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68
제567화
콰아아아아아앙-!
아득해졌던 정신이, 얼굴에 처박히는 주먹에 되돌아왔다.
어떻게 된 걸까.
지금 무슨 상황이지?
삐이이이이…
…카, 카렌!
고막에 파고드는 이명.
그리고 카루나의 다급한 외침까지.
아, 싸우고 있구나.
우리는 계속해서 싸웠던 거구나.
매미의 울음은, 대체 언제 끝난 것인가.
콰지이이익!
콰지이이이익!
서로의 주먹이, 상대의 얼굴을 가격했다. 레인이 카렌보다 큰 신장을 가졌기에 유리했지만 카렌도 밀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으아아아아!”
“오오오오!”
아…차….
…콰지이익!
의식이 충격에 떠밀려 저편으로 사라진다.
그래. 지쳤어, 이젠.
그녀를 대신하여, 카루나가 힘을 이어받았다.
[밤이 찾아옵니다.]
[달의 기운이 강해집니다.]
[카루나가 환상 절기 : 홀로 떠오른 달을 사용합니다.]
[태양의 기운이 소폭 감소하며 달의 기운이 대폭 증가합니다.]
[새로운 달의 능력이 개방됩니다.]
피슈우웃-!
카루나의 새벽이 레인의 뺨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쳤다.
콱-!
레인의 거검이 그의 손에 다시금 딸려 와 불꽃을 뿜어냈다.
카아아앙-!
“…카렌!”
그녀가 금세 정신을 차리고 전투에 개입했다.
“어째서… 어째서!”
카루나는 황급히 환상 절기의 힘을 거두어들이며 그녀의 기운을 되돌려줄 준비를 했다.
[카루나가 환상 절기 : 으스름을 사용합니다.]
[월광참을 연속하여 사용합니다.]
[월광참의 횟수는 경지에 비례합니다.]
[13번의 월광참을 발출합니다.]
[큰 힘을 소모하여 그 즉시 낮이 됩니다.]
휘오오오오오오오…
콰가가가가가가각-!
쏟아져나오는 무수한 참격.
고오오오오오오…
[레인이 환상 절기 : 뙤약볕을 사용합니다.]
[모든 햇살이 햇볕으로 변화합니다.]
[햇볕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레인이 환상 절기 : 열기구를 사용합니다.]
[시전자를 중심으로 열기의 구체를 형성하여 방어합니다.]
[구체가 부서지지 않으면, 잠시 후 폭발하여 주변에 큰 피해를 줍니다.]
파츠츠츠츠츠츠즛-!
월광참을 막아내는 불꽃.
그리고 곧, 불꽃은 터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크으으으윽….”
파아아아아앙-!
밤을 잃은 카루나에게 쇄도하는 레인.
이만한 공격에 곧장 반격해오는 게 가능할 줄 몰랐었기에 카루나는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그 대응은 그의 누이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카루나!”
파아앗-!
카루나가 살짝 물러나며 자리를 내어주자, 카렌이 그 자리에 비집고 들어와 레인의 공격을 막아냈다.
카아아아아앙-!
카아아아아아아아앙-!
신들린 듯 이어나가는 경합.
대검과 대검이, 불꽃과 불꽃이 맞부딪힐 땐 누구도 피하지 않았다.
카아아아앙-!
마지막 충돌 직후,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왜 말하지 않은 거야.”
“…….”
“좋은 기사가 되라며… 어째서….”
끼긱…
끼기기기기기긱…
그녀는 레인과 검을 맞대고 울었다.
“우리도 데려가 줬으면… 우리도 당신 곁에 함께 서 있을 텐데….”
“…….”
“왜… 왜에에에에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그녀가 연신 불꽃을 터트렸다.
재마저 남기지 않을 심산으로, 계속해서.
“왜… 우리가 싸워야 하는 거야….”
카렌, 그녀가 슬퍼하는 이유는 몬트라가 악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과 카루나가 어째서 그들의 편에 설 수 없었는지를 말하고 있었다.
지금, 선과 악은 혼돈으로 접어들었다.
“카렌… 그리고 카루나.”
“……”
“몬트라의 황혼엔, 좋은 기사가 필요했던 게 아니다.”
레인이 슬프게 미소 지었다.
“강하고 무자비한 악당이 필요했을 뿐이야.”
“그런….”
“훌륭하다. 너희는 기대 이상의 악당이 되어주었어.”
으드득…
레인이 내뱉은 말엔, 일말의 애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혹은, 그 사라져버린 애정마저 연기하고 있을지도.
휘오오오오오오오…
“…그러니, 태양과 맞서라.”
[레인이 환상 절기 : 태양폭풍을 사용합니다.]
[햇볕의 충전량에 비례한 거센 화염 폭풍을 일으킵니다.]
[화염 폭풍은 전방위적으로 발생하며 대상을 계속해서 밀쳐냅니다.]
파직…
대응할 수 없다.
레인에게 모여드는 이 힘은.
실로, 태양의 힘이다.
– 카루나, …떠나는 거냐.
– 레인 경. …맞습니다. 세상으로 나가려 합니다. 제가 모르는, 어쩌면 외면하고 있었을 몬트라가 아닌 또 다른 세상으로.
– 음…
– …저, 레인 경?
– 아, 음음… 그래. 음….
카루나는 명멸하는 빛을 보며 그와 나눴던 작별을 떠올렸다. 그가 기억하는 레인의 마지막 모습을.
– 혹시, 우는 겁니까?
– …울기는 누가.
– 울고 계시지 않습니까?
– 거참… 누가… 음… 티가 났나?
– …이미 한두 방울 수준이 아닙니다.
– 하하… 들켰으니 뭐, 시원하게 울어버리겠다.
그 거구의 사내가, 울었다.
아기처럼 울며 아쉬워했다.
카루나는 지금에 와서 그 눈물의 의미를 이해할 것만 같았다.
그 순간이 작별이라는 걸, 그 눈물이 앞으로의 운명을 받아들인 사내의 눈물이었다는 걸.
악취에 잠식된 길을 걸어가기 전,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찰나였다는 것을.
차마, 그때는 몰랐다.
기이이이이이이이잉-
레인의 내리꽂은 검에서, 엄청난 양의 빛과 열기가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화아아아아아아아아-!
카렌은 이것을 견뎌낼 수 없다.
카루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살아남아야 한다.
이대로 끝나서는 안 된다.
둘은, 불현듯 같은 방법을 떠올렸다.
몬트라가 등떠민 그들의 새로운 삶에서 얻어낸 경험이다.
하나와 하나가 더해져 둘이 아니게 되는 힘.
파츠즈즈즈즛…
태양 폭풍이 잦아들었다.
레인이 초열 속에서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태양의 힘을 견뎌낸 자.
검은 그림자를 휘감은 카렌이,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카렌이 환상 절기 : 황혼을 사용합니다.]
[카루나가 환상 절기 : 황혼을 사용합니다.]
[밤까마귀 형상을 취합니다.]
……
카루나의 그림자가, 그녀를 꼭 껴안았다.
카렌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왕이시여,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소서. 결코… 쓰러지지 않게 하소서.”
이것은, 쌍둥이가 섬기는 왕이 남긴 선물일까.
레인이 그 모습을 보고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파지지지직-!
[레인이 환상 절기 : 뒤집힌 태양을 사용합니다.]
[잠시, 능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능력을 봉인한 대신, 신체의 한계를 초월한 힘을 발휘합니다.]
……
콰직…
콰지이익…
두 기사가 거검을 땅에 박아넣고는 서로를 향해 걸었다.
탓…
그리고 뛰었다.
후우우우웅-!
빠아아아아아아악-!
주먹과 주먹이, 서로의 얼굴을 부수려 했다.
콰지이이익-!
콰지이이이이이익!
콰지이이이익!
이것은 이미 고결한 결투가 아니다.
상대를 죽이고자 함도 아니다.
그저, 살고자 하는 발버둥.
갑주는 온통 오물로 뒤덮인다.
진흙이 침범한다.
– 언제라도 진흙탕에 뛰어들어 엉망진창으로 싸울 준비를 해라. 언제고, 이런 일은 벌어지는 법이니까.
오늘 같은 날에도, 앞에 있는 이 남자의 가르침은 퍽 도움이 되었다.
뜨겁다 못해 언제 증발할지 모르는 열기로 가득한 공간이었지만, 쌍둥이의 마음은 도리어 차갑게 얼어붙고 있었다.
진흙은 어느새 갑주 속으로 흘러들어와 빈틈을 채웠다.
퍼어어억-!
퍼어어어어억-!
“흑….”
“…….”
“으으….”
숨이,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머리까지 진흙 속에 잠긴 것 같았다.
삶은 늪이요, 우리는 길을 잃었습니다.
진흙이 우리의 숨을 빼앗습니다.
태양은 진흙탕을 두려워 말라 말했다.
어쩌면 지난날의 가르침이 오늘의 일을 예견한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쌍둥이는 재회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재회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함께 가져갔다.
콰지이이익-!
콰지이이이이익-!
관성적으로 휘두르는 주먹.
– 카렌.
– …응.
– 진흙 속에서 피어라. 엉망진창인 기사로 남아다오.
카렌은 먼 기억 속에서, 잊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 레인? 뭐 하는 거야? 연못에서?
– …….
– 뭘 보는 거야? 새? 개구리? 벌레?
– 무언가를.
그와 그날 나눴던 대화가, 지금에서 다시 아로새겨지고 있었다.
– 꼭 우리 삶이 진흙 가득한 늪을 허우적거린다는 느낌이다.
– …답지 않게 무슨 소리야?
– 이 진흙 속엔 무엇이 있을까? 이 늪은 시간이 흐르면 무엇이 될까. 넌 어떻게 보냐?
늪은, 그저 진흙과 썩은 수생식물이 메운 혼돈이다.
그녀는 성의껏 답했다.
– 알 수 없지, 운명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 운명이라… 하하! 지금 같은 상황에선, 정말로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다.
– 응? 나 뭐 잘못 말했나?
– 아니, 꽤 적절했다. 밖에서 보게 되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말이다. 만약 네가 저 늪에 가라앉게 된다면 어떨까?
이상한 질문.
정말로 이상해.
– 그래도 똑같아, 숨도 못 쉬고 눈도 못 뜨니까. 죽는 수밖에. 저 끔찍한 늪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걸 저주하면서?
– …그래, 그래서 하는 말이다. 카렌, 네게 해야 하는 말이 있다.
– 해야 하는 말? 뭔데… 무섭게….
태양은 말했다.
– 카렌, 진흙에 잠겨도 눈을 떠야 한다.
– …….
– 앞이 보이지 않아도 반드시 눈을 떠.
–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 어쩌면… 살아남아 이 늪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것을 찾아낼지도 모르니.
콰지이이이익-!
레인이 카렌의 얼굴에 주먹을 꽂으며 거검을 불러왔다.
“불태워 주마….”
후우우우웅…
언젠간 피어나리다.
자비 없는 검을 휘두르며 강철보다 단단한 심장박동으로, 나와 맞서리다.
마침내, 그 향기로 늪을 채우리다.
나의 홍련이여.
후우우웅-!
카렌 역시, 잉걸불을 불러왔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인형극.
화르르르르륵-!
[카렌이 환상 절기 : 해돋이를 사용합니다.]
……
화르르르르르륵-!
[레인이 환상 절기 : 일몰을 사용합니다.]
……
지고 뜨는 태양.
두 태양이 충돌한다.
부서지기 위해, 맹렬하게.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레인의 대검이 부서진다.
카렌의 대검은 튕겨 나가 저편에 처박힌다.
다시금 손에 쥔 건 아무것도 없다. 하나, 왕의 힘은 아직 그녀에게 있다.
휘오오오오오오-!
카루나의 그림자가 검으로 뒤바뀐다.
왕의 힘은 이어졌다.
[카렌이 환상 절기 : 그림자 병기를 사용합니다.]
[카렌이 카루나 : 새벽을 사용합니다.]
[새벽이 모든 달의 형상을 갖춥니다.]
[새벽이 전투 중 쌓은 기운을 일정 범위에 쏟아내 강력한 밤 속성 폭발을 일으킵니다.]
푸화아아아아악-!
검이 갑옷을 뚫고 심장을 부쉈다.
손에 느낌이 왔다.
“…….”
“……”
작별을 머뭇거려선 안 된다.
주어진 시간은 짧다.
“잘… 해낼 거라 믿는다….”
“으… 으흐으으으….”
“너희는… 나의… 자랑 으헉… 이니….”
“가지 마, 레인. 가지 마!”
“끝까지… 굳세게… 연꽃을 찾아.”
“으아아아! 레이이인!”
“아아…. 울지 마라. 좋은… 날이니까.”
그녀의 머리에, 따스한 손이 얹어졌다.
강철 너머로도 느껴지던 그 온기는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이제… 네가, 태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