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59
제558화
금왕의 절반이 심판관에게 숙청을 당하자, 그의 영역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심판관과 살아남은 3금왕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의심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의심할 뿐이지 확신할 수 없었으며, 누구도 심판관에게 이것을 따져 묻지 못했다.
그저 불만을 성토하는 정도였다.
제아무리 금왕이라 하여도 결국에는 무역상에 불과하다는 걸 그들도 느끼고 있었기에.
우주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우주 평의회 역시 개입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결국에는 상인 몇이 목숨을 잃은 것, 그것뿐인 일에 나선다는 건 곧 권위의 실추이기에.
고작해야 그것뿐인 존재들을 위해 심판관과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는 게, 그들에게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일은 무탈하게 끝이 났다. 이제 심판관의 3금왕이 된 거상들은 숙청된 다른 금왕이 남긴 자산과 사업 기반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였다.
별 다툼도 없었다.
셋은 욕심쟁이였지만, 분에 넘치게 탐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또 하나, 심판관에게 미치지 못한 분노가 3금왕에게 그 화살을 돌릴 수 있다는 염려가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금왕들이 결국 심판관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걸 이번 사태를 통해 깨닫기도 했을뿐더러 3금왕 중 특별히 흠을 잡을 만한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거인족 메타인, 용인족 드라고인, 거기에 초신성 출신 인간까지.
모두 세력이 아닌 개인의 능력으로 금왕이 된 자들이었다. 대중은 주어진 환경과 재능에는 예민하지만, 노력과 투쟁에는 관대하기에 그들의 존재를 인정했다.
쟈넷은 이번 사건을 이렇게 평가했다.
“상당히 개 같은 이야기지. 심판관 녀석….”
모든 것이 심판관의 뜻대로다.
어쩌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든 그러지 않았든 그녀는 살아남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
심판관은, 이미 살려둘 거상을 내정해두었었을 수도 있다.
“쟈넷 님, 또 뵙는군요.”
아카식의 경계병이 기운을 누그러트리며 말했다.
“별들의 역사라도 공부해야 다음에도 살아남지 않을까 해서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그녀의 말.
경계병은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아카식이 이곳에 존재하고 우리가 그걸 수호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겠지요.”
“맞아요.”
“별의 탄생과 죽음에서 운명의 힘을 깨닫는 건, 우주의 선지자들께서도 시간을 들여….”
경계병의 귀찮은 취향을 더는 듣고 싶지 않았던 쟈넷이 대화를 끝맺었다.
“아무튼, 들어갈게요?”
“출입을 허가합니다.”
경계병의 허가가 떨어지자, 아카식에 발을 들이는 그녀.
후우우웅…
기록 재생 장치가 빛을 뿜었다.
기록을 확인할 행성은 역시나 판데아.
“…완전 맛이 갔구나, 나. 하하하!”
그녀는 이 비운의 행성에 사로잡혀 버리고 말았다. 그것의 운명에, 그것의 중력에.
드드드드드드…
이전과 마찬가지로 판데아의 역사가 기록되고 있는 도서관이 나타났다.
그녀는 이곳엔 흥미가 다했다.
이곳은 구축된 하나의 역사이며, 판데아가 걸어온 길이다.
아카식의 모든 것은 기록이지만, 곧 필사이기도 하다. 이미 정해져 있던 것들을 아카식은 별들의 힘을 이용해 그저 똑같이 써 내려갈 뿐이다.
그렇다.
운명이다.
전부 정해져 있는, 멋없는 이야기다.
“이 넓은 우주에서 한 곳만 빼고 말이야.”
초신성 판데아.
이상하게도 판데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아직 그 끝을 알 수 없었다.
막대한 정보가 혼선을 가져와 결말 부분이 가려졌다.
쟈넷은 일전에는 부쉈던 문이 원상태로 되돌아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끼이이익…
이번에는 제법 상냥하게 문을 열었다. 그 모습이, 공손하게 보일 지경이다.
우주.
이곳부터는 과다한 정보량으로 인해 도서관의 형태가 갖추어지지 못했다.
그저 쏟아지는 정보를 모두 기록해 책으로 토해내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할 뿐.
투둑…
툭…
책의 비가 내렸다.
책은 여기저기 산처럼 쌓여가고 있다.
그녀는, 재미없어진 현실에서 눈을 돌려 운명에 미혹되기를 자청한다.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자라면… 분명히 이곳에도 존재하겠지요. 내 말이… 틀렸습니까!”
그녀는 책의 산에 올라 소리쳤다.
“대체… 무슨 짓을 벌이려는 겁니까. 신앙의 불모지에서…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삶을 간신히 살아내고 있는 행성에서.”
역시, 대답은 없다.
마치 신처럼.
신이 신을 원했다.
그의 실존을 원했다.
의문의 바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무엇을 보고 무엇을 그리는 겁니까….”
신이시여.
“내게도 보여주십시오! 당신이 보는 미래를! 그 불경한 의도를!”
대답은 이번에도 들려오지 않았다.
“……난 쓸모가 없다는 거냐.”
쟈넷이 쓰게 웃었다.
그 순간.
치이이이이이…
“으… 으으?”
그녀의 왼쪽 눈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새까만 재로, 활활.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쳐야만 하는 그녀. 그러나 일그러진 얼굴에 묘한 웃음기가 감돌았다.
이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렸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 겁니까! 흐하하하하하하!”
그녀는 완전히 광기에 사로잡혔다.
고통보다 더 큰 희열에 몸을 맡긴 채.
한쪽 눈을 잃은 건,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정보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정보는 찢어지는 듯한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냈다.
– 마침내….
* * *
똑똑이의 선언 이후로 타이몰론의 많은 것이 바뀌었다.
오우거들의 생업은 이제 금지되었다.
그들이 싸우지 않고 하품만 하며 배를 채우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쿵…
쿵…
오우거들은 미리 계획된 위치에 구분되어 훈련을 받았다.
통솔과 충성이라는 덕목에 대해 알지 못했던 그들이 크게 반발하지 않고 이와 같은 변화를 받아들였다.
강설은 똑똑이를 흘겨보았다.
‘이 자가 이룬 거다.’
똑똑이의 군대는 흐트러지지 않았고 방만하지 않다. 그것만으로, 그들의 전력은 전보다 수 배 이상 강해진 게 분명했다.
“만일, 세상이 이렇게 혼란스럽지 않았다면… 어떤 미래를 꿈꿨을 것 같습니까?”
“재미없는 질문입니다.”
만약은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똑똑이는 강설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야성을 도려내지 않았을까 싶군요.”
의외의 대답.
“이들의 변화는 저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전 이들의 정제되지 않은 야성을 가다듬어 폭력으로 만들 수도, 없었던 이성을 그들의 안에 머물게 해 화합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부턴 선택이다.
그러나…
“선택을 내리는 것이 저일 뿐, 제가 사라진 후에는 모든 것이 되돌아갈 뿐입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폭력을 선택한 결과는 미움받게 될 테고 운이 나쁘다면… 사냥당하겠지요. 과거처럼.”
그는 이어 말했다.
“하지만, 화합을 선택한 쪽은 상황이 꽤 다를 겁니다. 혹시… 라는 기대의 근거를 만들어낼 테죠.”
“…기대의 근거?”
“이를테면… 사실은 이들은 미숙할 뿐인 것 아닐까? 제대로 된 지도자를 세우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어쩌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진 않을까?”
“…….”
“이와 같은 의혹과 다르지 않은 기대는 기회로 바뀌어 주어질 테죠. 기회를 잡는다면, 제가 있던 예전으로 되돌아갈 테고요. 어떻습니까? 나름 폭력보다 화합이 합리적이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대봤는데.”
“…확실히.”
강설은 군집한 오우거의 위세를 보며,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으나 동시에 걱정이 깊어졌다.
상황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강설의 낌새를 눈치챈 건지, 똑똑이가 말했다.
“강설, 앞으로 아군에게 몇 번의 기회가 남았다고 생각합니까?”
“…많아야 한 번.”
“아닙니다.”
“답이 있었군요.”
“예, 답이 있습니다.”
똑똑이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강설. 그가 정답이라 생각하는 기회는 몇 번일까.
강설은 그 답을 떠올렸다.
“…기회가 없는 겁니까?”
똑똑이가 웃었다.
“정답입니다.”
“어째서….”
“연합군이 몬트라로 진격하면서 소모한 힘은 당시 전력의 절반에 달합니다. 온전한 한 번의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지요. 저라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미 지나간 일에 만약은 의미가 없다고 말씀드렸던가요?”
“기회가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는 겁니까?”
“제가 말하는 건 이 시점, 이 상황에서의 기회입니다.”
“이해하기 어렵군요. 나중엔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얘기입니까?”
“말로써 설명하는 것보단, 보여드리는 편이 낫겠군요.”
쿵…
쿵…
똑똑이는 바미온, 그리고 강설과 함께 어딘가로 향했다.
건물 내에 마련된 거대한 공동.
터널과 흡사한 형태이며 서서히 밑으로 파고드는 모양새였다.
“같이 걷지요.”
“…….”
강설은 지하로 들어서며, 물었다.
“…어디까지 이어지는 겁니까?”
“직접 보시지요.”
토굴은 거대했다.
아니, 단순히 거대하단 말로는 표현되지 않을 정도의 크기였다.
열이 넘는 오우거가 횡으로 손을 맞잡고 걸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규모.
‘이건… 군대의 이동을 상정하고 만든 건가?’
똑똑이가 말했다.
“짐승은 냄새에 민감합니다. 우리는 이곳에 자리 잡은 이후, 지금껏 이 지하 통로에 집중했습니다. 이쪽의 바미온 공의 난쟁이들이 가진 토목 지식과 기술이 큰 도움이 되었죠.”
“크하하하! 그렇지. 덩치 큰 녀석들이랑 함께하니 우리도 편했어.”
“그럼…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준비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사막화된 지반을 우회하느라 소모된 시간이 상당했지만 어떻게든 해냈군요.”
쿵…
쿵…
그들은 대여섯 갈래로 나뉜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경로가 달라지는 듯했다.
기이이잉…
바미온이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보석이 박힌 기관 장치를 매만졌다.
철컹…
당장엔,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하하, 조금만 기다리면 되네. 얘기들 나누고 있어.”
강설이 물었다.
“이곳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것 같군요.”
“눈치채실 거라 예상했습니다.”
“…칸. 못해도 그 근방까지는 이어지겠군요.”
“…….”
육로가 아닌 지하로.
어째서 이런 긴 터널을 만들어냈을까.
“우선, 외부 환경에 자유로워야 했습니다. 죽음의 군세가 밀려들 때마다 위협을 받아야 한다면 그 피해가 막심할 테니까요.”
“확실히, 타이몰론에서 칸을 지원하기엔 거리가 있으니까요.”
“그게 아닙니다. 타이몰론이 칸을 지원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게 무슨?”
“두 번째, 이곳이 단순한 지하로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의문을 낳는 대답.
그러나, 강설은 곧 뒤바뀐 지하로의 환경을 마주하자 그 의문을 지울 수 있었다.
기이이이이잉-
철컹…
철커어엉-
“…선로.”
이곳까지, 선로가 이어졌다.
쿠궁…
쿠구구구구구구구구…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이곳에 접근하는 게 느껴졌다.
저 멀리, 빛을 내뿜는 존재.
“맙소사….”
“혹시 저것을 본 기억이 있다면, 더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조금, 크기를 키웠으니까요.”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스으으으으으…
그들의 바로 앞에 멈춰서는 존재.
“카스트랭!”
똑똑이가 웃었다.
“연방 생존자들 일부도 흡수했는데 다행히 그중에 이 기계 장치의 설계도면을 가지고 그곳을 떠나온 자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뭐라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던 것을 집어온 것이겠죠. 아쉽게도 최종본은 아니기에 다소 엉성하고 속도도 불안정할 겁니다.”
“그래도….”
대단하다.
이 카스트랭은, 그 크기부터 입이 떡 벌어졌다. 오우거도 무리 없이 실어 나를 만한 규모.
“타자고!”
똑똑이가 열차에 올라타 손바닥을 내보이며 권했다.
“타시죠.”
“…….”
강설이 열차에 올라타자, 카스트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칸까지는 얼마나 걸리는 겁니까?”
“아직은 이틀. 한 달 내엔 하루 반나절 정도로 예상합니다.”
그것만 해도, 이 전쟁에 기여하는 부분이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강설은 그가 이전에 했던 말이 계속해서 걸렸다.
– 그게 아닙니다. 타이몰론이 칸을 지원할 일은 없을 겁니다.
“아까 전… 타이몰론이 칸을 지원할 일이 없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그건, 아까 전 남은 기회가 한 번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과 이어지겠군요.”
– 제가 말하는 건 이 시점, 이 상황에서의 기회입니다.
– 이해하기 어렵군요. 나중엔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얘기입니까?
똑똑이는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가혹해질 뿐이지요.”
이틀 후.
칸 제국의 수도, 홍연의 왕성 교각.
“큰, 큰일 났습니다!”
“기별도 없이 무슨 일이냐!”
전령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지, 직접 나와보시죠….”
순찰대장이 그 앞에 이끌려 나와 마주한 것은, 검은 남자와 한 마리의 오우거였다.
오우거가 말했다.
“시간이 없다. 우리가 왔음을 이곳의 귀한 자들에게 알려라.”
“히… 히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