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0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04화(104/497)
88. 강의 주인, 바다의 주인 (2)
“저 녀석이 끝까지 따라올까요?”
조이 요한셀은 배의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는 크라켄을 바라보며 말했다.
칼 맥은 대양을 가로지르면서 신들린 항해술로 아슬아슬하게 몬스터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짐짓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천운인지 아니면 그조차 계획된 것인지 기가 막힌 타이밍에 순풍까지 불어주고 있었다.
“아마도. 크라켄은 한 번 찍은 먹잇감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니까요. 괜히 녀석을 바다의 주인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죠.”
크라켄은 대부분 자신의 영역인 거요의 군도에 있지만 사실상 대륙을 제외한 바다 전역을 누빈다고 할 수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발상이군……. 아무리 수왕이라 할지라도 바다의 주인에겐 결국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방해꾼일 테니.”
유린 휴가르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포나인에 서식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씨 서펀트도 마물 도감에는 해양 몬스터로 등재되어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지만……. 이거 진짜 수왕과 해왕의 대결인데요?”
반면 조이 요한셀은 칼의 계획을 듣고 난 뒤 어쩐지 조금은 설레는 표정이었다.
“공국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수왕과 크라켄을 서로 충돌시켜 싸우게 한 다음 그 틈을 노려 바다를 건넌다…….”
앞으로 일어날 두 괴수의 전투보다 유린은 오히려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황당하지만 기발한 생각을 한 칼에게 더 관심이 생겼다.
‘산란기 때에는 더 포악해지지만 대신 둥지를 벗어나지 않는 수왕의 특성이나 바다 전체를 이동하는 크라켄의 습성을 노린 결과야. 만약 반대가 되었다면 성공하지 못할 계획이었겠지.’
유린은 칼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요소를 꿰뚫는 눈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 마부란 녀석도 그렇고 주위에 있는 자들이 모두 범상치 않아.’
하지만 가장 의뭉스러운 것은 단연 카릴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괜스레 코끝이 간지러워지는 기분이라 유린은 다시 한번 콧등을 쓸어내렸다.
조금 전 전투가 무색하리만치 잠잠한 바다를 보며 그가 말했다.
“뒤에 괴물을 달고 있는 덕분에 우습지만 나름의 장점도 있군.”
유린은 조타실에 있는 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녀석이 공국까지 한 달 안으로 끊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한 이유를 알겠어.”
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군도를 빠져나온 뒤로 아이러니하게도 크라켄 덕분에 하워드호 주변에는 더 이상 그 어떤 몬스터도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면 공국까지 가는 루트는 포이즌 피쉬라든지 바위 크랩, 갑충 해마 같은 마물들의 서식지를 피해서 둘러 가는 게 보통이니…….”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 없이 일직선으로 공국을 향해 배를 몰고 있었다.
“편하군.”
유린은 크라켄을 바라봤다.
‘수왕의 산란지가 공국으로 가는 길목만 아니었으면 이대로 쭉 갔을 텐데.’
“그렇게 했다가는 라바트 길드는 물론이거니와 저희들은 공국에 몰살당할지도 모릅니다.”
“어? 아아……. 그도 그렇군.”
마치 자신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 대답하는 카릴의 모습에 유린 휴가르는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
* * *
“후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키를 잡고 있는 칼 맥은 조이의 축복 마법을 받으면서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조금만 버텨.”
“하, 하하……. 걱정 마십시오, 마스터.”
칼 맥은 카릴의 말에 힘겹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솔직히 이 정도도 대단한 겁니다. 벌써 나흘째에요.”
“사제님께서 마법을 걸어주셔서 괜찮습니다.”
“하지만…….”
조이 요한셀은 칼 맥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체력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정신력의 문제니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미 나가떨어졌을 겁니다.”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일입니다.”
“냉정하시네요. 카릴 님은 가끔 보기와 다르게 차가우실 때가 있습니다.”
팔짱을 낀 채로 벽에 기대어 있던 카릴은 조이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보기와 다르게요……. 그건 나이의 어림에 대한 잣대입니까? 칼을 대신할 방안이 있다면 저 역시 그랬을 겁니다. 지금 조이 경의 말은 결코 위로가 아닙니다.”
냉정한 그의 모습에 조이는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칼을 지치게 할 뿐이죠. 칼, 수왕의 서식지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집중해. 너에게 우리 셋의 목숨이 달려 있다는 걸 명심해.”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 어설픈 위로보다 오히려 압박이 더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걸 카릴은 오랜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칼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키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
하지만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조이는 그런 카릴의 행동이 아직은 못마땅한 모습이었다.
촤악…… 촤아악…….
츠즈즈즈…….
그렇게 얼마나 배를 몰았을까.
귓가에 지겹도록 맴돌았던 뱃머리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눈동자의 혈관이 다 터져나가 붉은 눈이 된 칼은 마지막으로 키를 꺾었다.
끼릭- 끼릭-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시원하게 질주하던 범선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파도가…… 멈췄다?”
조이 요한셀은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물결 하나 없이 잠잠해진 바다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혼잣말조차 정적 속에선 무척이나 크게 들려 사람들의 귀에 선명히 꽂혔다.
쿠그그그그…….
그것도 잠시.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바다가 떨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파도가 치는 것이 아닌 해저 깊이 밑바닥이 울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콰아앙—-!!!!!!
폭탄이 폭발한 것처럼 거대한 물보라와 함께 파도가 솟구쳐 올랐다. 조금 전 멈춰있던 하워드호가 부웅 하고 떠오르며 파도를 따라 옆으로 밀려 나갔다.
“……!!!”
“……!!!”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배 위로 물방울들이 떨어지고 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크아아아!!!!]솟구쳤던 물이 사라지고 푸른 비늘을 번뜩이는 씨 서펀트가 엄청난 크기의 송곳니를 그들을 향해 내보였다.
“저, 저게……, 수왕(水王).”
칼 맥은 드래곤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괴물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제 발로 찾아온 것이지만 막상 녀석의 위용에 전율이 일었다.
“…….”
그건 구릉의 주인을 길들인 카릴조차도 수왕의 엄청난 크기에 압도되는 기분이었으니까.
‘제국이 전생에 저 녀석을 사냥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군.’
시간을 회귀한 그조차도 씨 서펀트와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케에엑……!!]씨 서펀트의 포효에 맞받아치려는 듯 물속에 있던 크라켄이 물을 뿜어내며 쫓던 하워드호를 버리고 녀석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후아……!”
뒤쫓아 오던 크라켄이 사라지자 칼은 드디어 키에서 손을 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거야 원, 우리들은 이제 안중에도 없군.”
이제부터는 대괴수들의 싸움.
유린 휴가르는 입술을 씰룩이면서 말했다.
“이 틈에 도망쳐야 해. 칼, 수고했다. 크라켄을 따돌릴 정도는 못 되지만 녀석이 떨어져 나간 이상 이제부터 키는 내가 잡지.”
그가 칼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콰강……!! 콰가가강……!!
촤아아악……!!
거대한 씨 서펀트와 크라켄이 맞부딪히자 바다는 성난 것처럼 요동쳤다.
[카가각……!!!]크라켄의 두꺼운 다리가 씨 서펀트의 목을 감쌌다. 수면 아래로 잡아당기려는 크라켄의 힘에도 씨 서펀트는 허리를 굽히지 않고 버텼다.
촤르륵……!!
채찍처럼 세 개의 다리를 수면 위로 튕기듯 튀어나와 수왕의 목을 감쌌다.
꽈득! 꽈드득……!!
거대한 녀석의 빨판이 수왕의 비늘을 빨아들이듯 달라붙자 수왕의 아가미가 뜯어질 듯 들렸다.
[카아아악–!!!]수왕은 네 개의 거대한 다리가 자신을 잡아당기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 힘을 버티면서 크라켄을 향해 포효를 질렀다.
‘힘은 수왕이 한 수 위인 것 같네. 데미지를 누가 더 많이 주는지에 따라서 결정을 내려야겠군.’
카릴은 두 괴물의 힘겨루기를 마치 분석을 하는 것처럼 바라봤다.
콰직-!!
수면 위에서 버티던 씨 서펀트가 허리를 크게 원을 그리듯 꺾으며 날카로운 송곳니로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크라켄의 다리 하나를 물었다.
크라켄이 알 수 없는 포효를 질렀다. 수왕의 입에 커다랗게 녀석의 살점이 덜렁덜렁 매달려 있었다.
촉수 같은 다리 하나가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졌다. 하지만 고통 따위는 모르는 듯 크라켄은 나머지 다리들까지 수왕을 에워쌌다.
부글…… 부글…….
살점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서 순식간에 물컹한 점액질이 덮이면서 오히려 더 길게 늘어나는 듯 서펀트의 얼굴을 감쌌다.
‘으흠……. 재생 능력까지 있는 건가.’
크라켄의 다리를 떼어 내기 위해 이리저리 물어뜯는 수왕과 공격을 받으면서도 수면 밑으로 잡아당기려는 크라켄의 모습은 마치 창과 방패의 대결 같았다.
“진저리가 나는군. 저 괴물 녀석들…….”
“수왕의 이빨이 크라켄의 다리를 하나하나 뜯어내고 있어.”
“하지만 크라켄은 독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물 밑으로 데려가기만 하면…….”
두 괴수의 팽팽한 싸움의 결과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같은 상황을 보고 있는 조이와 유린의 의견도 서로 엇갈렸다.
‘결과는 예상되는군.’
그러나 카릴은 수왕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꽉 잡아!!”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유린이 배의 중심을 잡으며 키를 움켜쥐며 외쳤다.
“아니. 멈춰요.”
순간.
유린은 변한 카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칼, 다시 네가 키를 잡아. 앞으로 1시간. 1시간만 더 버텨라. 그 뒤엔 공국에 도착할 때까지 원 없이 쉴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칼은 카릴의 명령에 이유도 묻지 않고서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무슨 소리야? 칼이 키를 잡을 수 있는 상태로 보여? 게다가 수왕이 한눈을 팔 때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고!”
유린은 비틀대는 칼을 막으며 카릴에게 소리쳤지만 담담한 목소리로 카릴은 그에게 대답했다.
“확실히 거기까지가 칼 맥의 계획이었죠. 하지만 제 계획은 좀 다릅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니까. 유린, 당신에게 키를 맡길 순 없습니다.”
“……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유린이 카릴을 바라봤다.
아직도 숨겨진 계획이 있는 건가?
이미 충분히 상식을 뛰어넘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두 녀석을 맞부딪히게 하겠다는 계획에 동의했지만 그 틈에 도망치겠다고 하진 않았거든요.”
“그게 무슨…….”
스르응-
카릴은 천천히 얼음 발톱을 뽑았다.
“…….”
세 사람은 그가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선 자세가 어쩐지 흔들리는 배 위에서 오히려 맨손일 때보다 더 안정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녀석들을 그냥 둘 겁니까?”
카릴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
불현듯 출항을 하기 전 길드에서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린 유린은 경악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설마……. 수왕을 사냥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
카릴은 조이 요한셀의 말을 가볍게 부정했다.
고개를 돌린 그의 입꼬리가 어쩐지 지금을 기다렸다는 듯 살며시 올라간 것 같았다.
“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