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1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10화(110/497)
93. 폭염왕 (1)
“우아……. 여기가 레드 드래곤이 살던 곳이군요.”
조이 요한셀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레어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들뜬 모습에서 그가 왜 유적 탐사를 도맡아 했었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봤을 때도 불타는 활화산의 위용은 어마어마했지만, 막상 레어 안으로 들어오니 그 규모는 더 대단했다.
250년 전 카이에 에시르로 인해서 리세리아가 사냥당한 이후 이곳에 있던 몬스터들은 이미 제국의 병사들로 인해 토벌된 상태였다.
“이런 말하면 그렇지만 꼭 관광을 온 것 같네요. 함정도 해지 되어 있고 비어 있는 레어니 말이에요. 여기서 그 서슬가시라는 것을 구하면 되는 건가요?”
“그렇죠. 아마 레어 안쪽에 있을 겁니다.”
카릴은 화룡의 거처에 들어오기 전 입구에서 두 사람 몰래 뽑은 서슬가시의 잎들이 든 주머니를 가볍게 두들겨봤다.
활화산 아래에 자라고 있는 화염초인 그것은 잡풀과 다르지 않게 생겨 지금 시대의 사람들은 이게 어떤 효능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미명의 해독초는 이미 구해뒀고 너희가 해줄 일은 나와 함께 최하층으로 가서 리세리아의 봉인을 푸는 일이지.’
카릴은 조이와 유린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레어 안쪽에 있다는 건 네가 어떻게 알지? 내부는 제국의 귀족들 중에서 소수만이 알고 있는데.”
“저희 길드의 캄마가 공국의 귀족이었다는 걸 아실 텐데요. 250년 전에 카이에 에시르를 필두로 한 제국 시대 때 이곳은 제국의 영토였지만 지금은 공국의 땅이죠. 공국 역시 화룡의 거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흐음…….”
유린은 여전히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런 그를 향해 카릴은 막힘없이 말했다.
“하지만 그것보단 타투르의 암시장 덕분이긴 하지만요. 유명한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암시장에서 구할 수 없다면 황제도 구할 수 없다는 말.”
“그렇군. 기밀들도 사고판다는 말이군.”
제국의 귀족들과 관계가 깊은 유린 휴가르는 카릴의 말에 못마땅한 듯 인상을 구겼다.
카릴의 예상대로 그 역시 귀족일 가능성도 농후했고 말이다.
“하하, 캄마 포빌 같은 자는 어디든 있는 법이니까요. 뭐, 그래도 전 그를 좋아합니다. 제 입장에선 유능한 관리자 중 한 명이니까요.”
목소리의 떨림도 고민의 흔적도 없이 카릴은 유린에게 대답했다.
“어쨌든 화룡의 거처 안쪽에 있는 보물 중에 폐하께 도움이 되는 것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믿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충분히 조사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먼 이곳까지 온 거지. 하지만 성과가 없다면 각오해야 할 거다.”
카릴은 유린의 으름장에도 가볍게 웃었다.
‘그럴 일은 절대 없으니까.’
마치.
거대한 신전 같은 화룡의 거처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만 하더라도 수백 개였다.
“…….”
입구에 진입했을 때만 해도 들떠 있던 조이 요한셀도 점차 말 수가 줄어들어 이제는 차오르는 숨을 토해내며 묵묵히 걸을 뿐이었다.
“이거……. 엄청 기네요.”
지하로 내려갈수록 점차 더워지더니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그렇게 내려왔던 만큼을 다시 한번 더 내려갔을 때 조이는 결국 지쳤다는 듯 주저앉고 말았다.
“후아……!!”
후들거리는 다리와 땀범벅이 된 로브를 벗어 던지며 그는 소리쳤다.
“조금만 쉬었다 가면 안 될까요!”
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통을 건넸다. 기다렸다는 듯 벌컥벌컥 물을 들이켠 조이는 그제야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정말 규모가 엄청나네요. 거의 반나절은 내려온 것 같은데…….”
조이는 이따금 날아다니는 위습들만이 남아 있는 적막한 레어에 대한 감상을 짧게 말했다.
“제국의 탐사대가 이곳을 조사하는 것만 수십 년이 걸렸으니까. 우리가 내려온 거리만큼 모두 마물이 있었다고 생각해 봐.”
“……끔찍하네요.”
조이는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저었다.
드래곤의 레어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루 이틀에 공략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죽은 리세리아의 레어가 이럴 진데 현존하는 나르디 마우그의 레어를 공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멈춘 곳은 커다란 공동이 있는 지하였다. 넓은 공간 끝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내려가는 입구가 다섯 개로 갈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고대어가 적혀 있었다.
우우우웅…….
조이 요한셀이 다섯 개의 입구 중 한 곳에 다가가자 그 앞에 세워져 있는 비석이 반응을 하듯 옅은 빛을 뿜어냈다.
깜짝 놀라며 주춤하던 그는 비석에 쓰여 있는 글을 읽었다.
“다섯이 하나가 되었다 다시 둘로 나뉜다?”
유린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읽을 수 있단 말이야? 자네, 고대어도 공부를 한 적이 있나?”
“네……. 뭐, 조금. 마도 시대에 남아 있는 유적들은 대부분 고대어가 남아 있으니까요. 탐사를 위해서 조금 공부를 하긴 했습니다만…….”
조이는 유린의 대답에 스스로도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그 옆에 있는 입구의 비석을 바라봤다.
우웅…….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빛이 일더니 비석에 적혀 있는 문장을 그가 읽었다.
“넷은 셋이 되었다 일곱이 된다.”
“무슨 뜻이지?”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고대어를 읽고 난 조이 요한셀은 표정을 씰룩이면서 말했다.
“저…… 이 정도로 고대어를 잘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야.”
유린은 되레 울상이 된 그를 바라보며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어떻게 이렇게 고대어를 잘 읽죠?”
“…….”
한 대 때리고 싶다는 표정으로 유린이 조이를 바라봤지만 그의 모습은 어쩐지 진지했다.
“조이 경께서 글을 읽는 게 아니라 글이 들리는 것 아닌가요? 머릿속이라든지…… 뭐 입안에 맴도는 것 같은 느낌이라든지.”
“맞습니다! 바로 그거예요!”
카릴의 말에 조이 요한셀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신기하네요. 무슨 내용이지……. 다른 곳들도 좀 읽어봐 줄 수 있으십니까?”
“그러죠.”
조이는 카릴의 말에 서둘러 나머지 입구들의 비석을 작동시켰다.
‘읽히는 게 당연한 일이야. 당신이 사제니까. 리세리아가 만들어 놓은 봉인 중 하나가 바로 저 비석에 신성력을 반응시키는 것이니까.’
왕성한 그의 호기심 덕분에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후우……, 모두 다 읽어봤습니다.”
“무슨 내용이던가요?”
“일곱은 다시 열이 더해지지만 원래 하나다.”
조이는 차례차례 비석의 내용을 말했다.
“열일곱 중 다섯은 공석이나 둘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
“위를 향하는 자가 있으면 아래를 보는 자도 있다.”
마지막 비석의 내용은 유린이 읽었다.
그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면서 조이 요한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네 말대로군. 고대어를 배우지 않은 나도 이 비석의 내용이 읽혀.”
그 역시 신성력을 가진 사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유린으로서는 의문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이건 신의 이야기군.”
“네?”
“조이, 교리의 첫 구절을 떠올려봐다. 태초의 신이 있었으며 그 신에겐 넷의 자식이 있었다.”
“아……! 그 넷은 차원을 두고 경쟁을 했으며 그중 하나가 사라졌고 셋 중 둘이 만나 새로운 자식이 태어났다. 그리고…….”
유린은 조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신화 속의 신들 역시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우리가 모시는 율라는 마지막 살아남은 열일곱의 신 중 하나니까. 다섯이 공석이고 둘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 이 말은 마지막 열일곱의 신들 중 소멸한 다섯을 말하는 거겠지.”
“그리고 둘은 열일곱의 신을 낳은 두 신을 뜻하는 것일 테고요.”
“맞아.”
카릴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했다.
‘율라 이외에도 많은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군. 그 많은 녀석을 모두 족쳐야 한다니.’
빠득-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누구보다도 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다른 신들은 그냥 책에 나오는 것뿐이지 않습니까. 오직 율라만이 대륙을 관장하는 유일신이니까요.”
조이는 성호를 그으며 말했다.
‘그렇게 믿었지, 모두가.’
제국 전쟁이 끝나고 난 뒤 내려질 신탁(神託).
인류가 멸망에 위기에 놓인 신탁 전쟁에서 타락 이란 괴물을 쏟아 내는 거대한 탑, 파렐(Pharel)을 이곳에 소환시킨 건 율라가 아니다.
‘그리고 마족과 악마들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 모든 것이 다 신들의 피조물이다.’
어쩌면…….
250년 전 죽었던 리세리아는 신탁 전쟁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드래곤이란 존재 자체가 나머지 신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걸지도.’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만약 그렇다면 같은 드래곤인 나르 디 마우그 역시 이를 알 수도 있다는 말.
‘어차피 만나게 되면 알 일이야.’
카릴은 의혹을 떨쳐내기라도 하려는 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머릿속으로 울리는 고대어라……. 레어의 마법이 아직 발동하고 있다는 뜻일까. 그런데 어째서 드래곤의 레어에 교단의 교리가 적혀 있는 거지.”
“드래곤은 마도 시대보다 훨씬 더 이전에도 존재했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드래곤을 보지 못해서 그런 얘길 할 수 있는 거다. 녀석들은 귀족 따윈 코웃음 칠 정도로 콧대가 높은 존재들이니까. 자신들이 최고라 생각하거든.”
유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자신의 공간에 다른 존재의 이야기를 새겨 넣는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지. 이 안에 있는 건 드래곤뿐만 아니라 신과도 관련이 있는 물건이니까.’
화룡의 거처에서 발견한 가장 위대한 보물은 정작 레어 안에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리세리아의 뼈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는 검, 영원한 불꽃(Eternal Frame).
카이에 에시르가 직접 주조한 이 검은 청린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마도시대의 유물보다도 더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
‘블레이더(Blader)란 단체가 남긴 무구들보다 뛰어난 몇 안 되는 보물 중 하나.’
카릴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검이 란돌이 썼던 해방된 불꽃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걸 떠올렸다.
‘그 검을 모티브로 해서 카이에 에시르가 만든 것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카이에 에시르 역시 블레이더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혹은 그 유지를 잇는 자 일 수도…….’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블레이더에 대한 흥미는 동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보다 화룡의 정수를 얻는 것이니까.’
신탁이 내려진 뒤.
나르 디 마우그가 레어의 봉인을 풀고 올리번에게 바쳤던 보구 중 하나.
아인 트리거(Ein Trigger).
“그런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죠?”
조이는 다섯 개의 비석이 빛을 뿜어내다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입구 중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몰라 난처한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자신들이 리세리아의 봉인 중 첫 번째를 풀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봉인이 풀리고 난 뒤.
‘지금까지의 탐사대들은 이대로 다섯 개의 입구를 내려갈 뿐이었겠지.’
계단을 내려가는 것은 함정이다.
아무것도 없는 공터만이 있을 뿐이었으니까.
단지 다섯 개의 입구 중 한 곳에 오리하르콘으로 된 무구들이 보관되어 있는 창고가 있을 뿐이었는데 그곳에도 마법식이 각인 되어 있어서 그 결계를 푸는 데에만 수년이 걸릴 것이다.
‘무구들이야 궁정마법사인 카딘 루에르가 결계를 해독하기까지 어차피 시간이 걸리니까……. 그전에 사람들을 와서 옮기면 그만이고.’
카릴은 세워져 있는 비석 중에 하나에 다가갔다.
[위를 향하는 자가 있으면 아래를 보는 자도 있다.]‘더 이상 입구는 없다. 왜냐면 여기가 바로 리세리아의 봉인진이 있는 곳이니까.’
그는 천천히 마력을 끓어 올렸다.
그러자 카릴의 용마력과 반응을 하는 비석에 쓰여 있는 문구 중에 ‘위’와 ‘아래’를 뜻하는 두 개의 단어가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물러나라.]그때였다.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머릿속에 들리는 울림.
카릴은 천천히 얼음 발톱 위에 손을 얹으며 눈을 빛냈다.
‘나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