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0화(10/497)
10. 없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
“염지(炎指).”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다섯 손가락에서 작은 불꽃이 일었다.
“점화(點火).”
다섯 개의 불꽃이 폭발하듯 커졌다.
주먹만 한 화염구가 카이에 에시르의 팔을 따라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열기(熱氣).”
그의 영창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반대쪽 손바닥을 들어 가볍게 외치자 불에 달궈진 것처럼 시뻘겋게 변했다.
[레드 드래곤에게 화염 마법이라…….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카이에.]리세리아는 거대한 발 위에 턱을 괴고는 마법을 시전하는 카이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의 시선을 느낀 듯 카이에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쩔 수 있나. 내 속성이 화염인 것을. 그렇다고 드래곤인 네가 내 불길이 두려워 상성의 마법을 쓰진 않겠지.”
[가증스러운 놈, 네 녀석이 속성이란 말을 하다니.]“그럼, 당연한 일이지. 인간인 내겐.”
[네가?]도무지 서로의 목숨을 걸고 싸움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친우와의 대화 같았다.
우우우웅……!!
붉게 변한 손으로 날카로운 검을 쥐었다.
특이하게도 그는 마법사들이 흔히 쓰는 지팡이가 아닌 검을 쥐고 있었다.
그러자 끝에 달린 녹색의 원석이 그의 붉은 기운을 흡수한 듯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발화(發火).”
마침내, 그의 주위를 돌 던 다섯 개의 화염구가 일제히 리세리아를 향해 쏘아졌다.
콰아아앙!!
그 순간, 안광을 빛내며 그를 바라보던 레드 드래곤이 거대한 앞발을 들어 자신을 향해 쏘아진 화염구를 짓밟았다.
폭음과 함께 두 개의 화염구가 그대로 터져나갔다.
“화시(火矢).”
카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법을 영창했다.
그가 뒤로 팔을 잡아당기자 남아 있는 둥근 화염구들이 마치 화살처럼 길게 변했다.
‘이토록 빠른 영창이라니……. 주문도 없이 시동어만으로 즉각적으로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가 몇이나 될까.’
카릴은 그를 바라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촤아아악-!!!
그의 불화살이 리세리아의 단단한 비늘을 뚫고 폭발했다.
놀랍게도 레드 드래곤인 그가 불에 덴 듯 떨어져 나간 비늘 안쪽의 피부가 시커멓게 녹아 있었다.
[크르르르…….]마법의 위력을 얕본 것일까.
리세리아는 카이에를 바라보며 울부짖듯 거대한 송곳니를 보이며 으르렁거렸다.
‘저게 1클래스 마법이라고? 말도 안 돼!’
화염계 마법 중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화구(火球)와 화시(火矢).
화염을 둥근 구체 모양으로 응축시켜 폭발력을 중시한 화구와 일점 폭발을 노린 화시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위력은 기껏해야 일반 병사들이 쓰는 불화살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위력에 비해 마력의 소모는 커서 잘 사용되지도 않았다.
마법을 할 수 없는 카릴이지만 누구보다 마법의 사용자들과 싸웠던 그였다.
평생을 걸쳐 봤던 그 어떤 화시(火矢)도 저런 위력을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파아앙……!!
하지만 그 놀람을 느끼기도 전에, 드래곤의 눈에서 정통으로 검은 연기가 솟구쳤다.
[카악!! 카아아악……!!]조금 전과는 달리 리세리아는 괴로운 듯 괴상한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뒹굴었다.
“조금 더 위력을 올려볼까.”
다시 한번 그의 손가락에서 불꽃이 일었다.
혈관이 팽창하듯 부풀어 오르며 그의 전신에서 마력이 들끓었다.
쾅-!!
쾅……!! 쾅……!!
콰가가가가강—!!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불화살.
처음의 일렁이는 화염을 머금은 붉은 색이었던 화시(火矢)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푸르게 변했다.
마치, 섬광(閃光)처럼 날아오는 마법은 정확하게 리세리아의 급소만을 노렸다.
놀랍게도 드래곤은 폭발이 이어질 때마다 거대한 몸이 휘청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했다.
‘뭐지……? 고작 마법으로.’
드래곤의 항마력 따위는 무시한다는 듯 카이에 에시르의 마법은 시전하는 족족 리세리아를 꿰뚫었다.
[크아아아아……!!!]리세리아의 브레스가 카이에 에시르를 향해 쏟아졌다. 지축을 뒤흔드는 강맹한 열기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카이에 에시르는 피할 생각도 없이 그것을 정통으로 맞았다.
아니, 막아냈다.
치이이이이…….
아니, 갈라졌다.
섬광이 번뜩이더니 염룡의 브레스가 양쪽으로 갈라지며 사그라졌다.
시커멓게 탄 로브를 벗으며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리세리아를 바라봤다.
‘저게 가능한 일인가…….’
카릴은 보고서도 믿을 수 없었다.
“클래스를 나누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짓이지. 1클래스의 마법에 5클래스의 마력을 쏟아부으면 그게 더 이상 1클래스라고 할 수 있느냔 말이지.”
아니, 그건 불가능 한 일이다.
클래스를 나눈 것 자체가 마법에 응축시킬 수 있는 마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마법의 절대량.
소모되는 그 양이 많기 때문에 클래스도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전 그는 보았지 않은가.
만약 그가 리세리아의 몸에 동조되지 않았더라면 카이에가 쓰는 마법을 막기는커녕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카릴은 제국의 전쟁 속에서 많은 마법사와 싸웠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저런 사람은 없었다.
‘…….’
그는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카이에 에시르를 바라봤다.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우리가 틀린 건가.’
그렇게 들었을 뿐.
그리고 그렇게 믿을 뿐.
마법사들 중 누구라도 지금 이 말을 듣는다면 언성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카릴은 마법을 써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은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었다.
만약, 카이에 에시르의 말이 옳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마법 체계를 뒤엎는 사건.’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어째서 용 사냥을 하는 거지. 너와 우린 동류(同流)가 아니었던가.]“동류? 설마……. 인간과 용이 어떻게 같겠어.”
카이에 에시르는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하지만 카릴은 그 대답이 리세리아의 마음을 고동치게 만들고 있음을 느꼈다.
[한 가지만 묻지. 혹여 나의 죽음이 너에게 새로운 전환을 주는가?]“물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 마법은 나의 대(代)에서 끝이다. 나의 정수는…….”
콰아아앙-!!
카이에 에시르의 검에서 거대한 불꽃이 일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 불타기 시작했다.
“……에 있을 테니까.”
폭음 때문에 카릴은 그의 말을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것이, 염룡(炎龍)의 생전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을.
파아아앗-!!!
시야가 검게 변했다.
* * *
“도련님, 도련님!!”
루벤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눈을 떴다.
“…….”
곰팡이가 낀 아인헤리의 서고가 아니었다.
침대 위에서 깨어난 카릴은 어쩐지 자신의 몸이 낯설게 느껴졌다.
“괜찮으세요? 제가 누군지 아시겠어요? 아니다, 지금 당장 마님께 알리겠습니다!”
리세리아의 몸에 동조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 변했다.
펼친 손바닥에 보이는 혈관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옅은 빛을 머금고 있었다.
“기다려.”
카릴의 말에 문을 열고 달려가려던 루벤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소란스럽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지금 이 순간을 집중하고 싶었다.
몸 안에 느껴지는 힘.
평생 가지지 못했던 이질적인 이 기운을 카릴은 처음 느껴보지만, 본능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참아 왔던가.
꽈악-
카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드리워졌다.
마력(魔力).
그 힘을 드디어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