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1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19화(119/497)
100. 비올라
“당장 멈추거라.”
카릴은 그녀의 도드라진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였다.
때 묻지 않고 올곧아 보이지만 그 말은 아직 세상을 모른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도 있었다.
“보통은 무법항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데……. 저택의 보초가 직접 내게 고한 것을 봐서는 조용히 거길 통과했을 리는 없고…….”
카릴은 두샬라를 바라봤다.
“수안 하자르는?”
“길드 일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녀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카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레이스를 바라봤다.
“그가 무법항에 없었던 것을 감사해야 할 거요, 그레이스 경. 그렇지 않았다면 성한 몸으로 이곳에 올 수 없었을 테니까.”
그의 말에 그레이스는 얼굴이 굳어졌다.
“펜리아 왕국과의 우호 관계를 생각해 이 일은 넘어가도록 하죠. 왕녀님을 뵙습니다.”
카릴은 그의 옆을 지나치려 가볍게 허리를 숙여 예의를 갖추며 비올라에게 인사했다.
허리를 숙인 채로 고개를 들자 챙 아래로 가려진 그녀의 눈빛과 시선이 교차 되었다.
‘아주 죽일 듯이 보는군.’
어쩐지 그 모습에 웃음이 날 것 같아 카릴은 헛기침을 하며 일어섰다.
“날 알아보는구나. 어떤 사교계도 연회도 참석하지 않는데. 타투르의 정보력도 무시 못 하겠군.”
비올라는 모자를 벗으면서 말했다.
눈빛에는 표독스러운 원망과 함께 긴장감이 묻어나 있었다.
“스스로 왕국의 이름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제가 아는 것에 놀라워하시기보다는 왕녀님의 명성이 타투르에까지 들렸나가 궁금하셨기 때문 아닙니까.”
“…….”
카릴은 묘하게 웃었다.
‘미안하지만 왕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네가 싫어하는 사교계와 연회에 참석을 해야 하는 법이다. 자존심만 강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단다.’
그는 마치 아이에게 말하는 것처럼 속으로 생각했다. 전생의 그가 꼭 저랬으니까.
오직 전장으로만 자신을 관철했었다.
귀족의 사회라든지 하는 것은 애초에 이민족인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기도 했지만, 스스로가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덕분에 얻은 검성이라는 명예 아닌 명예.
‘백성들은 칭송할지언정 그들의 위에 서 있는 왕과 귀족들을 다룰 힘이 없다면 정상에 서지 못한다.’
자신 역시 그랬으니까.
독불장군처럼 홀로 적과 싸우고 또 싸우는 것만이 제국을 위하고 인류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결국 그들의 눈 밖에 나 배신이란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다만.
‘백성이라…….’
그 순간 카릴은 자신의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요점을 어쩌면 그녀가 채워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검성이라 칭송받았지만 기반이 없어서 결국 올리번과 귀족들에게 당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르다.
적법한 왕의 핏줄을 이어받은 여식이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민심까지 얻게 된다면?
물론.
올곧은 정의만큼이나 그녀가 뛰어난 사람인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었다.
“무엇을 멈추라는 것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당신도 알고 있을 텐데. 당신이 꾸민 일이니까. 그대가 삼국끼리 경쟁을 야기하고 있다는 건 세 살짜리도 아는 일이야.”
비올라는 고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로 인해 국력이 약화 되고 국가의 안위를 어지럽히고 있는 너의 행동은 상인으로서 어긋나는 일이다.”
카릴은 그녀의 말에 나지막하게 웃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세 살짜리도 아는 일을 어째서 다 큰 어른들이 모를까요.”
“……뭐?”
생각지 못한 그의 대답에 비올라는 오히려 당황스러운 듯 그를 바라봤다.
“어지간히도 급하셨나 봅니다. 왕녀님께서 저를 직접 찾아오신 것을 보니 말입니다. 그런데 왕녀님께서 행차하시는 데 고작 수하 한 명만 대동하신 걸 봐서는 폐하 몰래 빠져나오신 거고요.”
카릴은 그레이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물론 경이 꽤 실력 있는 기사라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
순간.
그레이스는 본능적으로 비올라의 앞에 서며 허리에 차고 있는 검에 손을 가져갔다.
“타투르의 명성을 모르시진 않으실 것 같은데……. 왕녀님께서는 자유 도시에 들어오는 게 단순한 각오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셨어야 합니다.”
콰앙―!!!
카릴의 몸이 튀어 나가며 순식간에 그레이스의 앞에 섰다.
“흡!!”
깜짝 놀라는 그레이스가 있는 힘껏 검을 뽑으려고 했지만 이미 카릴의 팔이 그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풍기는 기운을 봐서는 소드 익스퍼트 중에서도 상급. 확실히 몇 년 뒤에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오를 만한 재목이긴 해.’
다부진 체격은 단순히 근육을 부풀린 것이 아닌 검술에 적합하게 단련을 시켰다.
‘판피넬 가문도 특이한 가전 검술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었는데…….’
아마 묵직한 힘보다는 날렵한 순발력을 중시하는 검술일 것이다. 하지만 그 자신하는 스피드를 뛰어넘는 카릴의 속도.
“이곳은 수안 하자르보다 더 강한 자들이 많다는 걸 알았어야죠.”
철컥―
안간힘을 썼지만 검의 손잡이가 조금 들썩일 뿐 검집에서 뺄 수가 없었다.
그레이스는 자신보다 작은 체구의 카릴에게 힘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눈빛이었다.
‘검술이 궁금하긴 하지만 방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진 않으니 나중으로 미뤄야겠군.’
카릴이 지그시 그의 검집을 내리누르자.
“크윽!!”
그레이스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레이스!!”
비올라가 그 모습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카릴을 떼어 놓기 위해 달려들려는 순간 뒤에 지켜보고 있던 두샬라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이곳은 왕녀님께서 마음대로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 왕궁이 아니랍니다. 지금 왕녀님께서 처하신 상황이 생각보다 무척 위험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진 않으신지요.”
두샬라는 카릴이 하고자 하는 일을 눈치 빠르게 알아차리고는 비올라를 향해 속삭이듯 말했다.
“이, 이것 놓아라!”
비올라는 놀란 듯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왕녀의 몸에 손을 올리는 행위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인가.
수년간 수많은 강국의 대귀족들을 다뤘던 암시장의 주인이다. 약소국의 왕녀 따윈 그저 치기 어린 꼬마로 보일 뿐이었다.
카릴은 물끄러미 두 사람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레이스의 실력 정도라면 왕국 내에서도 충분히 두각을 나타낼 텐데……. 차라리 첫째 왕녀의 호위 기사라면 어울린다고 생각되는데 겨우 셋째라는 건 아무래도 실력이 아니라 가문의 문제인가?’
아무리 뛰어난 자라고 하더라도 결국 왕의 수하였다. 그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면 정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저 말괄량이도 마찬가지일 테고. 대충 상황이 그려지는군.’
비올라를 향해 카릴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막상 세상에 나오면 왕녀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왕위를 물려받게 될 왕녀님도 아니시라면 더더욱 그렇죠.”
“당신…….”
그녀는 카릴을 노려보았지만 오히려 카릴은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뭔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걸 증명해야 하지요, 두샬라.”
그가 말하자 두샬라는 가지고 있던 장부를 꺼내어 그에게 건넸다.
“왕녀님의 아버지께서는 내년 겨울까지의 수확물을 담보로 6각석 열다섯 개를 가져가셨습니다. 아시다시피 6각석의 상등품 속석성이 나오는 마광산은 온 대륙을 뒤져도 저희와 공국에 있는 칼탄 마광산뿐일 겁니다.”
마법력이 제국에 비해 떨어지는 공국은 마광산에서 채광되는 속성석을 모조리 국가에서 철저하게 관리하여 국외로 반출되는 것을 금했다.
그 덕분에 마도 공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이유기도 했다.
‘물론……. 6각석으로 만족할 수 없지만.’
카디훔 마광산에서 8각석이 나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카릴로서는 그때 맞춰 마도 공학 기술을 발전시켜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뭐…… 내년 수확물?”
“그뿐만이 아닙니다. 마도구는 몇 가지의 담보를 걸고 구입하시기도 했죠.”
그의 말에 비올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모든 게 삼국을 오가면서 물건을 판매한 두샬라의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고작 십여 년밖에 살지 못한 어린 소녀가 잔뼈가 굵은 그녀의 방법을 이해할 리가 없었다.
“도대체……. 아버님께서는 이 무슨…….”
빼곡하게 숫자들이 적힌 장부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기에 적힌 것들이 모두 저와의 빚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아마 이대로라면 전쟁이라도 치르지 않고선 왕국이 유지되기도 힘들지 모릅니다.”
비올라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무능하다 하더라도 지금껏 왕국을 유지해왔던 사람들이다.
속성석이 매력적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속성석으로 극의에 도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욕심만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고 만 것일까?
그때였다.
“물론. 이 값을 모두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면 말이죠.”
“그게 무슨 말이지?”
카릴은 그레이스를 놓아주며 웃었다. 선명하게 찍힌 손자국에 욱신거리는 손목을 만지며 그레이스는 뒤로 물러섰다.
“왕녀님의 우려와는 달리 사실 저는 이 빚을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뭐?”
“일단은 무상으로 제공할 생각이라는 의미입니다.”
“그게 무슨…….”
비올라는 카릴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속성석에 미쳐 국정을 나 몰라라 한 귀족들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공국에선 국외로 반출조차 금지한 속성석을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말은 더 미친 짓 같았기 때문이었다.
“삼국은 지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황제가 자리를 비운 덕분에 비밀이 유지되었지만 제국 역시 이곳에 마광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과연 가만히 있을까요?”
“그래서……?”
“물론 그냥 준 것은 아닙니다. 추후에 제국과의 전쟁에서 저의 편에 서지 않는다면 지금껏 받은 속성석의 값을 치러야 하겠지만요.”
카릴은 장부를 슬쩍 보면서 말했다.
“뭐, 그때가 되면 왕국을 넘겨받는 정도로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비올라는 코웃음을 쳤다.
“제국과의 전쟁? 미친놈. 고작 상인인 네가 전쟁이라도 일으키겠다는 뜻이냐? 아니, 백번 양보해서 고작 속성석 때문에 삼국이 너를 도와 제국과 싸울 거라 생각하느냐.”
“글쎄요.”
하지만 그녀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전 상인이 아닙니다. 한 번도 상인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타투르의 운영은 저기 있는 두샬라와 함께 캄마 그리고 수안이 맡아서 하고 있으니까요.”
“……뭐?”
순간.
검을 쓰지 않는 비올라조차 살갗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살기를 느꼈다.
“저는 대초원의 4부족과 남부 5대 일가의 수장입니다. 그리고 북부 늑여우 부족이 저를 따르고 있으며 아조르에 있는 길드에선 현재 70여 명이 넘는 마법사가 삼국에는 제공하지 않는 최상급 속성석을 이용해서 육성되고 있습니다.”
“…….”
“전력으로 따진다면 지금 당장 삼국을 침공할 수 있는 병력은 약 30만 정도가 되겠군요.”
카릴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30만의 병력이라면 펜리아 왕국 전력의 2배가 넘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남부의 군주로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제가 말한 제국과의 전쟁에서 삼국이 힘을 보탠다는 의미는 동맹이 아니라 삼국이 저의 밑에 있다는 뜻입니다.”
“감히……!!”
소리치는 그녀와 달리 카릴은 시종일관 같은 얼굴로 말했다.
“이건 일종의 시험입니다. 왕녀님의 말씀대로 세 살짜리도 아는 이 이상한 거래에서 백성을 생각하는 자가 과연 있을 것인가.”
그는 가볍게 웃었다.
“아마도 그런 왕이 될 자격이 있는 분이신 것 같습니다. 백성을 살리고 싶다면 왕위에 오르십시오.”
그러고는 인자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펜리아 왕국을 삼국 중 가장 나중에 치겠습니다.”
* * *
“푸…… 푸하하!!”
두 사람이 떠난 집무실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두샬라는 너무 웃어 배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카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무슨 비밀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씀하세요? 게다가 전쟁 선포를 왕이 아니라 왕녀에게 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렇게 말해도 상관없으니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진 않을 거야. 내가 남부 야만족의 수장이라는 것에서부터 삼국이 남부를 치겠다는 발상은 아무도 못 할걸.”
“그렇겠죠. 남부엔 디곤 일족이 있으니까 모두 그렇게 생각하겠죠. 디곤의 동의 없이 야만족이 전쟁을 일으킬 리는 없다고.”
“맞아.”
카릴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뛰어난 여왕이 될 기질은 있지만 기껏해야 셋째 왕녀에 불과해. 백날 소리쳐 봐야 무능한 왕과 귀족들은 그녀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겠지.”
“게다가 왕녀로서는 자신이 침공할 적에게 속성석과 무구를 줘서 더 강하게 만든다?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겠죠.”
두샬라는 꺼내 놓은 장부 뒤에 있는 인장으로 봉인되어 있는 서약서를 가리켰다.
“이미 왕가 이외에 대부분의 귀족이 저희 쪽으로 포섭되었다는 걸 알 리가 없을 테니까요.”
카릴은 그것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작해야 돈에 흔들리는 귀족들이다. 난 그들을 믿지 않아. 차라리 믿는다면 조금 전 그녀가 더 믿음이 가지.”
“그럼……?”
“단순히 전쟁으로 성을 따내는 것은 제국과 다를 바 없어. 하지만 자유 도시란 단순한 무법지가 아닌 자유를 위한 유일한 땅이다. 이민족과 야만족, 노예와 평민이 모두 똑같이 살 수 있는 곳. 백성들이 우리를 믿고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자유 도시가 가지는 무법성이 아닌 그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타당성을 가져야 해.”
“왕녀를 마스터의 편에 두려는 이유가 그거군요. 백성의 삶 따윈 고려하지 않은 귀족과 다른 신민을 얻을 새로운 여왕. 그리고 그 여왕이 우리의 편에 선다…….”
두샬라는 카릴의 계획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직은 몰라. 과연 왕이 아닌 백성을 택할 만큼의 깜냥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지.”
카릴은 눈빛을 빛냈다.
“그런데 전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네요. 왜 이렇게 번거로운 방법을 쓰시는 건가요? 지금까지 역사 속에 수많은 왕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사정 다 보면서 정복을 하지 않잖아요.”
“살리려고.”
“네?”
“최대한 많이 사람들을 살리려고. 내가 권좌에 오르고자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니까.”
하지만 두샬라는 그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모를 것이다.
인간들끼리의 전쟁은 그저 앞으로 있을 거대한 전쟁에 전초전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대전을 준비하기 위해서 카릴은 지루하고 복잡한 방법이라 할지라도 이 길을 택했다.
국가가 아닌 인간이라는 범주 아래 하나로 뭉쳐야 했기에 더 많은 전력이 남아 있도록 해야 했다.
카릴은 낮은 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그 첫걸음이야. 비올라가 정말 왕위에 오른다면 우리는 그녀 위에 오를 수 있을 타당성을 갖춰야 하겠지.”
그의 말에 두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물 토벌.”
그녀는 지금 자신이 내뱉는 말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마스터의 말대로 베이칸에게 보고가 왔습니다. 이스탄 왕국과 펜리아 왕국 사이에 마굴이 생성될 조짐이 보인다고 하더군요.”
중앙인들과 달리 남부인들은 마굴 토벌의 베테랑이었다.
카릴은 베이칸에게 삼국의 경계를 조사하도록 시켰다.
“게다가 그 국경 사이에는 크고 작은 마을들이 수십 개 있고요.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족히 수천 명은 될 겁니다.”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굴 생성 예상 시기는…….”
“석 달 뒤. 곡식을 거두기 바로 직전. 마굴이 나타나면 몬스터에 의해 논밭이 엉망이 되겠지. 이미 국고가 바닥난 삼국들은 마물을 토벌할 여력이 되지 않을 거야.”
“좋은 무구를 가지고 있어도 그걸 쓸 여력이 없는 상태라니 우습네요.”
두샬라의 말에 카릴은 창밖을 바라봤다.
“베이칸과 키누 무카리를 불러들여.”
“네, 마스터.”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카릴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토벌. 우리가 한다. 그리고…….”
그의 눈빛이 빛났다.
‘능구렁이 같은 황제가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고 생각한다면 내 약속을 지킬 리가 없다. 과연…… 남부로 누구를 보낼까.’
누가 되었든 상관없다.
그 적이 누구든 마굴 토벌과 함께 자신의 군대의 위용을 알리는 제물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