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48
제547화
이건 강설이 황금 왕 후키의 순수한 힘에 충돌하기 전, 그러니까 불사의 사신 그라보가 지반을 붕괴시켜 전장의 지형을 완전히 뒤바꾼 직후의 상황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자빌은 불사에게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자들 중 한 명인 얼굴 먹는 비샤와 대치했다.
조네가 그를 도왔고 장두 그리고 치우와 레그리프 남매는 그라보를 상대했다.
탄시아와 한소미는 흑기사의 앞을 막았고 영생교의 다른 간부들은 마찬가지로 원정대의 수뇌부가 도맡았다.
각자가, 최선의 위치에서 싸움을 시작했다.
콰르으으으응-!
싸움이 가장 먼저 격화된 곳은 불사와 두 왕의 전장.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자빌과 비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비샤가 얼굴 바꾸기를 사용합니다.]
[비샤가 레프란치의 얼굴을 사용합니다.]
[비샤가 레프란치의 능력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레프란치가 위험 경보를 사용합니다.]
[기습에 완벽하게 대응하며 주위의 모든 은신, 투명화를 간파합니다.]
……
비샤가 구레나룻부터 턱수염까지 털이 수북한 사내의 얼굴과 몸이 되었다.
“자빌, 지금이라도 실로이 님께 용서를 구해.”
“비샤… 우리만큼 서로를 잘 아는 관계가 또 있을까?”
“…….”
“불사는 뒤틀렸다. 우리가 섬기던 자가 아니야. 그는… 악이다.”
비샤가 레프란치의 얼굴을 하고 웃었다.
“자빌… 불쌍해라. 너는 우리가 그분을 섬긴다는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어.”
그녀, 혹은 그는 말했다.
“불사의 이름 앞엔,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어. 우리는 그저… 불사기에 섬기는 거야. 악이든 선이든, 무슨 상관이지?”
“그건 광신이다.”
“내가 믿는다면, 그리고 이뤄진다면 신실한 것이지!”
“말이 통하지 않는군.”
“떠올려 봐. 우린 원래 말이 잘 통하는 편은 아니었어.”
“아쉽게 됐군. 그렇다면….”
스르으응…
자빌이 도끼의 머리를 비샤에게 향했다.
“처형이다.”
그가 눈을 뒤로 흘겨 조네에게 당부했다.
“늙은이, 보조에 주력하라. 네가 비샤의 영역에 들어가면 확실하게 죽는다.”
조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히죽 웃었다.
“이 나이 먹고 늘어난 건 눈치뿐이니까 걱정하지 말아.”
“그럼….”
휘오오오오…
비샤의 권능이 발동한다.
[비샤가 권능 : 천의 얼굴을 사용합니다.]
[비샤의 얼굴 바꾸기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큰 폭으로 줄어듭니다.]
[비샤가 얼굴을 바꿀 때마다 잃은 체력과 잃은 마력 일부가 회복됩니다.]
[이번 전투 중 사용한 얼굴을 재사용할 수 없지만, 얼굴의 능력이 강화됩니다.]
자빌 역시.
[자빌이 권능 : 처형인을 사용합니다.]
[자빌은 전투 중 상대에게 경고를 누적할 수 있습니다.]
[경고가 누적되면, 자빌은 대상을 처형할 수 있습니다.]
[처형은 대상의 체력이 최대 체력의 30% 이하일 때 완전하게 발동합니다. 이 외의 상황에선 모두 불완전하게 발동합니다.]
[처형은 불완전하게 발동하면 대상에게 경고 누적 수치만큼의 고정 피해를 줍니다.]
[처형은 반드시 명중합니다.]
[처형의 타격 지점에 따라 치명타가 발동할 수 있습니다.]
[처형이 급소를 타격하면 반드시 치명타가 발동하며 3배의 피해를 입힙니다.]
……
[자빌이 절기 : 안전 불감증을 사용합니다.]
[처형에 필요한 경고 누적 수치를 상대가 알 수 없게 되며 필요 경고 누적 수치가 무작위로 설정됩니다.]
파아아아아앙-!
[레프란치가 절기 : 무차별 난도질을 사용합니다.]
[호흡을 할 수 없지만, 무기 막기 확률과 반격 확률이 대폭 상승하며 무기 막기와 반격이 발동할 때마다 공격 속도가 상승합니다.]
[무호흡을 유지하는 동안 지속됩니다.]
카카카카카카캉-!
비샤가 두 자루의 단도를 엄청난 속도로 휘둘렀다. 그리고 그 모든 수를 자빌의 도끼가 파훼하고 있었다.
후우우웅-!
도끼에 실린 경력이 평범하지 않아 비샤가 고개를 틀어 피했다.
핏-!
핏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도끼에서 일어난 날카로운 바람에 피부가 베인 것이다.
“…경고다.”
자빌이 나직하게 내뱉었다.
[비샤에게 경고가 누적됩니다.]
[경고 누적 횟수 : 1회]
“그리고….”
[필요 경고 누적 수치가 공개됩니다.]
[필요 경고 누적 횟수 : 1회 이상]
[대상을 처형합니다.]
휘오오오오오…
자빌의 도끼가 붉은 섬광으로 변했다.
“처형이다.”
“…하!”
으지직…
[비샤가 얼굴 바꾸기를 사용합니다.]
[비샤가 몽농의 얼굴을 사용합니다.]
[비샤가 몽농의 능력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몽농이 절기 : 십년감수를 사용합니다.]
[다음번에 받는 공격은 대부분 급소를 피해 갑니다.]
[짧은 시간, 치명타가 아닌 공격에 절반의 피해만을 입습니다.]
……
홀쭉하고 볼이 쑥 들어간 삭막한 여인의 얼굴로 변한 비샤.
적재적소에 완벽한 얼굴을 꺼내, 전투에 활용한다. 비샤의 권능과 능력 모두 대단했지만, 그녀가 진정 대단한 점은 이 복잡하고 방대한 힘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다룬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 천재성이 발휘될 것이다.
지이이이잉-
그런데,
[조네가 순간 전이를 사용합니다.]
[전이 좌표를 시선에 한정하여 순식간에 지정합니다.]
[적에게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군의 동의를 생략합니다.]
자빌이 휘두르던 처형의 붉은빛이 눈 깜빡할 새 이동했다.
콰지이이이이익-!
전이된 처형의 빛은 비샤의 목을 수평으로 가른다.
[자빌이 처형에 성공합니다.]
[처형이 대상의 급소를 타격합니다.]
[처형이 대상에게 3배의 치명타 피해를 줍니다.]
……
고작 1번의 경고이기에 비샤를 한 번에 쓰러트릴 수 있는 피해는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위협적이었다.
비샤가 한 손을 서늘해진 가슴에, 다른 한 손을 처형의 기운이 스쳐 간 목에 올렸다.
“하… 아하하하….”
자빌이 조네에게 툭 내뱉었다.
“…늙은이, 강하군.”
조네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노련한 거야.”
* * *
또 다른 사신, 그라보 쪽의 전투 상황 역시 긴박하게 진행되었다.
이쪽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이기에 곧장 전투에 들어갔다.
[그윈이 권능 : 마술사를 사용합니다.]
[그윈은 재주 많은 천재이기에 즉석에서 마법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그윈은 한번 사용한 마법을 똑같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권능 : 마술사로 발동한 새로운 마법은 가끔 허무맹랑한, 또 아주 가끔은 허탈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
[레그리프가 권능 : 줄타기를 사용합니다.]
[레그리프는 육체를 완벽하게 통제합니다.]
[레그리프의 신체 능력이 대폭 강화됩니다.]
[레그리프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공격,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공격을 이따금 성공시킵니다.]
[레그리프는 어떻게 피했지?, 이걸 피했다고?를 이따금 성공시킵니다.]
살덩이 괴물 그라보의 단출한 권능에 비하면, 다소 장황한 권능.
권능이 복잡한 쪽이 더 강했다면, 그윈 남매의 우세가 분명했을 것이다.
으지지지직…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라보가 레그리프를 노리고 내지른 주먹에 지반이 한 차례 더 무너졌다.
“휘유….”
그라보는 빠르고, 강했다.
그저 그것뿐인데도 사선을 넘나들어야 하는 싸움이다.
짜아악-!
[장두가 천하장사를 사용합니다.]
[상대와 부딪힐 때마다, 상대의 근력을 일정량 빼앗아 옵니다.]
[전투 동안 지속됩니다.]
“흐으으읍….”
장두가 자신보다 더 큰 바위를 그라보의 머리를 노리고 내던졌다.
콰지이이이익-!
그라보의 머리와 충돌한 바위는 산산이 조각났지만, 반대로 그라보는 그다지 타격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크하하하! 어디서 저런 게….”
“장두, 내가 접근할게.”
“그래, 맞춰주마!”
[치우가 흐르는 바람을 사용합니다.]
[모든 구속에 면역이 됩니다.]
[이동 속도가 짧은 시간 크게 상승합니다.]
휘오오오…
후우우우우웅-!
치우와 장두가 양쪽으로 나뉘어 그라보에게 접근했다.
“흐으으읍!”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바위를 들어 올리는 장두.
콰가가가각-!
[장두가 조금씩 때리기를 사용합니다.]
[근력에 비례한 피해를 일정 시간 나누어 입힙니다.]
[대상이 생명체가 아닐 경우, 일시적으로 고정합니다.]
……
파바바바바박-!
작게 쪼개진 돌덩어리들이 우수수 나뉘어 그라보의 정면을 타격했다.
“…….”
살덩이 괴물은, 아무런 반응을 내비치지 않았다. 대신, 장두가 노린 시야를 방해하겠다는 의도는 먹힌 게 분명했다.
그라보가 눈을 찡그리며 얕게 떴다.
후우우웅…
치우와 그윈이 틈을 노리고 그라보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치우가 분쇄권(粉碎拳)을 사용합니다.]
[이번 타격이 강풍을 동반합니다.]
……
[그윈이 절기 : 얼음 사슬을 사용합니다.]
[지속적인 냉기 피해를 주는 사슬이 대상을 구속합니다.]
[구속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상은 상태 이상 : 동상에 빠집니다.]
[사슬의 강도는 시전자의 마력에 비례합니다.]
[권능 : 마술사로 창조된 마법입니다.]
……
콰아아아아앙-!
촤라라라라락-!
강풍으로 그라보의 살점이 들썩이고 푸른 사슬이 그의 몸을 꽁꽁 휘감았다.
타격하는 순간, 그리고 마법을 끼얹은 순간 치우와 그윈은 깨달았다.
‘…소용없어.’
‘큭… 이 정도 공격은 아무 의미 없다는 거냐.’
그렇다면.
둘은 다음 수를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한 번 더….’
파아아아악-!
그리고, 그런 그들을 누군가 낚아챘다.
레그리프였다.
“멍청이들아아!”
후우우웅…
그라보의 주먹이 당겨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면을 때린 게 아닌데,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허공을 후려친 것만으로 이런 소리가 날 수 있다니….
부우우웅…
레그리프는 낚아챈 둘을 내던져 벗어나게 했다.
그라보가 노리는 것은 그녀였다.
그녀는 살덩이 괴물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흙먼지에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다시금 날아오는 반대쪽 주먹.
‘이거….’
그녀는 낫을 움켜쥐었다.
그라보의 움직임은 엉성했고 잘만 노린다면 팔 하나를 잘라낼 기회!
그런데 순간,
그녀의 모든 솜털이 곤두섰다.
‘피해야 해!’
즉각 회피.
[그라보의 환상 절기 : 불시의 일격이 발동합니다.]
[그라보가 공격 동작에 들어갔을 때 대상이 정면에 있다면, 타격할 때까지 대상을 잠시 그 자리에 고정합니다.]
[발동이 취소됩니다.]
……
레그리프는 이미, 그라보를 뛰어넘어 날치처럼 튀어 올랐다.
[이걸 피했다고?가 발동합니다.]
[완벽한 회피입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우으아아아아!”
그라보가 화난 듯, 양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라보가 우당탕탕!을 사용합니다.]
[계속해서 주변 지형을 파괴하고 파편 속으로 몸을 감춥니다.]
콰과과과아아아앙-!
“누나!”
“난 괜찮아!”
시야에서 사라진 그라보.
이 끔찍한 괴물을 상대하던 4인은 모두 같은 순간 같은 사고를 한다.
‘…녀석은?’
그리고 모두가 염려한 녀석은, 나타난다.
장두의 앞에.
“이….”
장두는 방금, 세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한 가지, 그라보의 위치를 파악한 순간 머뭇거리고 말았다.
한 가지, 본능적으로 방어라는 선택지를 떠올렸다.
남은 한 가지, 그것이 소용없으리라는 걸 촌각이 흐른 후 깨달았다.
레그리프의 비명.
“안 돼! 막으면….”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라보의 주먹이 장두의 가슴을 꿰뚫었다.
“커억… 어….”
즉사.
아니, 여운쯤은 남긴다.
[장두의 회광반조(回光返照)가 발동합니다.]
[사망했을 때만 발동합니다.]
[매우 짧은 시간, 의식을 유지합니다.]
[매우 짧은 시간, 감각을 일부 유지합니다.]
[매우 짧은 시간, 모든 능력치를 유지합니다.]
붕…
마지막에 그는 자신의 가슴을 꿰뚫은 그라보의 팔을 붙잡으려는 듯, 힘이 다 빠져나간 양팔을 허우적거렸다.
“치우… 자, 잡았어. 내가….”
후두둑-!
그 모습이 무척이나 꼴사나워 보인다는 게, 그라보가 마치 손에 묻은 오물을 털어내듯 그의 시체를 털어내는 게.
치우의 이성을 잃게 했다.
“장두우우우우우! 으아아아아아아!”
으지지직…
이성을 잃은 늑대의 주둥이가 삐죽 솟아오른다.
네발로 달려 그라보에게 돌진한다.
파아아아앗-!
레그리프가 그를 낚아채 그라보의 전권에서 벗어났다.
“놔! 이거… 놓….”
“정신 차려!”
“장두가… 장….”
“칸으로 돌아가야 하잖아! 너!”
그 말이, 치우의 정신을 되돌아오게 했다. 어쩌면 제국에 남겨진 신요 아닌 누군가를 울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 아아….”
“진정해, 녀석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레그리프가 뒤돌자, 그윈이 손을 내밀었다. 기괴한 문신으로 가득한 오른손을.
“…해야겠지, 누나?”
“하아… 해야지.”
레그리프가 늘 여분은 확보하고 있던 웃음과 여유를 지웠다.
그녀는 왼손을 내밀어 그윈의 오른손에 얹었다.
“누나 손 꽉 잡아.”
“누나야말로, 저번처럼 울지 말고.”
“울기는 누가. 너나 울지 마.”
“안 울어, 우린 이제 어른이잖아.”
“…그래, 어른.”
후우우우우우우우웅-!
그윈과 레그리프의 문신이 기괴한 빛을 내뿜었다.
[레그리프가 환상 절기 : 악마의 반쪽을 사용합니다.]
[그윈이 환상 절기 : 악마의 반쪽을 사용합니다.]
……
빠지지지지지직-!
마치 종잇장 구겨지듯이, 그들의 몸이 짓이겨지며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윈과 레그리프의 권능 : 검은 상자가 발동합니다.]
[검은 상자가 열립니다.]
……
으직…
으지지지지직…
검은 상자에서 튀어나온 것은 검은 인영. 레그리프의 무기를 들고 그윈의 차가운 동공을 가진 자.
악마였다.
– 헤…
혓바닥을 길쭉하게 내미는 악마.
[그윈과 레그리프의 권능 : 일탈이 발동합니다.]
[그윈의 권능 : 마술사와 레그리프의 권능 : 줄타기가 동시에 적용됩니다.]
[권능 : 검은 상자가 부여받은 모든 권능이 대폭 강화됩니다.]
……
후우우우웅…
그라보가 악마에게 접근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끼긱… 끼기기기긱…
악마가 한쪽 팔로 그라보의 공격을 막았다.
– 헤에에….
흉광으로 물드는 악마의 눈.
그윈의 차가운 동공이 그리워질 정도로 끔찍한 눈이 그라보를 직시했다.
콰직-!
일방적인 폭력은, 그렇게 시작됐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라보가 악마의 공격을 받고 땅속에 파묻혔다.
– 아하하하하하하하!
난타하는 악마.
그라보가 이름 모를 악마의 공격을 신체의 강인함을 이용해 버텼다.
콰아아아아아아-!
전장을 수놓는 검은 용, 탄시아의 불길.
그리고 그때쯤, 살덩이 괴물을 유린하고 있던 악마마저 눈을 돌릴 만큼 거대한 빛이 전장 한쪽에서 터져 나온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황금 왕의 노림수가 만들어낸 경이.
전장의 모든 시선이 한순간 그곳으로 돌아갔다.
* * *
그 경이의 표적이 된 강설이 쏟아지는 마력에 휩쓸렸다.
“후키, 이 정신 나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왕이여! 죽음은 끝이 아니니, 싸우라! 일족의 영혼을 해방하라!
후키는 그 자체로 하나의 격이었다.
이는 메스프가 가진 실체의 특이성 때문인데, 그들의 존재 자체가 순수한 마력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해 힘의 전달에 있어서 자유로웠다.
영혼함에 축적된 힘은 메스프의 영혼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마력.
그리고 원래였다면 영혼함을 채웠어야 하는 해체된 후키 역시, 거대한 마력이었다.
강제된 힘의 전달.
그것이 재앙을 초래했다.
“커어어어억….”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역시나, 부작용이 찾아왔다.
휘오오오오…
쌍둥이 기사가 강설의 그림자 공간으로 역소환되었다.
불사가 히죽 웃었다.
“…죽겠는데?”
그녀는 강설의 괴로움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도 되는 듯, 무력화된 강설을 앞에 두고 영혼함을 꺼내 들었다.
‘크아아아아아아!’
강설의 육체와 정신 모두 짓이겨지고 있었다. 황금왕에게는 불사를 상대할 최후의 수단이었겠지만, 반대로 그나마 남은 승리의 가능성을 송두리째 거두어 간 선택이었다.
‘다스려야….’
소용없었다.
아트로밀로 덮어 씌워진 마법 공학 혈관도, 한계치에 다다를 정도로 쥐어짜이는 상황.
합의점을 찾지 못한 왕들의 기운이 섞이지 못하고 반발한다.
“끄으으아아아아아!”
피이이익…
갑자기, 동력이 끊어진 기계 장치처럼 강설이 무릎 꿇었다.
후키의 마력은, 가차 없었다.
이미 무릎 꿇은 강설의 몸을 어떻게든 벗어나지 않기 위해 그의 몸을 마력으로 가득 채운 것으로 모자라 그 주변까지 뒤덮었다.
상황은, 끝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
도전자는 자유로워졌고 그가 개입하는 순간 전장은 순식간에 정리될 것이다.
그러나 불사는 굳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강설의 상태를 눈대중으로 판단했다.
“죽지는 않겠어. 그럼….”
전장의 상황보다도, 더 중요한 일에 관심을 가졌다.
스으윽…
영혼함을 꺼내 드는 불사.
“…해야 할 일은 해야겠지.”
후우우우웅…
불사가 영혼함에 마력을 불어넣어 의식을 시작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녀를 방해할 만한 자들은 전부 쓰러졌다.
이제, 그녀가 바라는…
〔모두 멈춰라.〕
일순간, 전장이 생기를 잃었다.
불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직하고 담담한 목소리가 어째서 소란스러운 전장에서 또렷하게 들려왔는지, 그리고 왜…
“하, 하하… 이건 또 뭘까?”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멈추었는지.
〔기다려라.〕
[우르가 중언부언(重言復言)을 사용합니다.]
[같은 종류의 언령을 반복하여 더 강하게 작용하도록 합니다.]
스르르르르…
불사의 의식이 중단되었다.
“…….”
뽀득…
뽀득…
태연하게 안경알에 달라붙은 흙먼지를 천으로 닦으며 걸어오는 남자.
누구도 그를 막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를 보고 있었다.
밤인데도 홀로 빛나는 듯한 백발.
그가 전장을 한가롭게 둘러보았다.
죽은 이, 죽어가는 이, 죽을 이.
불과 같은 전장이지만, 그의 시선은 차갑다.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서늘해진다.
그의 표정을 변하게 한 첫 번째 풍경은 한소미였다.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가 내리는 남자. 그는 시선을 돌려 무릎 꿇은 인간에게로 향한다.
“…익사군.”
마력은 물이다.
생명이 살아가기 위해선, 물이 필요하다.
해갈할 만큼의 물은 이롭다.
버거울 만큼의 물은, 넘친다.
붕괴할 만큼의 물은, 그것을 담을 그릇마저 깨트린다.
“강설, 내 목소리가 들릴 거다.”
“…….”
“오랜만이군… 그래.”
그리고 여기에, 해일을 일으키는 자가 서 있다. 그는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되려, 물이 그를 두려워할지도 모른다.
“…물이 넘칠 땐, 그냥 쏟아버리면 된다. 지금부터 가르쳐 주마. 집중해서 듣도록 해.”
[강력한 조력자 ‘해방된 자 우르’가 이번 모험에 등장합니다.]
[강력한 조력자 ‘해방된 자 우르’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
휘오오오오오…
그의 신형이 흩어지며 강설의 검고 탁한 기운과 뒤섞이기 시작했다.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비싼 수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