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0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08화(108/497)
91. 우든 클라우드와의 거래
로브를 쓰고 있던 자들이 건물의 양쪽으로 밀려나며 카릴은 프란 루레인과 마주했다.
프란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복면을 벗었다.
카릴은 그를 향해 말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군요. 공작 저하께서는 신종 교단에 빠지신 것입니까. 아니면 새로운 무도회라도 준비하시는 것인지요.”
바닥에 떨어진 복면을 주우며 카릴은 프란을 지그시 바라봤다.
낮에 봤던 예의 바른 모습과는 달리 그의 눈동자엔 적의가 가득했다.
“타이란 슈테안과 무슨 얘기를 했는가.”
서론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그의 모습은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였다.
‘황제가 교단에 있다는 것을 아는 모양인데……. 우든 클라우드의 정보력이 확실히 교단뿐만 아니라 제국에도 미치고 있는 거로군.’
카릴은 그런 상황에서도 오히려 빠르게 상황을 분석했다.
숱한 전장에서 살아남았던 그였다.
“흠.”
어린 시절 검성의 경지에 오르기 전 검술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리번을 위해 제국 전쟁에 참여했다.
당연히 포로로 잡힌 적도 많았다.
그런 그에게 고작 이런 압박은 그 어떤 무게감조차 느껴지지 않는 정도였다.
과거.
제국 전쟁 시절 당장에라도 자신의 목을 치지 못해서 안달이 났던 프란 루레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안다면 과연 이렇게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카릴로서는 우스울 따름이었다.
‘나와 황제와의 대화 내용은 모른다. 아마도 시종을 죽여서겠지. 운이 좋게도 감이 맞았군.’
또한.
그 말은 자신을 보좌했던 수련생을 비롯하여 외부에는 아직 우든 클라우드가 남아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지금 황제 곁에 남은 친위 기사들만큼은 우든 클라우드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황제는 안전하다…… 라는 거군.’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군주인 황제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지만 지금 카릴에겐 가장 핵심적인 카드였으니까.
“거래에서 가장 기본은 자신의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먼저 의사를 내비친 쪽은 그쪽이라고 생각되는데 말입니다.”
“……너와 거래를 하고자 불렀다고 생각하는가.”
프란은 목소리를 깔았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로브를 쓴 자들이 문을 막아섰다.
‘갈무리 되어 있는 느낌으로 봐서는 소드 익스퍼트(Sword Expert)급. 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자는 없는 걸 봐서는 다 검사겠고.’
카릴은 재빨리 그들을 살폈다.
프란을 제외하고 로브를 쓴 자들의 수는 모두 열다섯이었다. 제국 기사단의 기본 조건이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였다.
‘이들 모두가 기사급이라는 말인데.’
결코 적지 않은 수.
프란의 자신만만한 태도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원하는 게 뭐지?”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북부로 갑니다. 화룡의 거처에 가는 이유도 황제와 관련되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말해 드릴 수 있는 건 이 정도겠군요.”
“…….”
“코브는 프란 경의 영토이니 상관없겠습니다만 북부의 마지막 관문인 화이트 벙커는 다르죠. 이유는 아실 겁니다.”
화이트 벙커(White Bunker).
공국에서 가장 거대한 요새이자 500년간 단 한 번도 함락이 되지 않은 절대 요새였다.
공국에서 북부로 향하는 관문이기도 한 이곳은 현재 공국의 1인자라고 할 수 있는 튤리 루레인의 영지였다.
즉, 공작령으로 분리되어 있는 공국의 영토에서 코브의 주인인 프란이 공국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맡고 있다면 북부로 향하는 문은 튤리가 맡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카릴의 말에 그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화이트 벙커를 무너뜨리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진 않을 테고. 원하는 게 뭐지?”
“프란 경의 강철 함대가 내륙 안으로 진군할 수 있다면 그런 부탁을 드렸겠지만……. 아쉽게도 자랑스러운 그 강철은 너무 무거워 들고 움직일 수 없으니…….”
항구에 정박해 있는 함선들을 가리키며 카릴은 익살스럽게 말했다.
“저도 그런 부탁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의 말에 프란은 살짝 인상이 굳어졌다.
“지금 저희 길드 사람들이 화이트 벙커에 도착해 있을 겁니다.”
“캄마 포빌.”
프란은 알고 있다는 듯 이름을 말했다.
“3주 전에 코브를 통과했었다. 일주일만 늦었어도 아마 바다를 건너지 못했겠지.”
“운이 좋았습니다.”
“혹은 실력이 좋은 걸지도. 노예왕의 항해술은 헛소문은 아닌가 보더군. 고작 열흘도 안 돼서 바다를 건너다니 말이야. 남들은 두 달은 족히 걸릴 거리를.”
카릴은 그의 말에 가볍게 웃었다.
‘다행히도 수왕이 산란기에 들어 바다로 가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지역을 벗어났나 보군.’
포나인의 강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수안은 수왕의 산란기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수왕이 강물을 따라 이동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조류를 탔고 그 결과 그의 배는 수왕보다 한발 먼저 바다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다른 항해사들의 절반도 안 되는 시간으로 해협을 건너다니……. 전생보다 훨씬 더 실력이 는 거 아냐?’
그때에도 대단했지만 무법항이라는 안정된 항구와 카릴의 아끼지 않은 지원 덕분에 탄생한 하워드호와 같은 배를 갖춘 덕분에 수안 하자르의 성장은 카릴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과거에는 맥 마이스터라 불린 칼 맥과 쌍벽을 이루었다면 지금의 수안 하자르는 그보다 몇 단계는 더 위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슬슬 특작 부대를 만들 시기가 온 것일지도 모르겠어.’
라바트 길드의 검은 돛(Black Sail).
수안 하자르가 이끌었던 특작 부대는 포나인 강을 이동하며 수많은 전공을 세웠었다.
비록 올리번의 업적이긴 하지만 카릴은 후에 있을 신탁 전쟁을 대비해서 도움이 되는 것들은 모두 준비할 생각이었다.
“캄마를 지원해 주십시오.”
“불가능하다.”
카릴의 말을 프란은 단번에 잘랐다.
“공국에서 추방당한 귀족인 그가 자유도시의 관리자로 있다는 건 우리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자가 튤리와 거래를 트겠다고?”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죄인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중요한 건 캄마가 지금 공국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음?”
“튤리 경과의 거래? 가능합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무슨 뜻이지?”
프란은 호언장담하는 카릴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화이트 벙커에 있는 캄마를 불러들이십시오. 어차피 돌아가려면 배를 이용해야 하니까 이곳으로 올 겁니다.”
“그래서?”
“보란 듯이 코브에 라바트 길드 지점을 하나 세워주시면 됩니다. 최대한 크고 화려하게. 뭐, 저희가 머물고 있는 저택을 수리하면 적당하겠네요. 수리비는 저희가 내겠습니다.”
“허…….”
프란은 태연하게 말하는 그를 보며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카릴이 머물고 있는 저택이 어떤 곳인가.
시장 사람들로 인해 퇴로가 적어 감시가 용이하기 때문에 그곳으로 정했지만 그곳은 반대로 말하면 시내의 한복판.
상거래를 위해서라면 가장 목이 좋은 금싸라기 땅이라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세운 계획이 역으로 당한 것이다.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프란 경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면 튤리 경께서 그냥 두진 않으실 겁니다. 프란 경께서 하시는 모든 일에 그분은 관심이 많으시니까요.”
튤리 루레인.
그녀는 최고의 자리에 있는 만큼 의심이 많은 여자였다.
자신이 거절한 상인과 거래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라바트 길드에 다시 욕심을 가질 것이다.
‘그녀의 성격이라면 그게 독이든 사과라 할지라도 동생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아 할 터.’
카릴은 자신의 계획대로라면 코브뿐만 아니라 화이트 벙커에까지 길드의 지점을 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제국도 하지 못한 일.
아니.
그 어떤 왕국도 공국의 입구와 출구라 할 수 있는 두 곳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장소를 가진 자는 없었다.
오직 카릴만을 제외하고.
‘그렇게 되면 내가 계획한 보이지 않는 제국의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다.’
남부와 북부, 자유도시와 마법 도시 그리고 공국까지. 이후 이번 일을 통해 자신의 길드가 황도에까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된다면…….
꽈악-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쥔 주먹에 힘을 주었다.
프란 루레인은 그런 그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왜 그 정도까지 해야 하지? 네가 가진 정보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아직 모르는데.”
그 순간.
카릴은 일말의 지체 없이 대답했다.
“황제의 목숨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
그의 말에 프란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돌렸다. 카릴은 그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시선이 멈춘 곳은 로브를 쓰고 있는 자들 중 한 명이었으니까.
“화룡의 거처로 가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황제의 병환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어리석긴, 스스로 카드를 모두 보이다니. 그렇다면 더더욱 너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지. 너를 이곳에 구금하면 황제를 살리지 못한다는 뜻이니까.”
프란의 옆에 서 있던 자들 중 한 명이 그의 말에 콧방귀를 끼면서 말했다.
“…….”
카릴은 잠깐 그를 흘겨보고는 다시 프란으로 시선을 옮겼다.
“전쟁을 원한다면 그리 하십시오. 아무리 전쟁이 부담스럽다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황제가 과연 가만히 있을지……. 게다가 교단의 사제들을 무단으로 구금한다. 교단까지 적으로 돌리면 과연 떨어져 나갈 사람이 누굴까요.”
제국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코브는 제국의 침공에서 가장 먼저 공격을 받는 곳이기도 했다.
“아마 튤리 경을 필두로 다른 공작들도 프란 경을 포기하는 것이 제국ㆍ교단 연합을 상대하는 것보다 낫다고 볼 텐데요.”
카릴은 손날을 세워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네놈!!! 무례하……!!”
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오며 카릴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촤아아악—!!
하지만 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카릴을 향한 손가락이 서서히 앞에서 위를 향했다.
쩌적…….
살점이 벌어지는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지는 그의 시체는 정확하게 반으로 갈려 있었다.
“흐…… 흐아악?!”
“우악!!!”
양옆에 서 있던 사람들은 두 조각이 난 시체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잘린 면은 차갑게 얼어 바닥엔 피 한방도 튀지 않았다.
“시정잡배들도 아니고 우두머리끼리 대화하는데 자꾸 시끄럽게 끼어들어.”
카릴은 시끄럽다는 듯 귀를 만지며 인상을 구겼다.
“너……. 분명…….”
프란은 동료의 시체에 대한 분노보다 오히려 의혹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는 문과 천장에 그려진 마법 각인을 바라봤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보고를 받았을 때 마법사라고 알고 있었다.
아조르의 익스퍼트 마법 경연에서 우승을 했다고 했었으니까. 그래서 대비를 했었다.
‘결계는 발동하지 않았다. 그 말은 마력을 쓴 게 아니라는 말인데…….’
프란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난 한 번도 검을 못 쓴다고 말한 적 없는데?”
그의 시선을 따라 카릴 역시 검을 들어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마법 각인이 그려진 벽을 가리켰다.
쿵-
얼음 발톱의 날이 바닥에 박혔다.
“난 황제의 목숨을 손에 쥐고 있다. 그 말은 곧 내가 황제를 병상에 있게도 옥좌에 있게도 할 수 있다는 뜻이지.”
“…….”
“프란 루레인, 네가 날 돕는다면 네가 튤리 루레인을 치고 공국의 1인자가 될 수 있도록 돕지.”
카릴은 마치 심장을 잡은 것처럼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뒤 손가락을 움켜쥐며 말했다.
“공국이 황제로부터 안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대답해.”
조금 전 프란이 시선을 주었던 사람이었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카릴은 말했다.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