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82
제581화
쿠오오오오오오오…
검은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떠오른다.
이것은 생명의 방주.
신들이 일으킨 대해일.
그것에 반발하여 뱃머리를 하늘로 돌린다.
저주받은 배다.
휘오오오오오오오…
저만치 지상의 풍경이 멀어진다. 그들이 방금까지 존재했던 자리에 물이 차오른다.
검게 오염된, 탁한 물이.
끄아아아아아아아-!
저 검은 물에, 무엇이 도사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초신성이 떠안은 온갖 악이 뒤섞여 비명을 질렀다. 그것이 신앙의 불모지가 된 초신성이 맞이할 당연한 운명이다.
드드드드드…
행성은 그 운명 속에서 비틀거린다.
후우우웅…
추진력을 이어받아, 용군주의 힘을 사용하려 했다.
[환상 절기 : 활공을 사용합니다.]
[승천 과정에서는 대부분의 능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실패.
오직 그 자격만을 증명하여 하늘에 도달해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이 모든 도전자가 마지막 모험에서 고배를 마신 이유일까.
휘오오오오오오…
그래도, 상승은 멈추지 않는다.
검은 탑이 지어진 이유다.
탑이 뻗은 위치까지, 별은 거침없이 상승한다.
휘오오오오오…
[불완전한 승천에 도전합니다.]
……
메시지는 잠시 스쳐 지나갔다.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승천은 생명이 우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잘못된 판단으로 모든 것을 무너트릴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상승을 포기한다.
2. 계속해서 상승한다.
……
치지지직…
치이이이이이이…
강설의 몸이 검게 타올랐다.
뭔가 삐거덕거리는 듯한 감각.
그의 안에, 대현자 밀란이 있다.
그라면 지금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 …무겁습니다.
검은 별은 무겁다.
온 생명의 유지를 짊어졌기에.
모든 것을 끌어안고자 했기에.
별은 날아오를 수 없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라면, 추진력을 잃고 추락할 것이다.
저 시커먼 바다로.
쇠락한 초신성과 함께 사라지겠지.
– …버려야 합니다.
누군가의 영혼을 덜어내야 한다.
쓰임이 다한 추진 기관을 벗어던지며 날아오르는 로켓처럼, 그렇게 해야만 한다.
다시금 윤회하는 것조차 꿈처럼 느껴질 암흑으로 던져야 한다.
그것은 죄악이다.
지금껏 죄악을 저질러왔지만, 당면한 죄악은 생명이 범할 최악이다.
그렇기에, 선택은 무겁다.
기준은?
강설은 이미 하나가 되었다.
그 하나의 기준이 존재한다.
악이다.
악을 떨쳐내는 것이다.
이 그릇에, 검은 녀석들도 올라탔다.
새카만 마음을 가진 자들.
완전히 검정인 자들.
살면서, 살아가면서 살인을 비롯한 온갖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다.
“…….”
강설은 그들마저, 쉽사리 끊어내지 못한다.
곧이어 터져 나오는 음성.
– 아버지! 해야 합니다! 망설이면… 여기까지 해낸 모든 게 물거품이 됩니다! 우리는… 당신은… 해야 합니다!
퉁…
새카맣게 타버린 자들이 무저갱으로 떨어진다.
촤아아아아…
별을 잡아먹기 위해 몸을 일으켜 오는 바다가 그들을 집어삼켰다.
평범한 바다가 아니다.
멸망의 기운이다.
저 시커먼 어둠으로, 그들이 사라진다.
자! 날아가자!
날아가는 거야… 신이 되기 위해.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다.
누군가를 버렸다면, 버리기 시작했다면 짐작했어야만 했다.
날아오르기 위해 버릴, 다음 사람을.
가장 추악한 악을 도려내는 것만으로, 모든 게 끝날 수는 없었다.
또다시, 선택의 순간이 온다.
츠즈즛…
츠즈즈즈즈즛…
빛의 꼬리가 약해진다.
불똥이 튀며 명멸한다.
강설은 있는 힘껏 몸을 뒤틀어보지만, 소용없었다.
짊어진 이들은 그의 욕심이다.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았던 만큼, 꽉꽉 채워 하늘로 향한 대가다.
다시, 누군가의 영혼을 버려야 한다.
새카만 자들은, 여전히 있다.
투우웅…
탈락.
부족했다.
다시 선택.
조금 옅어졌지만, 검은 자들은 있다.
투우우웅…
탈락.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추락하는 검은 인간 중에, 몇 번이고 보았던 얼굴들이 있다.
아자닉.
진.
레인.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닮았다.
몸은 점차 가벼워진다.
선택은 괴로웠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그렇다면 이젠, 누구를 버려야 하는가.
여전히 말단은 검다.
아니, 아마도 영원히 검을지도 모른다.
잘라내고 잘라내도, 누군가는 악의 위치에 설 것이다.
다행이다.
강설의 그릇에 자리한, 새하얀 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다행이다.
나를 대신하여, 저 무저갱으로 떨어질 자들이 존재하다니.
그건 참으로 다행인 일이야.
나는 버려지지 않을 거야.
그러나 그들은 확신해선 안 된다.
언젠가, 그들의 차례가 올지 모른다.
츠즈즈즛…
츠즈즈즈즛…
다시금, 별이 활력을 잃는다.
이내 상승을 멈춘다.
표류한다.
부유하지만 상승하지 않는다.
멈추고 마는 것이다.
하늘도, 대지도 아닌 이곳에.
인간도 신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다. 결국, 모든 일이 어그러지고 만다.
하나가 된 강설.
세계는 깨닫는다.
이대로는… 하늘에 오를 수 없다.
무엇을 버려야, 하늘에 오를 수 있는가.
대체, 무엇을 버려야….
고심하던 밀란이, 힘겹게 입을 떼려 했다.
– 아버지….
강설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때, 공간을 장악하는 음성.
“강설.”
말소리가 빠져나온다.
그럴 리가 없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하나에서 분리된 자는, 별과 융화하지 못한다.
세계가 아니게 된다.
무저갱에 떨어진, 검은 자들과 같은 처지다.
마도사가 말한다.
“이 같은 일을… 나는 이미 오래전에 경험했다. 그러니까 난 이 너머가….”
그는,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승천하지 않기 때문에.
“별로 궁금하지 않아.”
짜아아아악-!
손뼉이 부딪히는 순간,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발생한다.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숨을 다한다.
[그간 이어져 온 선택의 결과로, 하나의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종장 ‘어른은 담장 너머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로 이어집니다.]
종장 ‘어른은 담장 너머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당신은 시초의 마도사의 운명을 목격했습니다.
그는 이 땅의 생명에게 최초로 불을 건넨 사내입니다.
그가 살아온 생애는 거침없었으며 질풍과도 같았습니다.
오판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후회를 경계했습니다.
하지만, 온기를 잃고 방황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당신은, 기꺼이 그에게 옆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차갑기만 하던 얼음은 한때, 당신을 단단하게 지탱했으며 적을 꿰뚫을 무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여기까지, 당신의 곁에 머물렀던 것입니다.
이제 그는 녹아 없어지려 합니다.
이 순간부터, 별의 숨결엔 그가 존재할 것입니다.
당신을 위해, 얼음은 홀로 봄을 맞이합니다.
【우르으으으으!】
여기, 말할 수 있는 한 존재가 더 있다.
별의 검이다.
비탄은 이제 슬픔을 슬픔으로 인식하고 기쁨에 기뻐할 줄 알았다.
비탄은 슬퍼하고 있다.
– 흠… 흠… 내가 선배인 거 알지?
– …뭐?
– 거 있잖아. 그… 아무튼….
그의 시작을 함께했기에.
– 함께 저 자식을 타락시키자고. 네가 돕는다면 금방 해낼 수 있어.
어른은, 어른이 해야 하는 일을 한다.
“…선배, 녀석을 부탁해. 그리고 강설, 이 세상에 신이 존재한다면… 그건 너여야만 한다.”
끄으…
우르의 몸이 부풀어 오른다.
콰지지지지직…
살갗을 찢고, 그 마력은 팽창한다.
담장 너머를 궁금해하는 아이를 위해, 앞이 보이지 않게 되겠지만 목마를 태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한 인간이 발휘한, 경악할 만한 마력 폭풍.
휘오오오오오오오오…
마력은, 일순간에 공간을 장악.
검은 별이 다시금 불을 뿜게 한다.
파츠즈즈즈즈즛-!
하늘로 솟구친다.
강설은 이로써 가장 가까운, 전우를 버렸다.
이제, 배는 가벼워졌지만 파도에 쉽사리 휩쓸린다.
상승하기 위해 계속해서 승객들을 바다로 내던진다.
검은 녀석들.
검은 자식들.
검다면… 던진다.
그것으로 중심을 다잡는다.
한쪽으로 쏠린 방주는 연달아 승객들을 떨어트린다.
쏟아진다, 검은색들이.
바다에 검은 비가 내린다.
그렇게 신이 되려 한다.
파츠즈즈즈즛…
그러나, 다시금 힘을 잃는다.
대체 얼마나…
얼마나 아파해야, 하늘에 닿을까.
어떻게 하면 신이 될 수 있는 거야?
그만큼 잃었는데, 또 손을 내밀다니.
콰지이익-!
강설이 숨을 돌리기 위해, 부유물을 붙잡는다.
“…….”
상승 중단.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강설은 부유물에 쪼그려 앉았다. 아무도 그를 재촉할 수 없었다.
하나의 뜻을 겁냈다.
하나가 검은 것을 도려내려 한다면, 누구도 안전하지 않았다.
영혼은 버려질 것이다.
그렇기에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의 희생을 바라며.
더, 더.
덜어낼 것이 남았나?
하나 안에 존재하는 많은 의문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네가 검을 거야.
너, 검은 것에 닿았다.
검잖아!
추려내고 있다.
다음에 타오를 자를.
그 순간.
우직…
우지직…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강설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마도사가 일으킨 마력 폭풍은, 강설이 올라선 부유물 말고도 수많은 부유물을 만들었다.
그것을 붙잡고 올라온 것은 버려진 검은 자들이었다.
하나의 안에 남은 자들은 경계했다.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우직…
우지직…
부유물들은 서로를 끌어당겼다.
검은 자들은, 하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곳에 그들의 자리가 없음을 알았다.
때문에, 검은 자들끼리 손을 잡았다.
손에 손을 잡고, 머리에 발을 얹었다.
또 하나의… 탑이 만들어지고 있다.
승천 과정 중 마주한, 두 번째 검은 탑이다.
버려진 자들이기에, 승천할 수 없다.
그들은 말한다.
“올라가….”
“우리를… 밟고….”
“어서… 무너지기 전에….”
강설이 검은 탑을 향해 몸을 던졌다.
탑을 타고 오르며 그것을 지탱하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역시나, 아는 얼굴들이 보였다.
브론.
그는, 히죽 웃는다.
치우도, 신요도.
여명도, 한소미도.
이곳에 있다.
어째서.
내가 짊어진 새하얀 것들은 그렇다면… 누구인가?
의문을 접는다.
하늘에 닿아야 한다.
오직, 하늘에!
우지지직-!
탑의 끝에 도달하며, 탑은 무너진다.
상승을 꾀하는 누군가.
파지지지직-!
강설에게 검은 날개가 만들어졌다.
– 탄시아! 안 돼!
막투스가 소리쳤다.
이곳에서 억지로 힘을 사용하면, 우르와 같은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검은 날개는.
“아빠를 부탁해.”
그것을 각오했다.
안다, 그녀가 아니라면 저 빛으로 도달할 수 없다는 걸.
[그간 이어져 온 선택의 결과로, 하나의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종장 ‘타버린 날개’로 이어집니다.]
종장 ‘타버린 날개’
당신은 검은 용의 운명을 목격했습니다.
그녀는 긍지 높은 용의 자손이며, 당신과 깊은 교분을 맺은 관계입니다.
가장 빠른 생명.
그리고 가장 여린 생명이기도 했던 그녀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 강해졌습니다.
당신의 품을 벗어난 그녀는, 자유롭게 세상을 가졌습니다.
그녀는 당신이 가장 어려울 때, 용기를 냈습니다.
날개는 하늘로 향합니다.
끝내 타버릴지언정, 당신을 그곳에 닿게 할 날개입니다.
【하하하! 으하하하하하!】
비탄이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하나가 가속하며 하늘로 오른다.
바람은 불지 않지만, 염원하는 바람으로 날아간다.
츠즈즈즈즛…
그리고, 닳아 없어진다.
닿을 수 없는 것에 닿으려 한 대가다.
강설은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새하얗게 물들었다.
검은 것들을 모두 도려냈다.
이제, 태울 것조차 남지 않았다.
파아앗…
그가 손을 뻗는다, 빛을 향해.
* * *
드드드드드…
“무슨….”
“벌레 놈들이!”
천상의 신들은 번영했다.
팔아넘긴 생명의 값어치만큼, 그들은 힘을 가졌다.
그리고 떠날 준비를 마쳤다.
불모지가 된 세계를 저버린 채로.
한 인간에게 오염되었던 하늘이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빛기둥이 솟구친다.
위치는….
“설마….”
“놈이….”
수많은 신이, 한동안 굳게 문을 닫아두었던 장소의 문을 연다.
쿠궁…
끼이이이이이이익…
그곳의 문을 연다.
“…….”
가면을 쓴 남자가 앉아있다.
반쯤 깨진, 눈사람 가면.
“너… 너….”
“이러….”
눈사람 가면을 쓴 남자가 중얼거렸다.
“이곳을 좋아했다.”
“…….”
“꿈속에서 보았던 세계. 내 뜻대로, 거느릴 수 있는 세계.”
“스노우맨!”
“…다시금 이곳에 오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경험해야 했는가.”
그는 손에 쥔 것을 꽉 움켜쥐었다.
눈사람 모양의 말.
“내 차례, 말을 움직인다.”
스으윽…
강설의 손이 옮겨갔다.
콰지이이이익-!
“…….”
눈사람의 형상을 한 말이 게임판의 하늘을 내려찍었다.
츠즈즈즈즛…
말이 게임판에 박혔다.
하늘을 짓밟았다.
이것은 선전포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시하는 것이다.
“신들이여….”
스윽…
그가 깨진 가면을 서서히 벗었다.
새하얀 남자가 있다.
그 동공마저, 새하얗게 질려버린 남자가.
“내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