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9
제8화
버림받은 자는 줄곧 끓던 솥에 시체 손가락 버섯을 넣은 후 잠시 기다렸다.
부글… 부글…
검은 연기가 한차례 피어난 후, 그가 두 개의 그릇에 액체를 담아냈다.
“마셔야 합니다. 은인께서도 이게 필요할 겁니다.”
강설은 버림받은 자의 제안대로 그릇에 든 액체를 순식간에 들이켰다.
쭈우웁…
반응은 곧장 찾아왔다.
[풍토병 ‘썩은 가지의 병’을 극복합니다.]
[영구적으로 체력이 2 상승합니다.]
강설은 기분 좋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시선을 버림받은 자에게 향했다.
그에게도 변화는 찾아왔다.
스르륵…
피부에 새겨진 찢어진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더니 굽었던 허리가 펴졌으며 그에 따라 구부정했던 자세 또한 똑바로 세워졌다.
단 하나 바뀌지 않은 것은, 별처럼 빛나는 그의 눈동자였다. 그의 눈에는 총기가 가득했다.
[버림받은 자가 ‘썩은 가지의 병’을 극복합니다.]
그는 잠시 호흡을 내뱉은 후, 강설에게 물었다.
“은인이시여, 이름을 알 수 있겠습니까?”
“스노우맨입니다.”
“뜻이 무엇입니까?”
“눈사람입니다.”
“훌륭하고 재주 많은 이름이군요. 저는 마엘, 별의 아이란 뜻입니다.”
“좋은 이름입니다.”
“제 평생 스노우맨의 도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마엘의 당신을 향한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마엘의 당신을 향한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마엘은 당신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우선, 필요한 도움을 드리지요.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마엘이 약속한 대가를 치르려 합니다. 그는 당신에게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잘 생각해서 말해야 합니다.]
1. 정면에서부터 바위 어금니를 분쇄할 생각입니다. 도움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2. 정면으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내부에서부터 그들을 무너트릴 방법이 없겠습니까?
3. [필요 : 주술사] 제게 주술을 전수해주실 수 있습니까?
4. [필요 : 통솔력1] 바위 어금니를 쓰러트리기 위해 추방자들을 규합할 생각은 없습니까?
1번은 파티원이 몰살당한 지금으로선 언급할 가치도 없는 소리고 3번과 4번은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다.
따라서 남은 선택지는 2번뿐.
“그들을 내부에서부터 무너트리려 합니다.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까?”
“내부에서부터… 알겠습니다. 마침 제게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 있습니다.”
마엘은 솥에 담긴 액체를 병 여러 개에 옮겨 담고 한차례 솥을 씻어낸 후, 새로운 액체를 끓이기 시작했다.
그는 차분하게 약재들을 솥에 넣으며 강설에게 말했다.
“은인께서 말씀하셨듯, 바위 어금니를 치기에는 오늘이 적기입니다.”
“그 이유는….”
“오늘은 바위 어금니의 수확제입니다. 바위 어금니가 섬기는 대지용 탄크리드에게 바치는 제사죠.”
“수확제와 어떤 상관이 있는 겁니까?”
“수확제엔 절대 거스를 수 없는 규칙이 한 가지 있습니다.”
강설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애 좋은 5형제 모험은 수확제인 때와 수확제가 아닌 때로 나뉘는데 수확제인 경우, 입구부터 초록 깃발을 내건다.
강설은 처음의 정찰에서 초록 깃발을 확인했다.
거기서 수확제가 바로 오늘이라는 것을 알았고 수확제의 규칙 또한 알고 있었다.
“커다란 솥에 끓여낸 짐승의 피를 자정이 되면 부족원들 전체가 마시는 겁니다.”
마엘은 솥을 휘저으며 말했다.
“은인께서 노리는 것은 이 솥이 될 겁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자신이 태어난 부족을 자신의 힘을 보태 무너트린다.
그것은 평범하지 않은 충격을 몰고 올 게 분명했다. 하지만 마엘은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제가 말한 어미의 마지막 말을 잊으셨습니까?”
– 제 어미는 죽어가면서도 부족을 원망했습니다. 전부… 전부 없어져야 한다면서요. 부족도, 병도, 그리고 저도….
“…….”
“비록 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주 나중의 일이 되겠지만, 일부 정도는 그녀의 유지를 들어 줄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숨겨진 모험 ‘억눌렀던 복수’가 발동합니다.]
모험 2-3. ‘억눌렀던 복수’
태중에서 부족에게 추방당했던 트롤 마엘, 그는 한시도 부족을 잊지 않았지만, 그 기억에 맺힌 것은 아련한 그리움이 아닌 불타는 복수심이었습니다.
그의 도움으로 바위 어금니 수확제 중, 제사의 솥에 탈 비약을 얻었습니다.
자정이 되기 전, 비약을 솥에 희석해 부족원들을 약화해야 합니다.
목표 : 자정이 되기 전, 수확제 솥에 비약 투하.
현재 남은 시간 「2 : 46」
[조력자 ‘별의 아이 마엘’을 얻습니다.]
[‘별의 아이 마엘’의 등급은 영웅입니다.]
[조력자는 모든 모험에서 등장할 확률이 있습니다.]
[그들은 호감도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줍니다.]
[업적 ‘혼자서는 외롭잖아’를 달성합니다.]
[칭호 「매력적인 존재」를 얻습니다.]
마엘은 도움을 주고 떠났다.
산맥에 퍼져 있는 풍토병 환자들에게 건넬 약을 들고서.
그는 움막에 쌓여있던 책은 전부 불태우고, 빈 페이지가 가득한 책 한 권만을 챙겼다.
“그게 뭡니까?”
– 제 꿈은 고고학입니다. 세상은 넓고 비밀에 싸인 것들은 끝없이 발굴되지요.
저는 일단 세상을 떠돌면서 그것들을 기록할 생각입니다.
트롤치고는 특이한 생각이었다.
어쩌면 그렇기에 영웅 등급 조력자일지도.
– 부디 은인이 가진 지성의 별로 야만을 벌하실 수 있기를.
강설은 새로 얻은 칭호를 확인했다.
[칭호 : 매력적인 존재]
관련 업적 : 혼자서는 외롭잖아 (모험 : 버림받은 자)
특수 능력 : 조력자에게 생성되는 호감도가 10% 증가합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나쁘지 않은 능력치.
강설은 뾰족 바위산의 가장 큰 봉우리의 초입에서 마엘이 건넨 두 개의 약병을 보고 있었다.
붉은 약병과 푸른 약병이었다.
우선 붉은 약병의 설명은 이러했다.
[위장의 비약]
등급 : 특이
적정 레벨 : 없음
무게 : 0.1kg
특수 능력 : 하루 동안 어리숙한 트롤로 변한다. 인식 방해 주술이 가미되어 있다. 상대가 알아차리면 위장이 해제된다.
– 이 비약을 마시면 아무도 스노우맨 님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겁니다. 눈에 띄는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요.
다음은 푸른 약병의 설명.
[광기의 비약]
등급 : 특이
적정 레벨 : 1 – 10
무게 : 0.1kg
특수 능력 :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내면의 흉포함을 끌어낸다. 복용자의 정신력에 따라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
– 이 비약을 솥에 쏟아내세요. 독초는 손톱만큼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실력 있는 주술사라도 알아내기 쉽지 않을 겁니다.
뽀옥-!
강설은 붉은 약병의 뚜껑을 개방한 후 내용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꺼억….”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트림과 함께 그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우드득…
우득…
잠시 고통에 이를 악물고 버티자, 그 자리엔 강설 대신 덩치가 제법 큰 트롤이 서 있었다.
[위장의 비약을 마셨습니다.]
[하루 동안 어리숙한 트롤로 변합니다.]
[하루 동안 트롤어 1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루 동안 부두술 1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부두술은 당장엔 쓸모없지만 트롤어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강설은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음을 기억하고 부지런히 산을 올랐다.
트롤로 변한 것이 체력에도 도움을 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성큼성큼 오르막을 올랐고 그 결과 오래지 않아 초록 깃발이 내걸린 부락의 경계 초소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트롤 경계병들이 서 있었다.
“음…?”
“어이!”
트롤어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인지 경계병의 말을 전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꾸욱…
강설은 주먹을 꽉 쥐고 긴장한 상태로 경계병에게 다가갔다.
“수확제가 끝나기 전엔 초소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얼른 돌아가!”
“멍청한 녀석!”
“죄송합니다, 얼른 합류하겠습니다.”
“흥!”
강설은 그들을 지나치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계획은 시작부터 순항이었다.
부락은 총 6개의 층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물론 빌딩처럼 명확하게 구분된 것은 아니었지만, 대강 그러했다.
이렇게 층을 나눈 기준은 파벌이었다.
바위 어금니 부족은 5개의 파벌로 이루어져 있고 중요할 때는 협력하지만 대부분 충돌하며 반목한다.
강설은 이번 모험에서 그 부분을 헤집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솥은 중간 층에 있다고 했지….’
– 바위 어금니는 대대로 5명의 지도자가 다스립니다. 하나, 이번 세대는 조금 특이한 구석이 있습니다.
강설은 마엘이 했던 말을 곱씹으며 산을 올랐다.
– 인간들의 왕도 1명의 후계자를 고르는 데 신중할 진데, 트롤은 무려 5명이나 후계자를 정한 겁니다. 어찌 문제가 없겠습니까?
강설이 들어선 광장에는 거대한 솥단지가 타오르고 있었고 그 옆에는 뼈와 돌로 만들어진 제단이 올라와 솥 가까이에 붙어 있었다.
– 이번 세대는 특히나 문제가 심각합니다. 능력 없는 이들이 지도자 노릇을 하고 있으니 강성한 바위 어금니가 주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하지만….
강설은 저 멀리 뼈로 된 의자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는 거대한 트롤에게 눈이 갔다.
다른 트롤보다 잘 먹고 자란 것인지, 아니면 태생부터 다른 것인지 그를 지키는 트롤보다 덩치가 훨씬 컸다.
– 부족장 쟈마드만큼은 조심해야 합니다. 그는… 산의 기운을 타고난 자입니다. 전 세대의 주술사들을 단신으로 쓸어버린 자가 바로 그입니다. 부디… 그와 부딪히지 마십시오. 그는 역대 바위 어금니 중 가장 지혜로우며, 가장 강인한 트롤입니다.
강설은 주변을 가득 메운 트롤들을 헤치며 제단 가까이 나아갔다.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가면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 수 있기에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언제쯤 접근하면 되려나….’
급할 필요 없다.
수확제의 마지막 행사는 아직 2시간 정도나 남았다.
중요한 건 확실하게 이 비약을 솥에 쑤셔 넣는 것이다.
‘고니’님이 광기를 2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아야!]
– 괜찮다… 손은 눈보다 빠르… 실패!
– 이상하다 낮에 봤을 땐 사람이었는데 그 친구 어디 갔나요? 혹시 지금 트롤이 그 친구인가요?
– ㅖ
– ㅔ 그렇습니다.
– 이 친구 기발하게 플레이하네 ㅋㅋ
– 근데 저 비약을 어떻게 솥에 쑤셔 넣겠다는 건데?
– 이제부터 보시면 됩니다.
강설은 30분간 제단 근처에서 눈을 부릅뜨고 기회를 살폈다. 허점이 없으면 억지로라도 파고들어야 했으니, 강설도 점차 초조해갔다.
‘생각해둔 방법이 있기는 한데…. 먹히려나?’
그런데 그때, 강설이 기다리던 변화가 찾아왔다.
한 트롤이 솥을 지키는 경계병에게 다가간 것이다.
“여기… 여기 좀!”
“무슨 일이냐.”
“꼭 솥에 보태주셨으면 하는 피가 있습니다. 이번에 얻은….”
“흥, 이미 제를 올릴 만한 피는 충분하다.”
“하지만….”
“꺼져라.”
경계병에게 말을 걸었던 트롤은 아쉬운 듯이 물러났다. 강설은 그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비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설정은 그대로야. 지금인가?’
강설은 주위를 살핀 후, 트롤을 쫓아냈던 경계병에게 다가갔다.
“저….”
“왜 그러지?”
“수확제에 바칠 피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까 못 들었나? 피는 이미 가득 찼다고 했을 텐데….”
“흰 뿔 아라고의 피입니다.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 음? 흰 뿔 아라고의 피처럼 위장해 달라는 말씀입니까? 그건… 아! 좋은 방법이군요. 한데 그것을 어찌….
강설은 설정집에 적혀있던 내용을 떠올렸다.
– 개요 : 바위 어금니 수확제
「바위 어금니 트롤은 원시 신이 아닌 대지용 탄크리드를 섬긴다. 때문에 수확제의 대상 또한 원시 신이 아닌 탄크리드다. 이들은 자신이 약탈과 사냥을 통해 얻은 피를 수확제에 바치는 것이야말로 탄크리드의 은총을 가장 뚜렷하게 받을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흰 뿔 아라고는 뾰족 바위산에서도 개체 수가 적어 제사용으로는 최고로 귀하게 취급하는 피다.’
그러니 자신의 비약이 거절당할 리가 없었다.
모든 게 그의 계획대로 된다면.
경계병은 푸른 약병을 낚아채고는 뚜껑을 열어 향을 맡았다.
“이게 흰 뿔 아라고의 피라고?”
“예,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흠… 말씀드려보겠다.”
“감사합니다.”
강설은 뒤로 훌쩍 물러났다.
경계병이 그 피를 가지고 제사를 주관하는 5인의 지도자 중 한 명에게 다가갔다.
얼핏 고성들 사이로 그 대화가 들리는 것 같았다.
“막가타 님, 흰 뿔 아라고의 피를 바치려는 놈이 있었습니다.”
“킁킁… 확실하군. 집어넣어라.”
“예.”
– 스노우맨 님의 말씀대로 비약을 흰 뿔 아라고의 피와 구분되지 않게 만들었으니 알아채지 못할 겁니다.
경계병이 비약을 흰 뿔 아라고의 피인 줄 알고 계단을 올라 솥에 다가갔다.
그리고 뭔가를 중얼거렸다.
아마도 ‘탄크리드 님 이건 사실 제가 바치는 겁니다.’ 같은 하찮은 얘기일 것이다.
촤륵…
비약이 솥에 쏟아져 내렸다.
이로써 강설의 계획 중 첫 번째 단계가 완료되었다.
[수확제 솥에 광기의 비약이 뒤섞입니다.]
[이 피를 마신 자는 광기에 휩싸입니다.]
* * *
시간이 지나고, 수확제의 피날레인 음혈식(飮血式)이 시작되었다.
솥에 가득 차 있던 피가 조악한 잔에 담겨 이곳저곳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것은 지도자들을 포함해, 강설에게도 쥐어졌다.
오늘 수확제의 제사장을 맡은 자는 5인의 지도자 중 막내 막가타였다.
“슬슬 자정이겠군. 모두 잔을 들어라.”
슥-
스으윽-
슥-
모든 트롤이 큰손으로 잔을 들고 지시만 기다리고 있었다.
막가타는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모든 것은 대지의 은총이다. 살도, 피도, 약탈도.”
“…….”
“마셔라, 지금 이 피를 남김없이 먹어 치우고 더 많은 피로 대지를 적셔라. 그것이… 탄크리드 님에게 가는 길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위 어금니다!”
“오오!”
“탄크리드시여!”
“탄크리드 님!”
“우리는 바위 어금니다!”
벌컥…
벌컥, 벌컥…
촤르륵!
홀로 피를 마시지 않고 땅으로 쏟아내는 자.
그것은 강설이었다.
강설은 지도자들과 트롤 무리를 한차례 훑어본 후,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곧, 아비규환이 될 것이기에.
[바위 어금니 부족원들이 광기의 비약을 음용합니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바위 어금니 부족원들이 광기에 휩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