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2화(12/497)
12. 그 날이 오다 (1)
처음과 달리 카릴의 오러는 완벽한 검날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카이에 에시르의 말대로 얼마만큼의 마력을 주입하느냐에 따라 오러의 예기(銳氣) 역시 달라진다.’
그의 주변에는 성한 나무가 없었다.
단순히 돌덩이로 보이는 잔해들도 처음에는 커다란 바위였다는 걸 아는 사람은 카릴뿐일 것이다.
‘마력은 충분해. 역시나 문제는 내 몸이겠지.’
키릴은 닥치는 대로 마력 운용법에 관련된 책을 독파해 갔다.
하지만 애초에 알려진 혈맥을 뚫는 방법과는 정반대 상태인 그였기에 기존의 방법으로는 막힌 혈맥을 뚫을 수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육체를 단련시키는 것. 전생(前生)의 기억 덕분에 검술의 성취는 훨씬 더 빠르다.’
후웅-
카릴이 자세를 잡았다.
촤자자작—!!!
서걱–!!
바람결에 날리는 나뭇잎들이 마치 공중에서 튕기듯 몇 번 회전하더니 수십 조각으로 갈라졌다.
“…….”
만약,
맥거번가(家)의 누구라도 이것을 봤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조금 전 그가 펼친 검술은 다름 아닌 오직 크웰만이 사용하는 독문 검술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반대로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형제 중에 누구도 이걸 전수받은 사람은 없었으니까.’
크웰 검술의 마지막 계승자(繼承者).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르지. 아버지께서 내게 전수해 주셨을 때엔 이미 형제들이 모두 전사(戰死)한 뒤였으니까.’
카릴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나르 디 마우그의 말처럼 이 검은 완벽한 것이 아니다.’
억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검을 익혔던 카릴이다.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검술은 이미 크웰의 검술보다 더 정교하고 완벽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가장 먼저 크웰의 검술을 익히고 있었다.
‘성은(聖銀)의 엘란, 창귀(槍鬼) 파이만, 군도왕(群島王) 마그토…….’
후에 두각을 나타낼 인재들.
‘신탁(神託) 전쟁에서 필요한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아버지의 검술을 바탕으로 훈련을 했다는 거지.’
그들을 더욱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해서.
카릴은 크웰의 검을 선택했다.
물론, 검술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그의 것이 크웰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익힐 수 없었다.
지금의 카릴 역시 자신의 검술을 익히는 데 무리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역시 후세의 인재들처럼 크웰의 검을 선택했으나 그는 곧이곧대로 크웰의 검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었다.
‘검을 베었던 시간이 다르다.’
그만큼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카릴은 대륙제일검이라 불리는 크웰 맥거번의 검술에서 정수만을 익히고 있었다.
‘물론 지금 내 몸에도 딱 맞고.’
카릴의 몸은 아직 12살에 불과했다.
근육의 움직임부터 관절의 부드러움까지.
크웰의 검술은 스스로뿐만 아니라 남을 성장시키는 교육에도 훌륭한 검이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그의 몸은 분명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쓸 순 없지.’
콰가가가강—!!
콰가강—!!
조금 전과 똑같이 검을 휘두르는 것 같지만 검날에 닿은 나뭇잎들은 이번엔 잘려 나간 것이 아니라 터지듯 폭발했다.
‘부족한 것은 보완하고 군더더기는 깨끗하게 잘라낸다.’
지금 카릴이 익히고 있는 검술은 크웰의 검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분명 달랐다.
그는 전생(前生)에서 마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드 마스터들과 호각을 넘어 그들의 정점에 오른 사람이었으니까.
대륙에서 검으로 그에게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검을 논하는 자리가 있다며 모든 이가 그를 최고로 칭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카릴을 이렇게 불렀다.
검성(劍聖).
하지만 최고의 위치에 올랐기 때문에 특별히 그에게 내린 명예로운 호칭이 아니었다.
소드 마스터(Sword Master).
마법사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4클래스 이상의 마력을 마나 블레이드에 쏟아 낼 수 있으면서 동시에 검술에 극의에 도달한 자를 가리킨다.
‘마법사급의 마력과 월등한 신체 능력.’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직 대륙에 다섯 뿐이기도 하다.
‘나는 마나 블레이드를 쓰지 못했다.’
그는 순수한 검술로 마력을 쓰는 소드 마스터들을 뛰어넘은 것이다.
쓸데없는 제국인들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까.
그들은 카릴의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끝끝내 검성이라는 칭호로서 그와 소드 마스터를 분리해서 불렀었다.
“과연 이번엔 나를 어떻게 부를지 궁금하군.”
카릴은 검을 들어 올렸다.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내는 오러 블레이드를 바라보며 그는 나지막하게 웃었다.
“큭……!?”
그때였다.
그의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마력혈의 마력이 가득 차 오히려 막힌 혈맥을 강제로 뚫으려는 듯 역류하는 느낌.
“후우…….”
카릴은 간신히 진정시키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단 하나.’
혈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만 찾는다면…….
넘치는 마력을 검을 통해 쏟아 내는 것은 가능했지만 두 개뿐인 혈맥에서 마력을 회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즉, 카릴은 오러 블레이드를 쓸 수 있지만 다른 마력은 사용할 수 없는 처지였다.
‘반쪽짜리.’
카릴은 스스로 그렇게 인정했다.
가야 할 길이 멀었다.
‘아인헤리를 아무리 뒤져도 특별하게 눈에 띄는 것은 없는데…….’
남들에게는 평범한 하급 마법서가 있는 곳이었지만 카릴에게 있어서 그곳은 대마도사 카이에 에시르의 보고(寶庫).
‘그런 자가 정말 용의 심장 하나만 뒀을까…….’
안타깝게도 전생(前生)에서 나르 디 마우그에게도 그 이상 듣지 못했었다.
카릴은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뭐,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저택을 바라봤다.
‘내가 쓰러졌을 때니까……. 이제 황궁의 사람이 다녀간 지 제법 되었다. 슬슬 소식이 올 때가 되었겠는데.’
그때였다.
저 멀리서 숲의 끝자락에서 루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 소리치고 있었지만 멀어서 들리지 않았다.
‘드디어…….’
하지만 카릴은 그가 소리치고 있는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 담담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 * *
“모두 모였습니다, 어머니.”
마르트 맥거번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시선이 따가웠다.
‘왜 저 녀석까지…….’
‘그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카릴은 그들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는지 가볍게 웃었다.
“그래.”
이사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옆에 있던 시종장 테일러가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건넸다.
붉은 인장이 찍힌 양피지.
그녀는 익숙하게 그것을 펼쳤다.
토벌로 인해 1년 중 대부분의 날을 비우는 크웰 대신 이사벨이 가주의 일을 대신하고 있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이제 곧 추수해야 할 때가 온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번 가을을 대비해서 황실에서 고블린 소탕을 명하셨다.”
황실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분기마다 맥거번가(家)에 전서를 내린다.
정기적으로 내려오는 황제의 인장이 찍힌 전서는 이미 수년 동안 가문에서 수행해 온 일이었기에 그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별다른 사항은 없다. 하나.”
예상했던 일인지라 아이들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단섬멸령으로 인해 사병을 쓰는 맥거번가(家)의 노고를 칭하는바, 황실에서 지원병을 보내준다고 쓰여 있구나.”
“지원병이요?”
둘째인 티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고블린은 논밭을 엉망으로 만들고 이따금 마을을 침입했지만 사냥하는 데에 있어선 그다지 위협적인 몬스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원병이 있다면 훨씬 더 수월하겠군요.”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닙니까? 이민족 토벌에 병력이 부족하다고 사병까지 불렀으면서.”
엘리엇은 슬쩍 카릴을 바라봤다.
“형님, 안 그렇습니까? 이런 일보다는 그쪽에 더 병력을 투자해야 할 거 같은데.”
“지원병은 어디서 오는 거라고 합니까, 어머님.”
“발사르가(家)라고 하는구나.”
그 순간.
티렌의 인상이 살짝 찡그려졌다.
‘왔구나.’
하지만 그와는 달리 카릴은 기다렸다는 듯 눈빛을 빛냈다.
‘내가 정신을 잃은 일주일 동안에 왔던 황실의 사신. 아마도 이 일을 알리기 위함이었겠지.’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엘리엇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일을 티렌이 가만히 넘길 리 없겠고.’
“흐음…….”
확실히 그의 예상대로 티렌은 뭔가 찝찝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 거라. 매년 해왔던 일이니.”
“……알겠습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카릴은 생각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고블린 소탕에 황실에서 지원병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다.’
크웰의 부재(不在).
자신을 제외한 형제들이 참가했던 첫 전투.
카릴은 참혹했던 그 날을 떠올렸다.
‘단순한 소탕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순간.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들을 기다리는 습격(襲擊).
그리고 형제의 죽음.
그건, 몬스터가 아닌 인간에 의한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