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2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21화(121/497)
102. 토벌 준비
“너희들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
크웰 맥거번은 한자리에 모인 자신의 아들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태양관에서 황제가 자신을 호명하지 않은 것을 보고 그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일이었지만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아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올리번을 택하고 황제에게 마음을 돌린 자신을 그래도 그의 옆에 두었다면, 크웰은 아직 황제가 자신의 지지를 다시 다지기 위해 시간을 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남부 토벌로 세 명의 황자 모두를 보냈다.
황제는 시간을 두려 하지 않았다.
‘어째서……. 폐하는 자신이 낳은 자식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려 하는가.’
그럴 것이라면 애초에 낳지를 말 것을.
인간의 욕심이란 너무나 두려울 정도였다.
정복왕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그는 영토 확장에 대한 능력은 뛰어났지만 결코 어진 왕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타이란을 쏙 빼닮은 1황자 루온.
아이러니하게도 황제는 그 때문에 그에게 황위를 물려 주려 하지 않았다.
황위를 물려주어도 물려주지 않아도 자신이 힘을 잃으면 루온은 당장에라도 그의 목을 베고 그 자리에 오를 자였기 때문이다.
크웰은 그렇기 때문에 올리번을 택했다.
비록.
황제의 적자는 아니지만 어진 성품을 가지고 있는 올리번이야말로 제국을 이끌 왕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 귀족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알까.
그 어진 왕의 상이라고 생각한 올리번이 사실은 전생에 황제를 죽인 진범이라는 것을.
“네, 아버지.”
“말씀하십시오.”
크웰의 앞에 선 네 명의 아이는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
“마르트, 너는 이번에 올리번 황자님을 모시고 함께 남부로 가게 될 것이다. 려기사단의 소식이 끊어진 이상 그분이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많지 않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분을 지키거라.”
“명심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마르트는 눈을 빛냈다.
예전에 그가 아니었다.
북부에서 돌아온 뒤 1년 전과는 눈에 띄게 달라진 그의 성장에 크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카릴과의 대결에서 패배 이후.
고블린 습격 사건을 해결한 덕분에 황제의 눈에 든 티렌과 란돌에 비해 그는 맥거번 가문의 장남으로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때문일까.
크웰은 항상 귀족의 자재라는 허울 때문에 그가 가졌던 거만함이 걱정이었는데 1년 뒤 마르트를 다시 봤을 때 그에겐 일말의 자만심도 찾을 수가 없었다.
“티렌, 너 역시 제국의 마법사로 이번 남부 토벌에 참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중립을 취하고 있는 카딘 경이기 때문에 아마 너는 3황자에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폐하께서 직접 크로멘 황자님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교도 용병단을 불러들였으나 용병이란 작자들은 거칠고 사나운 인종들이다. 3황자님을 잘 보필하거라. 네게 엘리엇을 붙여 주마.”
크웰의 말에 티렌의 옆에 서 있던 엘리엇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르트와 란돌에 비해 검술 실력은 떨어졌지만 튼튼한 체구에서 우러나오는 완력은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너희들은 여전히 미숙하다. 용병들 중에는 너희보다 강한 자들이 많다. 고든 파비안이 작정을 한다면 3황자님의 목숨도 위험하겠지.”
“설마…….”
크웰은 티렌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럴 놈은 아니다. 야만적이지만 비열한 수를 쓰는 놈은 아니니까.”
티렌은 기사인 아버지가 용병인 그를 마치 오래된 전우를 대하듯 말하자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원정에서 제외된 제이크는 그저 불안한 얼굴로 자신의 형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내가 너희들을 부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크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란돌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디곤 일족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하더구나.”
그의 말에 아들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네!?”
“역시! 그 녀석이 쉽게 죽을 녀석이 아니지.”
“확실한 이야기입니까?”
세 사람의 반응은 저마다 달랐지만 모두에게 있어 놀라운 일임은 분명했다.
“아마 그럴 거다. 거짓말을 할 아이는 아니니까.”
“아이요……?”
눈치 빠른 마르트가 살짝 떨리는 눈빛으로 크웰을 바라봤다.
“얼마 전 카릴을 만났다.”
“……!!!”
“……!!!”
그의 입에서 카릴의 이름이 나오자 오히려 란돌의 생사를 들었을 때보다 그들은 더욱 놀란 얼굴이었다.
“살아 있었구나…….”
“형님, 그 녀석이 죽을 리가 없죠.”
마르트가 낮게 중얼거리자 엘리엇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아버지, 그런데 어떻게 카릴이 란돌의 생사를 알고 있단 말입니까?”
“자세한 것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 아이는 타투르에 있다고 하더구나. 게다가 놀랍게도 폐하께서 다시 국정을 돌보시도록 도운 것이 그 아이였다.”
크웰의 말에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만나기 힘든 황제를 아무 연고도 없는 카릴이 돕기까지 했다니…….
‘카릴, 너란 녀석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가 있구나.’
마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황궁에서는 나뿐이다. 카릴이 란돌에 대해서 폐하께 고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내가 너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남부 원정에서 란돌을 구출하라는 말씀이시군요. 올리번 황자와 달리 루온 황자께서 병력을 이끌고 남부를 공격하게 된다면 디곤도 제국인인 란돌을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요.”
티렌의 말에 크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번 일은 제국의 입장에서 너희들은 황자들의 명령을 수행하는 기사이나 맥거번 가문의 자식들로서 너희들의 형제를 구하는 임무이기도 하다.”
크웰은 마르트를 바라봤다.
“마르트, 너는 만일에 루온 황자께서 먼저 디곤과 일전을 치르게 된다면 란돌을 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거라.”
“알겠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면 마르트 혼자서 란돌을 구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을 크웰은 잘 알고 있었다.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디곤은 란돌의 목을 베어버릴 테니까.
‘부디 올리번 황자님께서 먼저 남부에 도착하면 좋으련만…….’
크웰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너라.”
“네, 아버님.”
“명심하겠습니다.”
어쩌면 맥거번 가문 형제들의 첫 전투였다. 크웰은 자신의 아이들이 단 하나의 깃발 아래 모두 모여 싸우길 바랐다.
하지만 그 바람은 황제에 의해 깨지고 말았다.
아이들은 크웰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 방을 나섰다. 단지 티렌만이 모두가 나간 방에 서 있었다.
“무슨 할 말이 있는 게냐.”
“아버지께서 북부에 계시는 동안 한 가지 이상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게 뭐지?”
“아조르의 마법 경연에서 한동안 열리지 않았던 익스퍼트 경연이 열렸었습니다.”
“으흠.”
크웰은 티렌이 어째서 뜬금없이 마법 경연 얘기를 하는 것인지 의아했다.
“익스퍼트 경연은 견습생들이 아닌 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진짜’ 마법사들의 경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회에서도 암묵적으로 경연을 금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최근에 우승자가 한 명 나타났습니다. 마법회 소속이 아닌 자유 마법사였고요. 그런데 그 이름이 카릴이라고 했습니다.”
“…….”
순간.
크웰의 눈빛이 굳어졌다.
“그게 진짜냐.”
“스승님께서 직접 확인하신 일입니다. 물론 우승자를 만난 것은 아닙니다. 회색교장이 공략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가신 것이니까요.”
“으흠…….”
“아마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크겠죠. 아시지 않습니까. 그 아이는…….”
티렌은 이민족이라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조르의 영주인 파비오가 말하길 경연의 우승자는 갈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라고 했습니다.”
“그럼 아니겠구나.”
크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외람되지만 아버지께서는 카릴의 얼굴을 보셨습니까.”
“아니. 보지 못했다. 그 아이가 이민족이라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었으니까.”
“…….”
티렌은 그 말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가면을 쓴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타투르는 이민족도 자유로운 도시지만 제국은 그렇지 않으니까.
게다가 크웰 맥거번의 아들이라는 것을 밝혔다면 얼굴을 보일 수 없는 게 당연한 일.
‘하지만…….’
티렌은 여전히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과연 녀석이 폐하와 독대를 하는 순간에도 가면을 쓰고 있을 수 있었을까?’
절대 불가능한 일.
그렇다면 이민족을 이단이라며 끔찍이 싫어하는 황제에게 카릴이 살아남은 것도 모자라 그의 편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알아봐야겠어.’
꽈악-
그는 이번 남부 여정에서 또 다른 목표가 하나 더 자신에게 주어진 것임을 직감했다.
“아버지.”
티렌은 방을 나서기 전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저희들은 각기 다른 황자의 군세에 들어가게 되었지 않습니까.”
“그렇지.”
문고리를 잡고서 차분한 어조로 티렌은 크웰에게 물었다.
“아버지께서는 이번 원정에서 세 황자 모두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의 물음에 크웰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서로 다른 황자라는 말은 어쩌면 가족에게 검을 겨눠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 * *
“후우…….”
두샬라는 끊임없이 날아오는 전서구들을 풀어 확인하면서 말했다.
“제국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예상대로 황제는 마스터와의 거래를 이행할 생각이 없다고 봅니다. 군사를 출병할 준비를 한다네요.”
비올라가 다녀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물밀 듯이 쏟아지는 전서구들에 그녀는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카릴은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이 정도로 힘들어하면 안 돼. 내가 말했던 보이지 않는 제국이 바로 이런 것이니까. 앉아서도 대륙의 모든 일을 눈으로 보듯이 알 수 있는 힘.”
“으……. 그러시면 좀 도와주시던지요. 혼자서 하기엔 벅차다고요.”
“곧 널 서포트 해 줄 단체도 만들어질 테니까. 에이단이 준비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카릴은 피식 웃으며 이제 에이단과 함께 동방국과도 접촉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왕 만들 거라면 확실하게. 그러고 보니 요즘 주크의 움직임이 뜸하던데…… 제국으로 돌아간 것일까.’
카릴은 그녀가 당장에 중요한 인물은 아니었기에 흘리듯이 두샬라에게 말했다.
“군사를 일으켰다면 목적지는 남부일 가능성이 높겠군. 혹시 지휘관도 알아냈어?”
“네. 금기사단의 부단장인 아지프라고 합니다.”
그녀의 보고에 카릴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금기사단이라면 황실 친위대인데……. 아무리 황제에게 등을 돌렸다고 한들 그가 지휘관으로 임명되긴 어려울 텐데.’
“아, 여기 다른 보고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거 진짜일까요?”
“무슨 말이야?”
두샬라는 다른 전서구의 쪽지를 펼쳐 보더니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번 원정이 세 명의 황자가 모두 출병한다는데요? 제국에서 준비되는 군사는 루온 황자가 소집하는 것이랍니다.”
“세 황자 모두?”
“네. 2황자는…… 따로 병력을 일으키는 것 같진 않아서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3황자입니다. 3황자가 교도 용병단의 비공정에 탑승하는 걸 제국 경계에 있는 마을에 심어 놓은 사람이 확인했다고 합니다.”
‘고든 파비안이 3황자를 지지한다……?’
뭔가 이상했다.
전생에서도 교도 용병단은 제국의 황권 쟁탈과는 무관했다. 황궁에 영향력이 있는 고든 파비안이었지만 황자들의 진흙탕 싸움에까지 직접 관여를 하진 않았단 뜻이었다.
‘크로멘이 고든 파비안과 접점이 있을 리는 없고. 굳이 따지자면……. 그는 아직 황제의 편이다.’
순간.
카릴의 뇌리에 번뜩이는 생각이 있었다.
‘황제가 크로멘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건가?’
확실히 타이란 슈테안은 세 명의 황자 중에 셋째인 크로멘을 가장 아꼈다.
하지만 그저 세 명 중에 아꼈다는 것이지 크로멘에게 황위를 물려주고 싶을 만큼 애정이 있었다는 것은 아니었다.
카릴은 불현듯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했다.
‘아니면 황제는 용병단을 통해서 3황자까지도 제거하려는 생각인가?’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힘을 실어준다는 것보다 그쪽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타이란 슈테안.
권력 앞에선 누구보다 잔인해질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부질없는 욕심……. 죽으면 모두 끝인 것을.’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토록 부여잡으려고 했던 그 욕망도 고작 몇 년 뒤엔 불바다가 될 뿐이었으니까.
차라리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독에 중독되어 죽었던 전생의 미래가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거…… 대단한데요. 2년 동안 무법항을 통해 왔던 사람들을 데리고 수안과 캄마가 제국 이곳저곳에 뿌리를 내려놨더니……. 마스터의 말처럼 제국이 뭘 하는지 훤히 보이네요.”
두샬라는 불평을 하면서도 즐거운 얼굴로 말했다.
대군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보급품을 비롯한 식량, 막사, 땔감 등등…….
아무리 극비로 움직인다 하더라도 물자는 움직이게 마련. 물자의 양으로도 충분히 적의 숫자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물자를 준비하는 걸 봐서는 남부로 통하는 가도로 이동할 병력의 양이 아닙니다. 무조건 삼국을 통해서 가야 하겠죠. 병력은 최소 5만에서 최대 10만까지. 루온 황자가 제대로 남부와 붙어볼 요량인 것 같은데요?”
“녀석의 병력이 어느 방향으로 내려올 것 같지?”
두샬라는 황자를 녀석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카릴의 모습에 살짝 눈썹을 올리며 대답했다.
“아마도 이 정도 대군이면 하론 대로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쪽이 그나마 포나인의 강물이 약해서 건너기도 수월하고요. 그렇게 되면……. 이스탄 왕국과 트바넬 왕국 사이에 있는 국경 지대를 통과하게 될 겁니다.”
“예상 시간은?”
“루온 황자의 출병 소식이 보고 받아야 확실하겠지만……. 아마 2달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카릴은 두샬라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석 달로 맞춰. 녀석들이 이곳에 도착하게 되는 시간을 말이야.”
“네?”
“올리번은 그렇다 쳐도 교도 용병단의 비공정은 삼국과 상관없이 국경을 넘을 수 있어. 시간이 걸리면 걸릴수록 루온 녀석의 똥줄이 타게 되겠지. 그의 성격이라면 자신을 가로막는 것들은 힘으로라도 돌파하려고 할 거야.”
지도 위에 그가 가리킨 곳에는 이스탄 왕국과 트바넬 왕국의 국경 수비성이 있었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루온 황자가 삼국과 붙기라도 하겠어요? 아니지. 삼국이 설마 루온 황자를 거스를까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 지금 삼국은 제국에게 켕기는 게 많거든. 쉽사리 성문을 열어 줄 수 없을걸. 게다가 소규모도 아니 왕국의 전력과 맞먹는 병력이잖아.”
카릴은 낮게 웃었다.
“일단 제국군이 움직이는 루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수안이 돌아왔다고 했지? 무법항에 가서 내 말을 전해. 그에게 포나인을 건널 배와 뱃사공을 준비하라고 해. 그리고 너는 즉시 대로의 길을 바꿔 루온이 하론 대로를 통과하는 데 시간이 걸리도록 만들어.”
“네? 대로를요?”
“그래. 그리고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적명석와 요람석을 모두 가져가. 필요한 이유는 네가 더 잘 알 테니 설명할 필요 없겠지.”
두샬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궁금증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번거롭게 대로를 바꾸면서까지 시간을 늦춰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냥 제가 삼국에 말을 해보는 게…….”
“안 돼. 그렇게 되면 우리가 그들보다 먼저 제국의 움직임을 알 수 있다는 걸 밝히는 꼴이 되잖아.”
“아…….”
그녀는 아차 싶은 마음에 입을 다물었다.
‘게다가 마지막 마굴이 바로 그 국경 지대에서 생성되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녀석이 그곳에 있어야 한다.’
루온 황자의 병력과 삼국의 병력이 대치한 상황에서 몬스터가 나타난다면?
그 혼란 속에서 카릴은 노리는 것이 있었다.
‘두 나라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다른 국경 지대보다 월등하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단순한 마을이 아니다.
국경 지대에 있는 크고 작은 두 왕국의 사람들을 합치면 그 숫자만으로 가히 천 명이 훌쩍 넘는다.
‘과연 이스탄과 트바넬이 눈앞의 대군을 두고 백성을 구하기 위해 성문을 열까?’
그 정도의 생각이 있었다면 속성석을 그런 식으로 무분별하게 사지도 않았겠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풍문은 그저 숫자로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천 명이 단순히 천 명이 아니란 말이다.
‘그들을 보란 듯이 제국과 삼국의 앞에서 내가 구한다면…….’
자신들을 버린 조국과 자신들을 침공한 제국.
평가는 눈에 보이듯 뻔했다.
‘타이란 슈테안. 당신이 나와의 거래를 무시하고 황자들까지 처리하려고 머리를 썼겠지만, 이것이야말로 당신에겐 최악의 수가 될 것이다.’
이미 그의 손바닥 안에 제국의 움직임이 훤히 드러나 있었으니까.
“토벌대는?”
“준비되었습니다. 베이칸과 키누 무카리의 병력이 이미 집결되어 있습니다.”
카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 황자라……. 그리운 얼굴들이야. 이번 기회에 마물이 아니라 너희들까지 토벌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출발한다.”