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77
제576화
– 도망쳐야 해, 유리코.
“무슨… 그게 무슨 뜻이야.”
– 유리코… 제발… 내 말을 들어줘….
유리코의 흐려진 눈이 그의 신을 바라보았다.
아스모돈이 유리코의 손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으윽….”
근육이 욱신거렸지만, 육체적인 통증보다도 유리코가 받은 정신적인 충격이 더욱 거대했다.
“아스모돈… 문제가 생겼다.”
“문제…라고?”
“…성공했어. 우리의 도전이.”
“뭐? 그게 정말이야?”
“신이 존재함을 확인했다. 또한….”
유리코가 슬픈 눈으로 아스모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들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는 것도… 운명은, 존재해.”
“…….”
실험은 성공했다.
신과 운명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호문쿨루스의 행방은?
“유리코… 눈사람은?”
유리코는 아스모돈에게 자신이 보고 들은 모든 현상을 설명했다.
“신이… 된 건가? 말도 안 돼! 눈사람은 호문쿨루스야! 인간도 되지 못한 존재라고!”
“…신이 그렇게 대단한 건가?”
“…….”
“그들이 정말로 위대하고 영광되었기에… 우리를 지배하는 걸까? 모르겠어….”
“유리코.”
“내겐 그가 보여… 내가 저지른 거야… 그가 들려….”
우욱…
우웨에에엑…
마신 술을 토해내는 유리코.
“그게… 너무 무서워….”
입술이 새파랗게 질린 유리코가 절망을 토해냈다.
“운명이 있다는 게, 정말로…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이 전부 그들의 뜻이었다는 게….”
“유리코! 정신 차려!”
“이 모든 게 운명이었을까?”
모든 것은 운명.
“내가 마도사가 된 것도… 아버지를 잃게 된 것도… 그리고….”
그가 아스모돈의 눈을 바라보았다.
“너를 만난 것도.”
“…….”
“모든 게 정해져 있던 걸까?”
– 유리코, 운명이 존재한다는 것, 무슨 뜻인지 몰라?
아스모돈은 그가 다루는 이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운명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순간, 평범한 인간은 삶의 동력을 잃어버린다.
태엽에 녹이 슬어 더는 똑바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유리코.”
“어쩌면 지금 내 안에 생긴 이 불안감도, 신에게서 온 걸까?”
“유리코오!”
“그렇다면 나는 왜… 어째서 존재하는 거지?”
팍-!
유리코의 몸을 붙잡고 뒤흔드는 아스모돈.
“너는 내가 아는 유리코야.”
“…….”
“다른 누구도 아닌, 마도사 유리코라고.”
“…….”
“방법을 찾자. 우선 연구실로 돌아가서….”
그 순간.
데에에에에에에엥-!
시계탑 정상의 종루.
그곳에 마도사들이 나타났다.
의회 소속 마도사들이다.
평상시엔, 크게 서로 왕래하지 않던 자들.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찾았다.”
“너희는 사라져야 한다.”
“우리가 너희의 죄를 벌하겠다.”
뭔가, 이상했다.
이들과는 의례적인 말만 나누어왔을 뿐, 이런 식으로 괴상한 말을 지껄였던 적은 없었다.
후우우우우웅…
운명의 힘이, 신들의 지배력이 유리코에게 보였다.
[슬론이 급물살을 사용합니다.]
[전방에 좁은 범위를 타격하는 급류를 쏘아냅니다.]
[급류의 피해는 경지에 비례합니다.]
공격을 시작하는 마도사들.
곧, 여기저기서 새로운 마도사들이 나타났다.
아스모돈과 유리코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챘다.
“인형 병! 유리코!”
“신들의 농간이야… 빌어먹을….”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한 인간이 일궈놓은 인생을 빼앗아간다.
“가속한다, 아스모돈!”
“…아아!”
파지지직-!
[절기 : 조금 빠른 시계를 사용합니다.]
[시전자와 아군이 짧은 거리를 점멸하는 이동을 계속해서 반복합니다.]
[전방에 장애물이 없어야 하며, 충돌 시 더 큰 피해를 받습니다.]
……
째깍-!
파아아아앙-!
시계탑에서 벗어나 하늘로 날아오르는 두 마도사.
콰아아아아아아앙-!
콰지지지직!
온갖 종류의 마법이, 그들이 머물렀던 지점을 포격했다.
콰지지직…
콰지지지지지지직!
중앙 광장의 시계탑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카곤 제국에 평범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아스모돈, 부탁해!”
[모두 눈을 감아!]간단한 언령.
보다 큰 위력을 발휘하는 문장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 전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었기에.
파지지직-!
[유리코가 절기 : 얇은 초침을 사용합니다.]
[시간의 틈으로 은폐를 시도합니다.]
……
스으으으…
그들이 사라지려는 찰나.
[살라만이 환상 절기 : 하늘의 낙인을 사용합니다.]
[지붕이 없는 곳에서, 대상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일정 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해제할 수 없습니다.]
휘오오오…
달그림자와 함께, 창공에 눈이 생겨났다.
“저기다!”
“빌어먹을, 기관장이야.”
“…싸워야 해.”
“여기서 싸우면, 수도가 무너질 거야!”
“그래도, 해야 해. 알잖아?”
“…….”
파지지지직-!
[환상 절기 : 시간 약속을 사용합니다.]
[예정된 시간이 흐르면, 미리 정해둔 좌표로 전이합니다.]
[전이는 막을 수 없습니다.]
후우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법이 난무한다.
마도는 인류의 발전을 위한 것.
이성으로 다스리고 통제하라.
과도한 욕심은, 결국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 테니.
최초의 마도사 우르가 카곤의 마도사들에게 남겼던 말이다.
그리고 지금,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으아아아아아!”
“너희는 선을 넘었다.”
“질서는 지켜져야 한다.”
콰아아아아아앙-!
인형 병이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유리코와 아스모돈의 경지는 이미, 다른 마도사들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그것을 아는 자는 오직 당사자인 그들과 아마도 유리코의 신인 눈사람뿐.
그러니, 실낱같은 희망이 존재할 것이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파지이이이이익-!
“컥… 어억….”
유리코의 팔에 가슴을 꿰뚫린 마도사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유리코가 눈물로 범벅이 된 채 물었다.
“대체 왜….”
마도사는 절규하듯 말했다.
“나도… 모, 모르… 내가… 왜….”
털썩…
“저기다!”
신들이다.
신들이 유리코와 아스모돈을 사냥하고 있다.
“죽어라!”
[떨어져!]파아아아악-!
“유리코, 달려!”
파지지지직-!
수도가 불탄다.
콰아아아아아앙-!
건물 안에 숨죽이고 있던 사람들은 건물이 붕괴함과 동시에 짓이겨졌다.
피로 물든 밤.
달마저 참혹함에 고개를 돌렸다.
이 세계는 잘못되어 있었다.
후우우우우웅…
“유리코! 대마도사들이야! 이젠 무리라고!”
“시간이… 됐어. 조금만….”
저 멀리서 고함이 들려왔다.
[아스모돈, 유리코 거기 멈춰라.]대마도사는 자신이 무슨 힘을 다루는지도 모르면서 칼날을 쥔 채로 손잡이를 휘둘렀다.
“안….”
아스모돈이 절망했다.
휘오오오오오-!
그들을 향해 엄청난 마력이 퍼부어졌다.
유리코가 하늘을 노려보며 말했다.
“시간이… 됐다고.”
[환상 절기 : 시간 약속이 발동합니다.]
[예정된 시간이 되었습니다.]
[정해진 좌표로 전이됩니다.]
파지지지지직-!
두 마도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허억… 허억….”
“아스모돈….”
“살아 있는 거지? 흐… 흐하하하!”
아스모돈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이곳은 그들의 연구실.
“니에르!”
“어디야! 니에르!”
니에르의 반응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
타닷-!
지하 연구실을 향해 뛰쳐 들어가는 둘.
니에르가 소리쳤다.
“오면 안 돼!”
파지이이이이이익-!
두 마도사가 지하에 진입한 순간, 거대한 결계가 형성되었다.
당장 깨부술 수 없을 것 같은, 정교한 결계.
지하실의 곳곳에서 대마도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애를 먹이는군. 벌레 따위가.”
“…….”
“죽어라.”
스윽…
그들이 손을 앞으로 내뻗는 즉시, 아스모돈이 소리쳤다.
“니에르!”
언령.
[네 마력을 전부 발출해!]파지이이이익-!
니에르의 눈이 푸르게 타올랐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결계가 뒤흔들리며 모든 마도사가 피를 토했다.
“크하아악….”
“커억….”
그것은, 유리코와 아스모돈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리코는 바닥을 뒹굴며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았다. 그러는 동시에, 이 세계가 가진 슬픔을 온전히 감당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딱딱한 연극 무대에 올랐다.
엉터리 각본.
신들의 뜻은, 자비롭지 않다.
신앙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가득 채우는 건 광기와 슬픔뿐.
– 도망쳐야 해… 유리코.
눈사람은 여전히 말하고 있다.
그는 울고 있었다.
목소리에 물기가 진해졌다.
그러나…
어디로.
어디로 간단 말인가?
너는 그 답을 아느냐? 너 역시 모른다.
너는 신을 자처하면서, 어찌 길을 알려 주지 않느냐.
어쩌면 너도 그저 기도할 뿐인가. 그렇다면 참으로…
잘못된 세계다.
– 내가… 내가 힘내볼게. 길을 찾아볼….
길을 찾는 것은 나다.
“…내 삶을 가져가지 마, 나는… 네 소유물이 아니야.”
“유리코, 지금…이야…. 여기서 탈출해야 해.”
바닥을 기고 있던 아스모돈이 말했다.
“니에르를 데리고… 어서… 도망….”
콰직-!
“끄아아아악!”
아스모돈의 손이 대마도사에게 짓밟혔다.
“너희가 저지른 죄는 가볍지 않다.”
“우리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데!”
“감히 시간 선에 흠집을 내다니. 더 문제를 일으킨다면 평의회까지도 올라갈 일이었다. 벌레 주제에….”
팍-!
아스모돈의 멱살을 붙잡고 일으킨 인형이 말한다.
“우주엔, 규칙이 있다. 시간에 손을 대는 건 신조차도 두려워하는 일이거늘!”
“커헉….”
“벌레에겐, 벌레의 삶이 제격이다.”
단도를 움켜쥐는 대마도사.
그것이 아스모돈의 목으로 향한다.
[그 칼로 네 목을 찔러.]운명 마법의 금기.
푸화아아아악-!
대마도사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자신의 목에 들어온 단도를 믿지 못하는 것처럼.
“크헉….”
“우우우우웩….”
핏덩이를 토하는 아스모돈.
아스모돈 역시, 그 반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피눈물을 흘리며 곧 죽음을 눈앞에 뒀다.
“유… 유리코….”
“아스모돈!”
“어…떻게… 해….”
아스모돈이 하늘을 가리켰다.
“누군가… 날… 움직이려… 해….”
인형 병.
그것은 감히 주인 없는 말이 피해갈 수 없는 것.
운명이 그에게 손을 뻗쳤다.
“안 되지… 그럴 순… 없지… 히히히….”
아스모돈.
진실로 자유로운 마도사여.
“너와… 싸우진… 않을 거야….”
아스모돈은 선택한다.
“도망쳐. 유리코.”
“아스모도오오온!”
아스모돈이 시간의 문, 미로를 향해 몸을 던졌다.
운명을 거부한 최후다.
콰아아아앙-!
연구실 문이 부서지는 소리.
위층으로부터 마도사들이 들이닥쳤다.
유리코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스모돈을 집어삼킨 미로를 그 눈에 담으며.
– 수천, 수만 갈래 아니 그보다 더한 조각으로 찢긴다고. 네 전부가 그 안에서 죽어야 비로소 진짜 죽음을 맞이할 거고….
유리코의 옷자락을 끌어당기는 듯한 저항감.
– 유리코! 가지 마! 안 돼!
“놔!”
파아아악-!
유리코는 눈사람의 손길을 뿌리친다.
신의 인도를 거부한다.
– 언제나, 너와 함께할게. 너의 편이 될 거야.
유리코가 미로를 향해 뛰어든다.
미로에 진입하는 순간, 신과의 감응이 끊어진다.
온 살점이 찢어지는 듯한 감각이 먼저 찾아왔다.
도저히 견디지 못할 정도의 통증.
갈기갈기 찢어진다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어떤 감각인지 알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한 고통은 정신적인 한계다.
한 쌍이었던 눈이 수천 쌍이 된 것처럼 다양한 시간을 엿본다.
수많은 소음이 귓가를 파고든다.
심해 속을 홀로 부유하는 공포.
헤엄쳐야 한다.
가라앉을 순 없다.
– 우와, 구리다. 정말 고마워. 진짜 구린 걸 줘서.
– …그렇게 바로 말하기 있어?
과거와 현재가 이곳에 있다.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미래는 없다.
보이지 않는다.
유리코도, 아스모돈도.
미로에 뛰어든 그 순간 이후의 사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어떠한 시간 속에서도.
찾는다.
감응한다.
너라면, 분명히 존재할 거야.
그래! 하나뿐인 너잖아.
유리코, 할 수 있어.
아스모돈이 가르쳐줬는걸.
– 자신을 믿지 못하고 내면에서부터 무너지면, 운명은 그에 가까워져.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찾아야 한다.
시간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아스모돈을 찾는다.
오직 그것뿐이야.
시간 도둑 유리코.
그가 아스모돈의 시간으로 파고든다. 첫 번째 시간에 도달했을 때, 그의 정신이 느낀 시간의 흐름은 매우 느렸으며 무려 수십 년이 지났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어? 유리코?”
“…아스모돈.”
“방금 만났잖아. 이상하다….”
유리코가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손을 뻗었다.
푸스스스…
아스모돈의 시간은 부서진다.
그는 사라진다.
스으으으…
그 대신, 무언가를 남긴다.
조각이다.
그가 수천, 수만 갈래 아니 그 이상으로 찢어진 파편.
꽤 큼지막한 파편이었기에, 이곳에 도달할 수 있었겠지.
…가면.
가면의 조각이다.
그렇다면!
“…찾을 수 있어.”
불가능하다.
아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수십 년이 지나 찾은 것은 고작해야 그의 파편일 뿐. 정신이 먼저 무너지고 시간 속에서 흩어질 것이다.
그러나, 시간 도둑은 자신을 속인다.
시간의 마도사에게 불가능은 없다.
– 좌표가 틀리지만 않았다면 언젠가 도착한다는 거잖아? 도착한다는 ‘사건’이 반드시 발생한다면….
언젠가 이룰 수 있다면.
– 그건, 당장 내일 도착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거야.
사건이 반드시 발생한다면, 그건 이미 그의 손안에 있는 것이다.
헤엄친다, 시간을.
정신은 붕괴한다.
이미 인간으로 규정할 수 없는 존재는 탄생했다.
그러나 심해 속에 사는 괴물이 뭍으로 올라올 수 없듯, 시간의 괴물은 오직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자란다.
하나씩, 하나씩.
조각들을 모은다.
조각을 회수하는 시간은 점차 짧아진다.
그러나 그 역시 길다.
그러나 그 역시 짧다고 생각해버린다.
자신을 철저히 속인다.
시간 도둑은, 그런 존재다.
흩어진 운명론자를 손에 넣기 위해.
육신은 붕괴하고, 그가 머물었던 모든 시간에 발을 들인다.
불가능.
그래, 불가능.
그는 언젠가, 가장 큰 아스모돈의 조각을 마주했다.
“…유리코.”
“…….”
“너, 유리코인 거야?”
“…….”
답할 수 없었다.
유리코, 그는 유리코가 맞는가?
아스모돈은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
가장 소중한 친구였기에, 시간을 표류하는 그를.
그리고 그를 가엾어했다.
“내가… 몇 번째 시간인 거야? 유리코.”
유리코는 그마저 속인다.
“첫 번째.”
세지 않았다.
괴물이 된 후로는.
불가능.
그래, 불가능.
오직 정신만이 시간을 헤엄친다.
아니, 이제는 헤엄친다는 감각마저 사라졌다.
그저… 흐른다.
시간에 물처럼 녹아들어 하나의 흐름이 된다.
관념이 된다.
이제 그는 시간과 다르지 않다.
마침내 모든 시간의 문을 넘어, 그가 손에 얻게 된 것은.
회중시계다.
딸칵.
– 용기 있는 자의 앞날에 행운이 따르길.
딸칵.
– 아스모돈.
시간선 붕괴.
운명의 권위는 무너졌다.
눈사람이 만든 최초의 말, 시간 도둑 유리코.
휘오오오오오오…
미로를 먹어 치운 심해의 괴물이, 인형극이 벌어진 그 날 그 순간으로 되돌아왔다.
“넌… 무슨….”
생기가 없는 눈.
기괴한 마도사가 손가락을 튕겼다.
따아악-!
그 순간, 그를 둘러싸고 있던 대마도사들의 육신이 시간 속으로 흩어졌다.
“유리코….”
니에르가 두려운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유리코가 손에 쥐고 있던 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얼굴에 쓴다.
반쪽짜리에 불과했던 가면은 하나로 맞춰진다.
이제 시간 도둑과 운명론자의 영혼은 하나다.
“난 유리코가 아니야, 니에르.”
“그럼….”
유리코와 아스모돈.
“코돈.”
종말론자 탄생.
“모든 신을 죽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