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0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09화(109/497)
92. 화염의 정수
“어딜 갔다가 이제…….”
툭-
유린 휴가르가 밤 늦게 돌아온 카릴을 향해 뭐라 한마디 하려던 찰나, 카릴은 그에게 뭔가를 던졌다.
닻 문양이 새겨져 있는 금화였다.
“이건……?”
“코브뿐만 아니라 남은 프란 경의 영지를 통과할 수 있는 증표입니다. 게다가 이게 있으면 화이트 벙커까지고 무사히 지나갈 수 있답니다.”
유린은 금화를 바라봤다.
닻 모양이 각인 되어 있는 증표는 오직 프란 루레인이 인정한 중요한 객에게만 제공되는 것이었다.
“이걸…….”
“유린 경께서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준비했죠.”
기가 막혔다.
도대체 무슨 마술을 부린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유린은 그저 카릴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아 참, 칼은 저희가 돌아올 때까지 이곳에 머물 겁니다. 저희들과 달리 그 친군 화룡의 거처와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항해술만큼은 발군인 그였지만 육체의 능력은 일반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세 사람과 달리 황제의 일을 알지 못하는 그였기에 끝까지 함께 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조이와 유린은 카릴의 말에 인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걸 떠나서 이미 칼은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수두룩하니까.’
굳이 두 사람에게 이런저런 일들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대충 언질을 주었으니 눈치 빠른 캄마가 알아서 잘하겠지. 칼과 수안의 만남이라……. 그걸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운걸.’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 * *
“클클……. 일주일만 달랬던 시간이 벌써 한 달도 훌쩍 넘어갔군. 아직도 결정을 못 한 거냐. 어이, 이제는 진짜 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지 않아?”
동굴 속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지하 속에서 거대한 뭔가가 얼어붙어 있었다.
그 시간이 너무나 오래돼서 검으로도 깰 수 없을 정도로 두꺼웠지만 얼음은 다이아몬드처럼 투명했다.
기둥 안에 들어 있는 검은 물체.
마치 오랜 세월 보관을 하기 위해 누군가 인위적으로 동결시킨 것 같았다.
물체 안에는 알 수 없는 고대어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걸 내게 보여주는 이유가 뭐였나. 그리고 넌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지?”
그 얼음 기둥 앞에 서 있는 남자.
크웰 맥거번.
이미 제국으로 돌아갔어야 할 그는 아직도 북부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였다.
어째서일까.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흐음, 뭐……. 우리야 너희들과 달리 포나인의 괴물이나 구릉의 주인 같은 괴물들에 구애받지 않고 대륙을 횡단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니까.”
“비공정을 자랑하라는 게 아니고 이걸 알게 된 게 언제냐고 묻는 거다.”
크웰이 낮게 으르렁거리듯 말하자 고든은 옆에 끼고 있던 술통을 들어 들이키며 웃었다.
“성질은……. 제국의 기사라는 녀석이 내내 잡아먹을 듯 노려보기나 하고 말이야.”
“도대체…….”
고든은 그의 말을 끊었다.
“크웰, 내가 다른 녀석들을 제치고 제국에서 제일 마음에 안 드는 네 녀석에게 이걸 보여준 이유가 단순히 네가 북부에 있어서라고 생각하나?”
고든은 품 안에 커다란 파이프를 꺼내 입에 물었다.
탁-
손가락을 튕기자.
“여긴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제이건조차도 말이야. 그 녀석이 알게 되면 황제의 귀에 들어갈 테니까.”
“…….”
“눈에 힘 좀 풀어. 자식들이 뭘 하고 있는지 정도야 가장으로서 알고 있어야지. 난 딱히 녀석이 싫지 않아. 아니, 오히려 마음에 드는 쪽이니까. 그래서 부단장 자리에 앉혀 놓은 것이기도 하고.”
고든은 있는 힘껏 연기를 빨아들인 다음에 그대로 뱉지도 않고 술을 들이켰다.
“클클, 녀석이 있으면 용병단이 최소 망하진 않을 것 같으니 말이야. 하지만 너라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용병단 내부의 일을 말하고 싶어서 꺼낸 것이 아니었다.
“이건 황제도 모르는 일이라는 말이다.”
고든은 비워 버린 술통을 옆으로 던지면서 말했다.
“황궁에서 꼬마들을 만났었다. 셋 다 재밌는 녀석들이더군. 네가 어째서 둘째를 선택한 지도 이해가 가고 말이야. 하지만…….”
그는 마치 오래된 친우를 대하듯 크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제국에서 너 말곤 이걸 믿고 보여줄 만한 자가 없더군. 골치 아픈 일을 떠넘긴 것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네 눈은 틀리지 않을 것 같거든. 적법한 왕이 누구인지 결정하는 눈 말이야.”
동굴을 빠져나가며 고든은 다시 한번 파이프를 빨아 넘겼다.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됐다. 더 있다가는 비공정이 얼어붙어 뜨지도 못할 것 같으니. 속성석을 가는 것도 일이니 말이야. 빨리 그 꼬맹이가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 오면 좋겠는데.”
“꼬맹이?”
“뭐, 발랑 까진 녀석 하나 있다. 애송이 주제에 내 주먹을 받아 낸 놈이거든.”
크웰은 고든의 말에 살짝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고든 파비안이 어떤 자인가.
언제나 거칠고 제멋대로인 듯 보이지만 적어도 승부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냉정한 자였다.
‘기사들조차도 고든의 주먹을 받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든은 기억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아니지. 반격까지 했으니 웬만한 어중이떠중이보다 훨씬 낫지. 솔직히 계약 따윈 상관없어. 지금으로도 비공정은 충분하니까. 하지만 녀석의 성장은 궁금할 정도야.”
“반격이라……. 고든 포비안도 한물갔군. 네 말대로 애송이에게까지 반격을 허용하고.”
“푸헤, 너도 그 녀석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소드 마스터라든지 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그런 경지가 아니다. 순수하게 전투 감각으로 한 일이니까.”
“…….”
“뭐, 잡설은 여기까지. 선택은 네게 맡기겠다. 어차피 내가 ‘저 녀석’을 쓸 일은 없을 것 같으니 말이야.”
그는 귀찮다는 듯 대충 손을 저으며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다음엔 따뜻한 곳에서 보자고.”
“고든.”
동굴의 계단을 올라가는 그를 크웰이 불렀다. 고든이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조금 전 그 애송이의 이름이 뭐지?”
“너도 흥미가 가는가 보지? 근데 내가 왜 알려 줘야 하지? 제국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은 인재인데. 또 모르잖아? 정말 내 후계자로 둘지 말이야.”
고든은 마치 놀리듯 크웰을 향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흥…….”
크웰 맥거번은 고든의 말에 낮게 혀를 찼다.
“크크크.”
그를 이렇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대륙에서 고든이 유일할 것이다. 그는 다시금 계단을 오르며 지나가는 듯 말했다.
“카릴, 그런 이름이었다.”
“……!!!!”
그 순간.
크웰의 눈은 얼음 기둥을 발견했을 때보다 더욱 커졌다.
* * *
“어후……. 춥네요. 카릴 님은 괜찮으십니까?”
“네. 뭐……. 추위에 조금 강하거든요.”
겨울용 로브를 몇 겹이나 두른 조이와 달리 카릴은 그저 망토 하나만을 걸치고 있었다.
카릴은 오랜만에 보는 눈보라에 감회가 새로운 듯 손을 펼쳤다.
‘눈을 만져 본 게 1년이 훌쩍 넘었네.’
비록 자신이 살던 북부와는 다른 위치지만 도망쳤던 이 추위가 왠지 그리운 감정으로 자신에게 돌아와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화이트 벙커를 통과할 때 혹여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지체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언젠가 튤리 루레인도 만나야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그녀와 프란이 일으킬 전쟁은 앞으로 반년이나 남았으니까.’
첫 단추는 이미 끼웠다.
튤리 루레인이 스스로 자신을 찾아오기 전까지 그녀를 마주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안달을 내게 만들어야지. 도도한 눈꽃이 스스로 걸어 나오게 말이야.’
카릴은 오랜만에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웃었다.
“뭐 즐거운 일이라도 생각나셨습니까?”
“네?”
“웃고 계셔서 말입니다.”
조이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별거 아닙니다. 레어에 도착해서 그런 가 봅니다. 저기 보이네요.”
속내를 감추며 뻗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엔 세차게 내리는 눈보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염이 피어오르는 커다란 활화산 하나가 있었다.
“대단하군.”
유린의 감상은 다른 이들과도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꺼지지 않는 정상의 불꽃은 마치 레드 드래곤이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오랜만이네.’
카릴은 마치 북부의 추위를 다시 느꼈던 것처럼 화룡의 거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분명 두 사람과는 달랐다.
‘그때는 나르 디 마우그와 함께였었지만.’
지금은 혼자다.
생각해 보면 드래곤 중에 유일하게 그만이 인간의 일에 관여를 했었다.
회색교장을 열어주고 화룡의 거처의 봉인을 풀고 수많은 전쟁에 참여했으며 마지막으로 자신을 과거로 보내는 데 돕기도 했었다.
카릴에게 있어 백금룡은 단순히 고마운 존재 그 이상이었다.
“…….”
하지만 반대로 알른 자비우스가 했던 말 역시 잊지 않았다.
-너는 과연 그를 믿을 수 있는가.
카릴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여전히 그 부분에 있어서는 혼란스러웠다.
그렇기 때문에 나르 디 마우그를 찾아 그의 레어에 가는 것보다 먼저 이곳에 온 것이기도 했다.
‘리세리아의 보고에 있는 유물.’
드래곤의 레어답게 화룡의 거처에는 많은 보물이 있었다.
청린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오리하르콘이라는 특수한 광맥에서만 나는 광물로 만들어진 무구들이 잔뜩 있었다.
오리하르콘 역시 청린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구할 수 없는 광물이었으니 그 가치는 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이제는 청린도 다시 구할 수 있지만…….’
여전히 오리하르콘제 무구들은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인 건 맞았다.
만약 그 무구들을 나르 디 마우그가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인류는 타락과의 전쟁에서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그것들은 청린제 무기에 비한다면 한 수 아래.’
이미 얼음 발톱을 가지고 있는 카릴에게는 필요 없는 거지만 추후에 남부의 야만족 부대를 레어에 있는 오리하르콘제 무구로 무장시킬 수 있다면 기사단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갖게 할 수 있었다.
‘250년 전 카이에 에시르에게 사냥당한 뒤 시간이 지났지만 용마력이 없는 인류가 찾을 수 있는 보물은 한계가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백금룡이 내리는 은혜를 그저 고맙게 받기만 하던 자신이 아니다.
‘지금 이곳은 그가 봉인을 풀기 전. 아직 제국이 찾지 못한 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끝으로.
카릴은 카이에 에시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탐하라.
자신을 스쳐 갔던 과거의 인물들의 말을 하나씩 새기며 그는 천천히 레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엔 내가 모두 가지겠어.’
카릴은 눈을 빛냈다.
그가 이곳에 와야 할 목적은 하나였으니까.
황제의 독을 풀기 위한 약초라든지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무구 같은 것이 아닌 진짜 레드 드래곤 리세리아의 보물.
화염의 정수.
아인 트리거 (Ein Tri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