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79
제78화
[열두 번째 모험이 시작됩니다.]
[모험 12. 잠이 드는 약]
모험 12. ‘잠이 드는 약’
당신은 노비라에서 사라진 후, 행방이 묘연했던 그림자 소환사 차오와 접촉했습니다. 저간의 얘기를 듣고 보니, 그녀는 콩고리로 돌아갈 의지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부탁을 거절하지는 않았습니다. 바빠 보이는 그녀가, 그늘 협곡으로 향하는 당신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해왔습니다.
그녀의 진정한 정체는 그림자 소환사 중 한 손에 꼽히는 강자인 그레고리의 마지막 제자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서 진실한 배움을 얻어내기 위해 당신은 지금, 두루마리에 적힌 장소에 와 있습니다.
당신은 그녀가 지시한 일을, 성실하게 끝마쳐야 할 것입니다. 그녀에게 단 한 줄의 배움이라도 얻기 위해서는 말이죠.
목표 : 두루마리에 적힌 목표 달성.
목표 달성 실패 시 차오의 호감도 하락.
현재 남은 시간 「약 30일」
‘이번에도 꽤 시간이 주어졌네.’
장기 모험을 연이어 돌파하면, 정신적으로 상당히 피로했다.
기본적으로 장기 모험은 난이도가 들쑥날쑥했고 모험이 더디게 진행되면 그만큼 의지가 꺾이기도 했으니까.
강설은 몸을 살짝 움직여보았다.
스윽…
“몸이 아직도 무겁네….”
“괜찮아?”
“물을 너무 많이 먹었나….”
강설은 원정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중, 카렌의 심경변화에 대해 아직은 언급하지 않았다.
카렌만 멀쩡했다면, 정체불명의 존재가 압박을 해 오더라도 무사히 벗어났겠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카렌이 심적으로 꽤 고생하는 모양인데….’
강설이 염려했던 대로, 판데아는 슬프고 괴로운 일이 한가득했다.
아무 잘못을 하지 않은 사람도 죽어 나가고 어떤 이는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잔학무도한 일에 휘말려 쓸쓸히 생을 마친다.
애초에 그런 세상이다, 판데아는.
강설이 영원의 세계, 판데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개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카렌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겠지.’
그녀가 살던 시대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그런 일은 어디에나 있다.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한 카렌이 흔들리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그래도 이런 일이 또 일어나선 안 되는 건 맞다.’
다행히, 이번 모험은 여유가 좀 있는 모양이라 그 점에 대해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였다.
스륵.
강설은 그녀에 관한 생각을 그쯤 해두고, 두루마리를 펼쳤다. 여기에, 차오가 부탁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 물안개 마을에 도착하면, 그곳에 머물며 상황을 살펴.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곳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될 거야.
네가 해야 할 일은, 내가 친절히 얼굴까지 그려준 남자에게서 잠이 드는 약을 빼앗아 오는 거야.
단, 이 약에 대해 함부로 묻고 다니면 저놈이 그대로 숨어 버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알았지?
“제멋대로군.”
그야말로 제멋대로라는 말이 딱 맞는 지령서였다.
‘그래도 방법이 있겠지.’
강설은 언제 갈아입혀 둔 건지 모를 옷을 원래의 장비로 갈아입은 후, 일어섰다.
끼이익…
문을 열자 세라가 반겼다.
“아, 다 갈아입으셨네요!”
“배려 감사합니다, 세라. 근데 저를 여기까지 어떻게 데리고 오신 겁니까?”
“마을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그… 제가 혼자서 스노우맨 님을 짊어지고 올 힘은 없어서요.”
세라라는 여인은 순박한 시골 여인이었다.
으레, 사람들이 생각하는 주근깨 따위는 없지만 고귀하다는 느낌도 아름답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순수하고 깨끗하다는 인상은 받았다.
“세라, 혹시 제가 외지인이라 미움을 받는 건 아닙니까?”
“저, 절대 그럴 일 없어요! 다들 환영할 거예요. 애초에 그런 분위기였다면 스노우맨 님을 마을까지 들이지도 않았을 거예요.”
세라는 손까지 휘저어가며 강설에게 불편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정보를 얻을 필요성이 있어 보이는데….’
외지인이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을에 머무르는 것은 ‘나는 수상하니 제발 의심해주세요’라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격이다.
“마을에선 보통 무슨 일을 하는 겁니까?”
“저요? 아니면 마을 사람들이요?”
“마을 사람들이요.”
“작은 경작지가 있기는 한데… 지금은 제대로 돌보기가 어려워요.”
“네?”
세라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강설은 이 밝은 여인이 어째서 얼굴을 굳히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모두 아프거든요.”
“아프다니?”
“설명이 필요해 보이네요. 이쪽으로 오세요.”
마을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어떻게 이 작은 마을을 한 번에 찾았는지 신기할 정도.
마을 회관으로 보이는 건물의 앞에서, 세라가 말했다.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
끼이익…
세라가 문을 연 건물.
그 안에는 환자들이 있었다.
침상이 열 개가 넘었는데 모두 사람이 누워있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을 감고 조용히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다.
세라가 검지를 그녀의 입술에 얹었다. 아무 소리도 내지 말아 달라는 얘기.
강설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와 함께 회관을 빠져나왔다.
“대체 무슨 상황인 겁니까?”
“마을 사람들이… 아파요. 모두 안개 병 때문이에요.”
“전염병입니까?”
세라는 고개를 저었다.
“전염되는 병은 아니라고 하셨어요, 군트 선생님께서.”
“군트 선생님?”
“마을의 의사 선생님이세요. 원래는 왕진을 다녀오시다 마을에 들렀는데, 아픈 분들이 그분을 붙잡으셔서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이곳에 머물고 계셔요.”
“흐음….”
전염병이 아닌 병.
그리고 그 병을 앓고 있는 마을 사람들.
강설은 조금 더 파고들었다.
“병의 증상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잠을 자요.”
“잠을 자다니, 그게 병인 겁니까?”
“깨어나지 않으니까요, 몸이 썩어도 배변이 흘러넘쳐도 계속… 계속 잠을 자요.”
“그리고?”
“…영원한 잠을 자요.”
즉, 잠에 빠져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다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말.
강설은 순간, 이번 모험의 내용과 두루마리에 그려진 약병이 떠올랐다.
잠이 드는 약.
그 증상에 대해 두루마리에는 자세하게 적혀 있지 않았지만, 어쩐지 비슷한 효과를 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혹시, 안개 병은 약 때문에 발생한 병은 아닐까?’
혹은 약 그 자체가, 이 병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든지.
‘차오가 날 이곳에 보낸 이유가 있을 거다.’
이 병에 관한 것들은, 약의 주인을 찾게 되면 모두 알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약의 주인이 지레 겁먹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고.
‘그것만 주의하면서 마을에 머물러야 한다. 적당한 방법을 찾아야겠는데….’
세라가 애써 밝은 척하며 말했다.
“현재는 마을 사람의 절반 정도가 저 병을 앓고 있어요. 그래서 모두 우울해하고 있죠….”
“치료법은 없는 겁니까?”
“아직은… 군트 선생님께서 우리를 위해 필사적으로 찾고는 계시지만 소득은 딱히….”
카렌이 세라의 어깨에 툭 하고 손을 올렸다.
“어, 어?”
“우리가 도울 일은 없어, 세라?”
“돕… 는다고요? 마을을?”
“응! 여기 있는 그… 저 남자랑 이 요정님께선 세상 착한 사람이거든!”
– 스노우맨 : ㅖ? 저요?
– 착한 사람의 기준이 많이 완화됐군요?
– 전국민 착한 사람 열풍!
– 나왔다, 오지랖!
– 이런 착한 오지랖은 킹정이야…
강설도 카렌의 행동에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미리 말을 맞춘 것도 아닌데, 카렌의 행동은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강설 또한 이런 상황을 원하고 있었고.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정말… 정말이에요? 아, 아우데닌에도 소식을 보냈는데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했었거든요.”
“언니만 믿어. 언니는 카렌이라고 해. 말 놔도 되지?”
“네… 카렌… 어, 언니. 근데 나이가… 아! 요정은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산다고 했으니 저보다는 언니겠네요!”
“그럼, 그럼!”
– 이런 사람 특) 말 놓으면 안 된다고 하면 화냄
– 세라 진짜 커엽네 ㅋㅋㅋ
– 카렌 친화력 장난 아니네 ㄷㄷ
– 주인은 아싸라 소환수들하고만 노는데 ㅋㅋㅋ
– 세라가 뭔 짓을 하더라도 카렌이 나이가 더 많겠지 ㅋㅋ
세라의 표정이 눈에 띄게 환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구원을 얻은 사람의 모습처럼 그녀는 밝게 얘기했다.
“정말 감사해요… 그동안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래.”
“다들 모른다, 안 된다고만 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요.”
“이제 괜찮아. 우리가 여기 머무는 동안은 걱정 놓아도 돼.”
“정말요?”
“그럼!”
그렇게, 전혀 예상 밖의 전개로 강설 일행은 마을에 스며들었다.
* * *
아마도, 차오가 말한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곳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될 거야.’라는 말은 마을의 현 상황을 얘기한 듯싶었다.
며칠이 지나고, 강설의 비밀스러운 탐문을 겸한 마을의 대소사를 돕는 일이 계속되고 있었다.
“물은 이 정도면 충분해?”
“벌써 다 채워 오신 거예요?”
“그럼, 이 언니는 힘이 무척 세단다?”
– 정말임.
– 힘 존나 셈.
카렌은 배시시 웃으며 알통을 자랑했다. 세라는 그런 카렌의 행동에 기뻐했다.
“사실 물 떠오는 건 마을 어른들도 싫어하는 일이라 서로 미루시거든요.”
“그래? 앞으로는 나한테 맡겨! 물 정도는 강째 떠오래도 떠다 줄게.”
“고마워요!”
“또, 또 뭐 할까?”
“그… 밤에 땔 장작이 필요하긴 한데….”
“조금만 기다려!”
강설은 뒤돌아 뛰어가는 카렌의 모습을 보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그가 카렌에게도 두루마리 속 인물의 인상착의에 대해 알려주었기 때문에, 그녀도 얼른 이 모험을 끝내고 싶다면 함께 안개 병을 퍼트린 주범을 찾아야 했다.
한데, 카렌은 어쩐 일인지 마을 그리고 세라를 돕는 일에 더 열성적이었다.
‘휴식이 필요한 건가? 음… 시간 내서 카렌의 생각을 들어봐야겠어.’
그녀가 어떤 심정으로 마을에 머무는지 알 것 같지만, 직접 듣는 게 더 나았으니까.
강설은 세라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런데, 군트 선생님께서는 자리에 안 계십니까?”
“아, 이웃 마을에 왕진 요청이 와서 잠시 건너가 있으셔요. 의사는 부족하고… 왕진 비용은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도 쉽게 대기가 어려운지라, 다들 군트 선생님만 찾거든요.”
“어째서 군트 선생님만?”
“왕진 비용을 거의 받지 않으셔요. 거기다 아무래도 병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의사가 군트 선생님뿐이라서요.”
“흐음….”
“근처의 다른 마을도… 비슷한 상황이래요.”
“그렇군요.”
사실, 강설은 요 며칠 동안 전혀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흐음… 두루마리에 적힌 내용과 관련 있어 보이는 사람은 보지 못했는데.’
두루마리에 그려진 게슴츠레한 눈의 남자. 한데, 그런 사람은 마을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 규모가 크지 않은 마을이었기에, 순조롭게 목표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강설은 예상 밖의 난관을 맞이했다.
‘마을 사람은 이게 전부인데… 분명, 이 안에 있을 거야.’
정체를 감춘 채로, 환자들이 늘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문제는 그렇게 숨은 놈을 어떻게 찾아내느냐는 건데….’
강설이 고민하는 사이, 저 멀리서 카렌이 걸어왔다.
“다했어, 세라!”
“네?”
“장작 말이야! 창고에 다 쌓아뒀어!”
“거, 거짓말….”
“진짠데?”
카렌의 성격상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었다. 세라가 창고에 들러 그녀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확인했을 때,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렇게 놀랐어?”
“언니는 정말 대단해요! 아저씨들도 일주일은 내내 해야 하는 일인데!”
“뭐, 일반인들이랑 언니를 비교하는 건 사실 조금 실례지. 카하핫!”
그렇게 카렌과 강설, 그리고 세라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과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지독한 모험을 경험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런 일상이 시간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다.
아무런 일상의 변화 없이 강설과 카렌이 세라를 도와준 것도 벌써 일주일째.
“오늘도 열심히구먼, 요정 아가씨!”
“아저씨는 더 열심히 해야겠어!”
“허, 저런….”
“왜, 틀린 말은 아니네, 큭… 큭….”
“이 사람이!”
어느덧, 마을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농담까지 하는 카렌의 모습에 강설은 혀를 내둘렀다.
“모험가라면서 대체 모험은 언제 가는 거야?”
“여유가 남아서 도와주는 거니까 초 치지 좀 말래, 아저씨?”
“끄응… 갈 때는 말이나 하고 가.”
“왜, 그리울까 봐?”
“하하! 이 사람 아마 갈 때 울면서 밤새 싼 도시락이라도 건넬 생각인가 본데!”
“아, 헛소리 말아!”
카렌이 마을에 온 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강설 일행은 확실히 마을에 도움이 되었다.
끼이익…
“다 끝났어?”
“응. 주인도?”
“이제는 그 말이 더 어색한 기분인데.”
“나, 나도 말하고 방금 좀 놀랐어.”
고작해야 일주일 새에, 일행의 마음속에 완전히 평화가 찾아왔다.
강설과 카렌, 둘은 서로 다른 침상에 누워 대화했다.
“있잖아, 주인.”
“왜.”
“이래도 되지 않을까?”
“…뭐가?”
“어쩌면,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강설은 카렌이 털어놓는 얘기에 집중했다.
“이렇게 사는 게 어떤 건데?”
“그렇잖아. 걱정 없이, 누군가를 죽이고 신념을 부딪치고 마음을 닳을 일 없이. 그냥 이렇게, 좋은 사람들 곁에서 조용히 사는 거 말이야.”
그녀는 완전히, 평화에 젖어 들었다.
“이곳에 오기 전, 들렀던 마을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야?”
“그것도 그거고. 그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잘못한 걸 알기나 할까? 그런 악하지만 약한 사람들을 죽이는 게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일까?”
“우리가 나서지 않았으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겠지.”
“…그럴까?”
“나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 그 과정에서 머뭇거릴 여유도 없고. 고민할 시간에 손이 닿는 범위에서만큼은 하나씩 바로잡아야 해. 나한텐 이 행동이 옳은지 생각할 시간도 부족하니까.”
강설에겐 승천이란 원대한 목표가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신들에게도 맞서야 하고.
때문에, 그는 전진해야 했다. 그는 승천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실수하고 넘어지더라도 반드시 그 끝에 도달해야 했다.
결국에, 그 결과로 그것이 옳았음을 증명할 것이니까.
“근데, 잘 모르겠네….”
“카렌.”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는 삶이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이 잔인하다는 걸 알아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은 널 부러워할 거야.”
“어쭈, 감히 훈계를!”
“그냥 그렇다고.”
카렌이 해맑게 웃었다.
그녀 마음에 남은 앙금을 조금이나마 던 것처럼.
“미안.”
“뭐가?”
“내가 그때 정신만 차렸으면, 이렇게 힘들게 오진 않았을 텐데. 그때 그놈… 잡았어야 했잖아?”
“날 쫓던 놈 말이군.”
강설의 뇌리에 그날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자신을 추격하던 이의 얼굴은 어디에도 없었다.
후드가 달린 로브를 써서 얼굴을 가리고,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을 제외하곤 그 어떤 특징조차도.
“다음에는 꼭 잡을게. 믿어도 좋아.”
“그래.”
“정말이야, 다시는 이런 일 없어. 너는 이제 안전해!”
“알았다고.”
– 헤헷… (코 쓱)
– 너희 화해했구나?
– 싸우지 말고 서로 꼭 껴안아!
카렌은 불안정한 마음을 어느 정도 다잡은 것 같았다. 그녀를 믿어야 하는 강설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이 마을에서 얻어낼 것은 단 한 가지만 남게 된다.
“아직, 못 찾았지?”
“어. 비슷한 생김새도 본 적이 없어.”
“특징이 이렇게 뚜렷한데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여기에 없거나 숨었다는 건데….”
“후자일 확률이 높지. 그럼 이제 그놈을 어떻게 찾아낼지….”
그때였다.
쾅! 쾅! 쾅!
누군가 문을 세차게 두들겼다.
“이, 이보게들! 큰일이 났어!”
심상치 않은 마을 어른의 비명 섞인 외침과 함께, 강설 일행의 평온한 일상은 종말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