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45
제544화
후우웅…
후우우우웅…
파아아앗-!
한소미가 탄시아의 등에서 내려와 착지했고 홀가분해진 탄시아는 언제나의 모습처럼 아이로 되돌아와 강설의 품에 와락 달려들었다.
“나, 보고 싶었어!”
강설이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긴 전쟁 후의 상봉과도 마찬가지인 상황.
탄시아는 눈물을 찔끔할 정도로 강설을 그리워했는지, 그녀의 얼굴이 파묻힌 품에서 촉촉한 습기가 느껴졌다.
한소미가 씨익 웃으며 강설에게 다가왔다.
“소미야, …어떻게 된 거야?”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이 왜 이렇게 된 것이냐고 묻는 것.
“어… 그게 좀 복잡하긴 한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그날, 같은 장소에 떨어져 나온 게 우리였다는 거?”
시대 전쟁이 마무리될 때, 그곳에 있던 자들은 모조리 튕겨 나갔다.
강설은 쌍둥이 기사와, 쟈마드는 홀로 그리고 탄시아는 한소미와 함께 떨어진 것이다.
“어디로 튕겨 나간 거야? 너희는….”
“여기.”
“…뭐?”
“처음에는 그냥 어느 군도에 불시착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곳이 바로….”
“고르고지아였다는 거야?”
“…네.”
강설이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너희를 얼마 전에 목격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너희가 서쪽의 안개 덮인 땅으로 사라졌다고… 아니야?”
“아, 최근에 멀리까지 비행한 적이 있었어요. 이대로 날아서 판데아까지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음… 무리였고요.”
“…배는 못 본 거야?”
“배?”
뱃사람들이 탄시아를 목격했으니, 탄시아 쪽도 배를 봤어야 했다.
“탄시아는 몰라! 언니가 보기로 했었어!”
“응!”
한소미가 당당하게 강설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못 본 것 같아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용들은 다 뭐지?”
“…놀랍죠?”
끼이이이이이-!
끼이이이이이이이-!
노을 진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끼용들. 해츨링을 갓 벗어난 존재들이다.
“2년 전엔 모두 알 속에 잠들어 있던 아이들이었어요.”
“용들이 부활한 건가?”
“그건 아닐걸요? 그냥… 퇴화한 존재로서 살아갈 뿐인….”
강설은 한소미와 대화를 나누며 그녀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전과는… 달라졌어.’
특히, 그녀의 기운이.
“소미야.”
“네?”
“너… 뭔가 달라진 것 같….”
“머리가 길어졌잖아요.”
“…….”
“아하핫! 이건 농담이었고, 자! 보세요.”
스륵…
그녀가 소매를 걷자, 용을 형상화한 문신이 드러났다.
이 문신이 한소미의 기운이 변한 근본적인 이유인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거지?”
“…이곳엔 엄청난 존재가 있어요. 비밀의 존재! 저흴 따라오시면 곧 알게 될 거예요.”
산티오를 잃어 슬픔에 잠겨 있는 조네가 되물었다.
“따라간다고?”
“우린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그윈 남매도 거부의 뜻을 밝히려 했지만, 한소미는 막무가내였다.
엄지와 검지를 입으로 집어넣고 크게 불었다.
삐이이이이이이이-!
후우우웅…
후우우우우웅…
그녀의 부름을 받은 용들이 순식간에 일행이 있는 곳으로 날아와 자세를 잡았다.
“…맙소사.”
“타요! 지금만 볼 수 있는 거니까. 고르고지아의 비밀을 보여드릴게요!”
강설은 일행이 하나둘 용의 등에 올라타는 것을 보고 그도 탄시아의 등에 올라탔다.
익숙한 감각.
탄시아의 어둠이, 그를 감쌌다.
포근한 느낌을 받은 그는, 그녀의 몸을 툭툭 두들겼다.
가르릉하며 고개를 터는 탄시아.
“그럼, 난다!”
파아아아아앙-!
탄시아를 따라 일제히 떠오르는 용들.
용들의 눈엔 야성이 남아 있었지만, 그 야성은 일행을 향하지 않았다.
후우우웅…
후우우웅…
고르고지아의 하늘에 닿자, 탄시아가 방향을 틀어 천천히 비행했다.
후우우우…
기분 좋은 바람.
창공엔 용의 날개가 가득했다.
‘어디로 향하는 거지?’
아직 강설은 탄시아와 한소미가 말한 비밀의 존재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스으으으으…
노을의 색으로 대지가 물든다.
그리고 대지에 맥동하는 마력의 흐름이 회전하며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휘오오오오오오…
노을의 색으로 물든 탑이, 우뚝 솟아오른다.
아무것도 없던 전방이 숨 막힐 듯한 크기의 탑으로 가로막혔다.
강설이 한소미를 바라보자, 그녀가 히죽 웃었다.
“노을 탑! 짜자안!”
“…….”
“안 놀랐어요?”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한 거야.”
“히히히… 탄시아, 들어가자!”
“응!”
강설이 슬쩍 뒤를 돌아봤는데, 모두 입을 쩍 벌리고 이 신비로운 광경에 넋을 잃고 있었다.
심지어 실의에 빠진 조네마저도 말이다.
[경이로운 발견! 노을 탑을 발견합니다.]
[노을 탑에 발을 들입니다.]
[모든 능력치가 5씩 증가합니다.]
탁…
노을 탑에 내려서는 일행.
조네가 발을 구르며 말했다.
“산티오가 봤으면 기절초풍했겠군. 그 녀석의 얼빵한 얼굴이 볼만했을 텐데.”
“…….”
“아, 신경 쓰지 말게. 그냥 하는 말이니. 나이 든 사람은 별거 아닌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니깐 말이야.”
히죽 웃는 조네.
강설이 한소미를 보며 물었다.
“이 시기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구조물인 거야?”
“정확한 원리는 저도 모르지만, 비슷해요. 아마 특정한 위치에서만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어떻게 안 거야, 너희는?”
“탄시아가 알던데요?”
탄시아에게 돌아가는 시선.
그녀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답했다.
“불러서 왔어.”
“불렀다고?”
“응! 저기!”
일행은 나선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차근차근 밟으며 올라갔다. 이 탑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과연 그것이 비밀의 존재라 불릴 만한지 의심하며.
그리고 마침내, 그 존재를 목격했을 때 일행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와아아….”
“진짜… 용이다.”
“이럴 수가….”
백색의 용.
몸을 둥글게 만 용이 노을 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한소미가 용의 앞에 서서 일행에게 말했다.
“첫 용! 그러니까… 첫 번째 용이에요.”
“원시 용이라고?”
“아뇨, 그러니까… 지성을 가지게 된 첫 번째 용이라고 해야 하나?”
“소미야 넌 그걸 어떻게 안 거야?”
“알게 됐어요. 그냥… 알게 되더라고요.”
털썩…
탄시아가 첫 용의 신체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
한소미는 말했다.
“첫 용이시여, 오늘은 손님이 찾아왔어요!”
푸우우우우우…
첫 용의 숨이 토해진다.
“이름이 뭐지?”
“그건 몰라요. 알려주지 않았거든요.”
저벅…
저벅…
강설이 용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었다.
후우우우우웅…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스르으으으으…
주변에 있던 일행이 전부 연기처럼 흩어지며 그 자리에 반투명한 환영이 나타났다.
“…불사.”
불사의 환영이 첫 용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영혼함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지 않을래?”
“…….”
비샤가 묻는다.
“고문을 하는 건 어때요?”
비샤를 노려보는 불사.
“…죄송해요. 전 그냥….”
스윽…
그는 첫 용의 콧잔등을 어루만졌다.
“신비로워, 참으로… 신비롭다.”
“…….”
첫 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 내가 무얼 하려는지 알고 있지?”
“…….”
“막지 않는 거냐?”
“…….”
“아니, 막아서는 안 되는 건가? 히힛…. 뭐, 좋아… 영혼함의 위치는 이미 대강 알겠으니까.”
스르륵…
강설이 바라보던 환영이 처음에 그러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시 그 자리에 일행의 모습이 나타났다.
“오빠?”
“…소미야.”
“네.”
“이곳에… 불사가 왔었어?”
“…….”
한소미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마주치진 않은 거겠군.”
“맞아요.”
“그럼 다행….”
후우우우우우우우웅…
첫 용이 갑자기 이상 반응을 보였다.
“아… 아아….”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벌리는 용.
한소미와 탄시아가 깜짝 놀라 첫 용을 붙잡는데, 용은 그때까지도 강설과 눈을 맞추었다.
스으으으으…
다시금 주변 일행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엔, 전혀 모르는 인물의 환영이 자리한다.
“아스모돈.”
해츨링이나 마찬가지인 크기.
새하얀 비늘.
환영은 분명 첫 용의 어린 시절이었다.
“아스모돈!”
용은 누군가를 애타게 불렀다.
로브를 입은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하하! 내가 보고 싶었나 보네.”
“응. 들었어, 소식. 대단해.”
“…고마워, 니에르.”
니에르.
첫 용의 이름인 듯했다.
“그럼 아스모돈은 이 세상의 비밀을 밝혀낸 거야? 정말로 우리가 모르는 게 있었던 거야?”
“아니, 우리는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것을 관심 있게 보지 않았을 뿐이지.”
“비밀은… 아름다웠어?”
“…….”
아스모돈이라는 남자는 웃었다.
니에르는 아스모돈의 손을 꼭 붙잡았다.
“아스모돈, 고마워.”
“무엇이?”
“나는 아무것도 몰라도 되는 도마뱀. 그러나 너와 만나고 나는 달라졌어.”
“…필요한 일이었을 뿐이야.”
“그래도 괜찮아. 나와 대화해줘서, 세상에 대해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아스모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엾은 니에르, 너는 외로워질 거야.”
니에르는 말했다.
“상관없어. 너와 나눈 시간이 나를 지탱할 테니까.”
치직…
치지지지직…
환영이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강설의 두 눈이 푸른 빛을 뿜어냈다.
“아… 아아아아아!”
“오빠!”
“무슨 일인가!”
후우우우웅…
강설의 주변으로 힘이 뻗어 나가 그를 보호했다. 아무도 그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으… 으으으….”
첫 용, 니에르가 입을 열었다.
“마침내 백야(白夜)가 도래하면… 모든 것을… 알게 되리라….”
그 입에서 흘러나온 너무도 묵직한 음성에 모두 놀랐다.
“첫 용이… 말을….”
“말했어!”
강설이 주춤주춤 니에르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노을 탑 저 멀리에서 터져 나온 파장. 단순한 폭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거대한 힘과 힘이 충돌했다는 확신.
휙…
강설의 고개가 돌아갔다.
고르고지아의 한가운데서 엄청난 힘의 충돌이 발생했다.
조네가 소리쳤다.
“황금 왕인가!”
아니, 아니다.
그윈 남매는 눈치챈 듯했다.
그리고 쌍둥이 기사 역시.
“이건….”
“불사, 그 녀석이야.”
강설이 충돌이 일어난 지점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말했다.
“…영혼함의 봉인이 풀린 거야.”
그가 뒤돌아봤다.
“탄시아!”
으지지직…
탄시아의 몸이 부풀어 오르며 용으로 변모했다.
* * *
“실로이.”
“응? 왜 그래?”
“하나 묻지.”
“얼마든지, 난 질문에 답하는 걸 좋아하니까.”
실로이와 말하는 자, 흑기사였다.
“나는 지금껏 널 이용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염원을 위해.”
“…그런데?”
“이제는… 모르겠군.”
“뭘 모르겠다는 거야?”
“그냥… 모르겠다. 넌 이곳에서 나의 염원을 들어주겠다 말했다. 하지만 그게….”
“…….”
“애초부터 내 염원이 아닌, 네 목적이었던 것만 같다. 넌… 무언가를 알고 있는 거냐?”
실로이가 히죽 웃었다.
“아, 이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네.”
“말해, 실로이. 넌 뭔가 알고 있는 거지?”
그녀는 흑기사의 냉랭한 태도에도 연신 싱글거리며 여유를 잃지 않았다.
“판데아를 지배했던 태양의 제국 몬트라. 빛나는 대제국이 누렸던 영광은 모래에 파묻히고 그때의 번영을 기억하는 이 역시 전부 사라졌지. …어째서일까? 그렇게나 쉽게도….”
“…실로이.”
“히히! 남은 건 나중에 답해줄게! 지금은 할 일이 바빠서!”
스으윽…
불사가 눈앞의 물건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여깄었구나, 영혼함.”
영혼함이 사슬에 칭칭 감겨 있다던 황금 왕 후키의 설명은 잘못되었다.
사슬은 이미 온데간데없었고 그 대신 기이한 문양이 영혼함의 표면에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라보에게 부수라고 말할까요?”
“아니, 이건 내가 직접 해야 해. 위험하거든.”
“…위험한 겁니까?”
“물러나 있어. 나보다 상자에 가까이 있으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어서!”
“예.”
영생교의 전 병력이 총동원된 이번 원정.
마침내 불사는 목표로 하던 영혼함을 손에 넣었다.
휘오오오오오오오오…
그의 불온한 기운이 영혼함을 감싸 쥐었다.
찌지직…
찌지지지지직…
찌지지지지지지지직…
영혼함이 들썩이다가, 벌컥 열렸다.
푸스으으으으…
“나왔네.”
회색의 안개가 영혼함의 앞에 쏟아지더니 하나의 인영을 만들어냈다.
칙칙한 색의 옷을 입고 기다란 낫을 든 남자. 그 눈은 어쩐지 피곤한 듯 보였다.
“넌 누구기에 이 위험한 물건에 손을 대느냐?”
“하하! 이게 누구야… 무기나잖아? 이상하네… 무기나한테 이런 말은 못 들었는데.”
인영의 정체는 전설의 10말 중 경계의 무기나, 그가 영혼함에 남긴 봉인이자 그의 분신이었다. 피의 성자 핀 모드리아가 시초자에게 그러했듯 그 나름의 방법으로 영혼함에 봉인을 남긴 것.
“…나를 아나?”
“잘 알지! 우리 꽤 친해. 무기나, 너와 나는 둘도 없는 사이야. 그러니까 굳이….”
“그럴 리가 없다. 난 너와 같은 유형의 사람을 끔찍이도 싫어하지.”
“…들켰네?”
불사가 머리를 긁적였다.
무기나가 주변을 둘러보며 영생교의 무리를 확인했다.
“영혼함을 원하는 거겠지?”
“…그래, 맞아.”
“큰 힘이다. 자신 있으면 내게서 빼앗아 가봐라.”
“하하… 조금, 피곤하네.”
“그렇다면 지금부턴 조금 더 피곤해질 거다.”
불사, 인간의 역사상 최악의 흑마법사가 안색을 굳혔다.
“넌 날 이길 수 없어. 봉인도 보아하니 잠시일 거고.”
“네 말이 맞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널 이길 순 없겠지. 그래도….”
스으으으으으으…
무기나의 낫이 불길한 색으로 물들었다.
“죽일 순 있을 것 같다.”
“히히, 이번에도 들켰네!”
비샤가 소리쳤다.
“실로이 님!”
“전부 흩어져! 안 그럼….”
후우우우웅…
후우우우웅…
두 전설의 권능이 지금 막, 피어오른다.
“전부 죽을 테니까.”
무기나의 대낫이 불사를 향해 짓쳐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