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화(1/49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프롤로그
제국력 237년.
“이대로 죽을 수 없다. 그러기엔 내 동료들, 아니, 네게 죽은 내 동료들이 무덤에서 통곡할 테니까……!!”
부서진 투구 사이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절벽 아래에 너부러진 시체들.
한때 자신이 이끌었던 병사들을 스스로 베고서 도착한 이곳에서 기사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올리번!!!”
기사가 눈앞에 황제의 이름을 불렀다.
황제 역시 마치 악귀를 보는 듯한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카릴……!!”
그 순간.
공기가 싸늘하게 변했다.
푸욱-!!!
살을 베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카릴의 손에 들린 검은 더 이상 피를 머금을 수 없을 만큼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날카로운 기사의 검이 황제의 허리를 찔렀다.
“쿨럭…….”
붉은 피가 입가에 흘러내렸다.
황제의 육체가 무너졌다.
“내 친우(親友)여…… 어째서 우리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가.”
쓰러지는 황제는 안타까운 듯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카릴은 속이 울컥 매스꺼웠다.
“친우……? 죽음의 문턱에서까지 너는 끝내 가식을 벗지 않는구나.”
그는 말하고 싶었다.
나는 너를 위해 싸웠다.
대륙을 통일할 때도.
신탁을 받들어 싸웠던 그때도.
누구보다 선두에 섰다고.
오직 너를 위해!!
“이로써 카릴 맥거번은 제국의 역적이 되었군.”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북부의 더러운 이민족을 받아들여 준 황제를 결국 배신한 개. 역사는 이렇게 기억하겠지.”
그의 이름은 나르 디 마우그.
그는 황제의 시체를 바라보며 감흥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도 모르겠지. 실상은 황제가 위대한 검성 카릴 맥거번을 암살하려 했던 것이란 걸.”
신탁전쟁 10년.
인류는 타락(墮落)이라는 끔찍한 괴물에 맞서 기나긴 전쟁을 치렀다.
이제야 그 끝이 보이는 듯싶었는데……. 어째서 이런 결말이 있게 된 것일까.
“올리번……. 왜 너는 우리를 죽이려 했는가.”
카릴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끔찍한 전쟁 이후 돌아온 조국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은 환대가 아닌 죽음이었다.
자신을 제외한 신탁의 10인.
모두가 죽었다.
전쟁터가 아닌 지키고자 했던 인간의 손에 의해서.
“상관없다.”
카릴은 차갑게 대답했다.
자신은 이제 이곳에 없을 테니까.
“정말 할 생각이군.”
“물론.”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쓰러진 시체들에서 흘러나온 흥건한 피를 밟으며 카릴은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저곳으로 갈 생각이야? 저 안에 무엇이 있을지 드래곤인 나조차 가늠할 수가 없다. 어쩌면 신탁(神託)의 괴물보다 더한 것들과 싸워야 할지도 몰라.”
그런 카릴을 바라보며 나르 디 마우그는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탑을 가리켰다.
드래곤인 그조차도 알 수 없는 신의 산물.
단지,
알려진 것이라고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는 신탁의 구조물이었다.
파렐(Pharel).
타락이라는 괴물을 뱉어내는 이 모든 재앙의 원흉.
쿠르르르르…….
살아 있는 것처럼 으르렁거리며 지금도 괴물을 쏟아 내고 있는 파렐을 바라보며 카릴은 생각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과거로 돌아간다.
1. 눈을 뜨다
“……카릴, 카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흐릿한 시야가 점차 또렷해진다.
‘빛…….’
고개를 돌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움직이고 있었다.
햇살이 나무 사이로 반짝였다.
“긴장되느냐.”
눈앞에서 그를 걱정하는 얼굴로 바라보는 남자가 있었다.
“걱정 말거라.”
신기한 듯 그를 바라보자 남자는 자신의 뺨에 무엇이라도 묻은 것인 듯 손등으로 턱을 쓰윽 만졌다.
그리운 얼굴이다.
‘아버지…….’
그가 살아 있는 모습을 본 게 언제였던가.
덜컹-
그 순간 앉아 있던 의자가 흔들렸다.
마차 안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제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억해냈다.
그리웠던 풍경이다.
그토록 다시 보고 싶었던…… 순간.
원하던 때.
원하던 장소.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였다.
‘얼마나 걸린 거지…….’
치를 떨게 했던 거대한 탑은 보이지 않았다.
확실했다.
지금은.
신탁(神託)이 일어나기 전.
웃음.
그의 모습에 남자는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살짝 인상을 썼다.
하긴 그 누구도 지금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억겁(億劫)과도 같은 시간.
그 끝을 넘어.
그저.
그는 참았던 말을 마음속으로 토해냈다.
‘돌아왔다.’
* * *
“날 원망해도 좋다.”
마차가 멈추자 남자는 카릴에게 말했다.
“너의 부족은 이제 사라졌고 네가 유일한 생존자다. 어쩌면 그 분노가 살아가는 데 있어 널 강하게 해 줄지도 모르지.”
변방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저택.
“네 아비를 죽인 게 바로 나니까.”
정갈하게 가꿔진 정원을 걸어가며 그는 말했다.
“하나 너의 아버지, 칼리악은 훌륭한 전사였다.”
“…….”
잊고 있던 이름.
그 순간 카릴은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봤다.
크웰 맥거번.
제국의 청기사단 단장. 대륙의 다섯뿐인 소드 마스터 중 한 명.
그리고.
자신의 양아버지였던 남자.
전란(戰亂)의 시대.
많은 사람이 죽었고 지금도 죽어 갔다.
정확히 1년 전.
제국의 황제 타이란 슈테안은 황명을 내렸다.
이단섬멸령(異端殲滅令).
신을 모시지 않는 이민족을 부정하고 개종을 거부하는 자들은 가차 없이 척결한다.
카릴의 부족 역시 이단이란 이유로 사라졌다.
이단의 기준은 명백하다. 태어날 때부터 마력을 가지고 있는가 없는가.
제국인들은 크든 작든 태생적으로 마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자신들은 아니다.
‘올리번이 황위에 오르고 나서야 끝이 났었지.’
자신의 손으로 죽인 선왕이라 칭해졌던 황제.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끝까지 신을 믿었던 불행한 친우(親友).
“…….”
입맛이 썼다.
제국에서 카릴과 같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눈동자 색깔이 바로 이단의 증거였으니까.
검은눈 일족.
이단이라 불리는 이민족 중 하나였다.
‘아버지.’
카릴은 크웰을 바라봤다.
그는 수많은 이민족을 죽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부족을 멸할 것이다.
고아가 된 자신을 거두어주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고아로 만든 장본인이 그였다.
“이곳이 앞으로 네가 지낼 곳이다.”
친부(親父)를 죽인 그를 어떻게 카릴은 아버지라 부를 수 있을까.
‘신탁이 내려지기까지 앞으로 3년…….’
많은 일이 있었다.
카릴은 전생(前生)의 기억들을 하나둘 떠올리며 그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곱씹었다.
쿠그그그그…….
저택의 문이 열렸다.
문 앞에 서 있는 다섯 명의 소년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흥미롭게, 누군가는 두렵게, 누군가는 분노를 담아, 누군가는 무관심하게.
누군가는…….
카릴은 그들을 훑어봤다.
다섯 명과는 다른 눈빛이었다.
마치, 그리웠던 이와 재회를 하게 된 사람 같이.
‘마르트, 티렌, 엘리엇, 란돌, 제이크.’
한 명 한 명, 그들의 이름을 속으로 말해 본다.
“반갑다.”
다섯 명 중에 가장 앞에 서 있던 소년이 카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유일하게 크웰과 닮은 얼굴이었다.
그럴 수밖에.
그만이 크웰의 피를 이어받은 직계였으니까.
단 한 명뿐인 크웰의 혈육이자 장남인 마르트 맥거번.
나머지 네 명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피가 섞이지 않은 양자들이었다.
‘살아 있다.’
떨리는 눈을 감았다.
신탁을 받들기 위해 그들과 함께 싸웠던 기억이 하나둘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
마론 협곡에서 마족에게 심장이 꿰뚫린 채 죽어 갔던 첫째, 키웰 해전에서 새카맣게 재가 되어 죽은 셋째, 마족의 이빨에 사지가 찢겨 죽은 다섯째…….
하지만 지금 그들이 생기 있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참하게 죽은 첫째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형님.’
감회가 새로운 듯 카릴은 마르트를 바라봤다.
전장 속에서 고통받던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이 아닌 아직 때 묻지 않은 그들.
젊었다.
아니, 어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카릴은 그제야 정말로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꽈악-
북받쳐 오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자, 들어가자꾸나.”
크웰은 그런 카릴의 어깨를 가볍게 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아버지.”
아이들은 그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
마지막 계단을 밟고 오르던 카릴의 발이 잠시 멈추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위를 바라봤다.
“뭐 해?”
마르트 맥거번이 카릴을 불렀다.
“아무것도.”
어색한 듯 어색하지 않은 듯 카릴은 묘한 표정으로 대답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늘을 바라본 게 아니니까.
그보다 더 위.
누군가를 떠올렸던 것뿐이다.
‘보고 있나, 율라(Yula).’
카릴은 신의 이름을 되뇌며 생각했다.
이제 곧 그녀가 내릴 끔찍한 시련이자 지독한 피비린내가 나는 신탁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아니, 똑똑히 지켜봐라. 이제부터 내가 모든 걸 바꾸어 놓을 테니.’
카펫을 밟는 발의 촉감이 좋았다.
단단한 갑옷이 아닌 부드러운 신발의 감촉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던가.
그는 지옥 같은 탑을 올라 과거로 왔다.
그리고 돌아왔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우연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미래를 바꾸겠다.’
그러니, 이 역시 이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