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7
제56화
강설이 카루나에게 물었다.
“아는 사람이야?”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크윽….”
“왜 그래?”
“끄으으….”
다소 소란이 일었기에 잠을 자던 사령술사가 깨어나려 했다.
“으윽… 뭐, 뭐냐! 경….”
퍼억-!
카루나가 사령술사에게 빠르게 접근해 기절시켰다.
너무 빨라 움직임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강제로 목을 후려친 것 같았다.
“죽은 거야?”
“죽이진 않았습니다.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괜찮아. 안 들켰으면 됐지.”
숨소리가 옅게 들리는 것을 보니 확실히 남자는 살아 있었다.
강설은 다시 서류에 시선을 돌렸다.
– 우리는 확신했다. 이 모든 것이 사자의 진리교가 영생교를 누르고 새롭게 태어날 기회라는 것을. 우리는 그것을 당장에 실행에 옮겼다.
이후로는 사자의 진리교가 취한 행동이 나와 있었다.
– 시체를 강제로 사령체로 부활시키려 했지만, 시체의 거부로 실패. 또한 시체가 사령체로 부활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생명력이 필요했기에 의식 장소를 대삼림까지 옮겨왔다.
하지만, 사령체의 의식이 워낙 강대했기에 사망 선고의 수정을 사용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21명이 수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대주교님께서 직접 들어가시는 방법이 남아있었지만, 만일 대주교님도 되돌아오지 못한다면 그거야말로 교단의 종말이 될 것이기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영생교에 이 소식을 전했다.
그 이후로는 별다른 말이 적혀 있지 않았다.
툭.
강설이 서류를 처음 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침묵에 잠겼다.
‘대강 돌아가는 상황은 이해가 되는군.’
신기루의 사막에서 사자의 진리교에게 발견된 정체불명의 시체.
사자의 진리교는 시체를 사령체로 부활시키려 했으나 그 시체가 품은 힘이 너무도 강력해 대삼림까지 이동해 와야 했다.
또한, 의식은 계속해서 실패했고 21명이나 되는 목숨이 희생되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들어갔을 리는 없고… 강제로 밀어 넣은 건가? 악독한 자식들.’
영생교의 창시자이기도 했던 강설이 내뱉기엔 조금 뻔뻔한 말이었다.
아무튼,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사자의 진리교의 주인인 대주교가 의식을 치르기 위해 온다고 하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차오는 그럼 어디 있는 거지?’
도중에 상황이 안 좋다고 판단해 물러났거나 혹은.
‘수정에 들어간 건가?’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답답한 심정이었다.
강설은 이곳에 온 이후로 갑자기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정체불명의 시체가 카루나를 처음 봤을 때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점, 카루나가 갑자기 기억을 떠올리고 괴로워했다는 점까지.
‘제길… 물러나야 하나?’
강설이 카루나를 흘깃했다.
카루나는 혼란스러워하는 눈빛으로 강설을 바라보았다.
저 눈빛과 마주한 이상, 강설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시체를 확인해보자.”
“예.”
시체의 위치와 수정의 사용법은 서류의 초반부 페이지에 기록되어 있었다.
강설은 사방에 깔린 눈들을 피해, 기록된 위치로 향했다.
쿠르릉…
‘날씨까지 야단이군.’
하필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 곳에 와서, 어둑해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불길한 예감은 계속해서 강해졌다.
–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 하지만 괜찮다. 카루나의 불세출은 존나 사기니까.
– 여차하면 야영지를 터트리면 된다.
경계가 제법 삼엄해졌다.
‘그 사령술사가 깨어나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이곳을 확인하고 빠져나가든, 오히려 더 들어가든.
“카루나.”
끄덕.
카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어떤 조직인지 대강 파악했으니, 굳이 손을 쓰는 것을 피할 필요가 없었다.
스릉-
“누구냐!”
“적… 크헉….”
슈각- 스으윽…
촤아아악-!
카루나는 의식 장소를 경계하는 인원들을 순식간에 처리했다. 그의 빠른 일 처리에 강설마저 놀랐다.
‘무지막지하게 빨라졌다.’
적들의 방어를 무시하고 한방에 도륙하는 그 파괴력도 파괴력이었지만 능력치가 한참이나 상승한 그의 움직임은 도저히 눈으로 좇기가 어려웠다.
‘카루나가 적이었으면 끔찍했겠군.’
적이라면 끔찍했을 거라는 가정은 도리어 아군이기에 든든함을 가져다주었다.
“이곳에 감시 인원은 이들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알겠어. 들어가자.”
의식 장소로 다가갈수록 시체 냄새가 더욱 진해졌다.
강설은 기괴한 마법진이 설치된 장소로 다가갔다.
“이곳이군.”
마법진 위에 말뚝이 세워져 있었다.그리고 그 말뚝 위에는 쇠사슬로 칭칭 감긴 시체가 있었다.
“카루나, 보여?”
“…보입니다.”
“내가 지금 착각하는 게 아니라면, 시체가 입고 있는 갑옷이 네가 처음 입고 있었던 갑옷이랑 크게 차이 나 보이지 않는데.”
“…….”
시체는 여성이었다.
입고 있는 갑옷은 다 부서져 가고 옆에 놓인 검도 부러져서 날이 반 토막 나 있었다. 그런데도 카루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수정에 들어가는 건 일도 아닌데… 문제는 들어가느냐 마느냐다.’
가장 최선의 결과는 수정에 들어가지 않고 차오를 발견하는 것이고, 최악은 수정에 들어갔는데도 차오를 발견하지 못하는 결과였다.
‘어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수정으로 진입하면 육체 또한 수정으로 빨려들어 간다는 것이다. 이곳에 육체가 남아있다면 사자의 진리교에 죽임을 당했을 테니, 이건 그나마 희망적인 조건이었다.
‘수정의 생환율은 시체의 격에 따라 다르다.’
시체가 별거 아닌 존재라면, 되돌아오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만일 시체가 강설의 생각보다 강력하다면 돌아오는 과정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건 강설이 사망 선고의 수정을 다뤄봤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정보였다.
‘만일 시체가 가진 힘이 너무 강력하면 어떡하지?’
물론, 그래도 살아 돌아올 방법은 있을 것이다.
특히나 강설은 강력한 소환수를 둘이나 지녔으니까.
“후….”
강설이 한숨을 쉬며 시체 쪽을 돌아봤다. 카루나가 그곳에 가까이 다가가 있었다.
그런데, 강설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누구… 너는 누구지?”
카루나가 갑자기 혼잣말을 시작했다.
“왜, 왜… 여기 있는 거지?”
“카루나?”
“나는… 나는 누구지?”
상황이 심각해졌다.
카루나의 기세가 갑자기 푹 꺼졌다.
마치, 죽음을 앞둔 것처럼.
“끄으으… 으아아아아아아!”
“카루나!”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볼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강설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카루나에게 다가갔다.
“으아아아아아!”
콰르릉-!
번쩍!
하늘을 수놓는 벼락과 함께, 강설이 손에 쥐고 있던 사망 선고의 수정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사망 선고의 수정이 발동합니다.]
[시체의 정신세계로 이동합니다.]
[‘사령술사들의 비밀 의식’의 주요 내용이 변경됩니다.]
[‘사령술사들의 비밀 의식’이 ‘약속’으로 변경됩니다.]
‘빌어먹을….’
강설의 시야가 순식간에 암전되었다.
그리고 그와 카루나의 신형이 수정으로 빨려 들어갔다.
툭.
쏴아아아아…
강설과 카루나가 있던 자리엔 사망 선고의 수정만 남아 비를 맞았다.
* * *
강설은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것처럼 의식이 조각나는 것을 경험했다.
‘허억… 허억… 집중해야 해.’
갑작스럽게 휘말린 사건이지만, 정신만 바짝 차리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일단 카루나가 진정되면 쟈마드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강설이 정신을 다잡자, 의식이 서서히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카루나!”
“주인님.”
그곳엔 카루나가 서 있었다.
강설은 그가 괴로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안심했다. 그리고 서로 길을 잃지 않고 마주했다는 사실에 더욱더.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아마도, 시체의 정신세계인 것 같습니다.”
“그건 아는데, 내가 말하는 건 위치를 말하는 거야.”
“…….”
그들은 거대한 도시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었다. 도시는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하하하! 그래서 말이야….”
“나였으면 당장 뛰쳐나갔다, 이 얼간아.”
“그래서 우리가 친구 아니겠어?”
수많은 사람이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다양한 복색, 다양한 말들.
문제는, 강설과 카루나는 그들을 볼 수 있었지만 반대의 경우는 아니었다.
그들은 강설과 카루나를 통과해 지나갔다.
‘유령?’
강설은 카루나를 보았고 카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곳, 시체의 정신세계에 유리되었다.
‘불쾌한데… 빨리 빠져나가야겠어.’
강설은 우선, 변경된 모험 내용을 확인했다.
모험 9-1. ‘약속’
당신은 사령술사들의 흔적을 추적했습니다. 그들의 흔적이 곧 차오에게로 향하는 길이기를 바라며.
추적을 통해 알게 된 몇 가지 비밀이 있습니다.
사령술사들이 대삼림에 숨어든 이유는 모종의 계획 때문이었습니다. 강력한 시체를 대삼림의 생명력을 이용해 부활시키려 하는 그들의 계획. 이로 인해 희생된 21명의 목숨.
당신은 이 모든 원인인 정체불명의 시체에 다다랐으며, 의식 도구인 사망 선고의 수정 또한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인지 시체의 정신세계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왔습니다.
당신이 이곳에서 무사히 빠져나가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시체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것. 혹은 시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실패하면 죽음뿐입니다.
목표 : 시체의 정신세계 확인.
현재 남은 시간 「없음」
이제 차오의 얘기마저 언급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목숨을 구하는 게 절대적인 목표가 된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딘지 짐작이 가?”
“기억이… 조금씩 납니다.”
“정말이야?”
“예, 아마도 이곳은….”
카루나가 주변을 둘러보고 확신하듯 말했다.
“제가 자란 곳 같습니다.”
휘이이잉-
치직…
갑자기 세계가 일그러졌다.
사람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왁자지껄하던 소음도 순식간에 없어졌다.
강설과 카루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어마어마하구나.’
혼자서 이런 곳에 떨어졌다면 앞서 희생된 21명처럼 돌아오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았다.
강설과 카루나가 바라보는 광경에 다시 초점이 잡혔다.
‘왕궁?’
꼭, 궁전의 대전처럼 수많은 신료와 기사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거대한 의자가 있었다.
그곳에 빼어난 외모의 남자가 앉아 밑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희가 그 아이들이구나.”
“더러운 출생입니다, 폐하! 노예로 팔려 온 것들에게 어찌….”
“시끄럽다!”
“흡….”
서릿발 같은 음성에 말을 꺼낸 신료가 위축되었다. 황제의 옆에 신비로운 관을 쓴 여인이 말했다.
“고작해야 아이들입니다. 위엄을 거두시지요, 폐하.”
“하하… 그렇지. 내가 실수를 했군.”
“폐하는 실수하지 않습니다.”
“아, 그렇지. 또 실수.”
“폐하….”
“그만 좀 해줄 수 없을까? 도무지 얘기가 진행이 안 되는데.”
신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았다. 황제는 그런 불경에도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천둥 같은 위엄은 어디 갔는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름이 무엇이냐?”
강설의 시선이 황제의 시선을 따라 이동했다.
그곳엔 두 아이가 있었다.
인간과 다르게 생긴 귀, 빼어난 외모. 그리고 학대를 당했는지 곳곳에 든 멍. 잘 먹지 못해 뼈에 달라붙은 가죽.
강설은 아이들을 보다 돌연 카루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의문의 눈초리와 함께.
“맞습니다, 유년 시절의 저입니다.”
“옆은?”
“…….”
두 아이는 답했다.
“이름… 없어.”
“그런 거 없었어….”
황제가 골똘히 턱을 괴고 생각하다 툭 하고 내뱉었다.
“눈이 파란 아이는 카루나, 눈이 붉은 아이는 카렌. 어떠냐?”
“…….”
“싫다고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마.”
카렌은 카루나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둘은 성별은 달랐지만, 쌍둥이였고 그 생김새도 매우 흡사했다.
황제가 그들에게 물었다.
“내게 바라는 것이 있느냐?”
카루나의 뒤에서 머뭇거리던 카렌이 무언가 할 말이 있는지 자꾸만 앞으로 나오려 했다.
“안 돼, 하지 마.”
카루나가 그것을 말렸다.
“왜 그러느냐,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
카루나가 말리는 것을 멈추자, 카렌이 그의 앞에 서며 또박또박 말했다. 여린 목소리로, 표정 없는 얼굴로.
타오르는 눈빛으로.
“죽어줬으면 해. 황제.”
챙-! 채앵!
고작해야 어린아이가 내뱉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의 검이 그 찰나에 뽑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