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0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05화(105/497)
88. 강의 주인, 바다의 주인 (3)
“……뭐?”
유린 휴가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한 마리도 버거운 마물이 두 마리나 있었다.
전투의 한복판에 있다는 것 목숨을 내놓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었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 거 아냐? 모험가로서의 명예가 탐나면 너 혼자서 해. 남의 목숨까지 내다 버리게 하지 말고!!”
그는 카릴의 멱살을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칼 맥은 어느새 카릴의 명령에 따라 키를 잡고 있었다.
“당장 멈춰!!”
유린은 키를 돌리려는 칼을 한 대 후려칠 기세로 소리쳤다.
꽈악-
그때였다.
자신의 멱살을 쥐고 있는 두 팔을 지그시 잡은 카릴은 천천히 아래로 힘을 주었다.
“……!!”
유린의 우람한 팔이 카릴의 가녀린 손에 눌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
‘뭐, 이런 힘이……?!’
그는 당장에라도 카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힘을 주면 줄수록 내리누르는 카릴의 힘이 더 강해질 뿐이었다.
“진정하세요. 저 녀석들이 싸우고 있는 지금 다 같이 뛰어들자는 게 아니니까. 유린 경 말대로 남의 목숨은 내다 버리지 않을 거고요.”
“이…… 이거…….”
유린은 차마 놓으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존댓말을 하고 있지만 카릴의 모습에서 유린은 자신도 모르게 위압감을 느꼈다.
군도에서부터 느꼈던 알 수 없는 이질감.
어쩐지 그 모습을 확인하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포나인을 마물들의 서식처로 만들고 남부로 내려갈 수 있는 해로에 자신의 영역을 세워 군도 막아서 오직 육지로 밖에 갈 수 없게 만든 크라켄까지.”
카릴은 유린의 팔을 풀며 말했다.
손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팔을 어루만지며 유린이 그를 바라봤다.
“이참에 녀석들을 모두 처리하게 된다면 폐하께서도 기뻐하실 일이겠죠. 안 그렇습니까?”
확실히 제국의 마물 토벌은 연중행사로 있는 일이지만 기껏해야 마을을 습격하는 고블린 같은 하급 몬스터를 대상으로 한 것뿐이었다.
“네가 저 괴물을 사냥할 수 있을 것 같아?”
“실패한다면 제가 책임을 지죠. 어차피 둘 중의 하나는 승자가 남을 수밖에 없는 싸움. 마지막 녀석의 목숨까지 끊는 것이 제국의 안녕을 위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
유린은 카릴을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듣기 좋은 이야기로 유린의 마음을 흔들었지만 카릴은 이미 그 이후의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물론……. 크라켄을 해결하게 되면 반대로 남부에서 올라 갈 수 있는 해로도 확보 된다는 게 중요한 거지.’
언뜻 보면 제국을 위한 말 같지만 그의 말 속에는 가장 큰 속내가 숨겨져 있었다.
‘그 뒤에 다시 군도를 막으면……. 오직 남부에서 위로 올라 갈 수 있는 해로가 열리게 된다.’
그의 목에 걸린 각왕의 증표가 가볍게 흔들렸다.
유린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
카릴은 녀석들을 사냥할 생각이 없었다.
‘길들인다.’
그 차이가 만들 엄청난 결과.
포나인뿐만 아니라 해상까지 자신이 독점할 수 있게 된다면 대륙을 오갈 수 있는 수많은 경로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제국과 공국에 비해 열세일 수밖에 없는 군사력까지 확보 할 수 있다.
오직.
자신만이 다룰 수 있는 마물 부대.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서펀트 계열의 약점은 모두 똑같다. 씨 서펀트 역시 구릉의 주인과 마찬가지로 역린(逆鱗)이 있다.’
하지만 샌드 서펀트와 달리 씨 서펀트는 그 역린을 보호하고 있는 끈적끈적한 점액으로 만들어진 막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칼로는 잘라 내기 힘들고 수 계열 몬스터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뇌 계열의 마법은 녀석에게 데미지는 줄 수 있을지언정 역린을 보호하는 막은 손상시킬 수 없었다.
‘막이 뇌력(雷力)을 흡수해 버리기 때문이지. 검과 마법 둘 다 불가능. 이렇다 할 공격수단을 찾을 수 없기에 전생에서 쉽사리 수왕을 토벌할 수 없었던 거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수왕이 지금 싸우고 있는 적은 해왕이라 불리는 바다의 주인, 크라켄.
아이러니하게도 해왕의 능력이 바로 수왕을 처리할 수 있는 열쇠가 되었다.
‘녀석의 빨판이라면 역린을 보호하고 있는 막을 힘으로 뜯어낼 수 있다.’
단순 무식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정말로 처리할 자신이 있나?”
“걱정 마십시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유린은 시시비비를 제대로 따질 만큼 냉정하지 못했다.
유린은 그저 애물단지인 마물을 처리하는데 남의 손을 빌릴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을 따름이다.
카릴은 나지막하게 웃었다.
‘어차피 크라켄을 길들이게 되면 그 이후엔 이 사실을 알게 되어도 늦었지. 제국이든 공국이든 어떤 방해가 있든 상관없어.’
이건 전에 없을 기회였다.
원래대로라면 아무런 방해 없이 군도에 가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평상시였다면 제국과 공국의 군함이 바다에 상시 순찰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런 이유 없이 항로를 변경하는 것 자체도 제국이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그 방향이 거요의 군도라면?
‘하워드호는 크라켄을 만나기 전에 군함과 먼저 싸워야 했을 테니까.’
뿐만 아니라 아무리 카릴이라 할지라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크라켄을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것은 무의미해. 수왕이든 해왕이든 결국 녀석들은 몬스터. 대단한 마물이지만 지능은 그 한계를 넘지 못한다.’
절대적인 강함.
정당한 싸움 같은 것은 필요 없다.
오로지 그 공포를 온몸에 새겨 넣어주는 것만이 몬스터를 길들이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구릉의 주인 때와는 다르다.
일단 육지와 달리 망망대해인 이곳은 설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었으니까.
제대로 된 검술을 펼치기 어렵기에 몬스터를 상대하는 난이도 역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조이 경, 안실라(Ancilla)를 걸어 줄 수 있습니까?”
사제의 축복 마법 중 하나인 안실라는 마법사들의 비행 마법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다.
하지만 마력을 계속해서 소모하는 플라이(Fly)와 달리 안실라는 사제의 기도문 한 번으로 지속적인 효과가 이어진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외부의 충격을 받아도 마법사들은 플라이 마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안실라는 단 한 번의 충격으로도 그대로 마법이 풀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대로 바닷속으로 직행.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죄송합니다. 보좌의 축복은 제 등급에서는 쓸 수 없는 기도문입니다.”
그러나 카릴의 말에 조이 요한셀은 난색을 표했다.
혈맥이 뚫리는 개수에 따라 등급이 자연스럽게 오르는 마법사들과 달리 사제들은 아무리 신성력이 높다 하더라도 교단의 승인이 없다면 고위급 축복을 배울 수 없었다.
“차라리 비행 마법을 쓰시는 게…….”
조이 요한셀은 조심스럽게 카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이제 마법사의 반열에 오르며 용마력으로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지닌 카릴은 이제 자신에게 비행 마법을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마법이 그렇듯 유지를 하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수왕과 해왕의 싸움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그에게 있어서 마법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집중력조차 모두 공격에 쏟아붓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안실라는 내가 걸 수 있다.”
유린 휴가르는 카릴을 향해 말했다.
더 이상 그는 카릴에게 공국으로 뱃머리를 돌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카릴의 말에 두 마물을 잡는 것으로 마음을 돌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잘못하면 저 수라 한복판에 떨어질 수 있어. 순식간에 놈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단 말이지. 나라도 그런 상황에서 널 구할 순 없다.”
“괜찮습니다. 맞지 않으면 되니까.”
“허…….”
당연한 말이지만 그걸 현실로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존재할까.
유린은 카릴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음대로 해봐. 죽으러 가는 녀석의 소원이라면 기도문 정도야 쉬운 일이지.”
그는 메이스를 쥔 채로 기도문을 읊었다.
붉은빛이 그에게서 흘러나와 천천히 카릴의 몸을 감쌌다.
“율라(Yula)의 자유가 있으리.”
우우웅…….
“안실라(Ancilla).”
확실히 1급 사제인 그의 영창은 조이 요한셀의 축복보다 효과가 좋았다.
카릴의 몸이 가볍게 떠올랐다.
“칼, 네가 할 일이 있다. 배에 있는 보조선을 저 녀석들 근처에만 떨어뜨려 줘. 그 뒤에 그대로 여기서 북동 방향으로 배를 몰고 가면 작은 섬이 하나 있을 거다. 내가 올 때까지 거기서 기다려.”
“거북등 바위를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
해협의 지도를 모두 외우고 있는 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뒤는 내게 맡겨. 이곳에 있을 필요 없어.”
“그런데……. 저런 상황이면 보조선이 잠시도 버티지 못할 텐데요? 부서져 버릴 겁니다.”
칼은 거대한 몬스터들이 날뛰는 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 근처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일일 테니까. 네게 맡기는 거야.”
카릴의 말에 칼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후우,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키를 돌려 하워드호를 몬스터들의 접전지로 향했다.
촤아아아악—!!
긴장감이 심장을 조여 왔다.
멀리서 봐도 엄청난 위용의 녀석들은 점차 가까워질수록 마치 거대한 산을 보는 기분이었다.
실로.
압도되는 느낌.
파앗-!!
모두가 굳어 있을 때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역시나 카릴이었다.
그는 마물이 엉켜 있는 틈 사이로 빠르게 날았다.
“좋아…….”
칼은 카릴의 등을 보며 배를 몰기 시작했다.
‘좌향 27도, 80m 그다음 키를 반대쪽으로 70도. 거리는…… 200m. 마지막으로 파도를 타고 빠져나간다.’
칼은 크라켄의 다리가 수왕의 목을 감싸고 있는 사이에 벌어진 틈을 노려보며 계산했다.
“어이, 칼! 너 어디로 가는 거야!”
어쩐지 뱃머리가 향하는 방향이 이상했다.
유린은 조타실의 칼을 향해 소리쳤다.
“유린 님! 죄송하지만 배 옆에 달린 보조선을 묶은 끈을 제가 신호를 드리면 잘라주세요!”
“너……. 설마 저 사이로 들어가겠다는 건 아니겠지? 그 녀석 말 못 들었어? 그냥 근처에 떨어뜨리랬잖아!”
칼은 유린의 말에도 키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서는 의미가 없어요. 발판으로 쓰실 거면 저 사이에 떨어뜨려야 그나마 물살에도 남아 있을 수 있단 말이에요!”
“젠장!!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제정신이 아니야. 라바트 길드는 모두 저런 괴물만 있는 건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유린은 어느새 배의 난간 위에 보조선을 고정시켜 놓은 밧줄을 향해 가고 있었다.
[크아아아!!]크라켄이 입에서 녹색의 독액을 뿜어냈다. 수왕의 뺨에 독액이 닿자 비늘이 쪼그라드는 것처럼 구겨졌다.
[크르르르……!!!]코를 찌르는 타는 냄새와 함께 타들어 가는 얼굴로 크라켄의 뒷목을 감으며 녀석의 몸통을 물어뜯었다.
콰드드득……!!
콰작……!!
그때였다.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고개를 내리자 놀랍게도 칼이 독액을 피해 해왕과 수왕의 사이를 통과하며 옆에 매달아 놓았던 보조선을 떨어뜨렸다.
“허…….”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낮은 탄성을 질렀다.
“마스터!!”
예상대로 보트는 1초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크라켄의 다리에 맞아 산산조각이 났다.
“돌아가서 기다리겠습니다!!”
칼은 카릴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지만 보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지체한다면 하워드호 역시 보조선 꼴이 날 것이 틀림없었다.
‘부디……!!
그는 이를 악물었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배는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대단한데.”
하워드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카릴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제야 갔군. 보조선을 떨어뜨리라는 건 그냥 섬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핑계였는데……. 안 그랬으면 돕겠다고 계속 여기에 있으려고 했을 테니까.”
그런데 칼은 시키지도 않은 일까지 성공해 버렸다.
“칼 녀석…… 이 상황에서 더 실력이 는 것 같은데.”
그는 나직이 웃었다.
카릴은 몬스터들이 뒤엉켜 있는 상황 속에서도 포나인을 수안에게 바다는 칼에게 맡기면 완벽하겠다는 여유로운 생각이 들었다.
후우우우-!!
바닥을 밟듯 허공에 발을 채자 그는 달리듯 수왕의 눈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크라켄의 몸통을 물고 있는 수왕은 귀찮은 파리를 보는 것처럼 눈으로 카릴을 쫓았지만 이내 상관하지 않았다.
그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 채 말이다.
우우웅…….
카릴은 검을 고쳐 잡았다.
순식간에 그의 검날에서 보랏빛의 아케인 오러(Arcane Aura)가 뿜어져 나왔다.
“방해꾼도 사라졌으니…….”
헤임을 떠나 처음으로 검을 쓰는 카릴은 얼음 발톱의 감촉을 즐기듯 말했다.
“사냥을 해볼까.”
잠갔던 셔츠의 단추가 살짝 풀리자 그의 목에 걸린 각왕(角王)의 증표에 남은 빈자리가 녀석들을 반기듯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