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81
제580화
강설은 황무지와 흡사한 땅을 차분하게 걸었다.
“…….”
“…….”
탄시아와 우르는 차마 그에게 말을 붙이지 못했다.
저마다의 이유는 달랐다.
탄시아는 강설의 현재 감정을 예측할 수 없어서였고 우르는 그의 감정 변화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이곳에 오게 되는군.”
최초로 하늘에 도전한 자.
낡은 굴레를 벗어던지고,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모든 걸 바쳤던 자.
우르가 걸었다.
사박…
사박…
어떨 때는 자갈이, 어떨 때는 모래가, 어떨 때는 물웅덩이가.
기괴한 땅이다.
걷는 것에 맞춰 지질이 변하는 듯한 느낌.
인간의 눈을 가리던, 나무 혹은 산 그도 아니면 건물들이었던 장애물들이 전부 사라졌다.
비로소 곁에 있는 타인이 보이고 타인의 동공에 자리한 자신이 보인다.
아니, 보일 것이다.
강설은 그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생각에 잠긴 채로, 터덜터덜 걸었다.
그는 불행히도 지상에서 신과 같은 힘을 갖게 되었다.
함부로 사용하진 않았지만, 쌍둥이와 작별한 이후의 그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다.
어째서 코돈이 그가 초신성이 되는 순간을 기다려왔는지, 단 한순간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조금 더 커다랗게 변한 몸은 조금 더 커다란 생각을 하게 된다.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슬프지만, 결코 전과 같이 뭔가 턱 끝까지 차오를 만큼 가슴이 아리진 않았다.
그저, 또 떠나가는구나.
또 혼자 남았구나.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너무 외로워서 외로움마저 느끼지 못하게 된다.
눈사람.
그만 홀로 겨울에 남겨두고, 모두 봄으로 떠난 것일까.
쓸쓸하다.
스윽…
강설의 고개가 위로 향한다.
저 하늘에, 무언가 보인다.
“…저기로군.”
“…….”
“…가자고.”
우르가 강설을 슬쩍 살폈다가 도저히 대화를 나눌 만한 상태가 아닌 것 같아 할 말만 했다.
그들이 본 것은, 허공을 수놓은 계단이었다.
빛이 단단하게 굳어 실체화한 듯한 층계.
그 계단이 시작되는 곳을 향해, 정처 없이 걸었다.
이곳에는, 낮도 밤도 없다.
시간의 흐름 역시도.
세상은 분명 멸망했다.
알던 모든 것들은 물에 잠기거나, 부패하여 쓰러졌다.
그 어떤 말도, 이런 세상을 지나쳐오진 않았다.
저벅…
저벅…
우뚝 서는 강설.
이곳이다.
스윽…
이곳에 하늘로 향하는 계단이 있다.
[주의! 영겁의 계단을 오르면 ‘승천’ 모험으로 이어집니다.]
……
[당신이 이곳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거쳐왔는지, 그 고난을 넘어선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가 되었는지를 굳이 설명할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이곳에 도달했다는 것, 그것이 곧 당신이 위대한 증거이자 이유입니다. 승천에 도전하시겠습니까?]
1. 영겁의 계단을 오른다.
……
계단이 어느 순간, 무지갯빛으로 화려하게 빛났다.
“아….”
탄시아가 나직이 감탄했다.
순수하게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준비된, 그야말로 완성된 자를 위한 계단.
그러나 지금껏, 이 계단의 끝에 도달한 인간은 없었다.
앞에 놓인 이 길을 걸어 천상에 도달한다.
‘그게… 옳은가?’
그거야말로, 진정 바라던 것인가.
강설은 발을 잠시 뗐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건, 단순히 승천을 이루고자 함이 아니었다.
아니, 시작은 그러했을지라도 영겁의 계단 앞에 선 지금은 달랐다.
그는, 수많은 유지를 짊어졌다.
“역시… 아니겠지?”
피식…
강설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자, 우르가 대답한다.
“당연한 말을. 이 계단은 천상의, 약속된 미래를 보여줄 것처럼 존재해왔지만 결국….”
하아…
애달프구나.
“모든 도전자를 잡아먹은 계단이니까.”
모든 도전자는, 이곳에서 좌절했다.
최초로 하늘에 도전한 자는 옆에 있다.
그렇다면, 다른 도전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일단 좀 쉴까?”
“그래!”
탄시아가 배시시 웃으며 강설에게 안겼다.
평온이 찾아왔다.
자리를 펴고, 식사하기도 하며 미뤄뒀던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한다.
그간, 정신없을 정도로 너무 바빴으니까.
– 뭐하냐? 승천 안 하고.
– 시간 더럽게 끄네.
– 수금 타임이냐? 충전해?
이들은 모른다.
강설은 이미 특별한 존재가 되었으며, 지상에서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에게 광기 어린 말들이 보인 게 꽤 오래되었다.
츠즈즛…
가뿐하게 손을 휘저어 관음자들을 물리친다.
[통신 관리 권한을 부여받지 않았습니다.]
……
그러나 그가 디딘 우주는 심판관의 것.
심판관이 그들의 권한을 보호했다.
– 머야, 넷 끊긴 줄;
– 나 방금 화면, 파리처럼 납작해졌었어.
– 그거 예지몽임.
지겹다.
희망을 언급하지 않는 우주는.
코돈이 어째서, 모든 걸 도외시한 채 이 비참한 인형극을 끝내는 것에 몰두했는지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았다.
‘심판관도… 평의회도….’
어쩌면, 그들도 또 다른 누군가의 인형일까?
스으으으으…
갑작스럽게 하늘이 어두워진다.
밤이 찾아온 것은 아니다.
“…어?”
탄시아가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콕 찍었다.
“저거… 뭐가….”
마침내 검은 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설이 기다리고 있던 변화였다.
그가 세상의 끝에 발을 디디게 되면 무언가, 움직임이 있을 거라 예상했었으니.
그렇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그럼, 가볼까?”
“…좋아.”
우르와 탄시아, 그리고 강설은 검은 탑을 향해 움직였다.
사실, 이것을 탑이라고 확신해도 좋을까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했다.
탑이 어디까지 올라가 있는지, 그 정상은 어디인지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
끼이이이이이이익…
쿵.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 문을 닫은 일행.
우르가 중얼거렸다.
“이런 건… 없었단 말이지.”
최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
그러나 지금은 존재하는 것.
스윽…
강설이 탑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군데군데, 먼지가 내려앉았다.
지어진 후, 아무도 찾지 않게 된 탑일지도 몰랐다.
“…….”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탑의 내부는 그리 넓지 않았다.
다만 그 높이만큼은 이곳에서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아득히 뛰어났는데, 신기한 것은 계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높은 탑을 오를 계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저벅…
저벅…
강설이 탑의 전 방위에 놓인 조각상에 다가갔다.
석상은 낯이 익었다.
로브를 입은, 서늘한 인상의 마법사.
후우…
먼지를 후 불어 날려버린다.
– 아즈란.
서리 대공.
“…….”
강설이 차례차례, 다음 조각상으로 건너갔다.
덩치보다 큰, 늘어지는 옷.
앳된 인상.
– 핀 모드리아.
피의 성자.
스으으…
신유가 떨었다.
조각상만 봐도 벅차오르는 것이다.
한쪽 소매가 헐렁한 검사.
조각상의 눈만 봐도, 얼마나 강인한 자였는지가 느껴질 정도.
– 신강.
외팔이 검성.
저벅…
특이한 질감으로 표현되어 그 인상이 흐릿한 남자.
– 고리.
순수혼.
저벅…
특이하게도, 귀여운 새끼 용을 어깨에 얹고 검은 창을 움켜쥔 거한.
– 카-잔.
용 군주.
저벅…
중절모를 눌러쓰고 콧수염을 기른, 음험한 남자.
– 찰리.
찰리는, 찰리다.
저벅…
음침하고 초점을 잃은 눈, 기다란 낫.
– 무기나.
경계.
저벅…
추레한 복색과 그에 맞지 않는 꽉 찬 몸. 봉을 어깨에 기댄 수도승.
– 혜명.
대덕.
저벅…
“…….”
이 녀석은, 만난 적 있다.
아주 기분 나쁜 녀석이자 강설의 마지막이었던 말.
– 밀란.
대현자.
저벅…
그리고 그렇게, 하나 남은 조각상에 멈춘다.
그래, 이렇게 생겼었지.
천진난만한 눈매.
어쩌면 그가 만들었던 말 중, 가장 강력했을지도 모르는 말.
“…너인가.”
그리고, 미워하기도 했던 말.
– 탈리아드.
“불사.”
스윽…
강설의 어깨에 우르가 손을 올렸다.
“없다, 어느 곳에도.”
“…….”
“이곳을 찾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
강설이 말했다.
“이곳에 있어. 분명히.”
강설이 눈을 감는다.
그의 힘에, 우르와 탄시아도 자연스럽게 눈이 감겼다.
속으로 셋을 센다.
그리고 눈을 뜬다.
“그렇지?”
저벅…
저벅…
저벅…
눈을 뜨자, 인기척이 들려왔다.
휘오오오오오오오오오…
전방위를 점하는 엄청난 압박감.
드드드드…
금방이라도 폭발하여 분진을 뒤집어쓸 것만 같은 느낌.
“강설!”
웃고 있는 남자.
과거와 얽혔던 혜명이 강설을 반겼다.
“아니… 아버지라고… 해야 하나?”
강설이 쓰게 웃었다.
신유가 부르르 떨었다.
“…너라면, 이곳까지 오리라 생각했다.”
– …….
외팔이 검성, 신강.
형제들이 죽었다는 걸, 신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신강은 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멋쩍게 웃어주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네가 오기를.”
그것으로, 오직 그것만으로 신유는 위로받는다.
형제들을 미궁에 남겨두고, 홀로 세상으로 뛰쳐나온 그 괴로움을 잊는다.
이곳에도, 그의 형제는 있다.
“우르.”
“…아즈란인가.”
아이와 같은 반응을 내보이는 아즈란. 그리고 피식 웃는 우르.
“어! 어어어어!”
“탄시아, 꼬마 녀석….”
“…어어어어어! 우으….”
“이리 와 안겨라.”
“으아아아앙!”
영체가 된 막투스, 늙은 용이 날개를 펼쳐 그녀를 끌어안았다.
“있잖아, 나! 나! 날 수 있게 됐어!”
“하하하하! 봤다! 이곳에서 똑똑히! 해낼 줄 알았다! 해내고 만 거야! 내가 한눈에 알아봤거든.”
막투스의 영체는 그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아자닉을 추락시켰던 당시의 젊은 몸으로 돌아가 있었다.
“네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용이란걸.”
“막투스가 더 빠를 거야! 그러니까….”
“난 너에 비하면 그렇게 빠르지 않아. 대신….”
막투스가 웃었다.
“노련하고, 강하지.”
“응! 맞아!”
모두가 각자의 재회를 즐길 때, 밀란이 강설에게 다가왔다.
“아버지, 이곳에 도달했다는 건… 모든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겠지요.”
“…….”
“세상이… 생명의 멸절은….”
그렇다.
이들이 이뤘으나, 이들이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계시자인 코돈으로부터 앞으로 다가올 최악의 미래를 목격했기에, 그의 뜻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잘못 끼워진 첫 번째 단추가, 뒤따를 모든 단추를 방황하게 만든다.
“…아버지.”
강설은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뒤돌아보았다.
“…탈리아드.”
“헤… 헤헤헤….”
탈리아드는 강설에게 다가오는 걸 겁냈다.
“내가… 미워?”
“…….”
답할 수 없다.
그가 미운 것인지, 그에게 최악의 선택만을 강요한 코돈이 미운 것인지 그도 아니면… 코돈을 만들어낸 모든 것들이 미운 것인지.
“난….”
“…….”
“너의 존재를… 너의 선택을….”
그 괴로운 선택은, 잘못된 단추는.
“…받아들인다.”
“…….”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여기까지 온 이상, 단추 구멍을 하나 더 뚫어버리는 수밖에.
밀란이 말한다.
“영겁의 계단은… 처음부터 허상이었습니다.”
“…….”
“도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신기루. 층계는 끊어져 있고… 인간은 신이 될 수 없습니다.”
예상했던 대로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도전자가 낙오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뜻을 모았습니다.”
“맞아!”
혜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언젠가 하늘에 도달하기 위해.”
“…….”
“계시자가 아버지가 오리라는 것을… 예언했습니다.”
강설은 눈을 감았다.
예정된 길을 걷는다.
슬픔과 괴로움을 건너.
분노와 외로움을 건너.
“모든 것을 끌어안고, 하늘로 향할 미래를… 우리는 보았습니다.”
탑이 만들어진 이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기 위해.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혹은,
신의 권위에 도전하기 위해.
하늘에 가까이 가기 위해.
“망설이지 마세요, 아버지.”
“…….”
“당신께서는… 해야 하는 일을… 할 뿐입니다.”
강설은 알았다.
유일한, 불투명한 미래로 나아갈 방법을.
이 순간, 어째서 이러한 모습으로 이곳에 존재하는지를.
“우르, 탄시아.”
“……아빠?”
“…때가 된 건가.”
그가 말했다.
“내게 와.”
휘오오오오오오오…
그 말을 받아들인 둘은, 강설의 그림자로 스며들었다.
스윽…
스윽…
전설의 10인이 각자,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단도를 꺼내 들었다.
강설을 빙 둘러싼 전설들.
저건, 무기나의 힘이다.
고통도 없이 육체에 죽음을 내리는 검이다.
“아버지.”
“아버지시여….”
10인은, 눈물 흘린다.
앞둔 죽음보다, 그것을 짊어질 아버지의 괴로움이 두려워서.
“흑… 으흑….”
탈리아드가, 가장 서럽게 울었다.
“하하! 탈리아드! 네가 말하는 게 좋겠어.”
“…내가?”
혜명의 말에 스스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탈리아드.
“그래, 네가 가장 슬퍼하니까.”
“…알았어.”
강설과 탈리아드가 시선을 교환한다.
탈리아드는 말한다.
“아버지, 우리의 아버지. 신들은 우리를 버렸으나 당신은 아닙니다.”
“…….”
“우리는 이제, 그들에게 바라지 않겠습니다.”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우리의 손으로 이루겠습니다!”
후우우…
목 놓아 소리친다.
“승천을 거행하라아!”
푸우우욱…
푸우우욱…
빛나는 검이 심장을 파고든다.
전설들의 육체를 싸늘한 죽음으로 인도하며.
강설을 홀로 존재하게 한다.
외롭게 만든다.
그들은 쓰러져 꿈틀거리며, 말한다.
“온… 세상이….”
“아버지를….”
“섬깁니다….”
세상은 그대의 것이오.
[‘아즈란’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핀 모드리아’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신강’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카-잔’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찰리’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고리’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무기나’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혜명’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탈리아드’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밀란’의 전승이 시작됩니다.]
동시에 스며드는 엄청난 양의 빛무리.
강설이 별을 잡아먹는 우주의 괴물처럼 보였다.
“아아….”
정신이 찢어질 듯하다.
“아아아아아아!”
아득히, 아득히 먼 존재가 되어간다.
그들의 기억이.
그들의 삶이.
그들의 힘이.
그들의 모든 것이.
이제는 강설의 것이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강설의 몸에서 끔찍한 힘이 흘러나왔다.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며.
아직, 아직이다.
아직, 해야만 하는 일이 남아있다.
이 순간 강설이 떠올린 사람은, 놀랍게도 시대 전쟁에서 겨루었던 대가 그레고리였다.
온 세상을 그림자로 만들어, 자신이 거느리려 했던 자.
그렇게 다툼 없는 평화를 이루려 했던 자.
그의 최후가 떠올랐다.
– 그런데, 넌… 뭘 하고 싶은 거냐?
– ……?
– 무엇을 향하는가? 넌, 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려는가?
그는 강설에게 말했었다.
– 하긴… 이제 와 의미는 없겠지. 하나, 결국에 모든 길이 하나로 이어지듯, 네가 선택할 미래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때의 수수께끼는 비로소 풀린다.
– 그래도… 결과가 같더라도… 방법은 네가 옳을지도. 넌….
이제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다.
– 세상을 삼켜버리면 되잖아.
– 말도 안 되는 소리를….
– 푸흐… 넌 언젠가 내가 남긴 말을 떠올리게 될 거다.
그가 옳았다.
– 반드시….
“아아….”
그림자가 찢어진다.
그리고 팽창한다.
콰아아아아아아아-!
탑을 경계로 하여 판데아 전역으로 넘실거린다.
그것은 순환하며 강설에게로 되돌아온다.
저물어버린 생명을 거두어들인다.
그것을 가둔다.
강설, 그의 안에.
이제 그는 곧, 세상이다.
코돈이 그를 선택한 이유.
그가 이곳에 올, 31번째여야 했던 이유.
모든 것을 끌어안을, 영혼의 그릇.
“으으으으으으으….”
터질 듯한 검은빛.
과학은 우주를 의심하여 로켓을 쏘아 올린다.
신앙은 신을 의심하여 하늘로 별을 쏘아 올린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직-!
검은 별의 승천이다.
외로운 별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을 넘어, 삶을 넘어.
마침내.
검은 별이 타오르며 상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