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2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20화(120/497)
101. 남부 원정의 태동
국정을 돌보는 황궁의 태양관(Sun Hall)에는 때아닌 격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모든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일선에서 물러났었던 황제가 다시 국정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폐하, 더 이상 남부 일대를 그냥 두고 보시기만 하실 겁니까. 려기사단이 전멸했습니다. 그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야만족들에게 말입니다.”
핏대를 세우며 대신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은 1황자인 루온이었다.
“당장에라도 군사를 보내 그놈들을 처단해야 합니다.”
“형님, 진정하시지요. 남부에는 디곤 일족이 있습니다.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면 부득이하게 그들과의 마찰 역시 불가피합니다. 아무리 서로 다른 부족이라 할지라도 남부의 일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의 말을 제지하는 사람은 2황자인 올리번이었다. 루온은 그의 말에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그럼 지금 너는 우리 제국의 기사단이 전멸했는데 손가락만 빨고 있자는 거냐. 벌써 몇 달이나 흘렀다. 이대로라면 제국의 위상이……!”
“그럼 누굴 보내실 겁니까?”
소리치는 루온의 말을 올리번이 끊었다.
“뭐?”
“제국 일곱 기사단 중에 전방 수호를 일임받은 기사단은 모두 네 곳입니다. 그중에 청기사단은 이제 막 귀환을 하였고 녹기사단은 공국의 경비를 맡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남부 경계를 담당하는 등기사단에게 토벌을 맡기시겠습니까?”
올리번은 마치 그에게 들으라는 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등기사단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
황후의 오라버니이자 등기사단의 단장인 베스탈 후작이 전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은 태양관에 있는 대신들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에게 남부 경계를 맡긴 이유는 남부는 지금껏 제국과의 마찰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디곤 일족이라는 거대한 세력이 남부를 통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국과 남부가 맞붙는다면 서로 크나큰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대로 야만족 놈들을 두실 생각이십니까? 북부 정벌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북부와 마찬가지로 남부 역시 이단의 쓰레기들이라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루온은 강력하게 얘기했다.
“올리번, 네 생각은 어떠냐.”
하지만 황제가 자신이 아닌 올리번에게 질문을 하자 루온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게 모두 제 불찰입니다. 아조르에서 확인된 회색교장의 보고에서 얻은 청린을 얻기 위해 지금껏 유지되었던 남부를 침입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남부를 처단하기 전에 려기사단을 제 임의대로 움직인 벌부터 받겠습니다.”
웅성웅성.
생각지 못한 올리번의 말에 홀 안은 대신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워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황위를 다투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자신의 죄는 감추고 상대방의 실수는 크게 부풀려야 할 때인데 올리번은 오히려 벌을 받겠다고 말했으니 말이다.
타이란 슈테안은 그런 그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현재 공국에서 루레인 가문끼리의 전쟁이 벌어질 것 같다는 보고가 있지만 그렇다고 녹기사단을 뺄 수는 없는 일.”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폐하, 황공하오나 제가 남부로 갈 수 있도록 황실특임대인 흑기사단의 일부만 내어주신다면 직접 디곤 일족과 담판을 짓겠습니다.”
“디곤과?”
올리번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벌인 일. 저 스스로 마무리 지어 더 이상 제국의 병사를 낭비하지 않고 남부의 일은 남부인으로 마무리를 짓도록 말입니다.”
황제는 단번에 그의 내막을 알아차렸다.
려기사단이 나락 바위로 무혈 입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미 보고 받았기 때문이다.
‘디곤이 손을 잡은 건 루온이 아니라 올리번 녀석이렷다. 하긴……. 뼛속까지 제국인인 루온과 다르니까.’
차분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이지만 황제는 끝을 알 수 없는 올리번의 시커먼 속내에 이따금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게다가 흑기사단은 아직 중립이다. 이번 기회에 흑기사단을 자신의 편으로 돌릴 속셈이렷다.’
황제는 루온을 바라봤다.
올리번의 말에 과연 그가 어떤 대응을 할지 보겠다는 의미였다.
“헛소리. 너의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려기사단을 잃은 것 아니냐!”
“아버님 제게 등기사단의 지휘권을 내려 주십시오. 제가 직접 남부로 가겠습니다.”
그의 예상대로 루온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네가?”
“물론입니다.”
하지만 황제는 루온의 자신감의 근거가 궁금했다.
1황자라는 위치와 함께 가장 적법한 황위 계승권을 가지고 있는 루온은 지금까지 전장과는 거리가 먼 자였기 때문이다.
“현재 공석이었던 금기사단의 부단장인 아지프 경을 아실 겁니다. 요양을 위해 그는 자신의 영지인 브레라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마침 완쾌가 되어 황궁으로 복귀하기 전, 기사의 명예를 위해 스스로 전과를 올리고 싶다는 뜻을 저에게 밝혔습니다.”
“호오……. 아지프 경이 부상을?”
황제는 그가 언제 부상했었냐는 듯 의아한 얼굴로 금기사단의 단장이자 총기사단장인 벨린 발렌티온을 바라봤다.
“크음.”
하지만 벨린은 대답 대신 낮은 헛기침과 함께 가볍게 허리를 숙일 뿐이었다.
‘올리번이 디곤과 접촉하는 동안 루온은 금기사단과 접촉을 했군. 재미있구나.’
황제는 자신의 자리를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하는 두 아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제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하구나. 너희들의 모습에 내가 자식들을 아주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들어.”
황제의 목소리가 변했다.
그 순간.
루온과 올리번은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움찔거렸다. 그는 황좌의 팔걸이에 팔을 기대고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두 황자의 말이 모두 맞다. 나는 너희들이 제국을 생각하는 마음을 충분히 들었다. 하지만 잊고 있는 것이 하나 있구나. 너희들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제국인이자 소중한 가족 말이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
‘빌어먹을…….’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그곳엔 3황자인 크로멘이 서 있었다.
“나는 저 아이에게 기회를 주려 한다. 내 자식들이 모두 훌륭하게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이 나를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게 만든 신의 뜻이지 않겠느냐.”
아무것도 모르는 눈빛으로 오히려 자신에게 쏠린 시선에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소년.
한 해가 지나 이제 고작 여덟 살밖에 안 되는 꼬마는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못한 모습이었다.
“아버지!!”
“하오나 폐하……!”
루온과 올리번이 동시에 타이란 슈테안을 향해 소리쳤다.
‘저 능구렁이 같은 인간……. 우리가 전공을 세울 기회를 애초에 막을 생각이야. 가족애? 그저 끝까지 황권을 놓지 않을 욕심이면서.’
‘셋째를 지지하는 세력은 거의 전무하다. 저 아이가 무슨 수를 써서 이 일을 해결한다는 말인가.’
그런 두 사람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황제는 여유롭게 그들에게 말했다.
“물론, 너희 둘과 달리 아직 어리고 미숙하지. 그래서 내가 3황자에게 힘이 되어 줄 자를 불렀다.”
끼이이이익―――!!!
그 순간.
태양관의 거대한 문이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뒤를 향했다.
“……!!!”
“……!!!”
두 황자를 비롯한 대신들이 문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쿵― 쿵― 쿵―
발을 뗄 때마다 바닥이 울렸다. 대신들은 그가 카펫을 걸어오자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렸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남자는 제국의 황제를 앞에 두고서도 너무나도 당당한 모습이었다.
‘고…… 고든 파비안!!’
교도 용병단의 단장이자 대륙에 다섯뿐인 소드 마스터 중 한 명.
그가 이곳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비공정이 영토 안에 진입했다는 보고는 듣지 못했는데…….’
‘설마 비밀리에 폐하께서 부르신 건가?’
‘도대체 언제…….’
‘설마 교도 용병단이 3황자의 편을 드는 건 아니겠지?’
그의 등장 하나만으로 대신들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교도 용병단은 일개 용병단이 아닌 3개의 기사단이 합쳐진 만큼의 저력을 가진 단체였으니까.
만약.
그가 3황자 쪽에 서게 된다면 어쩌면 나머지 두 황자의 군사력과 맞먹는 전투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의도대로라는 표정으로 그는 루온과 올리번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너희 둘은 고든 경과 함께 3황자를 도와 이 일을 해결하도록 하여라. 올리번, 너는 네가 뿌린 불화를 거두고 루온 너는 맏형으로서 두 동생을 잘 보살펴 주도록 하여라.”
그 순간.
두 황자의 눈동자가 3황자를 향했다. 둘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건…….’
서로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다.’
황자들이 한 전장에 서게 될 때는 분명 서로가 적이 되었을 때라고 생각했다.
황제가 죽고 난 뒤.
황권을 다투는 거대한 전투 속에서나 이뤄질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그 순간이 왔다.
모름지기 아버지라면 자식들이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하지만 타이란 슈테안은 그런 일반적인 아버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가 싸울 수 있는 빌미를 앞당겨 그들의 앞에 내보인 것이다.
수천, 수만의 병력을 소모하지 않고서도 걸림돌이 되는 존재를 처리할 수 있다.
그것도 무대는 중앙이 아닌 더러운 야만족들이 살고 있는 남부이지 않은가.
전투 속에서는 누구나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설령.
그것이 황자라 하더라도 말이다.
꿀꺽―
긴장한 크로멘이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정적 속에서 그 소리에 루온과 올리번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터억.
그러자 마치 그들의 생각을 알고 있기라도 한다는 듯 고든 파비안은 자신의 허리에도 오지 않는 유약한 소년의 옆에 섰다.
‘제길…….’
기뻐하긴 일렀다.
바라 마지않았던 전장이지만 이것이 그들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닌 자신의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무대라는 걸 잊지 말아야 했다.
가장 약체라고 생각했던 3황자의 앞에 황제는 가장 강력한 적인 고든 파비안을 두었으니까.
‘크로멘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저 남자를 뛰어넘어야 한다.’
완력으로 오우거의 머리를 그대로 찢어버린 엄청난 위용의 남자를 말이다.
‘잘못 했다가는 내가 당한다.’
‘어쩌면 이건 기회가 아니라 함정일지도 모르겠구나. 아버지께서는 이번 기회에 남부에 우리까지 묻으실 생각이신가.’
홀 안은 충격으로 오히려 정적이 머물렀다.
서로의 생각이 엉킨 지금 서로 다른 표정으로 서로 다른 목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일하게 타이란 슈테안만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 이러고 있을 시간조차 아깝구나. 나는 분명 말했다. 두 황자는 동생을 도와 이번 남부의 일을 확실하게 마무리 짓도록 하여라.”
그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 서둘러야.”
대신들 중 누군가가 넋이 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순간 마치 그 말이 불씨가 된 것처럼 순식간에 사람들이 소리쳤다.
“최대한 빨리 사병들을 집결시키게!”
“보급부터 어서 확인하고!”
대신들의 생각은 모두 똑같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모시는 황자님께서 이 일을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의 자신의 목숨이 붙어 있을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여기저기 복도를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빠져나간 태양관에는 이제 단 세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세 명의 황자는 굳은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마치.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보는 것처럼.
* * *
“폐하.”
“유린 경, 자네는 크로멘과 함께 남부로 가게.”
“네?”
홀에서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 타이란이었지만 그는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유린은 황제의 말에 깜짝 놀란 얼굴로 대답했다.
“폐하의 의중은 알겠습니다. 하오나 너무 이른 것이 아닌지요. 아직 카릴과의 약속 기한이…….”
황제는 유린의 말에 같잖다는 웃음을 지었다.
“그 꼬마가 그랬지. 나와 한 거래의 대가로 크웰 맥거번을 내 옆에 두라고.”
“…….”
“게다가 교단에서 만났을 땐 그랬지. 남부를 통과하는 제국의 병력으로 인해 삼국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고 싶다고 말이야.”
“예……, 폐하.”
유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가 약조한 것 중에 그 어떤 것도 황제는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건방지지 않은가? 고작 열 댓밖에 되지 않은 꼬마가 제국의 황제와 거래를 하려 하다니 말이야. 언제부터 제국이 기껏 상인 나부랭이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지?”
“……화, 황공하옵니다.”
어째서일까.
카릴을 생각만 했는데 유린은 입술이 바짝 마르고 떨리는 기분이었다.
아니.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폐하, 카릴은 폐하께서 생각하시는 상인 나부랭이가 아닙니다.’
솔직한 심정으론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유린은 화룡의 거처에서의 카릴의 모습을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녀석은…… 괴물입니다.’
그 순간 자신 있게 준비한 황제의 한 수가 어쩐지 유린은 스스로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곳을 향하는 황자가 하나도 아닌 셋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