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1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12화(112/497)
93. 폭염왕 (3)
[건방진 놈……!!!]라미느의 불꽃이 갑자기 엄청난 크기로 커졌다. 성인 남자의 크기만큼 커진 그가 양손을 펼치자 각각의 손바닥 위에 다섯 개의 화염구가 만들어졌다.
“흡……!!”
카릴은 재빨리 마력을 끌어 올렸다.
바닥을 차며 있는 힘껏 라미느의 옆으로 달리는 그의 뒤로 화염구들이 궤적을 그리며 떨어졌다.
쾅……! 쾅! 쾅!!!
콰가가강……!!!
화염구가 바닥에 닿으면서 폭발하자 현실의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열기가 카릴을 덮쳤다.
그 폭음에 맞추듯 그는 있는 힘껏 검을 당겨 몸을 틀었다.
무색기검(無色氣劍) 5식.
얼음 발톱에 희뿌연 오러가 휘감기자 푸른색의 검날이 연한 하늘색으로 빛났다.
‘어디까지 통하나 한번 볼까.’
카릴은 라미느의 영역 안으로 파고들었다.
“웨이트(Weight) 해제.”
양팔과 다리에 걸었던 무게 증가 마법을 풀자 그의 몸은 조금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튀어 나갔다.
아인헤리에서 마력을 얻은 뒤부터 지금까지 줄곧 금제(禁制)처럼 자신의 신체에 걸어 놓은 마법들.
비전의 샘에서 2개의 혈맥을 더 뚫고 난 뒤.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양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카릴은 오히려 부족했던 신체를 보완하기 위했던 보조 마법을 해제하고 금제의 마법들을 강화시켰다.
스파앗-!!!
그 덕분에 육체의 단련은 전생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또한.
“헤이스트(Haste).”
전생에는 쓸 수 없었던 보조 마법들이 더해지자.
“보조가속(Auxiliary Acceleration).”
카릴의 모습이 흐릿하게 변하면서 잔상만이 남았다.
[……!!!]라미느조차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
“스트랭스(Strength).”
검을 쥔 두 팔에 묵직한 기운이 느껴졌다.
카앙!!!
카가가강—!!!
바닥을 내려치자 굉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카릴은 멈추지 않고 연달아 검을 그었다.
“덱스(Dex).”
마치 누군가 등을 떠미는 것처럼 카릴의 몸이 한 템포 빠르게 도망치는 라미느를 쫓았다.
공중에서 다시 한번 한 바퀴 돌면서 카릴이 검을 위에서 아래로 반원을 그리며 내려쳤다.
스아앙-!!
날카로운 검기가 라미느의 몸을 갈랐다.
차가운 검풍에 그의 육체가 흩어졌지만 불꽃은 사그라지지 않고 흩어졌던 화염이 카릴의 몸에 일격을 가했다.
“컥……!!”
마법 실드를 두르고 있는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두로 지진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한바탕 카릴의 전신을 휘감았던 불꽃이 다시 한번 공중에서 뭉치자 라미느의 형상으로 돌아왔다.
[기억에 있는 검이로군. 그래, 청린과 요람석을 갈아서 만든 검이었지? 옛날에도 저런 무구를 만들던 자들이 있었으니까.]라미느가 손을 쥐자 그의 두 팔에 기다란 불꽃의 할버드가 생성되었다.
[인간이 고작 검 하나로 날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가. 우매하구나.]거대해진 그의 크기는 커지는 화염만큼이나 더욱 자라나 이제는 카릴의 몇 배는 될 것 같은 거인이 되었다.
“괴물이군…….”
카릴은 고개를 들어 라미느를 바라봤다.
거대한 할버드가 당장에라도 자신을 찍어 누를 것처럼 위압적이었다.
신탁 전쟁에 거인들을 바라볼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다.
부풀어 오른 화염은 마치 두꺼운 갑옷을 입은 듯한 형상은 영락없는 할버드를 든 기사의 모습이었다.
후우우웅-!!
회전하는 거대한 도끼날이 단번에 카릴의 허리를 두 동강 낼 듯 달려들었다.
콰- 앙!!
카릴의 몸이 그의 일격을 맞자 총탄처럼 튕겨 나갔다. 몇 차례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난 뒤에서야 메아리는 사라졌다.
[…….]눈동자가 없는 눈이었지만 라미느의 눈이 커졌다가 줄어들며 저 멀리 앞을 주시했다.
검의 다섯 자세(Five Sword Step).
3번째 긴 울음 자세(Long Weeping Posture).
“크윽!!”
그 순간.
저 멀리 튕겨 나간 카릴은 본능적으로 검을 뒤집으며 그의 불꽃을 바닥으로 뿜어냈다.
콰가가가가각……!!!
쇠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얼음 발톱이 크게 흔들렸다.
[놀랍군. 이걸 막았나.]검의 다섯 자세 중에 유일한 방어 오의.
“젠장……!!”
하지만 라미느의 일격을 막아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카릴은 아직도 남아 있는 공격의 여파를 파훼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얼굴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1번째 왕관 자세(Crown Posture).
짓누르는 압력에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지만 카릴은 멈추지 않고 반격기를 날렸다.
빠득-
카릴의 얼굴이 구겨지며 이를 갈았다.
역습을 노린 반격이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식으로 남아 있는 라미느의 힘을 발산하지 않는다면 꺼지지 않는 불꽃이 그의 육체를 태워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나 블레이드로는 역시 역부족이야. 할 수밖에 없는가…….’
그는 이를 악물고 혈맥을 흐르는 마력 안에 용마력을 주입했다.
지직…… 지지직……!!
[늦었다.]그때였다.
카릴의 아케인 블레이드가 빛나기 직전, 그의 어깨와 팔, 다리 등을 할 것 없이 전신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나의 노바(Nova)는 작은 불씨만 남아 있어도 절대로 꺼지지 않는다. 그 불꽃은 네 마력을 먹어 치울 것이다. 그리하여 더 강맹해지고 그 힘이 곧 네 심장을 태울 것이다.]“……컥!!”
그 순간.
심장이 턱 하고 막히는 느낌과 동시에 카릴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인간치곤 훌륭했다. 하지만 이미 네 혈맥 안에 나의 불꽃이 잠식했을 터.]“크…… 크윽!!”
카릴은 있는 힘껏 검을 그었다. 하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그의 두 팔은 그저 라미느의 다리에 겨우 검이 닿았을 뿐 아무런 힘도 내지 못했다.
치이익…….
얼음 발톱의 차가운 냉기가 닿은 곳에서 새하얀 증기가 솟아올랐다.
우득…… 우드득…….
두 눈이 불꽃을 머금은 것처럼 붉게 변했고 전신의 혈관이 붉으락푸르락하며 꿈틀거렸다.
[너는 내 공격을 받아내지 않고 피했어야 한다. 이것이 왕의 힘을 탐한 자의 말로이다.]그 순간.
콰아아아앙……!!!
콰가강……!!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
고통이 전신을 휘감고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았던 카릴의 검이 언제 그랬냐는 듯 라미느의 다리를 그대로 베어버린 것이다.
[크아악!!]폭염왕의 비명이 들렸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잘린 두 다리는 재생되지 않고 그의 몸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이…… 이게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발산된 비전력에 스스로도 놀란 듯 카릴은 검을 떨어뜨리며 두 손을 펼쳤다.
‘성공…… 했다?’
지금껏 비전력을 시전할 때마다 두 개의 힘이 닿는 순간 폭발을 해 제대로 된 컨트롤할 수 없었다.
수왕이 있었던 바다에서도 비전력을 폭발시켰을 때 결국 두 손이 엉망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고통스러웠던 육체가 지금은 오히려 상쾌함과 함께 가벼워진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혈맥 하나가……. 더 뚫렸다?’
지직…… 지지직……!
놀랍게도 지금껏 반발하던 비전력이 지금 만큼은 반대로 서로를 끌어당기듯 흡수하여 엉키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된 일이지?’
카릴은 자신의 발아래 바닥에 흩뿌려진 라미느의 불꽃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그는 숱한 전장을 오가며 수많은 적과 싸웠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오르기 위해 올랐던 탑 속에서 셀 수 없는 타락을 베었다.
베고 또 베었던 그였다.
하지만.
억겁의 시간을 싸웠던 그조차 정령왕과의 싸움은 해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전생의 인류는 아직까지 정령왕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도 알지 못했으니까.
씰룩-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
카릴은 자신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지직…… 지지직…….
라미느의 불꽃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순간.
봉인되어 있는 빛의 라시스와 어둠의 두아트의 의지가 표출될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합쳐지기를 원하듯 흡수되었으니까.
‘이 불꽃 때문인 건가?’
해답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되었다.
‘극상성의 두 힘을 하나로 합치는 데에 있어 오히려 라미느의 불꽃이 매개체가 된 거다.’
알른 자비우스는 압도적인 마력 컨트롤로 비전력의 반발을 미세한 범위까지 조율할 수 있었지만 카릴은 그와 같은 경지에 아직 미치지 못했다.
강대한 마력의 양과 마력 지식에 비해 그의 마력 제어는 아직 거칠고 투박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검을 이용한 아케인 블레이드(Arcane Blade)였다.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라미느의 불꽃으로 덮여 있던 혈맥에 비전력이 흐르자 오히려 그 불꽃이 빛과 어둠의 힘을 중화시키는 작용을 한 것이었다.
‘죽음이 오히려 기회가 된 것이구나.’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물론.
여전히 불안했다.
빛과 어둠을 잇는 화염 역시 특성상 안정적인 힘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네…… 네놈.]라미느는 생각지 못한 결과에 오히려 그 스스로도 당혹스러운 듯 그를 바라봤다.
[물과 흙은 차분하고 조용하며 불과 번개는 강렬하며 바람은 자유롭다.]마법서에 정의 되어 있는 5대 속성과 마찬가지로 5대 정령왕의 특성 역시 같았으니까.
‘만약 비전력의 매개체가 에테랄이나 막툰이었다면 나도 알른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전력을 운용할 수 있으려나.’
해일의 여왕 에테랄과 거암 군주 막툰.
카릴은 라미느를 만난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새 다른 정령왕의 힘마저 욕심을 내고 있었다.
‘정령계를 열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카릴은 라미느를 바라보며 비전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니…….’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 힘이 오롯하게 느껴졌다.
혈맥을 타고 기분 좋게 흐르는 마력에 카릴은 처음으로 ‘진짜 마법’을 느껴 보는 것 같았다.
“더더욱 널 가져야겠군.”
꽈악-
카릴이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말도 안 돼……!!]그 모습에 라미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고맙다.”
카릴의 이마에 붉은 점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다섯 번째 혈맥이 뚫린 증거.
“덕분에 나는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콰아아아아앙—!!!!
일섬(一殲).
아케인 블레이드가 쓰러진 라미느를 향해 그어진 순간 그가 만든 아공간마저 깨지듯 산산조각이 나며 불꽃에 휩싸였다.
* * *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나도 모르겠다.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다니…….”
유린 휴가르는 몇 차례나 보이지 않는 장벽을 있는 힘껏 메이스로 두들겨 봤지만 흠집도 나지 않았다.
“저 안에 뭐가 있는 걸까요.”
조이 요한셀은 불투명한 벽 뒤에 우두커니 서 있는 카릴의 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그 안을 바라봤다.
“나도 모르지. 애초에 화룡의 거처에 이런 것이 있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으니까.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지.”
이용당한 거다.
그의 말에 유린은 이를 갈았다.
“여길 빠져나가면 저 녀석을 가만히 두지 않겠어!”
하지만 후회를 해봐야 늦었다.
콰아아앙—!!!
그 순간.
폭발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두 사람을 덮쳤다.
조금 전 그들을 막고 있던 벽이 깨지며 마치 유리 파편이 쏟아지는 것처럼 사방으로 잔해가 흩어졌다.
“쿨럭, 쿨럭……!”
저벅- 저벅- 저벅-
연기 속을 뚫고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유린 휴가르는 자신도 모르게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
연기 속에서 서서히 인영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 미친!!!”
유린 휴가르는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하지만 그 외침은 카릴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화르륵-
그의 뒤에 서 있는.
거대한 화염 거인의 형상을 향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