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1화(11/497)
11. 환골(換骨) 하다
“내가 얼마나 쓰러져 있었지?”
“어휴, 말도 마세요. 자그마치 일주일이나 정신을 잃으셨단 말이에요. 서고에서 제이크 도련님께서 발견하지 않으셨으면 큰일 날 뻔하셨어요.”
카릴의 물음에 루벤은 손사래를 치며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제이크? 하긴……. 지금쯤 서고에 관심을 가질 때이긴 하지. 어쩌면 나 때문에 조금 더 빨라진 걸지도 모르겠군.’
맥거번가(家)의 다섯째.
그가 오기 전까진 형제 중 막내였으며 자신과는 한 살 터울의 소년이었다.
카릴은 저택에 온 뒤로 제대로 대화도 나눠 보지 못했던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유약한 사람이었지.’
맥거번가(家)의 아들이라고 하기에 그는 너무나도 연약했다.
둘째 티렌 역시 무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에겐 범접할 수 없는 날카로움이 있었다.
또한, 옹알이할 때부터 수도원에서 키워졌던 고아인 제이크는 자신과는 또 다른 의미로 저택에 어울리지 못했다.
“그에게 고맙다고 해야겠군.”
카릴은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저택에 있다면 언젠가는 부딪힐 일이 있을 것이다.
‘아니, 싫든 좋든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다. 그를 도울 일이 있으니.’
“그럼요. 제이크 도련님은 다른 도련님들과 다르니까요. 저희 같은 놈들에게도 잘 해주시고.”
‘알지.’
“이번 일도 있고 그래서 다른 도련님들은 탐탁지 않아 하세요. 아, 제가 이런 말씀 드린 건 비밀이에요.”
카릴은 루벤의 말에 피식 웃었다.
“걱정 마.”
그는 생각했다.
‘그나저나 일주일이라…….’
기억을 더듬던 그가 루벤에게 물었다.
“혹시 누가 오진 않았고?”
“별일이네. 어떻게 아셨어요? 그저께 황궁에서 사람이 왔다 갔었는데.”
루벤은 카릴의 물음에 신기하다는 듯 입술을 씰룩이며 대답했다.
“그래?”
“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의 대답에 카릴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중요한 걸 놓쳤구나.’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용의 심장을 얻는 것부터가 결과를 알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알겠다. 이만 가봐. 부인께는 내가 직접 뵈러 갈 테니 따로 알리지 않아도 좋다.”
루벤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그래. 누가 물으면 내가 시켰다고 해.”
자신이 깨어난 걸 알게 되면 다시금 형제들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그전에 비록 짧은 시간밖에 남지 않았지만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몸에 대해서.
* * *
조용해진 방.
카릴은 욱신거리는 혈맥을 신기한 듯 하나하나 느끼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루벤이 나가자마자 거울을 봤지만 특별히 외관상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카릴은 알 수 있었다.
환골(換骨)은 성공했다.
배꼽 아래에서 확실하게 느껴지는 마력혈(魔力穴).
그곳에서 느껴지는 충만한 기운.
마력을 얻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전생(前生)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검의 경지에 도달했던 카릴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마력의 양이 평범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드래곤의 마력.
인간의 잣대로 나누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두근- 두근- 두근-
그의 심장이 요동쳤다.
지금껏 도달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지로 갈 수 있는 문턱에 서 있는 설렘.
“후우…….”
카릴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체내에 빠르게 순환하고 있는 이질적인 기운을 그는 머리에서부터 어깨로 그리고 다시 손끝에서 단전으로 보내었다.
“큭……?!”
그 순간, 저릿저릿한 느낌과 함께 불에 덴 것 같은 격통이 일었다.
‘어째서지?’
그곳에서부터 전신에 퍼져 있는 열두 개의 혈맥을 카릴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마력으로 가득 찬 마력혈도 느껴진다.
‘그런데…….’
두 개밖에 연결되지 않는다.
“크윽……!!”
다시 한번 그가 신음을 내뱉었다.
마력혈의 마력을 두 팔의 혈맥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열 개의 혈맥으로 보내려고 하자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는 자신의 두 팔을 들어 봤다.
‘설마…….’
그가 놓친 것이 있었다.
카릴은 평범하게 태어날 때부터 마력을 가진 자들과는 다르다.
보통 마법이란, 몸 안의 마력을 혈맥을 통해 마력혈에 축적 시킨다.
하지만 카릴은 용의 심장으로 인해 혈맥으로 쌓을 수 있는 마력의 몇 배를 마력혈에 머금고 있었다.
극심한 통증은 아직 그의 육체가 아직 용의 심장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열 개의 혈맥을 더 뚫어야 한다는 말인가. 갈 길이 멀 군.’
혈맥이 감당할 수 없는 마력.
카릴이란 존재 자체가 현존하는 마력 체계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과 같았다.
“…….”
그는 고개를 돌렸다.
탁자 위에 놓인 작은 단검이 보였다.
‘몸 안의 혈맥이 감당할 수 없는 마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그 마력을 감당할 수 있는 무구(武具)를 쓰는 것.
제국인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1클래스 마법조차 알지 못하는 카릴에게 있어 지금 그가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전생(前生)에 그가 가장 잘했던 것.
그리고, 지금 역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단연.
검(劍)이었다.
스르르릉-
가벼운 소리와 함께 뽑힌 아그넬의 날에는 복잡한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도 읽을 수 없는 부족의 고대어였다.
단지 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아그넬’이라는 이름도 고대어의 하나라는 것 정도였다.
익숙한 자세로 그가 검을 쥐었다.
우우웅……!
카릴은 천천히 마력혈에서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의 팔을 타고 마력이 단검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할 수 있다.’
카릴은 떨리는 눈으로 단검을 바라봤다.
“크…… 크윽?!”
그때였다.
파즈즈즈즈즉……!!!
아직 마력 제어가 불안전한 그였다.
날을 감싸듯 천천히 단검에 스며들던 마력이 체내에서 폭발적으로 솟구쳐 오르며 단검의 날에 희뿌연 검기가 마치 롱 소드만큼 길게 생성되었다.
강렬한 충격에 튕겨 놓칠 뻔한 검을 카릴이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이건…….’
하지만 그를 놀라게 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카릴은 자신이 만들어 낸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검날을 바라봤다.
수많은 전장을 겪었던 그였지만 이런 건 처음이었다. 제국인이 쓰는 마나 블레이드가 아니었다.
화(火), 수(水), 풍(風), 토(土), 뇌(雷).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무색(無色).
제국인들이 쓰는 단순한 마나 블레이드(Mana Blade)가 아니었다.
카릴은 나르 디 마우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드래곤의 마력.’
검날에서 느껴지는 예기(銳氣).
그 어떤 속성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순수한 마력 그 자체였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카릴은 검날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속성을 가지지 않는 마력검(魔力劍).
공기마저 갈라 버릴 것 같은 검날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대륙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오러 블레이드(Aura Blade)였다.
* * *
“후우…….”
동이 트지도 않는 새벽에 저택의 뒤에 있는 말튼 숲이 소란스러웠다.
‘흐음, 더 깊이 들어가는 건 무린데.’
카릴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이제 조금은 익숙해지기 시작했어.’
그의 손에 쥐어진 아그넬에서 곧게 뻗은 오러 블레이드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후로.
보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