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82
제81화
마을을 병들게 한 범인을 찾는 건 의외의 단서에서 찾을 수 있었다.
군트의 실제 얼굴과 아이가 그린 그림 속 얼굴이 달랐던 점.
만일 그림을 눈여겨보지 않고 지나갔다면, 군트가 이 모든 일의 흑막이라는 것을 밝혀내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었다.
“히히히… 역시, 그날 제거했어야 했어. 기어코 내 터전까지 찾아와 훼방을 놓는구나.”
“땅거미 마을에서 벌어진 일도 네가 꾸민 짓이냐?”
“그럼, 달리 또 누가 있나? 히히히히!”
딱-!
군트의 손가락이 부딪히자, 마을 주변에서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으으으으어어어어…
그으으으으…
“구, 군트 선생님!”
“어떻게 이럴 수가… 지금 무슨 짓을….”
“꺄아아악! 바, 밖에 괴물들이!”
그리고, 그 괴물들은 서서히 강설이 있는 곳까지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강설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괴물들은 어디서 만들어낸 거지?”
“잠깐, 잠깐! 너만 질문하는 건 불공평한데. 이렇게 하지. 난 거래를 좋아하거든, 서로가 하나의 질문에 답하면 하나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건 어때?”
“아무래도 좋다. 답해라.”
“당연히 병자들의 시체다. 대답이 됐나?”
“…그래.”
군트의 변해버린 기세에 마을 사람들은 당황했다.
“선생님!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머무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군트가 웃었다.
“구원? 하하하하! 내가 너희들의 구원이라고?”
“아, 아니었습니까?”
“머저리들. 그렇게 구원을 남한테 떠넘기려 하니까 평생 당하고 사는 거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검은 약병.
강설이 두루마리에서 본 적 있는 물체였다.
“안개 병을 퍼트린 건 나다. 이 약은 너희를 잠에 빠트리고 결국에는 시체로 만들지. 안타깝게도 이게 너희들이 바라던 구원의 실체야.”
“말도 안 돼….”
“군트 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무슨 일 때문에 이러시는지는 모르지만….”
“모르면 입 닥치고 있어! 히히히!”
강설은 군트가 흔드는 약병이 잠이 드는 약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저 약에 의해 벌어졌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대체 차오는 저 약이 왜 필요한 거지?’
저 끔찍한 약에 그가 모르는 어떠한 효능이 있는 것인지. 강설은 추측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자, 다음은 내 질문 차례다. 내가 이번 일을 꾸몄다는 걸 대체 어떻게 알았지?”
“…….”
“대답하지 않으면, 대화는 더는 없다.”
“나는 널 찾고 있었다.”
“왜지?”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했다.”
“빌어먹을, 한 번에 물어봤어야 하는데. 좋아.”
“…안개 병에 해약은 있나?”
군트가 입을 벌리며 웃었다.
“뭐야! 히히히! 그래! 그게 필요하겠지. 있다! 당연히 있어!”
“질문해라.”
“왜 나를 쫓았지?”
“네가 가진 물건에 관심이 있어서.”
“이봐, 대답을 명확하게 해줬으면 좋겠어. 그 물건은 안 봐도 안개 병의 해약이겠지만. 지인이 병에 걸린 건가?”
“질문은 하나만. 마을 사람들을 속인 건 어떤 수법이냐?”
“뭐 간단한 현혹술과 환상, 어깨너머로 배운 인체학과 괴술의 총체라고 할까? 너무 고차원적이라 이해 못 하겠지만.”
대화가 꽤 오래 지속되고 있었다.
강설은 슬슬 옆에 선 카렌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질문이 내 질문의 마지막이 될 것 같군. 그래서, 이 군트가 네가 쫓던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안 거지? 분명 얼굴을 바꿨는데….”
“저 그림이다.”
강설이 가리킨 그림엔 군트의 옛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제야 정체를 들킨 이유를 알아차린 군트가 웃었다.
“크히히히! 내가 이렇다니까? 얼굴을 바꾸고 암시를 풀지 않았었어! 그래서 들킨 거야. 음… 간단한 거였어. 자, 그래서 이제 어쩔 거지? 아, 질문은 하나였지.”
“상관없다. 그 정도는 답해줄게.”
카렌이 강설의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강설의 대답을 대신했다.
“널 박살 내서 가루로 만들 거야.”
“히히히히! 뭐, 그것도 재밌겠네요!”
우직…
우지지직…
군트의 얼굴에 핏줄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썩은 식물의 뿌리처럼 징그럽게 돋아난 그의 검은 핏줄은 결국, 피부를 뚫고 나왔다.
“꺄아아악!”
“히히히! 이제 이따위 얼굴은 필요 없어!”
드드드…
“나, 나가요!”
“어디로? 밖에 괴물들이 있다니까!”
“일단 나가! 여기가 무너지게 생겼는데 지금 그게 문제야?”
후우우웅…
강설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만들어졌다.
휘리릭-!
그리고 거대한 트롤, 쟈마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을 부탁해.”
“알았다.”
쟈마드는 군트보다 거대한 트롤의 등장으로 더 혼비백산해진 사람들을 따라, 세라를 업고 마을 회관으로 뛰어갔다. 그곳이라면 아직 환자들이 남아있는 데다가 이런 작은 집보다는 훨씬 버틸 만할 테니.
쟈마드가 천천히 그들을 따라 이동하며 손에 걸리는 괴물들을 부쉈다.
콰지이익…
그러는 사이 군트가 점차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히히!”
강설의 통찰안은, 괴물로 변한 그의 정보를 빠르게 읽어 들였다.
[위선자 군트]
등급 : 희귀
추정 레벨 : 13~18
의학, 약학, 독학 등 다양한 지식을 무기로 사용하는 존재. 그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그가 부리는 시체들이다.
기본 능력 : [활력의 약 1], [약물 교감 1], [최면술 1], [얼굴 빼앗기 1], [신체 강화 1], [독 뿌리기 1]
특수 능력 : [그릇된 구원 1]
그리고, 그것을 본 강설은 순간 당황했다.
‘…왜 이렇게 약한 거야?’
장거리 모험에서 쟈마드만으로 그를 상대해야 했던 강설은, 군트의 정확한 실력을 알지 못했었다.
강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군트는 그를 조롱했다.
“이게, 내 진짜 얼굴이에요. 짜잔! 어때요? 끔찍하죠?”
군트의 얼굴은 물러터진 감처럼, 도저히 사람의 얼굴로 보이지 않았다. 눈 코 입이 모두 기괴하게 틀어졌고 피부 또한 짓물러 있었다.
“히히, 일단 귀찮은 여자부터….”
서걱-!
군트는 시선이 기우는 것을 느끼고 황급히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어느샌가 그의 두 다리가 깔끔하게 잘려있었다.
치이이익…
그리고 엄청난 열기와 통증이, 절단된 부위에서 몰아쳤다.
“끄아아아아아악!”
카렌은 그를 끝장내지 않고 기다렸다.
“더 보여봐. 기다려줄게.”
“너, 너 실수하는 거야! 잠깐만 기다려! 금방 으깨줄 테니까!”
[군트가 활력의 약 투여를 사용합니다.]
[신체 재생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촤라라락-!
실타래가 꼬이듯, 그가 새로운 다리를 만들어냈다.
그으으으어어어어…
그사이, 카렌은 강설에게 접근하는 시체들의 목을 계속해서 쳐나갔다.
“하나 같이 약해빠졌군.”
“그런 모욕을….”
“최선을 다해봐. 이만큼 날 열받게 했잖아.”
“…죽여버리겠어.”
[군트가 신체 강화를 사용합니다.]
[근력이 50% 증가합니다.]
[민첩이 20% 증가합니다.]
[체력이 10% 증가합니다.]
후우우웅-!
군트의 주먹이 내뻗어졌고 그곳에서 엄청난 풍압이 일어났다.
하지만.
서걱-!
군트는 그의 팔꿈치 아래가 공중에 붕 뜨는 감각과 함께 다시 한번 신체 부위를 잃었다.
뻗은 팔이 그대로 카렌의 검에 잘린 것이다.
“끄으으으… 끄아아아악!”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와라, 오라고! 주인에게 와!”
그으으으으어어어!
쿵!
쿵쿵! 쿵!
이상한 점액질로 덮인 시체들이 마을 회관 근처에 모여 있다가 군트에게로 뛰어왔다.
촤라라라락-!
[군트가 특수 능력 : 그릇된 구원을 사용합니다.]
[능력이 유지되는 동안, 흡수한 시체들의 능력치를 모두 흡수합니다.]
거대한 소용돌이가 배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군트의 몸이 시체들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점차, 피처럼 붉어져 갔다.
“히히히! 이번엔 다를걸?”
카렌은 그마저도 기다려주었다.
팟-!
확실히, 군트는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그 움직임부터가 아까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자! 죽어! 죽어!”
군트는 다시, 양 주먹을 내뻗었다.
후아아아앙-!
하지만.
휘이익-!
휘익-!
카렌 또한 아까의 움직임은 장난이었다는 듯이, 너무도 쉽게 군트의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군트는 크게 당황했다.
“이,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는데….”
“…끝이야?”
카렌은 피하는 와중에도 경멸하는 듯한 눈으로 군트를 바라보았다.
“으아아아아! 날 그렇게 쳐다보지 마아아아!”
후우웅-!
후우우우웅-!
수영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 물속에서 연거푸 허우적거리는 듯한 움직임.
그러나 실제로 군트의 움직임은 매우 빨라졌다.
카렌의 속도와 맞먹을 정도로.
하지만, 그 동작이 너무도 단순한 데다 전투기술은 뻔하기 그지없었다. 그 때문에 군트의 주먹이 카렌에게 닿지 않는 것이다.
카렌은 이제 끝을 볼 작정인지, 반격을 시작했다.
스릉-
서걱-!
치이이이이…
군트의 한쪽 다리가 잘리고.
“끄으으으아아아!”
“왜….”
서걱-!
치이이이이…
“어어어억… 억… 아파….”
“…왜지?”
푸슉-!
푸슉-!
촤아아악-!
“끄아아아아아!”
군트의 사지가 전부 잘렸다.
하지만 그가 얻은 엄청난 생명력 덕분인지, 피를 계속해서 쏟아낼 뿐 기절하거나 죽지는 않았다.
“으아아아아! 왜! 왜! 왜!”
푸슉!
푸슈육!
“커허억….”
카렌이 군트의 배에 검을 꽂은 채로 그에게 물었다.
“이렇게 약하면서… 왜 이런 끔찍한 짓을….”
“쿨럭… 히히히… 제가 약, 약했나요? 유감이네요!”
“입 닥쳐!”
“크힛… 히히힛….”
군트는 입에서 피를 쏟아내며 말했다.
“근데… 그러면 안 되나요?”
“…뭐?”
“약하면… 악할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건가요?”
“무슨 소리를….”
“약하니까, 착해야 하고 가만히 주어진 삶을 받아들여야 하나요?”
“이 개자식이!”
카렌이 죽어가는 군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군트는 이미 미련을 버렸는지, 웃기만 했다.
“히히히… 절 죽이면 안 돼요. 당신을 생각해서 해주는 말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해약… 찾고 있잖아요? 제가 죽으면 못 찾을 텐데요?”
“…빌어먹을 새끼.”
카렌이 그에게서 살짝 물러섰다.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그의 얼굴이라도 내려쳤다간, 군트가 영영 대답이란 걸 하지 못할 것 같았기에.
스윽-
대신, 강설이 군트에게 다가갔다.
“군트, 해약은 어딨나?”
“오? 거래인가요? 좋아요! 단, 규칙을 바꾸죠. 제 얘기를 들어주시면 해약의 위치를… 쿨럭… 알려드릴게요!”
“끝까지….”
“거절하면, 이대로 죽겠습니다.”
군트가 돌연, 싸늘한 표정을 짓자 강설이 미간을 찡그렸다.
“좋다.”
“그동안 정체가 들킬까 봐 아무한테도 터놓지 못했거든요. 제 얘기를 들은 놈들은 모두 죽였고!”
“시간이 없다. 넌 곧 죽는다. 서둘러 말해라.”
“좋아요, 좋아….”
군트가 얘기를 시작했다.
“태어날 때, 얼굴이 이 모양 이 꼴로 태어났죠. 부모는 내가 걸어 다닐 때쯤 날 노예상에게 팔았어요. 인내심이 대단하신 부모님이죠, 어떻게 그때까지 참았담?”
“…….”
“하필 재수도 없게, 팔려 간 곳이 노마법사의 연구실이었죠. 내가 거기서 무슨 꼴을 당한 줄 알아요? 아! 이건 안 말할래, 히히힛.”
들으면 들을수록 실체가 그려지는 과거였다.
그리고 불쾌한 사실이었고.
“지옥 같던 하루에 자유 시간이 약간은 주어졌는데 다행히 노친네의 연구실에 있는 책은 읽을 수 있었어요. 대부분의 잡학은 그때 깨우친 거죠. 제일 좋아했던 책이 뭐였는 줄 알아요?”
“모른다.”
“쿨럭… 노친네가 믿던 신앙의 성경이랑 영웅들의 일대기였어요. 왜 그걸 제일 좋아한 줄 알아요?”
“왜지?”
“히히히… 내게도 구원이 올 것 같아서. 그걸 읽고 있으면, 신이든 영웅이든 이 빌어먹을 연구실을 쓸어버린 뒤에 날 거기서 꺼내주지 않을까 해서요. 맞아요, 아까 그 얼빠진 마을 사람들처럼요.”
군트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구원은 오지 않았고, 새장을 부순 건 내 힘이었어요. 노인네가 방심했거든요. 그렇게 쉽게 죽을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죽일걸. 이봐요, 당신들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당신들은 마을 사람들의 영웅이 되겠죠?”
“…….”
“그들이 부럽네요. 제때에 구원을 만나서. 히히… 나도 좀 더 기다려 볼 걸 그랬나?”
“군트.”
“영웅들은 게을러. 날 구해주지 않았잖아. 날… 날….”
“해약의 위치를 말해라.”
군트가 피가 섞인 침을 꿀꺽 삼킨 뒤, 말했다.
“내가 가져온 가방 손잡이 부분을 뜯으면 가루가 나올 거예요. 물에 희석해서 쓰면 마을 사람들 정돈 살릴 수 있을 거예요.”
“다른 마을은?”
“전부 죽었어. 내가 죽이고 오는 길이었거든.”
“왜 이런 일을 벌인 거냐?”
“그냥… 궁금해서. 구원이란 게 정말 있는 건지, 남들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가 해서. 근데, 정말 있구나…. 구원.”
스윽…
강설이 해약을 챙기기 위해 일어섰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나요?”
“…….”
“나, 쿨럭…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카렌이 강설의 대답에 귀 기울였다.
그녀는 그가 어떤 대답을 하는지 듣고자 했다.
강설은 감정이 없는 눈을 하고 답했다. 이미 결정된 일을 말하는 것처럼.
“아니. 지옥에 떨어질 거다.”
“히히… 그럼 지옥문은 헷갈리지 않고 찾아갈 수 있겠네요.”
“나도 하나 묻지.”
“…….”
“세라에게 했던 얘기. 진심이었나?”
“아… 그 얘기.”
군트는 세라가 잠에 빠지자, 오열하며 고백했었다.
– 하지만 세라 양은 달랐습니다. 세라 양은 그 존재만으로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했고 또 굳세게 불행을 이겨냈습니다. 당신은 오로지 행동으로 저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했습니다.
“싫어, 말 안 할래.”
투욱…
그 대답을 끝으로, 군트의 눈동자가 탁해지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위선자 군트를 처치했습니다.]
[업적 ‘틀린 그림 찾기’를 달성합니다.]
[칭호 「구원자」를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