 마력 격류를 강제로 벌려 이만한 틈을 만들어내는 것도 황금 혼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배가 소용돌이를 향해 짓쳐 든다.
꾸직…
꾸지직…
선체가 흔들리고, 기괴한 비명을 토해냈다.
죽음으로 향하는 자들.
비에 젖었으나, 소용돌이로 들어가는 내내 눈을 감지 않았다.
감히 체험한 적 없는 자연에 그리고 그 무력감과 공포에 압도되어야만 했지만, 끝끝내 그러지 않았다.
“흐… 히히… 히히히….”
오히려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의 격동에 웃었다.
끼긱…
끼기기긱…
흔들린다, 수 척의 배가.
곧 부서져 사라질 사람들이다.
소용돌이로 진입하는 순간, 확정된 죽음이다.
그 순간, 강설이 입을 열었다.
“황금 왕, 나와의 약속을 지켜라.”
– …….
“원정대는 모두 신대륙의 땅을 밟을 것이다.”
– …….
후키가 눈을 감는다.
강설은 안다.
이건 떼를 쓰는 게 아니다.
후키는 힘을 숨기고 있다.
그 누구도 믿지 않기에, 원정대를 돕지 않을 뿐이다.
– 그대와의 접촉은 신중했어야 했다. 후키의 불찰이군.
후키가 강설이 있는 배를 돌아보았다.
– 약속을 지키마.
대답을 들은 강설이 입이 찢어져라 웃고 기운을 크게 키웠다.
고오오오오오오오…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을, 그림자가 검게 뻗어 나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림자가 선단을 감싼다.
“마, 말도 안 되는….”
“이게 인간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 경이로운 힘도 선단을 전부 보호할 수는 없었다.
콰르르르르릉-!
후키가 증발하듯 그녀의 몸 전체가 번개가 되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천둥의 신과 같은 힘.
황금색과 검은색이 하나로 뒤섞여 나선의 형태로 나아간다.
콰과가가가가가가가가각-!
“가속한다아아아! 붙잡아아아!”
콰지지직…
콰지지지지지지직-!
선단이 소용돌이 내부에 형성된 광기의 길을 꿰뚫는다.
으아아아아아!
강설 역시 비명을 질렀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머리가 터져버릴 듯한 통증.
강설을 경계하던 자들도 그의 행동에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황금 왕을 움직였고 또한 모두가 살길을 제시했다.
– 끝, 끝이 보인다아아아아-!
누군가의 외침.
콰아아아아아아아아-!
두 왕의 탈진을 목전에 두고, 선단은 긴 긴 터널을 빠져나간다.
푸스으으으으으…
탁 트인 풍경, 신비로운 하늘.
그러나 그들을 맞이하는 건, 먼저 이 길을 뚫고 온 자의 마중이었다.
– 오랜만이야, 아버지.
신대륙, 고르고지아에서 검은 구체가 유성처럼 쏘아진다.
[실로이가 환상 절기 : 사지 분해를 사용합니다.]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쌍둥이 기사가 재빨리 검은 구체를 받아냈다.
끼기기기기기긱-!
두 자루의 시대 병기가 엇갈려 구체의 힘을 해소하려 했지만 역부족.
“오오오오오!”
자빌의 도끼가 그에 더해진다.
끼기기기기긱-!
역부족.
펄럭…
그윈과 레그리프의 문신으로 가득한 팔이 더해진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구체가 폭발한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선단은 그 충격에 휩쓸려 모두 중구난방으로 터져나갔다. 멀쩡한 배는 단 한 척도 없을 정도로.
그럼에도…
“격추… 실패인가?”
불사가 해맑게 웃었다.
* * *
타닥…
타다닥…
강설은 장작 타는 소리에 눈을 떴다.
“훠이… 훠이… 일어났어?”
“…죽은 건가?”
“카핫… 죽을 뻔했어. 하마터면.”
“위험했습니다. 마력 격류보다도… 그 직후를 노린 공격이.”
강설이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불사다. 녀석이야.”
“그래, 그런 것 같아.”
“다른 자들은?”
“음… 전부 흩어졌다고 할까?”
“…생사는?”
“몰라. 하지만, 살아있을 것 같아. 적어도 배에는 그런 녀석들이 타고 있었으니까.”
강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이다.
카렌이 말한다.
“뭐, 그래도 무사히… 도착한 것 같아.”
용의 땅, 고르고지아에.
휘오오오오오오…
저 멀리 밤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검은 빛줄기. 거꾸로 향하는 유성이 일행의 시야를 사로잡았다.
카렌이 홀린 듯이 말을 꺼냈다.
“…저건.”
강설은 웃었다.
“그래, 찾은 걸지도.”
검은 용의 빛이다.
“탄시아.”
[경이로운 발견! 용의 땅, 고르고지아를 발견합니다!]
……
[고르고지아는 낯선 이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을 것입니다.]
[고르고지아의 환경은 혹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