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64
제563화
“으아아아아아!”
“밀려나지 마라!”
“위치를 고수해!”
“휩쓸리면 끝이다!”
비수는 여전히, 저항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방어진이 발동 중인 몬트라의 성곽을 뚫고 높게 쌓아 올린 왕성까지 도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강설.”
“…….”
“신호가 떨어졌습니다. 준비하시길.”
강설이 똑똑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준비된, 몬트라 방어진 파괴 계획이 지금 막 시작됐다.
“앞으로 1분.”
휘오오오오오…
강설이 그림자를 그러모았다.
“마법 병단! 방어진을 구축하라!”
“충격에 대비하라!”
1분이라는 시간은 찰나와도 같았다.
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하늘에서 유성들이 나타나 몬트라의 방어진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이이이이이이잉…
때맞춰 전선에 알맞게 구축되는 방어진. 이때만큼은, 강설도 힘을 사용해야 했다.
[환상 절기 : 그림자 성을 사용합니다.]
[성벽, 도개교, 성루, 내성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림자 피조물로 창조해냅니다.]
[피조물은 각기 다른 효과를 가집니다.]
[살아있는 그림자의 경지에 따라 효과가 상승합니다.]
……
쩌저저저적…
솟아오르는 성벽.
강설의 그림자가 최대한 많은 인원의 전면을 감쌌다.
도전자 한 명이 전선에 미치는 영향이 시각적으로도 두드러지게 나타날 무렵, 전략 병기 천벌과 뒤따른 전술 병기 천둥의 빛이 몬트라 상층 대기권을 정확히 강타했다.
“대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방어진과 충돌하며 어마어마한 굉음을 만들어내는 유성.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다면, 청력을 상실할 정도의 충격.
휘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앙!
날아드는 파편이, 그림자로 만들어진 성벽을 계속해서 때렸다.
그것 중 일부는 떨어져 나간 몬트라 성곽의 파편이자, 망자들의 고기 조각이기도 했으며 폭발에 휘말린 암반이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성곽은 함몰되거나 균열이 생겼을지언정 무너지지는 않았다.
엄청난 양의 모래 먼지가 전장을 채우는 이때, 강설은 성벽을 거두어들였다.
휘오오오오오오오…
역할을 충실히 해낸 그림자가 다시 강설에게로 모여드는 광경은 신비롭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했다.
“진격! 진격하라!”
“밀고 나가!”
거병들과 오우거 병단을 앞장세운 보병들이 전선을 몬트라에 가깝게 밀어붙였다.
상대해야 하는 적의 특성상, 기병은 활용하기 까다롭기에 우측 능선의 방비에 배치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는 옳은 선택이었다.
아마도 그들이 이곳에 있었다면 방금의 폭발로 말들이 모두 실신하거나 전의를 상실했을 테니까.
으아아아아아아!
폭발 충격에 나가떨어졌던, 의식 없는 망자들의 시체를 짓밟으며 나아가는 연합군.
죽는 자들도, 죽이는 자들도 사라져가는 생명을 세지 않았다.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모두가 느꼈으니까.
오늘은, 역사상 마지막 전쟁이 될지도 모른다.
두두두두…
전선은 그치지 않고 나아갔다.
깃발을 정신없이 휘두르며, 그것을 몬트라의 무너진 성루에 게양하기 위해.
하나, 모래 먼지가 잦아들자 모두들 꿈에서 깨어난다.
쿠르르륵…
쿠르르륵…
다시금, 쏟아져나오는 망자들도 연합군의 눈살을 찌푸리도록 만들었지만 갑작스럽게 창공에 나타난 거대한 매.
그리고 그 등에 올라탄 기사들.
강설의 안에서, 쌍둥이 기사가 말했다.
– …고원 매 기사단.
– 믿을 수 없어….
“…우측 능선이! 우측 능선이!”
“빌어먹을!”
설상가상.
방비를 나름 철저히 해둔 우측 능선 전선이 붕괴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연합군 좌측 능선은 천둥을 통해 생명이 건너지 못할 지형으로 만들었지만, 우측 능선은 그 방법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방어벽을 깨부술 만한 마력의 총량이 아슬아슬했기에 우측 능선은 병력을 나눠 방비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애초에 이미 전투가 벌어진 상황에서 혹시 대륙 전역에 나누어져 있을지도 모르는 잔류 병력이 몰려온다고 하더라도, 우측 능선에 할애한 병력은 충분히 버텨낼 수 있을 만한 규모였다.
그런데도, 무너졌다.
똑똑이가 능선을 통해 전선으로 합류하는 중인 병력의 규모를 전령으로부터 전해 듣고는 눈을 감았다.
“계산 착오로군요. 우측 능선까지… 이만한 병력이 대체 어디서….”
하나, 이 의문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지금은 이해하려 해선 안 된다.
그럴 시간조차 없으니까.
대응부터 해야 하는 것이니.
똑똑이가 말했다.
“몬트라의 드러나지 않았던 힘이 우리의 예상을 훨씬 웃돕니다. 칸이 애써 장벽에 그들의 군대를 붙잡아뒀는데도 말이지요.”
“…….”
이제는, 강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불사 역시… 대응하겠지.’
그렇다면 전장은 두 도전자의 싸움에 휘말리게 될 테고 반대로 도전자들 역시 잔존 전력에 영향을 받게 될 터.
이는, 전력이 압도적 열세인 연합군 측에게 절대로 좋은 상황이 아닐 것이다.
파아아아아아앙-!
고원 매 기사가 강설을 향해 창을 들이밀자 지상으로 빠르게 내리꽂혔다.
콰지이이이익-!
그의 비대해진 그림자 손이 고원 매를 붙잡아 짓이겼다.
뿌드드득…
핏물과 뼛조각, 그리고 찌그러진 강철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조디악의 마법 병단은 이만한 공중 병력에 대응하기도 버거울 것이고 우측 능선으로부터 치고 내려오는 망자들에게는 연합군이 먹음직스러운 상태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연합군 측에도 아직 한 번의 기회는 남아 있었다.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
“이 소리….”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뿔 나팔 소리가 전장 깊숙한 곳까지 전해졌다.
똑똑이가 강설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말대로군요.”
“…그들이 왔군요.”
후우우우웅…
후우우우웅…
키이이이이익-!
세게 조인 고삐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공중에서 고개를 뒤트는 키쿠이.
“죽여주는 경치로군.”
높새 날개의 두 형제.
[강력한 조력자 ‘겁쟁이 헤카이’가 이번 모험에 등장합니다.]
[강력한 조력자 ‘겁쟁이 헤카이’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조력자 ‘대전사 헤쿰’이 이번 모험에 등장합니다.]
[조력자 ‘대전사 헤쿰’이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두두두두두…
검둥 우레의 그립토 기병대가 전선의 측면으로 급하게 따라붙었다.
[강력한 조력자 ‘짜릿한 웅골라’가 이번 모험에 등장합니다.]
[강력한 조력자 ‘짜릿한 웅골라’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여섯 개의 말뚝을 그려낸 깃발을 거침없이 휘두르며 나타나는 군세.
트롤 부족 연맹이었다.
“맹우여! 다행히 늦지는 않은 건가?”
브론이 그와 멀리 떨어진 강설을 바라보며 물었다.
강설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부족 연맹이 이 전쟁에 아군으로 합류하게 된 것은, 어쩌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강설은 그들이 몬트라 부활의 재앙에 휩쓸려 몰살한 줄 알았지만 전쟁 준비가 끝나갈 무렵, 빙하아귀의 주술 매가 충격적인 소식을 가지고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들은 아직 살아 있고, 몬트라와의 마지막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놀랍게도, 그들은 연합군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그들만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서로가 많은 부분을 공유할 수는 없었다. 강설은 그 즉시 똑똑이와 이 사실을 공유했고 부족 연맹의 존재를 알렸다.
회합 한 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된 계획. 당연하게도 그들의 시작은 같지 않았다.
그러나 어떻게든, 맞닿게 되었다.
[세력 : 트롤 부족 연맹이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
이번 반격에 합류한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후우우우웅…
후우우우우웅…
비취색 용이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나타났다.
그와 함께, 북부의 3대 부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력 : 케시이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세력 : 데키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세력 : 발두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
[강력한 조력자 ‘대지의 후예 탄투이누’가 이번 모험에 등장합니다.]
[강력한 조력자 ‘대지의 후예 탄투이누’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탄투이누는 목에 붉은색 보석을 차고 있었다.
그것은 엄청난 열기를 간직했음이 분명했다.
키이이이이이-!
발두의 비룡은 물론이고, 케시이의 진들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모두 부족 연맹 측이 확보한 비밀 진격로를 통해 이곳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휘오오오오오오-!
“쿠파!”
[강력한 조력자 ‘쿠파’가 이번 모험에 등장합니다.]
[강력한 조력자 ‘쿠파’가 이번 모험에 당신의 아군으로 합류합니다.]
이것이, 판데아 생명의 마지막 여력이었다.
간신히 쥐어 짜낸 힘.
버텨낼 수 있는 힘.
허나 압도할 수는 없는 힘.
앞선 시련보다 더욱 거대한 파도가 온다면, 그때야말로 모두 가라앉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발버둥 쳐야 할 때다.
탄투이누가 소리쳤다.
“내게 오라! 단숨에 성벽을 넘을 것이니!”
탄투이누의 목걸이에서도 소리가 들렸다.
– 많은 병력이 이곳으로 향하는 걸 감지했어요. 어서 움직여야 해요.
강설은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그의 곁에 있는 똑똑이가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
강설의 몸을 번쩍 들어 말하는 똑똑이.
“이 비수가, 검은 제국의 심장을 찌르기를.”
파아아악-!
강설은 탄투이누의 등으로 뛰어올라 자세를 잡고는 순식간에 멀어지는 똑똑이를 바라보았다.
똑똑이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반드시.”
머리가 좋은 오우거는 금세, 눈이 붉게 물들었다.
“후퇴는 없다! 싸워라! 죽음은 가까이에 있다! 이곳은 생명의 최전선이다!”
후우우웅-!
후우우우우웅-!
강설을 태운 탄투이누를 엄호하는 소피아와 쿠파.
제아무리 고원 매 기사단이라도 그들을 추락하게 할 수는 없었다.
탄투이누가 차고 있는 목걸이의 보석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 카렌, 나는 그대를 찾아왔어요.
카렌은 여전히, 강설의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 라진, 넌… 알고 있던 거야?
– 지금에 와선, 의심 정도는….
– 왜… 왜… 말하지 않았어? 난….
– 소리 내어 말하면, 의심이 사실이 될 것 같았으니까요.
– …….
– 그대와 나는… 다르지 않아요. 난… 그래서 그대를 찾아온 거예요. 그대와 진실을 함께 마주하기 위해.
후우우웅-!
후우우우웅-!
성곽을 지나쳐, 몬트라 성 내로 들어서는 비행체들.
동시에 도시 포화 망의 표적이 되었다.
피슈우우우-!
피유우웃!
– 극독이에요. 피해야 해요!
“왕성까지… 최대한 갈 것이다.”
– 무리예요! 그랬다가는….
라진은, 탄투이누의 결심을 눈치챘다.
– 죽을 생각이군요.
후우우우웅-!
쿠파가 영령을 깃들게 해 바람을 일으켜보았지만, 모든 공격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키아아아아아!
“쿠파!”
강설은 밀려오는 고원 매 기사단을 막기 위해 뒤에 남은 쿠파를 바라보았다가, 점차 낮아지는 눈높이를 확인하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라진, 이제 내게서 떠나가시길.”
“…….”
“어서!”
기이이이이잉-!
파아아아아아아아앙-!
소피아가 지상의 망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저공 비행을 시도했다.
파아아앙-!
파아아아아아앙-!
그사이, 목걸이에서 빠져나온 라진의 불꽃이 강설의 주위를 맴돌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추락하는 용.
강설도 자세를 다잡았지만, 완벽하게 착지할 순 없었다.
이곳은 몬트라의 왕성.
거대한 문 앞에 선 강설이 손을 가져가려 했지만, 이건 그의 몫이 아니었다.
휘오오오오오…
어느새 나타난 쌍둥이 기사가 양쪽 문을 밀었다.
강설은 뒤를 보았다.
탄투이누가 미소를 지으며 배웅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라진, 강설, 그리고 쌍둥이 기사가 왕성으로 들어섰다.
밖에서는 죽고 죽이는 혈투가 한창.
저벅…
저벅…
왕성의 회랑은 정말로 길었다.
넷은, 분명 같은 방향으로 걸었으나 어느 순간 나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설은 당황하지 않고 홀로 회랑을 걸어 밝은 공간으로 빠져나왔다.
새하얀 공간에, 긴 탁자가 놓여 있다.
“…….”
긴 탁자의 끝, 의자에는 눈이 맑은 남자가 앉아 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 인사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넌.”
그를 맞이한 건 불사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환영이었다.
“밀란.”
생명의 멸절까지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강설의 마지막 말, 대현자 밀란이 그를 대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