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62
제61화
갈리파가 쏘아낸 기운은 끔찍했다.
사람의 얼굴 같은 잔영이 맺힌 소용돌이는 갈리파를 저주하며 카렌에게 쏘아졌다.
“흣!”
카렌도 그 음험함을 느꼈는지, 재빨리 회피하려 했다.
하지만.
촤아아아악-!
그녀의 갑옷에 소용돌이가 꺾이며 적중했다.
“으윽….”
“흐흐… 소용없다! 원한의 기운은 죽은 자가 회피할 수 없으니까.”
갈리파는 사령술사답게, 시체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푸스스스…
카렌의 갑옷은 그나마 멀쩡했지만, 그녀의 피부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어딜!”
화르르륵-!
[카렌의 긍지가 발동합니다.]
[짧은 시간, 피해의 대부분을 무시합니다.]
카렌의 몸에서 불꽃이 일어 부정한 기운을 태우려 했다. 하지만 원한의 소용돌이는 끈덕지게 그녀에게 달라붙었다.
“자, 네 몸은 이제 잠시 후면 조각날 것이다! 크흐흐… 그 후엔 귀찮지만, 이 늙은이가 네 몸뚱이를 다시 맞춰주마.”
갈리파가 그렇게 말하며 강설을 쳐다보았다.
“자! 마무리하시지요.”
“끝난 것 아닙니까?”
“저자가 부패에 저항하면 단시간에 승부가 나지 않습니다. 그 안에 원한이 사라지면, 다시 날뛸 겁니다. 뭐, 그래도 한 번 원한에 적중됐으니 시체의 부패가 진행되긴 할 것 같지만.”
“…알겠습니다.”
강설이 카루나를 쳐다보았다.
카루나가 결연한 눈빛으로 카렌에게 돌진했다.
후아아아앙…
숨결이 카렌에게 휘둘러졌다.
강설은 마침내, 카렌을 베었다고 생각했다.
카아앙-!
하지만, 그녀는 끈질겼다.
부패에 저항하며 문드러져만 가는 몸을 붙잡았다.
“여전히 너는… 대답이 없구나.”
“…카렌.”
“약속을 지키지 않은 형제여, 제국을 버린 이여.”
“카렌, 모두 설명해주마. 황제는 죽었고, 몬트라 제국은 이미 무너졌다. 새로운 세상이 왔다.”
“무너져? 몬트라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정신 차려라! 이미 우리의 시간은 끝났어! 우린… 죽었다.”
“흐흐… 그래, 나는 죽었다. 하지만, 제국은 살아있다. 아직, 아직 여기 있다….”
강설은 순간, 서늘함을 느꼈다.
이토록 뜨거운 불길이 가득한 장소에, 어째선지 서늘함이 감돌았다.
‘아니, 서늘한 게 아니야.’
불길한 거다.
그는 자신의 감을 대체로 믿었다.
그 순간, 카렌이 표정이란 것을 지었다. 그녀가 웃었다.
그리고, 생전의 그녀로 되돌아왔다.
말투도, 버릇도, 기억도, 전부. 그리고 힘까지도.
“내 안에, 제국이 살아있어. 나는 아직, 몬트라의 기사야.”
강설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카루나아! 피….”
“무슨….”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삐이이이이-
이명이 전해질 정도로 거대한 폭발.
강설은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했고, 이는 갈리파도 마찬가지였다.
“맙소사… 이럴 수가… 내 마법이….”
[카렌의 막판 뒤집기가 발동합니다.]
[모든 상태 이상과 현재까지 받은 피해를 나중으로 유예합니다.]
[잠시 뒤에 유예된 피해량과 상태 이상은 2배의 지속시간과 강도, 그리고 피해량을 가집니다.]
[‘다 타버린 자’의 주요 내용이 변경됩니다.]
[‘다 타버린 자’가 ‘잔불’로 변경됩니다.]
갈리파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횡설수설했다.
“원한이… 사라졌다고?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카루나는 새까맣게 그을렸지만, 다행히 무사했다.
폭발은 단순히, 카렌이 힘을 되찾은 데서 온 충격파였기에 주위에 미친 파괴력은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제 정해진 시간 동안은 그녀가 부패하지 않을 테니 시간을 끌며 마무리를 하겠다는 강설과 갈리파의 계획은 수포로 되돌아갔다.
이제 사냥꾼과 사냥감이 뒤바뀌었다.
아우우우우우-!
[늑대의 경고가 발동합니다.]
[착용자는 현재 위험한 상황입니다.]
카렌이 힘을 되찾자, 강설이 키보에게서 얻은 늑대의 경고가 발동했다.
굳이 두 번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무척 위험한 상황이었다.
모험 10-1. ‘잔불’
고대의 기사 카렌.
그 영예롭던 홍련의 기사가 다 타버린 채 당신의 앞에 서 있습니다. 하나, 그녀는 아직도 답을 구하려 합니다.
대주교 갈리파는 끈 떨어진 사령체 상태의 그녀에게 회심의 일격을 가했고, 그녀의 부패는 가속화되었습니다. 결코 그녀를 꺾을 수 없을 거라 예상했던 당신은 뜻밖의 상황에 기회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절반도 남지 않은 힘으로 부패의 권능을 밀어내었고 결국 그녀의 파멸은 잠시 뒤로 유예되었습니다.
이제, 상황은 아까보다 더 단순해졌습니다.
그녀에게 죽든가, 혹은 그녀의 파멸이 다가올 때까지 생존하든가.
목표 : 5분 동안 생존
현재 남은 시간 「04 : 37」
‘위험해!’
이성이 없는 사령체와는 달리, 지금의 카렌은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로웠다.
그녀가 가진 능력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했고, 대체 얼마만큼의 힘을 뿜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오직,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살아야 한다. 남은 시간 동안!’
무슨 수를 써서라도 4분여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뿐.
갈리파는 당황한 와중에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떠올렸는지, 강설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것뿐이겠군. 킨데릭 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남아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바로 이것입니다.”
푸스스…
갈리파가 순식간에 급속도로 쭈그러들었다. 그는 마치 수명이 줄어든 듯이, 아까보다 더 늙었다.
임종을 앞둔 노인처럼, 그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모두… 죽을 겁니다.”
[갈리파가 특수 능력 : 시체의 밤을 사용합니다.]
[갈리파의 수명이 줄어듭니다.]
[일정 반경 내의 모든 시체가 일어납니다.]
[시체들은 갈리파를 위해 싸웁니다.]
[시체들은 생명체와 닿으면 폭발합니다.]
[시체들은 충격을 받으면 폭발합니다.]
우드드득… 우드득…
갈리파의 손짓에 마치 선율이 바뀌는 것처럼, 시체들이 일어났다. 갈리파에게 죽은, 카렌에게 타버린 시체들이 서서히 고개를 돌려 카렌을 바라보았다.
“그으으으어어어….”
“으으으으….”
수십 개의 걸어 다니는 폭탄이 일어나자, 갈리파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그리고 선언했다.
“모두 죽여라.”
그의 말에 맞추어, 시체들이 돌진했다. 불타오르는 카렌, 그리고 강설에게까지.
강설은 그다지 당황하지 않은 기색으로 갈리파에게 소리쳤다.
“대주교!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갈리파는 그런 강설의 담대한 태도를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숨겨진 속내를 드러냈다.
“흐흐흐… 모를 줄 알았나? 교령도 모르는 얼빠진 사자가 영생교처럼 지독한 곳에 몸담고 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네 쓸모는 여기까지다. 그녀는 나의 것이야!”
일어난 시체 대부분이 카렌에게 향했고 몇 구의 시체만이 강설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이 정도만으로도 소환수와 떨어진 얼빠진 소환사 정도는 제압할 수 있다고 여긴 것 같았다.
“유감이군, 갈리파. 나는 우리가 더 오랜 시간 함께할 줄 알았는데.”
“웃기지도 않는구나! 어서 시체들과 한 몸이 되어라!”
“네 생각이 그렇다면야. 그런데 시체들과 한 몸이 되는 건 내가 아니야.”
말을 하는 사이, 시체들이 강설에게 거의 도달했다.
강설은 고개를 숙이고 갈리파에게 말했다.
“너지.”
“흥! 입만 살았구나!”
후우웅…
휘리릭-!
갈리파는 강설이 시체와 함께 폭사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만큼, 이 능력에 자신이 있었고.
그런데 강설의 손에서 검은빛이 퍼져 나오자 가장 앞장서서 강설에게 향하던 시체가 갑자기 키가 커졌다.
“그어어어….”
시체의 머리 위에는 거대한 손이 얹혀 있었다. 그 손이 시체의 머리를 잡고 들어 올린 것이다.
“쟈마드, 부탁한다.”
“꽉 쥐지만 않으면 그림자인 내게는 터지지 않는 거군. 알았다.”
[쟈마드가 바위 갑옷을 사용합니다.]
[산의 주먹의 특수 효과가 발동합니다.]
[스노우맨이 바위 갑옷의 효과를 받습니다.]
“하, 한 녀석이 더 있었나? 저만한 괴물이 또 있다고? 이, 이런… 돌아와라! 이 몸을 지켜라!”
“그으으으어어어….”
카렌에게 향하던 시체 무리 중, 맨 후열의 시체들이 갈리파를 향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꽤 거리가 벌어진 직후였다.
쟈마드와 강설이 갈리파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번쩍-!
쟈마드가 시체를 번쩍 들어 올리고.
후우웅-
어딘가로 내던졌다.
콰아아아아아앙!
[시체가 폭발합니다.]
[폭발 반경을 부식시킵니다.]
결과적으로, 쟈마드라는 패를 숨긴 강설의 판단은 옳았다.
섣불리 강설에게 이빨을 드러낸 갈리파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아, 안 돼. 오지 마!”
쟈마드가 시체들을 저편으로 내던지며 달려오자, 갈리파는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치려다 넘어졌다.
강설이 시체의 사정권에서 벗어나자 한숨 쉬며 말했다.
“네 쓸모는 여기까지다, 갈리파.”
“아니야, 그만! 하지 마!”
“쟈마드.”
쟈마드가 어느새, 갈리파의 앞에 서서 한쪽 발을 들어 올렸다.
“좋은 꿈 꿔라, 늙은이.”
“안 돼에에에!”
콰지이이이익!
[대주교 갈리파를 처치했습니다.]
[업적 ‘건너 건너 아는 사이’를 달성합니다.]
[칭호 「사기꾼」을 얻습니다.]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강설은 갈리파를 제거하자마자 카렌을 돌아봤다.
[술자가 사망하여 모든 시체가 폭발합니다.]
[폭발 반경을 부식시킵니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나며 다시 한번 대삼림을 뒤흔들었다. 카루나는 다행히, 시체들에게 노려지지 않았기에 약간 떨어져 폭발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위력이군.’
갈리파의 특수 능력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였다. 문제는 그만큼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강설은 그의 악랄함을 상기하며 카렌의 상태를 확인했다. 갈리파의 끔찍한 힘이 그녀의 기세를 조금이라도 누그러트려 줬기를 바라면서.
화르륵…
“…말도 안 돼.”
카렌은 멀쩡했다.
아무리 막판 뒤집기라는 능력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이만한 피해를 견뎌 내다니.
강설은 순간, 아까 떠올랐던 문구를 기억해냈다.
[모든 상태 이상과 현재까지 받은 피해를 나중으로 유예합니다.]
‘모든 상태 이상이라면… 설마, 사령체 페널티도 사라진 건가?’
가진 힘의 절반을 봉인하는 사령체 페널티. 카렌은 그마저도 잠시 지워버렸다.
그것이 의미하는 사실은 명확했다.
‘이건… 못 이겨.’
강설이 기지를 발휘해 야영지를 몰살시키고 카렌에게 피해를 주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의 계획은 전부 불투명해졌다.
힘을 되찾은 카렌을 남은 시간 동안 막아낼 수 있을까.
강설은 그것이 불가능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그때, 카루나가 카렌에게 말을 걸었다. 모든 상황이 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도주하는 것이 차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뜻밖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카렌, 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거짓말하지 마! 몬트라를 버렸으면서 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아니, 사실이다. 나는 그날, 황도로 향하고 있었다.”
“이 배신자!”
콰아아아앙-!
[카렌이 홍련참(紅蓮斬)을 사용합니다.]
카렌의 반절만 남았던 검에서 불길이 크게 일었다. 카루나도 지지 않기 위해 달빛의 힘을 응축했다.
[카루나가 만월참(滿月斬)을 사용합니다.]
파지이이이이익-!
둘의 충돌 이후, 당연히 밀려난 쪽은 카루나였다.
한데, 그 충돌이 묘했다.
콰아아앙-!
“크윽….”
카루나는 카렌의 기세에 짓눌리긴 했지만, 회복할 수 없는 엄청난 타격은 받지 않았다. 이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강설은 어떤 가정을 세웠다.
‘카렌이… 망설이고 있어?’
능력치와 능력의 차이가 나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밀려나는 게 정상이었다. 아마도 카렌이 지금 당장 검을 휘두른다면 카루나의 목 정도는 얼마든지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의 목적은 우리의 죽음이 아니다!’
강설은 그렇게 결론 내렸다.
“약하다. 카루나. 너무 약해져 버렸어. 제국을 버리고 택한 세상이 널 이렇게 약하게 만든 것일까?”
“으윽… 나는 제국을 버리지 않았다.”
“그만! 그만! 끝까지 거짓말을 지껄이다니! 넌… 넌….”
후우웅-!
대화를 나누는 사이, 쟈마드가 빈틈을 노리고 카렌에게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그건 무의미한 휘두름이었다.
카렌이 몸을 회전시켜 보이지 않는 속도로 쟈마드를 걷어찼다.
콰아아아앙-!
콰지직…
“커헉…. 무슨 힘이….”
쟈마드가 카렌의 발차기에 튕겨 나갔다.
덩치는 2배 넘게 차이가 나는데도 카렌의 근력은 그런 쟈마드를 날려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역시, 죽이지 않았다. 강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강설 일행을 살려줄 생각인 것 같았다.
“왜 끼어드는 거지? 카루나가 네게 뭐길래?”
“크흐흐… 쇳덩이 괴롭히지 마라…. 아니면 나도 같이 상대해 보시든지. 이 괴물아.”
“괴물? 내가?”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유예된 파멸이 다가왔다.
[카렌의 막판 뒤집기의 효과가 종료됩니다.]
[누적된 모든 피해와 상태 이상이 배가 되어 찾아옵니다.]
푸스스…
카렌의 동공은 다시금 희미해졌다.
그리고 그녀의 피부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